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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신

문학동네시인선 190
김개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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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4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3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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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9.72MB)
ISBN 978895469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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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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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생의 아픔들을 감각적 이미지와 위트로 시화하는 시인 김개미.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문학동네시인선91)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은 그의 네번째 시집 『작은 신』이 문학동네시인선 190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와 반시』에 시를, 『창비어린이』에 동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개미 시인은 지치지 않는 창작력으로 『어이없는 놈』 『레고 나라의 여왕』 『커다란 빵 생각』 등 여러 동시집을 펴내기도 했으며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권태응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동시를 쓸 때의 김개미와 시를 쓸 때의 김개미는 근본적으로 같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순수하고 천진하게 현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눈.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은/ 내 생각이 아니죠”(「파랑의 감각」)의 말처럼 사회적 정의나 편견을 지우고 있는 그대로, 자신만의 시선으로 투명하게 세계를 응시하는 눈. 그러나 동시가 아닌 ‘시’를 쓸 때는 그의 시선이 외부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삶을 통해 겪어내야만 하는, 시인 자신을 포함한 인간 개개인의 삶에 어쩔 수 없이 산재하고 있는 내면의 고통을 향한다는 점만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시인의 말

1부 화장실은 몰라도 해당화는 있어야지
민들레/ 들판의 트레일러/ 파랑의 감각/ 나의 천사/ 눈 오는 날의 신/ 울면서 콜라를 먹으면서/ 수국이 창문을 들이받으므로/ 결국 수정액도 페인트 아니겠어?/ 인형이 아니라서 더/ 당신보다 당신 고양이/ 몬스터 B/ 그 집에 동물이 남았습니다/ 몬스터 일기 1/ 몬스터 일기 2/ 뱀파이어의 인간성

2부 모래 옆에 모래 모래 옆에 모래
3시의 고양이/ 災의 아리아/ 모래의 형식/ 달맞이꽃 피는 개울에/ 버드나무 그림자가 떨리는 손으로 미친듯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저 방/ 스물다섯 살이지만 어린이 병원에 입원했어요/ 조용한 여름/ 유령의 시/ 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밤/ 라보카행 오토바이/ 아스팔트 위의 지렁이

3부 사랑 고백이 그렇게 시시한 거였나
작은 동물의 방문/ 틈새 일기/ 허수아비/ 숲속엔 저녁이 없어요/ 간절기/ 보파와 브레이크타임/ 나이지리아에서 왔어요/ 제임스, 나도 영어를 배워볼까요?/ 카카의 기차역/ 그는 그로 이루어진 게 아니었나/ 작고도 큰 나의 아이야/ 명동/ 너와 나와 네 아들과/ 빌라라는 세계/ 雪人

4부 슬픔은 걱정보다 잔잔해서
나는 여기 없어/ 초대하지 않은 애인/ 벽돌 속 인간/ 금요일 밤의 정체/ 로키/ 화정동/ 귀뚜라미를 묵상하는 밤/ 다리 밑의 눈/ 파란 빈백이 있는 집/ 업혀 가는 아이/ 아버지 제사/ 이제 무엇으로 울어요?/ 찔레꽃

해설| 기적의 유일한 조건 | 임지훈(문학평론가)

아이에게 주려고 사두었던 빨간 불자동차가
사람들을 홍해처럼 가르며 달려오네요
저 자동차에는
주름 하나 없는 순백의 옷을 입은
신이 타고 있을 거예요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_「災의 아리아」에서

희망이란 하늘에 떠가는 비행기 같은 거예요
나를 구할 모든 것을 갖췄지만
나를 보지 못해요
_「숲속엔 저녁이 없어요」에서

사과 알만한 별이
머리 위에서 빛나지만
그게 다야
내가 가진 건 뜯어먹고 싶을 만큼 탐스러운
밤하늘뿐이라고
_「초대하지 않은 애인」에서

하늘은 일어나서 보는 것보다
엎드려 보는 것이 좋습니다
_「그 집에 동물이 남았습니다」에서

힘들 땐 신이 필요하지만
신이 필요한 사람은
극한까지는 가지 않은 사람
극한까지 간 사람은
신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순한 아기는 천사 같고 요정 같아서 사랑받기 좋지만
여기선 먹성이 좋은 아기가 돼야 해요
_「스물다섯 살이지만 어린이 병원에 입원했어요」에서

