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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 개미지옥

모치즈키 료코 지음 | 천감재 옮김
모모

2023년 04월 2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3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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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9.76MB)
ISBN 9791192579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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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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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젊은 여성이 살해당한다. 두 여성은 모두 성매매를 생업으로 삼고 어린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미혼모였다. 그리고 얼마 후 한 식품공장에 ‘세 번째 희생자를 내기 싫으면 돈을 준비하라’라는 협박문이 도착한다. 성매매 여성 연쇄살인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지만 피해자의 배경이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까 우려한 TV 보도 프로그램은 피해자가 성매매 종사자이자 어린 자녀를 학대한 미혼모라는 사실을 교묘하게 숨기고 ‘자녀를 위해 열심히 일하던 무고한 엄마들의 비극’으로 사건의 성격을 각색해 뉴스를 뽑아낸다. 그런데 방송 도중 자신을 범인이라 주장하는 자가 스튜디오로 연락을 취해 ‘죽은 여자들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라, 그렇게만 한다면 돈 따윈 필요 없다’라고 지시한다. 돈이 필요 없다면, 이 살인사건에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는 말인가. 두 건의 살인사건을 통해 범인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프리랜서 기자 ‘기베 미치코’는 성매매 여성 연쇄살인사건과 식품기업 공갈협박사건의 연결성에 착안에 피해자 주변인의 증언을 모으고 사건에 연루된 이들의 복잡한 동기를 파헤치며 수사본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사건 뒤편의 진실 속으로 독자를 이끌어 나간다.

《출생지, 개미지옥》은 고도의 경제발전을 이룬 대도시의 빈촌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을 팔고 범죄에 손을 대는 일련의 생존 투쟁을 처절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세습되는 빈곤과 복지 제도의 빈틈이 초래한 아동 방임, 고등교육의 기회 박탈, 나날이 심해지는 양극화 현상, 음지에서 ‘거래’되는 여성의 신체와 성 노동자의 취약성 등 여러 사회 문제가 교차하는 가족 공동체의 모습과 그 안에 속한 개인의 비극을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형식을 빌려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둡고 묵직한 주제의식과 치밀한 서사를 너끈히 견인하여 압도적인 박력으로 끌고 나간 《출생지, 개미지옥》은 일본의 평론가 오모리 노조미로부터 “소설의 구성과 모티브는 《백야행》과 《화차》를 연상케 하나 이 작품이 선사하는 충격은 여느 걸작에 뒤지지 않는다!”라는 격찬을 받았고 추리소설 독자들로부터 탄식 어린 감탄을 이끌어낸 동시에 대중 및 서점 관계자들에게까지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게이분도 서점 문고 대상’ 1위를 당당히 거머쥐었으며 현재까지 13만 부라는 판매 수치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Prologue
제1장
제2장
제3장
옮긴이의 말

친구 집에는 항상 나이 든 할머니와 어린 여동생이 있었다. 스에오는 친구 집에서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노파는 여름에는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민소매 속옷에 주름치마를 입고 다 해져 거스러미가 일어난 다다미 위에 갓 찧어 온 떡처럼 철퍼덕 앉아 있었다. 듬성듬성 남은 머리카락을 정수리에 동그랗게 묶어놓았는데, 숱이 워낙 적어 체리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 축 처진 유방이 속옷 틈새로 훤히 들여다보였다.
골짜기 바닥에 있는 그 집에는 햇볕이 거의 들지 않았다. 노파는 간신히 비쳐 드는 빛을 역광으로 받으며 스에오를 향해 고개를 든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자그마한 귀신 같기도 하고 섬뜩한 생물 같기도 한 그 모습은 아무튼 이 세상 것이 아닌 존재처럼 느껴졌다. 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동생은 말 한마디 없이 오빠를 따라다녔다. 스에오 눈에는 사람이라기보다 작은 동물처럼 보였다.
-10~11p

