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
2023년 04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4월 17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6.61MB)
- ISBN 9788954699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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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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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순간,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은지도 미스터리다. 타인의 문제를 해결해주며 외면하려고 해도 자꾸만 다가오는 선택의 순간. 두 사람 사이를 오가는, 오컬트보다도 더 불가사의한 ‘나’의 감정은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박현주의 『나의 오컬트한 일상』이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다. 『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는 ‘나의 오컬트한 일상’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오컬트이고, 미스터리고, 로맨스인 이야기다. 주인공인 ‘나’는 여전히 오컬트 칼럼을 잡지에 실으며 눈앞에 닥쳐온 초과학적인 사건들을 해결한다. 문 닫힌 코인 세탁소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여자, 미래의 남편을 보여주는 거울, 생의 마지막에 가까워질 무렵 나타난 전생의 연인, 영화감독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 떨리는 방망이, 복수를 위한 저주 인형과 연달아 발생하는 불길한 사고들…… 각각 다른 주제를 다루는 연작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이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미스터리가 서로 다른 사건을 한 줄기로 연결한다.
1장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 (Beautiful Dreamer) - 021
2장 구름 뒤 은빛 햇살을 찾아 (Looking for the Silver Lining) - 111
3장 거울 속의 남자 (Man in the Mirror) - 223
4장 물 위의 꽃잎 (Flower on the Water) - 305
에필로그 - 441
작가 후기 - 457
참고 문헌 - 465
“우리 정희 언니에게 붙은 망령 좀 떼어줘. 전생의 연인인지 뭔지.”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선생님, 저는 정말 그런 능력도 없고요. 알아볼 수도 없…… 뭐라고요? 전생의 연인?”
“그래, 전생의 연인. 정확히는 전생에 사랑하던 사이라고 그런다니까.” (본문 36쪽)
장 감독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연정 따위 그게 뭐라고. 죽어서 안타까운 건 그것보다 훨씬 많아. 삶에서 놓치고 만 건.”
장 감독은 머리를 쳐들고 눈을 감았다. 모자가 떨어지고 은색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이 세상을 떠나려 하면, 이 차가운 바람이 차라리 더 아쉬운 법이야.” (본문 218쪽)
“재인 씨가 원래 남의 얘기를 잘 듣는 편입니다.”
성현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나는 훅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아무도 성현의 말에도, 나의 이상한 태도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아, 재인 씨가 정말 그래요. 남의 얘기 잘 들어주시고. 남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신비스러운 이야기도 잘 풀어주시고.” (본문 258쪽)
“아무래도 의도적으로 그런 거죠? 어떡해요. 우리를 누가 어떻게 하려고. 아까 이동화가 넘어진 것도 우연 아니죠? 다른 사람 죽은 것도 설마…….”
소진의 목소리에는 점차 공포가 깔렸다. 나의 쓸데없는 동정심이 이번에도 서서히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동정은 그 사람이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따라서 일어나는 감정만은 아니다.
우연일 리는 없었다. 저주 혹은 복수. 누가 의도를 가지고 그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럭셔리 투어는 그들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 미끼였다. (본문 390쪽)
“재인 씨는 선택해야 할 거예요. 두 가지 선택지 중에. 두 사람 중에.”
귀가 화끈거렸다. 나는 늘 관찰하는 사람이 동시에 관찰당하는 사실을 잊고 만다. 내가 윤정을 보았다면, 윤정도 나를 보았을 것이었다. 나와 헌을, 나와 성현을.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었다.
윤정이 군산에서 어디까지 보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곧 빨래방 문이 닫혔다. (본문 455쪽)
● 일상 속 인연은 미스터리를 부른다.
“재인 씨가 오컬트 탐정이라며. 점이나 온갖 신비한 일 조사 전문가라고 그러던데.”
