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의 365일
2023년 04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3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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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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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주목한 젊은 작가 유이하의 놀라운 데뷔작 《나와 너의 365일》. 저자가 고등학생 때 쓰기 시작해 대학 시절 완성한 이 작품은 무채병에 걸려 1년밖에 살지 못하는 소년 소야와 그의 옆자리에 앉게 된 전교 1등 소녀 히나의 계약 연애로 시작되는 반전 러브스토리다. 순수한 첫사랑의 달뜬 감정과 비극 앞에 놓인 불안한 청춘을 컬러와 모노로 아름답게 수놓아 “압도적인 반전 로맨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독자는 운명적인 서사와 계절에 따른 에피소드를 촘촘히 쌓아 올린 이 책에 매료되어 결코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를 가슴에 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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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첫문장
마치 눈이 내린 듯했다. 아스팔트 위로 새하얀 벚꽃 잎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었다.
“……비가 와서 벚꽃이 흩날리며 떠내려가는 걸, 뭐라고 하는지 알아?”
“그거, 전에 누가 가르쳐줬는데. 뭐였더라…….”
“사쿠라나가시.”
사쿠라나가시. 들어본 적 있는 말이다.
“아, 맞다.”
나는 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내면서 다시 걸었다. 너는 조금 떨어져서 내 뒤를 따라왔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잎을 떨어뜨리는 비. 멋진 이름이지?”
나는 뒤돌아보며 동의한다는 뜻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 22p
“참 아이러니……야.”
달리는 와중에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지금껏 아무래도 상관없고 당연하게만 여겼던 온갖 색깔에 이제야 눈이 갔다. 통학로에 피어 있는 샛노란 꽃, 길가의 푸릇푸릇한 초목,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던 회색 돌멩이. 오고 가는 사람들이 입은 옷이며 그들의 피부색, 하늘을 둘러싼 파란색까지. 무채병에 걸리기 전보다 그 후의 세상이 훨씬 더 다채롭게 보였다. - 46p
우리는 소중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다른 소중한 것을 잃으면서 살아간다. 지금 내가 너를 선택하고 오랜 친구의 손을 잡지 않은 것처럼. - 72p
공중에 떠오른 꽃들은 피었다가 지고 비처럼 내리다가 재로 변했다. 소리를 내며 피어오른 커다란 꽃은 파란색에서 회색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사라졌다. 내 눈앞에 펼쳐진 하늘은 때때로 흑백사진처럼 보였다.
아마도 저건 빨간색 계열이겠지. 파랗게 빛나다가 붉게 변하기 때문에 내 눈에는 회색으로 보이는 거였다. 군청색 하늘을 수놓은 꽃들은 군데군데 잿빛을 띠고 있어, 언뜻 예쁘지 않다 싶다가도 작년에 봤던 불꽃보다 훨씬 예뻐 보여서 신기했다. - 119~120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연결한 붉은 실은 아무리 세게 묶어도 결국 내가 스스로 그 실을 끊게 된다. 너의 새끼손가락에는 꽉 묶었던 실의 흔적이 생생히 남겠지. 내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니까.
하지만 언젠가 그 흔적은 사라지고 다른 누군가의 실이 네 손가락을 부드럽게 감싸는 날이 올 것이다. 끊어져 땅에 떨어진 우리의 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밟혀 너덜너덜해지고 끝내 형체도 남지 않겠지. - 141~142
너는 해파리가 헤엄치는 수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말투와 달리 내가 한 말을 신경 쓰는 기색은 없었다.
“어떤 점이 좋은데?”
“글쎄……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헤엄치고 있고, 어쩐지 무상하면서도 예쁘잖아.”
“히나랑 닮았네.”
“그래?”
“응.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여기 있는데 없는 것 같아.”
수조 안을 헤엄치는 해파리는 여름에 봤던 불꽃 같았다.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가 떨어져 내리던 빛의 줄기가 촉수와 비슷했다. 그날의 시간이 멈춘 듯했다. - 200~201
‘나는, 소야라고 해. 신도 소야. 넌?’
‘……히나. 다치나미 히나.’
너는 망설이다가 입술을 떼더니 이름을 가르쳐주었다.
‘그렇구나, 히나. 한자로는 어떻게 써?’
‘비단 비(緋) 자에 능금나무 내(奈) 자를 써.’
‘비단 비?’
‘붉은색이라는 뜻도 있어.’
‘아하! 내 이름, 소야의 소는 푸를 창(蒼) 자를 쓰는데.’
‘그렇구나.’