당신이 말하지 않은 말까지 이해해요
당신이 저지르지 않은 짓까지 용서해요
내 머리에 신의 부스러기가 뿌려져 있어요
_「버드나무 그림자가 떨리는 손으로 미친듯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에서

착하고도 못된 나의 아이야
네가 침대에 누워 이마를 찡그리며 떠들고
발을 흔들며 웃으면
종일 나를 따라다니던 일인용 폭풍이
깊은 잠에 빠진단다
_「작고도 큰 나의 아이야」에서

강한 사람은 없다는 것
별일 없는 사람만 있을 뿐이라는 것
_「유령의 시」에서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다. 그러나 그 고통을 언어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개미는 그것을 자신만의 시적 스펙트럼으로 언어화해내고, 우리는 그의 작업으로 고통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감각, 재인식하게 된다. 이 세계를 충분한 시간 동안 살아온 독자라면 임지훈 평론가의 “고통에 천착하는 일은 무의미하거나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길이 아니라, 생을 살아내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필연적인 대가”이며, “고통만이 우리가 살아 있음을 입증하는 진정한 생의 언어”(해설에서)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구태여 우리를 힘겹게 하는 고통들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 『작은 신』에 수록된 55편의 시는 그 일의 유의미함을 여지없이 설득해낸다. 시를 통해 우리의 아픔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일이 그저 유의미할 뿐 아니라 (문자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나아가 즐거운 일이 되게 하는 것은 김개미 시인이 만들어내는 작은 기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들판에 살면 어떨까 생각하곤 해. 독초와 뱀과 바위가 많았으면 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던 곳도 좋아. 그런 곳일수록 진귀한 풀과 나무와 꽃이 가득하니까.
_「들판의 트레일러」에서

김개미 시의 특징은 어떤 명랑함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서운 곳에서도 나는 낙천적일 거예요”(「버드나무 그림자가 떨리는 손으로 미친듯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라는 문장은 그의 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자기 목숨을 가지고도 농담을 했다/ 죽고 싶지 않지만/ 죽음에 대한 농담은 통쾌하니까”(「수국이 창문을 들이받으므로」)라는 그의 말처럼, 우리 삶의 고통을 대하는 그의 시어들은 우리에게 어떤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의 시를 통하면 우리는 비극 속에서도 나지막이 미소를 짓게 된다. 물론 그 미소는 오롯한 즐거움에서 나오는 미소만은 아닐 것이다. 화자에게 다정하지 않았던, 화자를 사랑했는지도 분명치 않은 아버지에 대해 “어쩌다 며칠 아버지가 집을 비우면 집이 춥게 느껴졌는데, 그게 사랑이라면 사랑이겠죠”라고 말하는 「아버지 제사」의 표현을 빌려 ‘그게 웃음이라면 웃음이겠죠’라고 말해보면 어떨까? 극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가 어느 순간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리곤 하는 것은, 그가 스스로를 순간적으로나마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 목숨을 가지고 하는 농담’처럼, 김개미가 ‘자기 고통을 가지고 하는 농담’이 유머로서 성립할 수 있는 조건은 바로 그 거리감이다. 잠시나마 비극이나 고통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나왔을 때, 오로지 캄캄한 벽처럼 느껴졌던 그것들은 다양한 색채와 모양으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그것은 시인 김개미가 지닌 낙천성의 근원이며, 동시에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자신을 잡아 가둔 몬스터에게 “저렇게 약한 게 무슨 몬스터야.(…)// 저렇게 피곤한 게/ 무슨 몬스터야”라고, “내 두려움의 도움 없이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몬스터도 될 수 없어”(「몬스터 B」)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렇게 발화함으로써 발생/강화되는 것도 바로 시인의 낙천성인 것이다.
이 시집의 마지막을 닫는 시는 「찔레꽃」인데, “세상 어딘가에 머리통만한 장미꽃이 있다고 해도/ 죽기 전에는 이 꽃이 생각날 거야”가 전문인 이 짧은 시는 김개미 시인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찔레꽃은 가시덤불을 이루는 꽃이다. 찔레꽃을 본다는 것은 온몸에 가시를 찔러넣는 찔레꽃처럼 거추장스럽거나 고통스러운 경험을 감수한다는 뜻이며 김개미 시인은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그러한 것들이 떠오를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그가 「들판의 트레일러」에서 말한 ‘들판’에서의 삶이며, 어쩌면 진정한 삶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혼자라서 길을 잃었을까요
길을 잃어서 혼자라는 걸 알았을까요

