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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

염상섭 지음
지만지한국문학

2023년 03월 20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3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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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59.84MB)
ISBN 9791128869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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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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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조선일보에 연재된 염상섭의 장편 소설. 전승주 교수가 그간의 각종 판본을 대조해 오류를 수정하고 정본을 확립했다.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한 지식인 가정 삼대의 모순을 통해 묘사한 사실주의의 대표작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작품이지만 제대로 읽어본 이는 많지 않고, 완전히 이해한 사람은 더욱 드물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00년 전의 식민지 경성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서울은 말도, 사람도, 지리도, 문화도, 모든 것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100년 전의 경성과 그곳에 살았던 덕기와 병화와 경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김희경 박사의 방대한 곁텍스트와 김종욱 교수의 해설을 더한 완전판 ≪삼대≫이다. 연재 시 게재되었던 안석주 화백의 삽화를 함께 수록했다.
지만지 ≪삼대≫ 길라잡이

〈삼대〉
두 친구
홍경애
이튿날
하숙집
너만 괴로우냐
새 누이동생
추억
제일 충돌
제이 충돌
제삼 충돌
재회
봉욕
새 번민
순진? 야심
외투
밀담
편지
바깥애
김의경
가는 이
활동
답장
전보

입원
새 출발
상점
진창
취조
부모
고식
소문
용의자의 떼
젊은이 망령
피 묻은 입술
석방

〈≪삼대≫ 깊이 읽기〉
작품 이해의 첫걸음을 디딘다
염상섭은 이런 작가다
서사는 얽히고 등장인물은 갈등한다
동정자 조덕기를 설명한다
식민지 경성의 지도를 따라간다
식민지 조선 사회가 바뀐다
텍스트 너머의 이야기를 깊이 읽는다
주요 연구자들은 ≪삼대≫를 이렇게 연구했다
염상섭 연보
삽화가 석영 안석주

〈해설과 판본 해설〉
해설 : 거짓말하는 인간 혹은 삶의 진실
판본 해설 : 원본 비평을 통해 본 ≪삼대≫ 정본

주석 모음

덕기는 안마루에서 내일 가지고 갈 새 금침을 아범을 시켜서 꾸리게 하고 축대 위에 섰으려니까, 사랑에서 조부가 뒷짐을 지고 들어오며 덕기를 보고,
“얘, 누가 찾아왔나 보다. 그 누구냐? 대가리 꼴 하고… 친구를 잘 사괴야 하는 거야. 친구라고 찾아온다는 것이 왜 모두 그따위뿐이냐”
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못마땅하다는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아범이 꾸리는 이불로 시선을 돌리며 놀란 듯이
“얘, 얘, 그게 뭬냐? 그게 무슨 이불이냐”
하며 가서 만져 보다가,
“당치 않은! 삼동주 이불이 다 뭐냐? 주속(紬屬)이란 내 낫세나 되어야 몸에 걸치는 거야. 가외(可畏) 저런 것을 공부하는 애가 외국으로 끌고 나가서 더럽혀 버릴 테란 말이냐? 사람이 지각머리가….”
하며 부엌 속에 쪽치고 섰는 손주며느리를 쏘아본다.
덕기는 조부의 꾸지람이 다른 데로 옮아간 틈을 타서 사랑으로 빠져나왔다.
머리가 덥수룩하고 꼴이 말이 아니라는 조부의 말눈치로 보아서 김병화가 온 것이 짐작되었다.
“야- 그러지 않아도 저녁 먹고 내가 가려 하였었네.”
덕기는 이틀 만에 만나는 이 친구를 더욱이 내일이면 작별하고 말 터이니만치 반갑게 맞았다.
“자네 같은 부르주아가 내게까지! 자네가 작별하러 다닐 데는 적어도 조선은행 총재나….”
병화는 부옇게 먼지가 앉은 외투 주머니에 두 손을 찌
른 채 딱 버티고 서서, 이렇게 비꼬는 수작을 하고서는 껄껄 웃어 버린다.
“만나는 족족 그렇게도 짓궂이 한마디씩 비꼬아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겠나? 그 성미를 좀 버리게.”
덕기는 병화에게 ‘부르주아, 부르주아’ 하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먹을 게 있는 것은 다행하다고 속으로 생각지 않는 게 아니나 시대가 시대이니만치 그런 소리가-더구나 비꼬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9∼11쪽

