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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재발견

김영사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3년 03월 27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3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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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6.29MB)
ISBN 9788934936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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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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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자석, 유리처럼 너무나 흔하고 평범한 물질에서부터 많이 들어봤지만 설명하기는 어려운 반도체와 부도체,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물리학의 두 난제 초전도체와 암흑물질까지, 11가지 물질을 통해 물리학의 최전선을 살펴볼 수 있는 책. 정세영, 박용섭, 양범정, 최형준, 최형순, 신용일, 김튼튼, 고재현, 한정훈, 김기덕, 박성찬 등 각 분야 국내 최고의 물리학자 11명이 뜻을 모아 물질 발견과 발명의 역사, 그리고 최첨단 물질물리학과 산업의 이모저모를 들려준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물질’은 구리, 반도체, 부도체, 흑연, 유리, 액체, 기체, 빛, 자석처럼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고 실생활의 도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질(또는 물질의 상태)이다.
과학의 역사는 같은 이름 아래 다른 모습으로 재발견된 물질의 사례로 넘쳐난다. 이 책에 담긴 그 사례들과 저자 자신들의 연구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는 ‘물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물리학자들은 실제로 어떻게 연구하는지, 좋은 질문이란 어떤 것인지, 남아 있는 질문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도 엿볼 수 있다. 물질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물론 현대 물질세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물질’에 대한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서론

1부 고체의 재발견
1. 금속의 재발견: 금빛보다 아름다운 구리의 빛깔(정세영)
2. 반도체의 재발견: 모스펫 발명에서 유기 반도체까지(박용섭)
3. 부도체의 재발견: 부도체의 완벽한 분류(양범정)
4. 탄소 물질의 재발견: 탄소 나노 물질의 끝없는 다채로움(최형준)

2부 양자 액체, 양자 기체
5. 액체의 재발견: 영원히 얼지 않는 액체(최형순)
6. 기체의 재발견: 아주 차가운 양자 기체(신용일)

3부 일상 속 물질
7. 빛의 재발견: 우리 빛이 달라졌어요(김튼튼)
8. 유리의 재발견: 천의 얼굴을 지닌 유리의 대모험(고재현)
9. 자석의 재발견: 물질문명의 축(한정훈)

4부 위대한 도전
10. 초전도체의 발견과 재발견: 고온 초전도의 시작(김기덕)
11. 암흑물질의 발견과 재발견: 보이지 않는 다섯 배의 우주(박성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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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들이 다루는 ‘물질’은 통속적인 재화, 정신과 대비되는 철학적 대상이 아니다. 종교적 영성과 대비되는 속됨을 상징하는 물질은 더더욱 아니다.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고, 실생활의 도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평범한 물질이다. 구리, 반도체, 절연체, 흑연, 유리, 액체, 기체, 빛, 자석이 이 책의 주제다. 이런 시시한 물질 이야기로 어떻게 책을 쓸 수 있나 의아해할 모든 사람들에게 꼭 일독을 권한다. (9-10쪽)

이처럼 이미 산업에서 폭넓게 쓰이는 반도체는 기초과학 연구가 대부분 완성되어 더 연구할 내용이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필자도 1980년대 후반 박사 과정에 진학하면서 반도체는 전공하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1983년에 삼성반도체가 64K DRAM을 국산화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반도체 분야는 기초과학인 물리학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먼 길을 돌아와서 지금은 학부 과정에서 ‘반도체 물리학’을 강의하고 실험실에서는 새로운 유기 반도체 물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니, 필자 개인의 연구 여정 자체가 ‘반도체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다. (47쪽)

OLED 디스플레이는 유기 반도체로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광전자 소자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전자 산업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하고 시장에서도 성공한 신기술 제품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OLED 디스플레이 이전까지 우리나라가 높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던 메모리 반도체나 LCD 디스플레이 등의 제품은 다른 나라에서 양산한 기술을 도입하여 나중에야 독자적으로 기술 고도화에 성공하여 세계적 경쟁력을 달성한 것이다. 이에 반해 OLED 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전까지 시장에 존재하지 않거나 다른 국가에서 성공하지 못한 새로운 소자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여 상업적으로도 성공시킨 것이다. 기초 연구에 의해서 가능성이 제시된 개념을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으로 만든 것은 우리나라 전자 산업계에서는 처음 경험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80쪽)