가난과 빈곤은 다르다. 가난은 돈이 없는 것뿐이다. 하지만 빈곤이란 인프라가 없는 땅과 같다. 말도 조리 있게 하지 못하는, 계산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사를 존중받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상상력이 성장하지 않아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상밖에 보지 못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행위는 상상력을 가진 사람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상상력이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자연스레 인식하니까. 타인을 존중하는 풍조가 없는 공동체 안에서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시당하느냐, 무시하느냐’ 둘 중 하나다. 아니면 ‘내게 이득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 그런 기준 안에서 아이는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성가신 존재다. 아이는 괴롭힘을 당하고 어른 기분에 따라 폭언을 듣고 때로는 폭력에 시달린다.
그런 가정에서 부모는 아이가 빨리 독립하길 바란다. 그 집에 아이가 몸 둘 곳은 없다. 사내아이는 패거리들과 무리를 이루고 계집아이는 몸을 팔아 돈을 번다.
자마 세이라의 모친도 그런 식으로 성장했으리라. 그래서 딸이 자신처럼 열세 살에 남자를 상대로 일하는 현실에 거부감은 없었다.
-93~94p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인다. 문이 열리면 주먹을 들지 않는다.
문밖으로 굴러 나온 두 사람은 더 이상 남자가 쫓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에오는 욱신거리는 몸을 통로 벽에 기대고, 통로를 사이에 두고 실내에 우뚝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때려봐.
차봐.
이 통로를 건너와 봐.
어쩌면 그렇게 가슴속으로 도발했는지도 모른다.
그 남자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부들부들 떨며 스에오를 쏘아봤다.
스에오는 남자의 눈을 바라본 채로 몸을 일으키고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고 문을 닫았다.
쾅 하는 소리가 나고 남자의 모습이 문 뒤로 사라졌다. 스에오는 다시 벽에 기대어 쓰러졌다.
해 질 녘의 고요함.
어디선가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리고 자동차 소리가 사라졌다 들렸다 했다.
동생은 끝내 울지 않았다.
“이렇게나 뽑혔어.”
동생은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뽑힌 머리카락을 스에오에게 보여줬다. 가느다란 갈색의 반짝이는 머리카락 몇 가닥이 스에오의 배 위에 놓였다. 마치 ‘꽃을 이렇게 많이 땄어’ 하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두려움에 떨던 만 여섯 살 아이가 자기를 대신해서 매를 맞은 오빠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빠진 머리카락을 준 것이다. 스에오가 고개를 들자 동생은 걱정스러운 듯이, 하지만 살짝 미소 지은 얼굴을 보여주었다. 하세가와 쓰바사의 아파트에서 쓰바사가 아이리를 때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스에오는 그 옛날 일을 떠올렸다.
-129p~130p

“그 정도 돈은 내가 카바레 클럽에서 반년만 일하면 갚을 수 있는데.”
카바레 클럽.
스에오가 어지간히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동생이 웃었다.
“오빠, 요즘 카바레 클럽은 물장사 축에도 안 들어가. 대학생도 용돈이 좀 궁하면 카바레 클럽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시대라고. 딱 1년만 샛길로 샐게. 오빠는 초밥 요리사가 되는 거야. 멋지잖아.”
이제 열여덟 살이 된 동생은 1년 후를 꿈꾸듯이 눈을 반짝였다.
동생을 멀쩡한 직장에 취직시키는 게 그의 꿈이었다. 부모가 있는 번듯한 가정의 남자와 사귀다 결혼을 하고 평범한 가족을 꾸리게 한다. 어릴 때 집에 남자 손님이 있으면 남매는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런 밤에는 집 앞 공원에서 동생과 둘이 시간을 때웠다. 동생은 외등 아래에서 날아오는 벌레를 잡기도 하고 쫓아다니기도 하고 땅에 금을 긋기도 하면서 놀았다. 예쁜 눈으로 별을 바라보고 그네를 타고 노래를 불렀다. 기쁜 일이 있으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고 어이없는 일이 있으면 발을 동동 구르며 투덜댔다. 어머니 대신 동생을 키우면서 스에오는 동생이 어머니처럼 남자를 상대하는 모습만은 보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마음 깊이 새겼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어머니와 단둘이 두지 않았고 어머니가 하는 일 때문에 민망한 상황을 당하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고 나쁜 친구들에게서 떼어놓고 공부를 가르쳤다.
스에오는 지금 쓰바사의 집 벽에 기대어 앉아 내가 지금까지 해온 노력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134~145p

한번은 아버지가 머리를 묶어준 적이 있다. 익숙지 않은 일을 하는 두꺼운 손과 아버지의 집중한 눈빛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미키의 남편에게는 그런 정이 없다. 폭력은 없었지만 대화도 없었다. 남편은 가족의 존재를 무시하고 살았다. 그저 직장에 나가고 퇴근해서 오면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본다. 알아서 술을 꺼내 마신 뒤 빈 병을 부엌에 내버려 두고 잔다. 미키는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장을 보고 집에 오면 빨래를 걷고 밥을 차리고 빨래를 해서 널고 설거지를 하고 마지막으로 목욕을 하고 욕실을 청소하고 나와 빨래를 갰다. 겨우 잠을 자려고 보면 테이블에는 남편이 두고 간 컵과 접시가 있다.
남편이 미키를 챙기는 일은 없었다. 미키가 열이 나서 누워 있어도 이불 위로 넘어서 가버렸다.
‘저 사람 눈에는 내가 안 보이는 걸까?’
-196p