조 의관에게는 평생의 오입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을사조약 전 한참 통에 그때 돈 이만 냥, 지금 돈으로 사백 원을 내놓고 사십여 세에 옥관자를 붙인 것이니 차함은 차함이로되 오늘날의 조 의관이란 택호(宅號)가 아주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요, 또 하나는 육 년 전에 상배하고 수원집을 들여앉힌 것이니 돈은 여간 이만 냥으로 언론이 아니나 그 대신 귀순이를 낳고 또 여든다섯에 죽을 때는 열다섯 먹은 아들을 두게 될지 모르는 터인즉 그다지 비싼 오입이 아니나, 맨 나중으로 하는 오입이 이번 이 대동보소를 맡은 것인데 이번에는 좀 단단히 걸려서 이만 냥의 열 곱 이십만 냥이나 쓴 것이다. 그것도 어엿이 자기 집 자기 종파의 족보를 꾸민다면야 설혹 지금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덮어놓고 오입이라고 하여서는 말이 아니요 인사가 아니겠지만 상훈이로 보아서는 대동보소라는 것부터 굳이 반대는 안 한다 하여도 그리 긴할 것이 없는데 게다가 ×× 씨의 족보에 한몫 비집고 끼려고-덤붙이가 되려고 사천 원 템이나 생돈을 내놓는다는 것은 적어도 오입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돈 주고 양반을 사!’-이것이 상훈이에게는 일종의 굴욕이었다.
213∼215쪽

“그것만 한숨에 켠다면 내 십 원 한 장만 ‘포티’를 주지.”
경애의 옆에 앉았는 손은 고뿌 술을 먹이지 못해서 애를 쓴다.
“십 원? 그럼 먹지!”
경애의 이런 목소리가 나자 그 상에서는 잠잠하여졌다. 상훈이가 힐끈 돌려다 보니 경애는 유리컵을 입에다 대고 턱을 차차차차 쳐들어 간다. 컵의 노랑 물은 반이나 기울어져 들어간다. 병화도 돌려다 보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상훈이에게 눈을 준다. 상훈이는 얼굴이 검어지며 고개를 떨어뜨리고 앉았다.
한 컵이 그뜩한 것은 아니나 한숨에 쭉 마시고 나니까 옹위를 하고 앉았던 일본 손들은,
“에라이 에라이(용하다, 용하다)!”
하고 또 한 번 환성이 일어났다. 경애는 얼굴이 발개지며 생글생글 웃기만 하고 맥이 빠진 듯이 앉았다가 안주로 담배를 붙인다.
“아이 상, 그런 화풀이 술을 먹으면 안 되어요.”
이편에서 병화가 일본말로 소리를 쳤으나 경애는 못 들은 척하고 한눈을 팔고 있다.
병화는 머쓱해서 다시 바로 앉으며 술잔을 들다가,
“어서 잡숫지요.”
하고 상훈이에게 말을 걸었으나 상훈이는 손에 든 담뱃불만 들여다보고 무슨 생각에 팔려 앉았다.
화풀이 술을 먹지 말라는 병화의 말이 상훈이에게는 또 무심코 들리지 않았다. 암만해도 자기네들의 내용을 알고 비꼬는 것 같았다. 그는 고사하고 대관절 경애가 왜 저렇게 술을 먹는 것인가? 나 때문에 그야말로 화풀이 술을 먹는 것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돈 십 원에…’
하는 생각을 하니 상훈이는 앞이 캄캄한 것 같았다.
그러나 정말 화풀이 술이라면 고마웠다. 너는 너요 나는 나라는 길에 지나가는 사람같이 생각하면야 저럴 리가 없을 것이라고 상훈이는 도리어 고마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미심쩍은 것은 병화와 둘의 사이가 퍽 가까운 모양인 것이다. 말을 걸어도 못 들은 척하는 것은 자기 때문일 것이다-고 생각하였다.
311∼314쪽