흑연과 투명 테이프를 구하여, 투명 테이프를 흑연에 붙였다가 떼는 것을 반복하면 아주 미세한 검은색이 투명 테이프에 붙게 된다. 그 투명 테이프를 이산화규소(SiO2) 기판 위에 문지르면 투명 테이프에 붙었던 검은색 먼지들이 기판에 옮겨붙는데, 그 검은색 먼지들이 그래핀이다. 아주 저 예산 실험이다. 준비물은 이산화규소 기판, 흑연, 그리고 투명 테이프이다. 값비싼 최첨단 연구 장비가 좋은 연구의 필수 조건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사실 연구에는 정해진 방법이 없고, 연구의 중요도와 연구의 난이도가 꼭 함께 가는 것은 아니다. 연구 방법은 쉬울수록 좋다. (136-137쪽)

고체를 뜨겁게 달궈 액체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면, 그 반대로 (라부아지에의 상상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기체를 차갑게 냉각해 액체로 바꾸는 것 역시 가능할 텐데, 막상 기체를 액체로 만드는 장면은 영화 속 용광로처럼 익숙한 이미지로 남아 있지 않다. 왜 그럴까? 다양한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에 그 궁극적인 차이는 가열 기술과 냉각 기술 사이의 비대칭성에 있다.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라이터 하나만 켜도 몇백 도의 온도에 쉽게 도달할 수 있고, 이를 잘 활용하면 물도 끓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물을 얼릴 수 있는 휴대용 도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152쪽)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흔히 원자 같은 미시적인 개체에만 적용되는 물리 법칙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위키피디아조차도 양자역학을 “원자나 그보다 작은 입자들의 자연 현상을 기술하기 위한 물리학 이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양자역학 이론이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적용된 사례는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적인 물체가 내뿜는 빛의 스펙트럼 밀도(파장에 따라 방출되는 빛의 양을 표현하는 물리량)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막스 플랑크의 흑체 복사 법칙이니, 거시적인 물체라고 해서 양자역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흑체 복사의 경우를 제외하면 일상에서 양자역학적 효과가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173-174쪽)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다. 빛을 오랫동안 다뤄온 필자에게는 빛이 딱 그렇게 느껴진다. 빛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에 비유된다. 말 잘 듣는 전자는 전선에 전압만 걸어주면 그 전선이 제아무리 휘거나 꺾여 있어도 딴 길로 가지 않고 잘만 따라가는데 빛은 (우리가 경험적으로 잘 알 듯) 사방으로 흩어지거나 반사해버린다. 광학이라고 불리는 과학은 결국 이런 야생마 같은 빛을 길들여 제어하는 과학이라 할 수 있다. (222쪽)

스마트폰의 뒷면을 보면 카메라가 보기 싫게 툭 튀어나와 있다. 요샛말로 “카툭튀”라고 하는데 영어로도 “camera bump”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왜 카메라가 툭 튀어나와 있을까? 전자 소자들의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고 회로 설계 최적화를 통해 핸드폰의 두께 또한 혁신적으로 얇아졌지만 빛의 굴절을 이용하는 렌즈는 그 두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카메라의 화소 수를 늘려 성능을 올리고 싶으면 센서의 크기를 키워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보니 대신 렌즈의 수를 늘리게 됐고, 결과적으로 카메라의 성능은 향상됐지만 ‘카툭튀’ 현상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234-235쪽)

유리의 가장 큰 특징은 무질서다. 정확히 말하면 정지된 무질서다. 유리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무작위적으로 어지럽게 배열되어 있지만 액체 속 분자처럼 자리를 바꾸거나 흘러 다니지는 않는다. 유리의 강도는 결정과 비슷한 수준이고 형상도 고정되어 있다. 액체의 무질서한 분자 분포 구조와 고체의 단단함을 동시에 갖는, 액체와 고체라는 두 상태 사이에 어정쩡하게 갇혀버린 물질이 유리다. (245쪽)

수동적으로 다른 물체를 보호하거나 빛의 투과를 담당하는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난 스마트 유리도 등장하고 있다. 적당한 전압을 가해주면 색이나 투과도가 변하는 유리, 기능성 코팅을 통해 스스로 표면을 청소할 수 있는 유리 등이 대표적인 예다. 미래의 스마트 유리는 낮에는 투명 태양전지판이 되어 에너지를 모으고 이를 투명 배터리에 저장한 후 밤에는 디스플레이나 조명으로 변하는 만능 유리가 될 것이다. 반세기 전에 유리 과학자들이 꿈꾸었던 신기술의 상당수가 이미 현실화되었으니 이런 스마트 유리가 가까운 미래에는 일상 속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267-268쪽)