왜 생트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냐고? 그건 그 공장을 아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말하려면 나의 한심한 모습을 모조리 공개해야만 한다. 몸을 가르고 ‘자, 보세요’ 하고 절개한 내장을 보여주는 거다. 사람들은 매우 흥미로워할 것이다. 하지만 난 그걸로 끝이다. 숨이 끊기고 쓰러져도 내 생사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저 구경거리가 된 내장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만 보겠지. 그리고 다 보고 나면 잡담을 나누면서 떠날 것이다.
지금 이 고성능 번역기 같은 여성에게 내 몸을 가르고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 까닭은, 이 고성능 번역기는 용건이 끝나면 내 몸을 아래에서 위까지 빈틈없이 지퍼로 닫아줄 것 같기 때문이다.
난 회사에서 잘릴 것이다. 그래도 이 여성은 처음 만났을 때와 완벽하게 똑같이, 멸시도 연민도 동정조차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은 공장에서 잘린 일을 낙심하지 않는다. 이렇게 여름 저녁노을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됐으니까.
-235p

─ 죽은 여자들에 대해 제대로 보도해.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흘렀다.
노기를 띤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 그딴 여자들은 쓰레기야. 동물 이하라고. 마음 내키는 대로 몸을 굴리고 언제 애가 생겼는지도 모르지. 애를 지울 돈도 없고 머리도 안 돌아가. 어쩔 수 없이 낳고 난 다음에는 죽어라 괴롭히며 키우지. 차라리 실종이라도 되면 좋겠다, 사고로 죽으면 보상금이라도 타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그것들이 애를 만드는 건 나라에서 주는 돈이 욕심나기 때문이야. 그래서 애가 죽어도 알리지 않고 돈을 계속 받는 거야. 당신들이 그런 일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며? 밝고 열심히 일하는 엄마라며? 나쁜 건 사회지 여자가 아니라며? 그럼 있는 그대로 보도하란 말이야!
스튜디오가 얼어붙었다.
─ 이제 돈 따윈 필요 없어, 죽은 여자에 대해서 제대로 보도하면 돈은 없어도 돼. 여자도 풀어주지.
남자가 그렇게 말을 끝마쳤을 때, 스튜디오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손끝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정적만이 흐르는 화면은 마치 정지 화면 같았다.
이윽고 아나운서의 딱딱한 목소리가 나왔다.
“동영상을 촬영한 분입니까?”
인터컴으로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고 있는지, 아나운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귀에 찬 이어폰을 손가락으로 더욱더 깊숙이 누르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초조함으로 요동치는 눈을 힘주어 뜨고 강단 있는 말투로 멘트를 계속했다.
“여성은 무사합니까?”
그 말에 남자가 소리 없이 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사실 걱정 안 하잖아?
-271p

“어머니가 아이들을 학대한 건 아닙니다. 적어도 본인에겐 그럴 의도가 없었어요. 하지만 당시 그녀는, 이를테면 돈을 받고 여자아이를 남자 무릎 위에 앉히는 행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딸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딸이 남자 무릎에 앉는 걸 싫어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어요. 열 살짜리 아이에게 자유의사란 있는 듯하면서도 없죠. 엄마가 해야 한다고 하면 싫어도 그 말을 따라요. 부모는 그걸 보고 싫어하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해석해요. 그 어머니한테는 자식들의 환경을 생각할 만한 지혜가 없었던 거예요.”
-377p