이렇게 말하면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라’고 설교가 나올 걸세마는 빵이 너무 많으면 체증이 생기는 경우를 생각해 보게. 귀한 집 자식이 꽤 까다롭고 트집이 많고 물리기를 잘하는 법이지만 나중에는 생명까지 물리고 시들해진 것일세. ‘제이타쿠, 제이타쿠’ 하니 이런 ‘제이타쿠’가 어디 있겠나. 만일 사람에게는 빵만이 아니라면 봉건적 유폐의 마지막 희생이라고나 볼 것일세. 오는 시대의 여성은 결코 결혼을 잘못했다거나 실연을 했다고 자살하지 않네. 제 갈 길을 뚫어 나갈 것일세. 거듭 말하거니와 사람은 빵만이 아니라 하지만 빵이 없을 때 사람은 대담하여지네, 용감하여지네. 지금의 중산 계급더러 몰락하라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나 자연지세로 몰락하는 날 그들은 생활난으로 자살할지는 몰라도 그런 ‘제이타쿠’한 조건이나 생각으로 자살하지도 않을 것이요, 또 그때에는 봉건적 유물도 불살라 버리게 될 것일세. 위선 결혼 문제로 보더라도 없는 집 자식은 비교적 자유로운 결혼을 하지 않나. 부모가 넉넉할수록 지체를 보고 재산을 보고 더 심하면 정책 결혼을 하는 게 아닌가? 귀족과 부호가 결혼하거나 부호끼리 돈으로 결탁하는 결혼일수록에 봉건적 유풍은 더 지키는 법이 아닌가? 서울 동상전(東床廛)의 사모관대나 활옷이나 장독교나 하는 전세기의 고물이 지방으로 많이 팔려 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양반 계급은 관념으로 ‘봉건’을 지키고 있게 되는 한편에 전일의 상민-상민 계급-은 그 형식으로 봉건을 지키자는 것일세. 그리함으로써 양반 행세하게 되네마는 그들은 조만간 몰락하네. 그리고 장독교도 팔아 버리게 되고 사모관대도 뜯어서 걸레를 할 것일세. 그리하여 결혼은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자유로워질 것이니 그때에는 성의 문제로 자살은 안 할 것이나 그 대신에 굶어 죽을 것일세. 굶어서 죽지 않는 사람은 뒤처져 남을 것일세. 간단명료하지 않은가! 하하….
666∼667쪽