반도체 공학자가 아니어도, 반도체 설계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도 끊임없이 비트란 말을 들으면서 지난 몇십 년을 살아왔다면, 앞으로는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끊임없이 큐비트란 단어를 들어가며 살아야 할 운명이다. 양자 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를 이길 수 있는 이유를 이삿짐 나르기의 비유로 설명했다. 힘이 아주 세고 발이 빠른 일꾼 한 명 대신 평범한 체력을 가진 일꾼 다수로 대치하자는 게 작전이었다. 현실에선 여러 명의 일꾼이 동시에 일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일단 일꾼들 사이에 호응이 잘되어야 한다. 짐을 나르다가 서로 부딪혀도 안 되고, 각자 자기한테 할당된 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움직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여러 명의 일꾼이 일을 잘하도록 컴퓨터를 잘 제어해야 비로소 여러 명이 일하는 효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의 양자 컴퓨터 연구 상황은 말하자면 이런 제어를 좀더 정교하게 만들기 위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중이다. (288-289쪽)

초전도체는 완벽한 물질 같지만, 초전도체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초전도체를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이 약점 때문이다. 슈퍼맨이 크립토나이트에 맥을 못 추는 것처럼, 초전도체는 높은 온도에서 힘을 잃는다. 낮은 온도에서 놀라운 특성을 보이던 초전도체는 온도가 올라가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전도체로 변한다. 이렇게 초전도 성질을 잃는 온도를 전이온도라고 한다. 문제는 초전도 현상이 사라지는 전이온도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너무 낮은 온도라는 점이다. (297쪽)

혹시 표준모형 안에서 암흑물질의 후보를 찾을 수는 없을까? 먼저 이미 알려진 암흑물질의 성질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암흑물질은 은하를 만드는 데 직접 관여한 게 분명하므로 은하가 형성되던 수십억 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존재했어야 하며, 전기적으로는 중성이어야 한다. 알려진 소립자 중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안정하게 살아 있을 수 있는 입자는 전자와 중성미자밖에 없다. 이 중 중성미자만 중성이다. 양성자도 안정한 입자이지만, 전자와 마찬가지로 전하를 가지고 있어 암흑물질의 후보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후보인 중성미자가 암흑물질일까? 불행히도 답은 ‘아니오’다. (329-330쪽)

확실하게 “이것이 암흑물질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다만 이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노력해온 결과 어렴풋이 그 그림자 정도를 보기 시작했다는 말은 할 수 있다. 비록 그 그림자가 진짜 암흑물질의 그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상상력과 수학 실력의 한계 때문에 나타난 환상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과학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어려운 문제는 우리의 지혜를 발전시킬 소중한 기회가 되어왔다. 암흑물질 문제는 현재 인류가 얻은 기본 입자와 힘에 대한 가장 정밀한 이론인 표준모형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기에 오히려 새로운 물리학의 길이 아직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 원자론으로 대표되는 물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줄 계기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341쪽)

고등과학원 웹진 〈HORIZON〉 화제의 연재
이미 안다고 생각했던 물질들의 놀라운 반전
각 분야 국내 최고의 학자들과 함께하는 물질물리학 오디세이

《물질의 재발견》은 금속, 자석, 유리처럼 너무나 흔하고 평범한 물질에서부터 많이 들어봤지만 설명하기는 어려운 반도체와 부도체,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물리학의 두 난제 초전도체와 암흑물질까지, 11가지 물질을 통해 물리학의 최전선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2020년 말부터 약 1년 반 동안 고등과학원 웹진 〈HORIZON〉에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연재되었던 내용을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교양으로 삼을 수 있도록 다듬고 정리하여 재구성했다. 정세영, 박용섭, 양범정, 최형준, 최형순, 신용일, 김튼튼, 고재현, 한정훈, 김기덕, 박성찬 등 각 분야 국내 최고의 물리학자 11명이 뜻을 모아 물질 발견과 발명의 역사, 그리고 최첨단 물질물리학과 산업의 이모저모를 들려준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물질’은 통속적인 재화가 아니고, 정신과 대비되는 철학적 대상도 아니다. 종교적 영성과 대비되는 속됨을 상징하는 물질은 더더욱 아니다. 구리, 반도체, 부도체, 흑연, 유리, 액체, 기체, 빛, 자석처럼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고 실생활의 도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질(또는 물질의 상태)이다. 현대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많은 물리학자들이 연구하는 대상은 이러한 ‘물질’인데,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물리학자는 대부분 ‘우주’(천체물리학)와 ‘입자’(입자물리학)를 연구하는 모습이다. 물질물리학 연구의 최전선을 담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물질’에 대한 밀도 있는 지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금속, 자석, 유리처럼 너무나 흔하고 평범한 물질에서부터
많이 들어봤지만 설명하기는 어려운 반도체와 부도체,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물리학의 두 난제 초전도체와 암흑물질까지
11가지 물질로 살펴보는 물리학의 최전선