빈민가 출신 범죄자 vs 명문대 출신 엘리트 청년
성매매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은 누구인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의 어느 날, 미간을 관통당한 채 발견된 두 구의 시체.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성매매에 몸담고 있으며 어린 자녀를 방임, 학대한 미혼모로 밝혀진다.
한편 프리랜서 기자 기베 미치코는 한 식품기업의 악성 클레임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블랙컨슈머가 3년 동안 도시락에 이물질이 들어간 사진을 보내며 입막음의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공장에 ‘세 번째 피해자를 내기 싫으면 돈을 준비하라’라는 협박문과 함께 신원불명 여성의 나체 사진과 체모 몇 가닥이 도착한다. 체모가 얼마 전 살해당한 성매매 여성의 것으로 밝혀지자 수사본부는 성매매 여성 연쇄살인사건과 식품기업 공갈협박사건 사이의 연결점을 토대로 수사를 시작하는 한편 언론, 특히 방송사는 피해자의 직업과 아동학대 사실을 숨긴 채 그들의 사연을 미담으로 포장해 보도에 열을 올린다. 그런데 방송 도중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자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죽은 여자들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라, 그렇게만 한다면 돈 따위는 필요 없다.’ 마치 검거를 각오한 듯 곳곳에 심어둔 단서와 영문을 알 수 없는 전화까지, 정말로 돈을 받아낼 목적이라면 어째서 이렇게 허술한 걸까? 이 협박범의 진의는 대체 무엇일까?
피해자의 주변 조사를 거듭하던 미치코는 마침내 ‘요시자와 스에오’와 ‘하세가와 쓰바사’라는 두 청년의 이름에 다다른다. 도쿄 변두리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좀도둑질 및 특수절도를 일삼으며 자라온 범죄자 스에오와, 의사 부모 밑에서 태어나 창창한 앞날을 보장받은 명문대 출신의 건실한 청년 쓰바사. 범인의 정체는 일견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쓰바사의 정체는 도박빚을 갚기 위해 여학생들을 성매매 업소에 팔아넘기는 극악무도한 인간이었다. 반면 미치코는 스에오의 삶의 궤적을 파고들수록, 그 주변인을 찾아가 스에오에 대한 증언을 확보할수록 그가 정말 두 여성의 미간에 총알을 박아 넣은 악인인지 혼란을 느끼는데…….

벗어날 수 없는 빈곤과 폭력, 그 지옥 속에서
아이들은 몸을 팔고 범죄에 가담한다
미치코는 스에오와 여동생 메이 그리고 주변의 여성들이 생존해야 했던 척박하고 잔인한 환경의 진실 속으로 거침없이 나아가면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비인간적이고 노골적인 폭력의 현장의 윤곽을 잡아간다.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간단한 계산도 할 줄 모르는, 안전한 가정과 기본 교육의 부재 속에 방치된 여성들은 자신을 ‘산’ 남자가 ‘돈만 추가로 쥐여주면’ 어린 딸을 남자에게 팔아넘긴다. 그렇게 자란 딸들은 다시 거리로 나가 몸을 팔고, 아비 모를 자식을 낳아 제 아이들을 학대한다. 스에오는 바로 그런 지옥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났다.
사회적, 경제적, 정서적 돌봄에서 소외된 아이들, 폭력에 노출된 채 범죄와 인접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다시 폭력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의 고리. 그러나 스에오는 주어진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타고난 총명함과 성실함을 발휘해 학업에 몰두하는 한편 일곱 살 터울의 여동생의 양육자 역할을 대신하며 어머니의 빚을 갚기 위해 악행과 위법의 경계선에서 줄타기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주변의 선한 어른들은 스에오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스에오는 그 손을 잡으며 여동생만큼은 어머니의 삶을 답습하게 하지 않겠다는 일념하에 고군분투했다. 그의 삶을 알아갈수록 미치코는 물론이거니와 독자 또한 동네 어른들처럼 스에오가 인간성을 버리지 않았길 바라는 연민의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인권이 존재하는, 인간이 인간으로 대접받는 양지의 세계에 닿기 위한 스에오의 몸부림은 남매를 어디로 데려갔던 것일까. 이윽고 미치코는 수사본부가 끝끝내 잡아내지 못했던 사건의 참혹한 진상에 다다른다.