오리지널의 오리지널, “완전 복원 원고”
≪삼대≫를 읽은 사람은 많지만 진짜 ≪삼대≫를 읽은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진짜 ≪삼대≫가 이제야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동안 우리 문학 독자들은 작가의 원 의도에서 멀어진 틀리거나 모자란 텍스트를 읽어 왔다. 그러던 것이 해방이 되면서 젊은 주인공들이 그리던 사회주의 색채가 대폭 축소되는 방향으로 개작이 된다. 반공주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염상섭은 ≪삼대≫ 연재가 끝나자마자 검열 당국에 출판허가를 신청하지만 거절당한다. 해방 후 반공 이데올로기가 더욱 강화되면서 원전 그대로의 단행본 출간은 더욱 요원해졌다. 그는 검열을 통과하기 위해 내용을 대폭 수정해 단행본을 출간한다. 그러면서 당시 사회를 비판하던 내용은 순화되고 가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 개작이 비록 염상섭 본인에 의해 이루어지긴 했으나 이를 원본으로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작품의 미비한 점을 보충한다는 의미보다는 분단으로 인한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그간 개작 과정을 연구하고 여러 판본들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필요를 느껴 왔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에 전승주 교수가 신문 연재본을 원전으로 삼아 정본을 확정했다. 정본 확정은 연구자들에게는 작품 분석을 위한 기초가 되므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무엇보다 독자에게는 오류 없는 작가의 오리지널 원고를 만날 수 있게 하므로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전승주 교수는 초판본인 신문 연재본을 기본으로 한 책 3종과 개작된 단행본을 기본으로 한 책 3종을 비교해 총 5000여 곳의 서로 다른 점을 찾아냈다. 이 5000군데의 차이는 개작으로 인한 변화도 있지만 출간 과정에서 일어난 상당한 오자와 오식 등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 오류들에는 염상섭이 다음날 정정기사를 통해 바로잡겠다고 직접 밝힌 것을 정정하지 않은 것도 꽤 있다. 예를 들면 “그것은 너무나 ‘극단’이오”에서 ‘극단’을 ‘독단’으로 정정한다고 했는데 이후 출간된 모든 판본이 이를 고치지 않은 채 ‘극단’으로 표기하고 있다. 또 “더구나 자네 ‘아버니’께서는”의 ‘아버니’를 ‘아버지’, 심지어는 ‘어머니’로 바꾸어 놓은 경우도 있다. ‘아버니’는 ‘아버지’라는 뜻의 그 시대 말이다. 이전의 책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오류들을 모두 바로잡은 완전 복원 원고가 전승주 교수의 정본이다.
그동안 ≪삼대≫를 읽어 온 독자들은 완전하지 않은 텍스트를 진짜로 알고 있었다. 이제 진짜 ≪삼대≫를 만나야 한다. ‘지만지 ≪삼대≫’는 전승주 교수가 이룩한 정본으로 출간한 책이므로 진짜 ≪삼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회화로 보는 문학
≪삼대≫는 1931년 1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 9개월 동안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다. 신문 연재소설이 대부분 그렇듯 ≪삼대≫에도 삽화가 함께 실렸다. 삽화가는 석영 안석주다. 안석주는 당시 신문 연재소설의 삽화를 도맡아 그렸던 화가이자, ≪백조≫ 동인으로 활동한 작가이자, ‘토월회’에서 활동한 연극배우이자, 한국 최초의 발성 영화 <심청전>을 연출한 영화감독이기도 했다. 이 다재다능한 이력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하면, 그가 그린 ≪삼대≫의 삽화가 소설가의 시각, 화가의 시각, 배우의 시각, 영화감독의 시각을 고루 갖출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삼대≫의 삽화는 안석주가 해석한 소설의 이미지로서, 혹은 연극으로서, 혹은 영화로서의 또 다른 ≪삼대≫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회화로서의 가치는 가히 ≪삼대≫의 문학성에 버금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염상섭의 ≪삼대≫를 읽은 사람은 많지만 안석주의 ≪삼대≫를 읽은 사람은 당시 신문 독자들 외에는 없다. 90여 년의 세월을 지나 안석주의 ≪삼대≫가 ‘지만지 ≪삼대≫’를 통해 회화로, 무대 위 연극으로, 영화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지만지 ≪삼대≫’의 표지화를 그린 류장복 화백은 안석주의 삽화를 보고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류화백은 그의 단순 조명의 명암 대비, 잉크의 두께가 느껴지는 획의 활기, 속도감 있는 필촉, 드로잉의 거친 흔적들에서 보이는 회화성에 감탄하며 그 모든 것이 영화적이라고 말한다.

“171 컷의 삽화를 연속해서 보면 무성영화처럼 흐름이 잡힌다. 영상 언어로 번역된 것 같은 장면이 줄곧 반복된다. 드라마틱한 영화의 미장센을 방불케 하는 역동적인 구도는 ≪삼대≫의 삽화를 관통하고 있다.









위 삽화에서 안석주는 마치 영화를 찍듯이 돌담길에 등장인물을 밀어 넣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기라도 한 것처럼 장면을 연출했다. 줌인과 줌아웃의 구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프레임의 그물망을 던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처럼 안석주의 회화는 지극히 영화적이고 삽화의 앵글들은 영화 컷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1931년에 그려진 이 삽화들은 또한 당시의 문화와 생활상에 대한 훌륭한 고증 자료이기도 하다. 인물의 의복과 스타일, 그들을 둘러싼 사물들, 그리고 풍경과 장소들은 소설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초판본의 이 삽화들은 독자로 하여금 소설을 동영상으로 즐길 수 있는 효과를 줄 것이다.
‘지만지 ≪삼대≫’에는 총 171개의 삽화가 수록되었다. 삽화는 당시 신문의 낮은 해상도와 세월의 흔적 탓에 거칠다. 당시 느낌을 살리고자 보정을 최소화했다.

1920년대 경성의 로망
≪삼대≫의 무대가 된 1920년대의 경성은 2020년의 서울이 아니다. 독자들이 경성을 서울로 생각하고 작품을 읽는 착각을 바로잡기 위해 ≪삼대≫를 시간적, 공간적으로 설명하는 텍스트가 필요하다. 그것이 ‘지만지 ≪삼대≫’가 착안한 “곁텍스트”다.
고전 작품들과 현대 독자들 사이에는 시공간과 문화의 넓고 깊은 골이 생긴다. 흔히 고전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여기서 기인한다. 한국 고전 출판의 관행인 간략한 문학적 해설만으로는 이 골을 메울 수가 없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지만지 ≪삼대≫’에 수록된 “곁텍스트”다.