인류 문명을 도구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분류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금속’에서부터 현대물리학이 아직 풀지 못한 난제 ‘암흑물질’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는 모두 11개의 물질 또는 물질의 상태를 소개한다.

고체의 재발견
1부에는 구리로 대표되는 금속에서부터 반도체, 부도체, 그리고 탄소 물질에 이르는 고체 상태 물질을 묶었다. 1장에서는 정세영(부산대학교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가 평평한 표면을 갖게 되면서 드러나는 금속의 본성을 설명한다. 구리 원자를 하나씩 쌓아올려 만든 단결정 구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구리가 아니다. 2장에서 박용섭(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산업의 쌀’ 반도체에 관한 가장 쉽고 과학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등장하는 게 반도체이지만 정작 반도체가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어떤 종류의 반도체 소자가 있는지 조목조목 알려준다. 3장에서 양범정(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위상수학과 만나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킨 위상물질의 총아 부도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유전자의 움직임이 전혀 없어 전기를 통하지도 않는 지루한 물질인 줄 알았는데, 그 고요한 부도체의 공간이 오히려 위상수학이 발현되기에 최적의 물질 공간이 되리라고는 어떤 탁월한 물리학자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어지는 4장에서는 최형준(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흑연과 다이아몬드에서 그래핀까지 이어지는 탄소 물질의 끝없는 다채로움에 관해 이야기한다. 유기물과 무기물을 구분짓는 기준이 되는 물질, 화학자와 생물학자가 사랑하는 물질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덧 물리학의 주연 역할을 하고 있는 탄소를 만날 수 있다. 친숙하고 평범하게 느껴지는 고체 물질 속에 숨겨진 비범함과 신비로움, 그리고 그것들을 물질 과학자들이 하나씩 발굴해온 과정을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엮었다.

양자 액체, 양자 기체
2부에서는 양자역학적인 특성이 유난히 잘 발현되는 물질의 상태를 묶었다. 물질의 독특한 양자역학적 성질의 발현을 보고 싶다면 물질의 온도를 절대영도 근방까지 낮춰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흔하디흔한 액체는 양자 액체가, 기체는 양자 기체로 변신한다. 최형순(KAIST 물리학과) 교수는 5장에서 절대영도에서도 얼지 않고 신비로운 초유체로 재탄생한 액체 헬륨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일 원소로 된 물질 중에서 헬륨만큼 양자역학적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물리학적 현상이 발현된 물질은 탄소로 된 그래핀 정도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래핀 연구의 대부분이 절대온도 4도 이하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이 역시 액체 헬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목소리를 바꿔주고 풍선을 띄워주는 재미있는 기체인 줄만 알았던 헬륨이 달리 보일 것이다. 6장에서는 신용일(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기체의 양자 응축에 도전한 과학자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충분히 차가운 기체의 양자역학적 변신에 관해 들려준다. 절대영도에 근접하는, 극도로 냉각된 기체는 입자의 집합체라기보다 거대한 물질파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양자’라는 수식어가 덧붙을 때 액체, 기체는 어떤 놀라운 성질을 발현하는가, 그 발견 과정 속에 서려 있는 물리학자들의 고군분투를 엿볼 수 있다.