‘굉장해, 빨강과 파랑이잖아!’ - 214p
네가 고개를 들었다. 장난기가 사라져 여느 때처럼 쓸쓸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네가 보는 세상에서 색이 전부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예쁜 모습으로 남고 싶거든.”
처음 듣는 그 말에 나는 입술을 꽉 물었다. 너는 줄곧 그렇게 생각해왔던 걸까. 내 삶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 눈에 또렷이 비치고 싶다고. - 226p
거의 모든 빛깔이 사라진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쓸쓸하지 않았다. 내 앞에서 웃는 너의 표정 하나하나가 흑백사진처럼 내 머릿속에 아로새겨졌다. 어렴풋이 보이는 네 연하늘색 셔츠 원피스가 바람에 나부꼈다. 연하늘색은 며칠 후 내 시야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지게 될 색깔이다.
색깔은 보이지 않아도 나는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마도 너와 둘이서 보는 두 번째 벚꽃일 테니까. - 261p
난 머지않아 하늘이 어떤 빛깔을 띠고 있는지 모르게 될 거야. 나무들이 무슨 색인지도. 사랑하는 사람이 뺨을 발그레 물들이며 수줍게 웃어도 알아보지 못하겠지. 그러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그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을 함께 보고 싶어. 온 세상이 흑백의 지배를 받는 그날까지. - 310p
과거는 돌아오지 않으며 바뀌는 것은 오직 미래뿐이다. 목 끝까지 차오른 슬픔 속에서 어떻게 해도 삼킬 수 없는 짙은 사랑을 그렸다. -유이하(지은이)
이 책이 평범한 연애소설 같다면 꼭 한번 책장을 넘겨보라고 말하고 싶다. 끝까지 읽은 사람만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김지연(옮긴이)
“살아가기를 단념하지 않을래, 네가 있으니”
죽음에 맞서기 위해 견뎌야 한 희망의 무게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소야는 새 학기 첫날 절친 가케루와 들어선 교실에서 머리카락 색이 예쁘다며 다가오는 히나에게 첫눈에 반한다. 열일곱 생일을 맞은 소야에게 찾아온 첫사랑. 무료함으로 가득했던 그의 세상은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하지만 드물게 특별했던 소야의 하루는 하굣길에 발견한 블랙 레터로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만다.
10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발병률 10만분의 1의 병. 시야에서 색채가 하나씩 사라지다 약 1년 후 죽음에 이른다고 알려진 치사율 100%의 병. 바로 그 무채병을 통보하는 죽음의 편지 블랙 레터. 그건 곧 매년 실시하는 색채 감지 검사에서 소야에게 이상 증세가 발견되었다는 뜻이었고, 황급히 달려간 병원에서 의사에게 무채병을 통보받은 소야는 낙망한다.
이미 시야에서 벚꽃색이 사라진 것을 깨달은 소야. 이별을 준비시키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가족과 친구에게 비밀로 하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다음 날, 편지를 주운 히나에게 무채병을 들키고는 불현듯 감정이 격해져 죽음이 두려운 자신을 동정해 남은 1년 동안 사귀어주기라도 할 거냐는 말을 쏟아낸다. 그런데 어째선지 미소를 머금은 히나는 침묵을 지키겠다는, 1년 동안 여자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말과 함께 그에게 입을 맞춘다.
소야는 무채병이라는 눈앞에 들이닥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점점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변해가는 자신과 마주한다. 그럼에도 그는 달력에 가위표로 지나간 날을 지워가며 히나와의 매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떠올린다. 절망적인 상황 속 히나를 통해 간신히 품은 희망에 책임을 다하기로 결심한 소야는 살아가기를 단념하지 않는다. 이런 소야의 모습은 색채가 사라지는 병이라는 독특한 설정 속에서 그 자체로 다채로운 빛을 내며 깊은 울림을 준다.
“마지막까지 너의 눈에 또렷이 비치고 싶어”
누구도 섣불리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의 크기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소야는 전교 1등을 유지하며 특별반에 속해 있던 히나에게 일반반으로 내려온 이유를 묻는다. 그러자 히나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공부 말고 다른 일이 하고 싶어졌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또 소야와 함께한 첫 하굣길에서 벚꽃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소중한 추억이 있어 그렇다고 답한다. 베일에 싸인 히나의 이야기는 계약 연애가 진정한 사랑으로 변모하며 큰 충격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후반부에 히나가 계약 연애를 수락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지며 숨겨진 결말의 반전이 드러난다.
