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차일드
2016년 05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05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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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소설
블러드 차일드 / 후기
저녁과 아침과 밤 / 후기
가까운 친척 / 후기
말과 소리 / 후기
넘어감 / 후기
특사 / 후기
마사의 책 / 후기
에세이
긍정적인 집착 / 후기
푸로르 스크리벤디 / 후기
트가토이가 첫 번째 유충을 찾아냈다. 통통했고, 로마스의 피로 안팎이 시뻘겠다. 안팎으로 말이다. 알껍데기는 이미 먹어치웠지만 아직 숙주를 먹기 시작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 단계의 유충은 제 어미만 아니면 어떤 살이든 먹었다. 내버려두었다면 유충은 로마스에게 고통을 주면서 의식을 유지시키는 독을 계속 분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먹기 시작했으리라. (…) 트가토이는 로마스의 끔찍한 신음 소리를 무시한 채 온몸을 비트는 유충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어 바라보았다.
-[블러드차일드]에서(p.32-33)
그는 지도를 펴고, 라이의 손을 다시 잡더니 어느 지점에 그녀의 집게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는 그녀를 건드리고, 자신을 건드리더니 바닥을 가리켰다. ‘우리는 여기에 있다’라는 뜻이었다. 그는 라이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라이도 말해주고 싶었지만, 서글프게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라이는 읽고 쓰는 능력을 잃었다. 그것이 라이의 가장 심각한 손상이자, 가장 고통스러운 손상이었다.
-[저녁과 아침과 밤]에서(p.141)
그녀는 반바지와 홀터톱만 입고 있었다. 커뮤니티들은 그녀가 벌거벗고 있는 쪽을 더 좋아했고, 오랜 감금 기간 동안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내 벌거벗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녀는 감금된 포로가 아니었고, 최소한 기본적인 옷은 입어야겠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고용주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 그녀가 옷을 입을 권리를 거부하는 외주 계약자들에게는 그녀를 빌려주지 않았다. 외주 계약자는 즉시 그녀를 감싸고 위쪽으로, 수많은 자신들 안으로 끌어 올렸다. 다양한 조작체를 이용해서 끌어 올리다가 나중에는 이끼처럼 보이는 부분으로 단단히 감싸쥐었다.
-[특사]에서(p.173)
“당신이 겪어본 어떤 경험과도 비슷하지 않아요. 아프지도 않고, 끈적거리지도 않고, 어떤 식으로든 혐오스럽지도 않다는 점만은 말할 수 있어요. 감싸이는 행위에서 촉발되는 유일한 문제는 폐소공포증예요. 여러분 중 누구든 폐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지금쯤 탈락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들에게 특효약이란 말이죠?” 루네가 말하더니 웃었다. 노아도 마주 웃었다.
-[특사]에서(p.215-216)
“크면 작가가 되고 싶어요.” 내가 말했다. “그러니? 흠, 그거 좋구나. 하지만 직업도 구해야 할 거야.” “글을 쓰는 게 제 직업이 될 거예요.” “글은 언제든 쓸 수 있어. 좋은 취미지. 하지만 밥벌이도 해야지.” “작가로 벌죠.” “바보 같은 생각 말아라.” “진심이에요.” “얘야…… 검둥이는 작가가 될 수 없어.” “왜요?” “그냥 안 돼.” “아니에요, 될 수 있어요!” (…) 이모는 어른이었다. 나보다 많이 알았다. 이모가 옳다면 어떻게 하지?
-[긍정적인 집착]에서(p.264-265)
<b>SF 마니아들이 23년 동안 기다려온 전설적 작품,
드디어, 한국 정식 출간!</b>
국내 SF 마니아들로부터 정식 출간에 대한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작품집. 백인 남성 작가 일변도였던 SF계에서, 흑인 여성으로서 당당히 살아남은 ‘그랜드 데임Grand Dame’ 옥타비아 버틀러가 남긴 유일한 작품집이다.
1984년 네뷸러상, 1985년 휴고상 동시에 수상작인 [블러드차일드]를 비롯, 1984년 휴고상 수상작 [말과 소리], 1988년 사이언스픽션크로니클 선정 최고의 소설 [저녁과 아침과 밤] 등 대표작을 모두 수록했다. 자전적 작가론이 담긴 에세이 두 편 또한 최초로 소개된다. 여기에 각 단편과 에세이의 말미에는 작가가 직접 남긴 ‘후기’가 딸려 있어서 작품의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의미와 가치를 더한다.
출판사 서평
<b>SF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은 ‘그랜드 데임Grand Dame’ : 옥타비아 버틀러</b>
옥타비아 버틀러는 SF의 프레임을 전복시킨 작가다. SF는 인간의 상상력을 아무 제약 없이 펼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어야 하는데도, 마치 백인 남성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된 채 성별과 인종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뽐냈다. 하지만 옥타비아 버틀러는 그 장벽을 딛고 올라가 우뚝 섰다. 1976년에 첫 작품 《패턴마스터》를 발표한 이래, 문학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거머쥐며 자신만의 독보적 위치를 확립한 것이다. ‘흑인 여성’이라는 태생적 약점은 오히려 강점이 되었다. 인종 문제를 기반으로 하는 다수의 작품에는 어떤 백인 작가도 감히 알지 못하던 세계가 담겼고, 작가 자신이 여성이자 페미니스트였기에 젠더 문제를 작품 속에 완벽하게 녹여냈다. 버틀러는 2006년 돌연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SF계의 ‘그랜드 데임’이라 불리며 칭송받고 있다.