일상 속 물질
3부는 너무나 흔하면서 평범해 보이기 때문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착각할 만한 일상 속 물질인 빛, 유리, 자석을 다룬다.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탐구가 궁극적인 공학적 산물로 진화해온 과정, 그리고 이런 물질이 실생활과 산업의 첨단에서 응용되는 사례를 풀어냈다. 7장에서 김튼튼(울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야생마 같은 빛을 정교하게 조작하는 메타물질의 세계를 보여준다. 빛은 직진만 하는 줄 알았는데, 매질을 정교하게 만들고 배치해서 메타물질을 만들면 이리저리 움직이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8장에서는 고재현(한림대학교 나노융합스쿨) 교수가 어쩌면 21세기가 끝나는 시점에도 풀리지 않을 유리상의 본질을 묻는다. 현대 기술 문명에서 유리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기념해서 국제연합은 2022년을 ‘국제 유리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는데, 고체, 액체, 기체, 빛에 대한 이해와 비교하면 유리의 성질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9장은 한정훈(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들려주는 자석 이야기이다. 자석은 나침반처럼 실생활을 이롭게 하는 도구에서 출발해 몸속의 사진을 찍는 정밀한 도구로, 그리고 요즘은 양자 컴퓨터의 소자인 큐비트로 진화하는 중이다. 한 교수 특유의 탁월한 비유를 통해 물질문명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자석의 매력에 빠져보자.

위대한 도전
4부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물질물리학의 두 난제를 향한 위대한 도전을 다룬다. 10장에서 김기덕(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연구원은 초전도체의 원리부터 고온 초전도체 발견의 역사, 성질, 남은 과제까지 상온 초전도체를 향한 20세기 물리학의 꿈과 계속되는 도전에 관해 차근차근 풀어낸다.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물질이 발견되고 상용화된다면 문명사회는 또 한번 큰 변혁을 겪을 것이다. 마지막 11장에서는 암흑물질 이론 전문가 박성찬(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표준모형이 설명할 수 없는, 분명히 존재하는 다섯 배의 우주, 암흑물질을 규명하려는 물리학자들의 분투를 보여준다.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이미 한 세기 전부터 시작된 치밀한 천문학의 관측 결과로 차곡차곡 쌓여왔지만 아직 암흑물질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보인 실험은 하나도 없다. 21세기에 또 한번 물리학의 혁명이 시작된다면 암흑물질을 성공적으로 검출하는 데서 일어날지 모른다.

“문명의 역사는 물질의 역사다”
11명의 물질물리학자가 남긴 삶과 물질에 대한 회고록
국내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들려주는 물질의 끝없는 진화

과학의 역사는 같은 이름 아래 다른 모습으로 재발견된 물질의 사례로 넘쳐난다. 이 책에 담긴 그 사례들과 저자 자신들의 연구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는 ‘물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물리학자들은 실제로 어떻게 연구하는지, 좋은 질문이란 어떤 것인지, 남아 있는 질문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도 엿볼 수 있다. 물질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물론 현대 물질세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물질’에 대한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아주 먼 훗날의 인류에게 20세기를 묘사할 한 문장이나 단어를 고르라고 한다면 무엇일까? 과학자의 시각으로는 민주주의, 인권, 세계화, 또는 양극화 같은 단어보다 ‘물질의 재발견’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양자역학의 발견으로부터 비롯된 물질의 본성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런 이해를 산업화와 결부시켜 만들어낸 무수한 신물질과 신소재, 소자가 결국 20세기부터 시작되어 21세기로 지속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필자들은 이 책에 물질 발견과 발명의 역사, 그리고 최첨단 물질물리학과 산업의 이모저모를 담아내려고 했다. 평범한 물질 속에 담긴 비범한 물질 이야기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과학자, 공학자 영웅들의 일대기가 독자들의 마음속 꿈 발전기로 자리잡길 바라는 마음이다.” _서론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정세영

부산대학교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 결정학을 공부한 물리학자다. 투명한 보석인 수정에서부터 불투명한 금속인 구리나 은까지, 150가지가 넘는 물질을 단결정으로 만들어봤다. 구리 단결정으로 오디오 케이블을, 은 단결정으로는 반지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결함 없는 금속 박막을 아주 평평하게 만드는 일을 주로 한다. 달구지가 지나던 비포장도로가 고속도로로 바뀌면 없던 경제와 산업이 생기듯이 결함이 완전히 사라진 물질에서 본래 물질과는 완전히 다른 물성이 나타나는 걸 발견하는 재미를 누리는 중이다. 과학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초중고생을 위한 한국 결정성장 콘테스트를 진행했고, 현재 단결정은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글) 박용섭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물리학과에서 석사를 마친 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2006년까지 근무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싶어하는 평범한 물리학자다. 광전자분광 기술과 관련된 표면 및 계면과학 기법을 이용하여 유기 반도체와 관련 물질의 실험 연구를 주로 한다.