‘나’는 전작인 『나의 오컬트한 일상』 속에서 많은 인연을 만났다. 취재를 위해 돌아다니며, 비현실적인 사건을 해결해주며 만난 사람들은 주인공의 세계를 넓힌다.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끼리 아는 사이기도 하고, 친구 모임에 초대되어 다른 사람을 소개받기도 하고, 새로이 알게 된 사람에게서 새로운 취재 기회를 얻어내기도 한다.
오컬트 탐정이자 오컬트 전문가로 주변인 사이에서 알음알음 유명해진 ‘나’. 주인공은 뛰어난 추리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석적인 의미의 탐정도, 추리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주된 목표는 아닌 하드보일드 탐정도 아니지만, 여전히 탐정 역할을 도맡아 움직이는 사람이다. “여전히 호기심이 많고, 오지랖이 넓고, 다정하게 용감”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새로운 관계, 새로이 알게 된 마음들의 불가사의를 무례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면서도 파헤쳐나가고, 기어이 진상을 확인해내고야 만다. 자신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인지하면서도 그렇게 움직이는 것을 그만두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나’는 탐정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그렇지만 ‘나’는 결국 오컬트 탐정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 홀로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나갈 수 없다. 그렇기에 주인공의 곁에는 탐정이거나 조수, 혹은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할 여지가 남아 있는 사람들, 안성현과 이헌이 존재한다. 이들 역시 이전의 이야기에서부터 이어진 인연이다.
●가장 불가사의한 것은 역시, 사람의 마음
‘나의 오컬트한 일상’ 시리즈의 대주제는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가’이다.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각자의 마음을 동기로 삼아 행동하고, 상대방의 마음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도 불가사의함을 느낀다. 모두가 자신의 앞에 놓인 선택지를 헤아리며 갈등하고, 점성술, 저주 등의 오컬트 습속에 의존하기도 한다. 『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만의 주제는 ‘떠나려는 여자들과 그들을 돕는 여자들’이지만, 그조차도 결국 동기는 마음이다. 떠나고서야 깨닫게 되는 마음, 떠나보낸 뒤에도 미련이 남아 떠돌아다니도록 하는 마음. 각자의 마음이 교차하는 곳에서 ‘나’의 손에 들어오는 사건, 일상 속의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여전히 탐정이 아니지만 탐정의 역할을 담당하는 ‘나’에게도 마음의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선택지다. 이전의 이야기에서 도재인과 깊은 관계가 되었던 남자들, 성현과 헌. 존재감이 뚜렷한 두 사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음 역시 ‘나’의 손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수수께끼다. 그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던 ‘나’에게, 타로의 점괘는 선택을 종용한다.
‘나’의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야기가 담아내지 못하는 시간동안 계속될 것이다. 타인의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관측하던 주인공은 역설적으로 자신의 마음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많이 나오는 물, 반사체의 이미지처럼, 갈팡질팡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은 결국 향방을 알 수 없는 ‘나’의 마음에 비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정보
번역가,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장르 소설 서평가, 드라마 평론가, 그리고 소설가.
문학과 텍스트 해석에 관심이 높은 그는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강의하는 한편으로 지속적으로 번역을 하고 있으며, 수많은 매체에서 다양한 종류의 서평과 칼럼을 쓰는 등 활동 범위를 점점 넓히고 있다. 주로 번역가로, 그 밖에 칼럼니스트와 서평가로 알려진 그는 이제까지 쌓아온 경험과 다채로운 관심사를 집약한 연작 미스터리 ‘나의 오컬트한 일상’ 시리즈를 시작으로 소설가로서 새로운 발걸음을 차근차근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제드 러벤펠드의 『살인의 해석』, 페터 회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존 르카레의 『영원한 친구』,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 켄 브루언의 『런던 대로』, 찰스 부코스키의 『여자들』, 조 힐의 『뿔』,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도로시 L. 세이어즈의 『시체는 누구?』, 마거릿 밀러의 『엿듣는 벽』등이 있다. 소설 데뷔작 『나의 오컬트한 일상』외에 지은 책으로 장편 『서칭 포 허니맨』. 에세이집 『로맨스 약국』,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가 있다.
물고기자리, B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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