“가난을 연민하는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인가?”
선악 개념으로 단죄할 수 없는 인간의 절박한 동기,
그 끝에 도달한 자가 목도한 충격적 반전
모치즈키 료코는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한 인간의 비극을 생생하고 끈질기게 묘사하면서 사회 안전망 제도의 사각지대를 예리하게 조명한다. 아무리 탈출하려 발버둥 쳐도 더 깊은 수렁으로 가라앉기만 하는 개미지옥. 타고난 재능이 있어도,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어도 끝끝내 정상적인 사회 일원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또 다른 범죄를 낳는 폭력의 굴레는 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처럼 작동한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의 승자는 누구인가. 살아남은 자가 곧 승자라고 볼 수 있는가. 세상은 두 용의자 중 한 사람을 성매매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하고, 미치코는 남은 한 사람을 찾아가 진실을 추궁한다. 그리고 지독한 잔열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결말로 담담히 나아간다.
《출생지, 개미지옥》의 반전은 여타 추리소설처럼 기막힌 트릭으로 독자의 예측을 엇나가는 지적 싸움의 수준을 가뿐히 넘어선다. 방대한 분량에 쌓아 올린 각 인물들의 동기와 가슴 아픈 서사가 맞물려 독자가 인물에게 가지는 일반적인 기대를 배반할 뿐만 아니라 ‘도덕과 정의, 약자에 대한 연민은 인간을 구제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과 함께 엄청난 정서적 충격을 선사한다. 경악스러운 진실을 목도한 미치코의 마지막 ‘선택’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독자의 가슴에 남겨 놓는다.

날카로운 통찰력, 맹렬한 서사,
뛰어난 문학적 성취로 오래도록 기억될 이야기

“뚜렷한 메시지와 탄탄한 이야기로 구성된 사회파 추리소설을 기다렸다면
반드시,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 천감재(옮긴이)

저자 모치즈키 료코는 개인의 힘만으론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폭력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비극의 구체적 현장을, 마치 개미들의 생태를 연구하는 관찰자처럼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묘사한다. 응시할수록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이 들지만 그렇다고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발밑에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 독자에게 눈물을 강요하는 과장된 묘사를 철저히 배제한 채 고통을 재현하는 저자의 역량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탁월한 균형감을 발휘한다. 감정과 판단을 내려놓고 객관적인 관찰자의 태도로 촬영물에 근접하는 모치즈키 료코의 카메라는 그러나 요란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요시자와 남매와 그 주변 여성들의 삶에서 가슴 아픈 장면들을 포착한다. 숨 돌릴 틈 없이 신경을 자극하는 장면의 빠른 전환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한 전개도 없는 이 어둡고 집요한 이야기가 독자의 시선을 마지막까지 묶어둘 수 있는 까닭은 저자가 발휘하는 노련한 이야기꾼으로서의 감각 때문일 것이다. 비슷한 듯 다른 각자의 불행에 놓인 인물들의 입체적이고 복잡한 심리를 치우침 없이 전달하고, 사건보단 사연에 집중하며, 각 인물들의 동기를 탄탄하게 구성하여 한 명 한 명의 드라마를 엮어나가는 솜씨는 자그마한 잔재주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서사와 장면의 힘만으로 독자의 몰입을 강화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이 무섭도록 둔탁한 이야기의 중량감은 불편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출생지, 개미지옥》은 그 모든 진상을 목격한 자의 뇌리에 확실히 자리매김하여 오래도록 대체할 수 없는 작품이 될 것이다.

작가정보

望月 諒子
1959년 에히메현에서 태어났다. 은행 근무를 거쳐 학원을 경영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집필해 여러 신인상에 꾸준히 응모했으나 모두 낙선, 원고를 가지고 상경하여 출판사 문을 직접 두드려 2001년 첫 장편소설 《신의 손》을 전자책으로 발행했다. 《신의 손》은 여성 프리랜서 기자가 사건을 추적하는 ‘기베 미치코’ 시리즈의 막을 올리는 작품으로, 당시 전자책으로는 이례적인 판매량을 기록해 문고판 출간을 이끌어냈다. 이후 기베 미치코가 탐정으로 활약하는 《살인자》, 《저주인형》, 《부엽토》를 발표하며 일본 미스터리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2010년, ‘제14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에 응모한 《대회화전》은 명화를 둘러싼 미술 사기극으로 심사위원 아야쓰지 유키토에게 “비범한 재기와 기개가 담겼다”라는 격찬을 받으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출생지, 개미지옥》은 ‘기베 미치코’ 시리즈 중 다섯 번째로 발표한 작품이다. 태생적 빈곤과 연쇄적인 폭력의 굴레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는 인간의 비극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생생하고 끈질기게 묘사해 독자의 마음에 자상과 같은 여운을 남겼다. 장르의 오락적 추구를 넘어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서사를 압도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걸작인 이 작품은 ‘2022년 게이분도 서점 문고 대상’ 1위를 수상했다.

동서대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부산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과를 졸업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소설 번역의 매력에 눈을 떴다. 재미와 뭉클함이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소개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면서, 전문 번역가로 오롯이 서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도서실 안내》, 《엔드 오브 라이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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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생지, 개미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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