저자(글) 양범정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부교수. 위상물질 및 자성체 이론을 연구한다. 대학 때 화학을 전공했으나 분자 합성을 할 만한 손재주가 없음을 깨닫고 실망하고 있을 즈음 응집물리 이론이라는 분야를 접하고 물리공부를 시작했다. 위상 물리는 위상수학이라는 추상적인 수학적 개념을 이용해서 고체 물질의 물성을 설명하는 매력적인 연구 분야이다. 물성에 대한 직관적 이해와 수학을 통한 논리적 증명 모두를 추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연구를 하고 있다.

저자(글) 최형준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물질의 특성을 컴퓨터로 계산하는 물리학자다. 풀러렌,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그래파인, 마법각 그래핀 이중층 등 다양한 탄소 나노 물질 연구를 섭렵하였고, 전기전도 특성과 초전도 특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복잡하거나 낯선 과학적 지식도 머릿속에 완전히 그려질 때까지 계속 반복하여 생각하고 컴퓨터 계산으로 구현하고 있다. 물질 속에서 원자와 전자가 벌이는 일들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자(글) 최형순

KAIST 물리학과 부교수. 저온 양자 유체를 연구한다. 초유체 헬륨으로 양자 유체 연구를 시작했으며, 액체 헬륨 외의 다른 물질에서도 초유체 현상과 유사한 특성이 발현되는지 관심이 많다. 섭씨 영하 270도 이하의 온도에 도달해야 발현되는 현상을 주로 들여다보는 탓에 자연스레 냉각 기술과 온도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연구와 강의 외에도 과학의 대중화와 대중의 과학화를 위해 고등과학원의 과학 웹진 〈호라이즌〉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자(글) 신용일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극저온 원자 기체를 이용하여 다체 양자 현상을 연구하는 실험물리학자다. 글재주가 없음에도 양자 기체의 오묘함과 양자 기체 연구의 매력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욕심에 책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좁은 실험실에서 아주 작은 기체 시료의 양자 상태를 연구하지만 우주의 시작과 변화에 대한 이해를 동경한다.

저자(글) 김튼튼

울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빛에는 본래 없던 띠틈을 인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광결정의 매력에 빠져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을 뛰어넘거나 존재하지 않는 물성을 구현할 수 있는 메타물질까지 연구하고 있는 물리학자다. 학창 시절에는 물리를 제일 못했지만 물리학을 좋아하고 물리학자들을 동경해서 아직까지 물리학을 계속하고 있다. 물리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데 관심이 많아 대중 강연이나 팟캐스트 출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필자처럼 한글 이름을 가진 두 아이의 아빠이며 진심으로 맥주를 사랑하는 동네 아저씨기도 하다.

저자(글) 고재현

한림대학교 나노융합스쿨 교수. 20세기 후반 서울과 대전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후 21세기 들어서 일본과 국내 기업 등에서 응집물질 분광학 및 광원 관련 연구를 했다. 우연히 일간지에 과학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과학 대중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빛의 핵심》 《빛 쫌 아는 10대》 《전자기 쫌 아는 10대》 등을 썼다. 빛의 다양한 현상들에 관심이 커서, 언젠가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아름답고 재미있는 빛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안락의자에 푹 파묻혀 책만 읽다가 밤에는 SF 영화를 보는 게 취미라면 취미다.

저자(글) 한정훈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응집물질 이론, 그중에서도 자석, 양자 자석, 위상물질에 대해 고민하는 이론물리학자다. 양자자석에 발현되는 스커미온 구조에 대한 연구서적 《Skyrmions in Condensed Matter》를 2017년 출판했다. 2020년에는 양자물질을 소개하는 대중서 《물질의 물리학》을 써서 그해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고, 2021년에는 한국물리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저자(글) 김기덕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연구원. 손 위에 올릴 수 있는 물질을 만들고 측정하는 실험물리학자다.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후 같은 곳에서 전하 밀도파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양자 물질 박막을 만들고 빛과 중성자로 측정하는 것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후 나노구조물리연구단에서 판데르발스 물질과 일차원 물질의 성질을 연구했으며, 지금은 눈에 안 보이는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소자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다. 시간이 있을 때에는 틈틈이 글을 쓰며, 과학잡지 〈스켑틱〉에 ‘놀라운 물질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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