‘지만지 ≪삼대≫’에 수록된 곁텍스트, ‘선은 광장’

≪삼대≫는 식민지로 전락한 1920년대 경성 시민들의 삶의 풍경과 기억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당시 엄청난 변화 속에 내던져진 경성 시민들의 일상과 감정이 붓으로 그린 듯이 선명하게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삼대≫를 한국 리얼리즘 소설의 대표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삼대≫의 리얼리즘적 진면목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지만지 ≪삼대≫’는 소설 출판의 관행을 깨고 파격적으로 풍부한 문헌적 자료와 이미지 자료를 더했다. 작품에도, 작품 뒤에 수록된 곁텍스트에도 자료들을 과감히 배치했다.
≪삼대≫ 전문 연구자인 김희경 박사가 작성한 255쪽에 달하는 곁텍스트는 ≪삼대≫ 이해에 디딤돌이 될 것이다. 오직 ‘지만지 ≪삼대≫’에서만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작품 설명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미지 자료들이다. 이 이미지들은 ≪삼대≫에 나오는 사물과 공간과 생활에 관한 것들이다. 이야말로 ≪삼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공간적 자료다. 수십여 편의 이미지는 90년 전 식민지 수도 경성의 풍경과 생활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작품의 대목들 저마다에 이미지 자료들을 겹쳐 읽다 보면 독자들은 그 시절 경성의 풍경과 문화지리지를 손에 잡을 듯이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청계천을 중심으로 조선인은 빈한한 북촌, 일본인은 부유한 남촌에 모여 살게 되는데, 그 속에서 살아간 ≪삼대≫ 인물들의 행적을 세밀하게 재현하기 위해 1920년대 경성의 지도를 수록했다. ‘지만지 ≪삼대≫’에는 16개의 경성 부분 지도가 실려 있고 지도 위에는 정치적 지리적 공간 지표를 표시했다.
2020년의 광화문은 남산을 바라보지만 1920년대 경성의 광화문은 안국동을 바라본다. 일제가 조선총독부 청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광화문이 청사 앞을 가린다는 이유로 동문인 건춘문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비롯해 ‘지만지 ≪삼대≫’의 곁텍스트에 들어 있는 많은 시간적, 공간적 증거 자료들은 1920년대 경성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똑바로 알게 한다. 독자들은 그 시절로 타임 리프해 경성의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지만지 ≪삼대≫’ 곁텍스트는 독자들을 1920년대 경성의 로망 속으로 데려가는 타임머신이다.
문학평론가 김종욱 교수(서울대)는 이 책 곁텍스트에 대해 이렇게 의미를 부여한다. “‘지만지 ≪삼대≫’ 는 90년 전의 경성과 그 안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정밀하게 복원했다. 이로써 우리 민족의 엄혹했던 지난 세월과 삶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한국문학의 힘을 더욱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박영률 지만지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지만지 ≪삼대≫’는 “지난 90년의 세월을 통과하면서 잃어버린 우리 문학의 가독성을 회복하게 할 것이다. 아울러 스마트폰 세대인 21세기의 젊은 세대로 하여금 문학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역할을 이 책에 실린 곁텍스트가 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염상섭