나무 그림자에 기겁을 하고
나무 그림자에 숨어요
_「숲속엔 저녁이 없어요」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 시집의 제목에도 들어가 있는 ‘신’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제목에서처럼 『작은 신』에는 ‘신’이라는 존재가 꽤나 자주 등장한다. 신은 때로 눈을 보고 즐거워하는 아이이기도 하고(「눈 오는 날」), 동물이기도 하고(「그 집에 동물이 남았습니다」), 외계인이기도 하고(「울면서 콜라를 먹으면서」), 빨간 불자동차를 타고 오는 어떤 존재이기도 하고(「災의 아리아」), 머리에 떨어진 부스러기이기도 하고(「버드나무 그림자가 떨리는 손으로 미친 듯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시를 쓰며 만나는 설인이기도 하며(「雪人」), 존재하지 않는 존재이기도 하다(「스물다섯 살이지만 어린이 병원에 입원했어요」). 이 시들에서 말하는 신은 무엇일까? 그것을 한 단어로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은 다양한 모습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의미도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시들에 등장하는 신들이 형상화된 어떤 믿음들이라고 가정해본다면, 그것을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신은 반드시 신일 필요도 없다. 시인 또한 “누군지도 모르는 신에게 기도하는 것보다, 아는 귀신에게 부탁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화정동」)거나, “외로운 자의 갈망이 싶고 크고 높으면/ 신이든 사탄이든 무엇이든 만나게 된다”(「雪人」)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시들 속의 신은 “나무 그림자에 기겁을 하고/ 나무 그림자에 숨”는 「숲속엔 저녁이 없어요」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는 우리를 두렵게도 하고, 우리에게 숨을 곳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또한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기도 하고, 우리에게 고통을 버틸 수 있도록 해주는 무언가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신은 우리가 두려워하고, 의지하고, 믿고, 믿지 않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여보자면 시인 김개미의 ‘작은 신’은 많은 경우 아마 시가 아닐까 싶다. “시를 쓰다 잤다/ 시를 쓰다 깼다”(「雪人」)는 그의 말처럼, 그에게 고통을 주며 동시에 세계와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해주는 존재로서의 신 말이다. 그러나 그게 단지 시인에게만일까? 시는, 적어도 김개미의 시는 우리에게도 바로 그러한 존재가 되어줄 것이다.


◎ 김개미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작은 신』은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에 이어 문학동네에서 내는 작가님의 두번째 시집이죠. 이번 시집을 내는 소회, 또는 선생님의 근황이 (괜히) 궁금합니다.
시집이 봄에 나오는 걸 알고 있어 그런지 봄이 되니 당황스러워요. 제가 열 명이 있는 것 같아요. 혈관에 혈액 대신 탄산수가 흐르는 느낌이랄까요. 긴장되고 불안하고 설레고 공허하고 기대되고…… 긁을 수 없는 어딘가가 가렵고 간지럽고 따끔거리고 그래요. 그런 나를 피해 서성거리다 그런 나를 마주치며 지내요. 세상에는 시집 한 권 나오는 일이 너무도 사소한 일이지만, 시를 쓰는 저한테는 엄청난 일이에요. 이 기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다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다 해요. 도대체 뭐가 나지? 마음을 정돈하고 다음 시집을 준비해야 해, 라고 생각하지만 집중을 못하고 있어요.