<b>마니아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충격과 전율로 가득한 작품집!</b>
《블러드차일드》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전설적 단편과 에세이가 수록된, 유일한 작품집이다. 소설로는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석권한 동명의 표제작 [블러드차일드]를 비롯, [저녁과 아침과 밤][말과 소리] 등 총 일곱 편이 수록되었다. 20여 년 전, 이 가운데 단 한 편이 국내에 소개됐을 뿐(절판본은 마니아 사이에서 몇 배의 가격으로 거래되며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집이 정식으로 출간되는 것은 최초이다.
버틀러는 외계 생명체 번식을 위해 몸속에서 알을 키우는 숙주가 되는 남성을 상상하거나([블러드차일드]), 근친의 문제에 주목하기도 하고([가까운 친척]), 언어가 사라져가는 황폐한 세상에서도 여전히 대상화될 뿐인 여성을 그려내기도 하며([말과 소리]), 억압에 길들어버린 인간을 드러내기도 한다([넘어감][특사]). 작가는 다양한 상상의 범주를 선보이지만 인종, 젠더, 그리고 거기에 얽힌 권력이라는 근원적 문제의식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는 것만은 한결같다. 흑인 여성, 즉 20세기 중엽 사회에서 절대적 약자로 살아가며 마주한 세상은 충격적 상상력이라는 날개를 달고 환상의 내러티브를 완성해낸다.
그러나 버틀러의 작품을 기계적으로 인종과 젠더 문제의 틀에 맞춰 판단할 필요는 없다. 우주에 관한 책을 즐겨 읽었을 만큼, 버틀러는 지구 바깥의 세계, 그 거대한 미지를 향한 동경을 잊지 않았다. 옥타비아 버틀러를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한 서울SF아카이브의 박상준 대표는 함께 출간되는 장편소설 《킨》의 ‘작가 해설’을 통해 “소녀 시절 그가 우주를 동경했을 마음은 흑인 여성이라는 자각보다 더 크고 순수했을 것이다. 더 열린 마음으로 그의 작품을 읽는 것, 그게 버틀러에 대한 적절한 예의”라고 귀띔했다.
<b>어느 독보적 작가의 성장 과정을 담은, 아름다운 앤솔러지!</b>
옥타비아 버틀러는 생전에 유독 인터뷰를 많이 한 작가다. 독자와 언론은 버틀러의 작품에 대해, 버틀러의 삶에 대해 거듭 물었다. 문학계에서 독보적 위상을 지닌 작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후에도 끝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큼, 어느 작품도 가볍게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버틀러의 한 작품이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품인지,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블러드차일드》의 작품 하나하나마다 딸려 있는 ‘작가 후기’를 놓치지 마시길(일례로 버틀러는 수많은 사람들이 ‘노예 이야기’라고 생각한 [블러드차일드]가 사실은 전혀 다른 의도로 집필한 작품임을 밝혀두었다).
《블러드차일드》에는 단편뿐만 아니라 두 편의 에세이까지 수록되어 가치를 더한다. 여기에는 차별과 고난을 딛고 선 한 작가의 내밀한 고백이 담겨 있다. 특히 버틀러는 첫 소설을 출간하기까지 온갖 직업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지망생 시절의 열망을 ‘긍정적인 집착’이라는 한 단어에 집약했는데, 이는 작가 지망생을 위한 지침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Butler는 1947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서 구두닦이 아버지와 가정부 어머니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일찍이 아버지를 잃어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데다 난독증에도 시달렸지만 책과 이야기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 창작을 즐기던 버틀러는 열 살에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으며, 성인이 된 이후에는 여러 대학과 워크숍을 거치며 글쓰기를 향한 열망을 키웠다. 1976년 첫 작품 《패턴마스터》를 출간하며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고, 이후로도 《내 마음의 마음》《야생종》《진흙방주》《새벽》《성인식》 등을 선보이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버틀러는 이제껏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SF계에서 문학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둔 흑인 여성 작가라는, 독특하면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한다. 아울러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역사, 판타지, 과학을 융합한 ‘아프로퓨처리즘’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한편, 페미니스트로서 인종과 젠더 문제를 작품에 완벽하게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SF계의 ‘그랜드 데임’으로 추앙받아온 옥타비아 버틀러는 2006년 2월,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58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역자 이수현은 인류학을 공부했으며, 작가 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빼앗긴 자들》을 비롯한 ‘헤인 연대기’와 《기프트》 등 어슐러 르 귄의 다수 작품, 로저 젤라즈니의 《고독한 시월의 밤》, 조지 R. R. 마틴의 《피버 드림》《왕좌의 게임》, 이외에도 《체체파리의 비법》《살인해드립니다》, ‘샌드맨’ 시리즈,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 시리즈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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