소야가 따분하던 일상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생의 의지를 다잡으려는 소년이라면, 히나는 반대로 타인이 깔아놓은 레일 위를 벗어나 곁길도 걸어보고 싶은 소녀다. 그래서인지 히나가 겪는 모든 새로운 경험은 소야와의 추억으로 완성된다. 대신 히나는 막연한 불안에 사로잡힌 소야의 곁에서 강인함과 배려로 일관하며 영영 놓칠 뻔한 첫사랑을 이루어낸다. 거의 모든 색을 잃은 소야의 눈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질 푸른색 계열의 옷과 물건에만 몰두하는 식이다. 또 소야가 소꿉친구 리카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할 때도 소중한 무언가를 얻으려면 다른 것을 잃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작중 히나가 보여주는 담담하고 단단한 사랑은 독자의 무의식 안에 가장 무르고 연약한 부분을 건드린다. 잊고 있던 향기를 맡은 것처럼 깊고 아렴풋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뭔가를 바꿀 힘 같은 건 갖고 있지 않지만 서로가 있어 당연한 내일을 꿈꿀 수 있다는 히나의 진심은 눈물겨운 에필로그를 절정으로 치닫게 만든다. 독자는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히나가 지녔던 사랑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색을 잃을수록 빛을 발하는 n/365일의 기록
보고 있지만 보지 못했던 삶과 사랑, 우정 이야기
1일에서 365일, 봄에서 그다음 봄, 벚꽃에서 물빛, 그리고 사랑의 시작에서 끝. 이 책은 우리가 된 소년과 소녀, 그들이 남긴 n/365일의 기록이다. 휘거나 왜곡되지 않고 철저히 순리대로 흘러가는 1년의 매 순간이 거칠게 담아둔 캠코더 영상처럼 편집 없이 그대로 재생된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미지근한 봄바람이 스며들 듯 소야와 히나의 n일을 함께하며 머무를 수 있다. 그들의 약속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숨죽이고 지켜보게 된다.
소야의 시야에서 색채가 하나씩 자취를 감출 때마다 그의 세계는 찬란하게 빛난다. 소설이지만 시각적으로 눈에 그려지는 저자만의 고유한 색감 묘사로 여러 빛깔이 자아내는 황홀감과 흑백의 아련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소야와 히나의 이름에 들어 있는 파랑과 빨강이란 색은 잊을 만하면 나타나 감정의 파동을 증폭시킨다. 소야가 점점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히나의 슬픈 눈가를 응시하거나 순간순간 생명을 잃는 불꽃놀이, 수조에서 헤엄치는 회색빛 해파리를 바라볼 때도 그러하다.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을 키워가다 저무는 과정이 섬세한 색채로 표현되어 한 편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이 갑자기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내일이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늘 예상치 못한 순간 직면하는 이별 앞에서 후회 없는 나날을 보내는 것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 서사, 오지 않을 미래를 간절히 소망한 연애, 그리고 점을 이어 그림을 완성하듯 말끔하게 회수되는 복선. 우리가 눈에 보임에도 보지 못했던 일상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 《나와 너의 365일》은 두 사람의 바람대로 봄이면 현현하는 잔상으로 남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작가정보
유한한 시간과 불확실한 미래의 아름다운 승화를 꿈꾸는 일본의 젊은 작가. 대학 시절 쓴 《나와 너의 365일》이 2018년 ‘퓨어풀 소설대상’ 최종 후보작에 선정되며 소설가로 데뷔, 로맨스 장르에서 흡입력 있는 전개와 독보적인 감성이 응집된 견고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동 세대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공감을 받고 있다.
《나와 너의 365일》은 시야에서 색채가 하나씩 사라지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무채병에 걸린 소년과 새 학기 첫날 소년의 옆자리에 앉게 된 전교 1등 소녀의 반전 러브스토리로, 365일 시한부 계약 연애의 풋풋하고 아련한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내 독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출간 당시 아마존 ‘포플러문고 퓨어풀 시리즈’ 3위를 기록한 이 작품은 최근 틱톡 ‘#책소개 문고 페어’에 소개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저자의 또 다른 작품으로는 《나는 작별의 끝에서 너를 기다린다僕は、さよならの先で君を待つ》, 《붉은 실 그 끝에서紅い?のその先で、》, 《이 러브레터가 너에게 닿기까지このラブレタ?が、君の所に?くまで》, 《굿바이 노틸러스 마지막 사랑과 돌고 도는 여름さよならノ?チラス 最後の?と、巡る夏》이 있다.
경북대학교에서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일본 기업에서 수년간 통역과 번역 업무를 담당하다가 일본 문학이 지닌 재미와 감동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일본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사람이 되었다. 옮긴 책으로는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삶이 버거운 당신에게 달리기를 권합니다》, 《정시 퇴근하겠습니다》, 《소설 쓰는 소설》, 《나는 앞으로도 살아간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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