Q2. 작가님은 동시도 활발히 쓰고 계신데요, 동시와 시(왠지 쓰고 나니 이상한 표현 같네요)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저는 일인칭 화자를 많이 사용해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쓰는 게 편한데요. 이 ‘누군가’가 차이를 결정짓는 것 같아요. 우선 동시는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써요. 이 친구는 저의 말을 잘 들어주기 때문에 저는 무엇도 될 수 있어요. 마음껏 천진해져서 끝없이 상상하며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돼요. 반면 시는 저와 똑같은 쌍둥이에게 털어놓듯 써요. 이 자매는 저의 한계를 저와 똑같이 갖고 있어요. 그래서 논리나 근거를 기반으로 한 사실의 진실이 아니라 감정의 진솔함만 가지고 다가가면 돼요. 무기 없음을 무기로, 무엇도 될 수 없는 나에 대해 말해요.

Q3. 제목부터 그렇지만 이번 시집에는 ‘신’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신’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라고 질문드리려다가 그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도록 하고…… (웃음) 다른 질문들 드리겠습니다. 작가님은 무엇을 믿으시나요?
시집 제목을 정한 순간부터 걱정했어요. ‘신’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듣게 되리라는. 지금 이 질문을 받고 보니 전략을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말하지 않음으로 답변해야겠다는. 창작하는 모든 분들이 그렇듯 시를 쓰며 살 때 가장 힘든 건 시를 쓰지 못할 때예요. 책을 여러 권 내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걸 다 어떻게 썼나 모르겠어요. 시를 쓰는 그 순간 말고 다른 때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요. 그런 이유로 저의 시를 위한 종교는 ‘잠재력’이에요. 언젠가 쓸 수 있다는 믿음. 한 편도 쓰지 못하고 여러 달을 보낼 때 그걸 믿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믿어야 한다는 세뇌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정말로 믿는 것 같아요. 아웃사이더인 제가 가진 게 있다면 낙천성이 전부인데, 그게 믿음의 원천인 것 같아요. 살아 있으니까요. 살아 있으면 변하고 변하면 결국 쓰게 되지 않을까요? 영원한 게 하나도 없어서 다행이에요. 모든 창작물은 유한의 결과니까요.

Q4. 이 시집에서 특히 아끼거나, 첨언을 하시고 싶은 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파랑의 감각」이 각별해요. 그림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간혹 전시회에 가면 어떤 그림 앞에서는 울기도 해요. 집에 돌아와 생각하고 생각하며 아름다움의 여운을 붙잡고 있어요. 어쩌다 파랑의 매혹에 빠지게 되었는데, 화가들의 파랑을 유심히 보았어요. 사람들이 입은 옷이나 가구, 간판, 건물, 바위, 하늘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 파랑을 찾아 즐겁게 바라보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의 행복을 기록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파랑의 감각」을 썼는데, 쓰고 보니 꽤 마음에 들었어요. 내가 이렇게 밝고 긍정적으로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안도감을 가졌어요. 참, 지금은 초록에 빠져 있어요. 이걸 좋아하면 결국 저것도 좋아하게 되나봐요.

5. 끝으로 이 시집을 읽을 독자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알록달록한 계절에 『작은 신』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시집을 계절에 한 번 정도 구입하는데요, 침대 옆이나 식탁 근처에 쌓아두고 한 권씩 읽고, 읽고 난 시집은 책꽂이에 꽂아요. 밥 먹을 때도 읽지만 주로 자기 전이나 아침 일찍 일어나 침대에 누워서 읽는 걸 좋아해요. 미지의 시인이 자신의 이야기로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시를 발견할 때가 즐거워요. 『작은 신』도 그런 구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치킨과 키친을 섞어 쓰며 바쁘게 이 계절을 보내더라도 종종 탄성이 나오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간 내서 읽어주세요, 라고 말씀드리진 못하겠고요. 시간 나면 읽어주세요. 저의 『작은 신』!

작가정보

저자(글) 김개미

2005년 『시와 반시』에 시를, 2010년 『창비어린이』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앵무새 재우기』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악마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가』가 있다.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권태응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매일 아침
절벽 아래 떨어진
참혹한 인간을 발견한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
제로의 인간
내 얼굴을 한 물거품의 인간
기다림은 그의 전문이 아니지만
그가 할 일은 그것뿐이다

2023년 3월
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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