염상섭은 1897년 서울 종로구 필운동에서 태어난다. 중인 계층의 서울 토박이라는 계층적 특징은 염상섭 문학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그의 소설에서는 풍부한 서울말의 흔적과 근대적 삶에 대한 예민한 현실 감각을 찾아볼 수 있다. 관립 사범 학교를 중퇴하고 보성학교 중학 과정을 수학하던 중 1912년 염상섭은 일본 유학을 떠난다. 일본군 육군 중위였던 맏형의 도움으로 교토(京都)부립 제2중학을 마치고 이후 게이오의숙대학(慶應義塾大學) 예과 1학기를 다니다 자퇴한다. 그러던 중 조선에서 발생한 3·1 운동의 소식을 듣게 되고, 이에 3월 19일 오사카 덴노지(天王寺) 공원에서 단독적으로 독립 선언을 주재했으나 거사 직전 검거된다. 약 3개월간의 수감 후에는 요코하마의 복음(福音)인쇄소에 취직해 직공 노릇을 한다. 이 시기 경험한 양가적 경험, 즉 ‘근대 그 자체로서의 일본(문학)에 대한 의식’과 ‘제국 일본과 식민지 조선의 문제’는 이후 염상섭 문학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구체화된다.
1920년 1월 ≪동아일보≫ 기자로 임명된 염상섭은 귀국해서 정경부 기자로서 활동하다 1920년 7월 사직한다. 염상섭은 ≪폐허≫ 창간호 동인으로 활동하는 한편, 1920년 하반기부터 1921년 봄까지 오산학교에서 교직 생활에 몸담기도 한다.
1921년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하고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1924년 ≪시대일보≫에 발표된 ≪만세전≫은 염상섭 문학의 전환점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러한 문학적 성취는 1926년에서 1928년 사이에 이뤄진 두 번째 일본 유학과 결부되어 보다 심화된 문제의식으로 나아간다. 일본 유학 중에도 염상섭은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으며 일본인과 조선인이라는 민족적 정체성의 문제(혈통, 혼혈)를 밀도 있게 다룬다.
1928년 2월 귀국해서 ≪이심≫, ≪광분≫ 등을 연재하는 것에 이어 마침내 1931년 ≪삼대≫를 발표한다. 1920∼1930년대 발표된 염상섭의 작품들은 식민지 근대의 문제를 탐구하며, 식민지 조선의 정치·경제·사회·문화·사상에 관한 사유를 전개하고 있다. 역사와 사회·현실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며 이를 깊이 있는 문제의식으로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얼리즘적 성격을 나타낸다. ≪삼대≫ 이후 염상섭은 ≪백구≫, ≪모란꽃 필 때≫, ≪불연속선≫ 등의 장편 소설을 발표하지만, 이들 작품은 앞선 시기의 작품들에 비해 통속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1930년대 중반 염상섭은 돌연 만주행을 선택한다. 진학문의 권유로 ≪만선일보≫의 편집국장으로 근무하며, 1939년 만주 안동 대동항 건설 사업 선전에 종사한다. 이 기간 중 염상섭은 장편 소설 ≪개동≫을 집필하고, 안수길·박영준 등의 창작집 ≪싹트는 대지≫와 안수길의 창작집 ≪북원(北原)≫ 등의 서문을 쓴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창작 활동을 보이지 않는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기까지 약 10여 년의 기간 동안 그는 일종의 ‘문학적 단절’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해방된 서울로 돌아온 염상섭은 <해방의 아들>을 발표하며 다시금 문학 활동을 이어 가고, ≪경향신문≫ 창간 당시 편집국장으로 근무하기도 한다. 해방의 감격과 함께 곧이어 마주하게 된 ‘해방 이후’ 식민지의 모순, 미소 분할과 신탁 통치, 남북 분단 등의 혼란한 사회 현실의 모습을 <엉덩이에 남은 발자국>, <삼팔선>, ≪효풍≫ 등의 작품을 통해 세밀하게 그려 낸다.
1950년 6월 25일 한국 전쟁이 발발하지만 염상섭은 피난을 떠나지 못한다. 9·28 서울 수복, 10·25 중공군 개입, 1951년 1·4 후퇴의 혼란 속에서, 염상섭은 윤백남, 이무영 등과 함께 해군에 입대해 1951년부터 1953년까지 부산과 서울 정훈감실에서 해군 소령으로 복무한 뒤, 1954년 5월 임시 중령으로 전역한다. 전쟁의 발발과 폐허가 된 전후(戰後)의 현실 등과 같은 역사적 비극 앞에서, 염상섭의 소설은 일상적 삶의 감각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1950년대 중후반 이후 발표되는 일련의 후기 작품들은 주로 남녀 연애담에 기반한 결혼과 가족의 문제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염상섭은 1963년 3월 14일 서울 성북동에서 타계한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의 삶은 서울에서 마무리된다. ‘작가’ 염상섭이 남긴 빛나는 작품들은 여전히 여기에 남아 있다. 염상섭은 평생에 걸쳐 작품 창작에 임하고, 소설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붙들었던 작가였다. 그가 보여 주는 치열한 소설 쓰기의 모습은 시대를 헤쳐 나가는 염상섭이라는 한 개인의 역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거대한 물줄기로서 정립되어 가는 한국 문학사 그 자체의 역사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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