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함께하는 초보 수영일기

음파부터 마스터즈 대회 출전까지

보르조이기획 지음

작가와 2023년 04월 09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수영에 푹 빠져 있을 당시 나는 건강해서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었고 오히려 지나친 연습으로 근골격 계에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이른바 전국구가 되거나 뛰어난 기록으로 이름을 날리기에는 선천적 한계가 명확했다. 넘어설 수 없는 벽은 항상 있는 법이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집착적으로 매달렸을까?
더운 물로 몸을 데우는 샤워실의 수증기, 눈에 기분좋게 밀착되는 수경의 감각, 눈꼬리를 올려붙이도록 타이트하게 쓴 수모, 찬 물에 점프해서 들어가는 소름돋는 느낌, 더운 숨을 뿜으면서 숨쉬던 기억, 물을 어루만지면서 손과 팔에 전해지는 감각, 대회 스타트대에 섰을 때 미친듯이 뛰는 심장... 모든 감각적이고 직접적인 경험들이 순간순간 특별하고 내가 살아있음을 선명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수영은 나에게 특별한 정체성을 주었다. 수영은 물 속에서 하는 것이어서 육상 운동과는 많은 차 이가 있는데, 그래서 육상 운동이나 구기 운동을 잘 못했던 나에게도 ‘운동을 제법 하는 나’라는 새로운캐 릭터를 부여해 주었다. 평소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도, 물 속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 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수영에서 얻은 자신감은 ‘평소의 나’에게도 영향을 미쳐 삶 전체가 긍정적으로 개 선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 나는 수영을 하고 있지 않고, 만성적인 운동부족에 시달리면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수영은 이미 내 세계관을 비가역적으로 바꾸었고, 삶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언젠가 다시 수영을 하게 될 거라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그 때, 물은 또다시 내 삶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 로 이끌어 줄 것이다.

목차

발차기 연습
첫 자유형
킥보드 없는 자유형
평영 킥
신기록 세운 날
팔꺾기
접영 발차기
...
전국마스터즈 수영대회
엘리트 훈련 참가

책 속으로

동네 수영장에서 물 속에 얼굴을 넣고 숨을 내뿜어 보는 훈련을 시작으로 만 5년 이상을 거의 매일 수영 연습을 하면서 살았다. 사람 만나는 것을 어려워 했던 내가 수영 동호회를 스스로 찾아서 모임을 빠지지 않고 나가고, 국가대표급 코치를 찾아 하루 2시간을 운전해 다니기도 하고,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 을 만나 알게 되고, 서로 격려해주고 때로는 인정받기도 하면서, 2, 3년차 이후부터는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고 운이 좋으면 입상도 했다.
틈만 나면 동영상과 자료를 찾아보고, 저녁에 수영장에 가면 어떤 동작을 어떻게 연습해야 할까 고민 했 다. 명절 연휴에도 시내에 문을 여는 수영장을 조사해서 두시간 이상 수영을 했었다. 유튜브 최근 선수 영 상은 모조리 다 봐서 70년대 이전 영상까지 찾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장이 아니라 자면서도 발차기 를 연습하느라 다리를 벽에 부딪혀서 깨기도 했다. 염소 냄새가 항상 몸에 배어 있었던 것 같다. 피부는 건조하고 코 안은 싸했다.
그렇게 수영은 내 30대 초 중반을 말그대로 먹어버렸다. 그 시기에는 다른 기억이 거의 없다. 수영장, 대 회, 연습, 훈련, 기록...그런 단어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내 삶에서 그정도로 치열하게 뭔가에 몰입해 본 적은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운동을 해 볼까, 한다면 뭘 해 볼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추천해 주고 싶다. 노년에도 부담없이 할 수 있고, 이렇다 할 장비가 필요없어 저렴하며, 익사사고 등에서 생존확률을 올려줄 뿐 아니라, 물놀이의 수 준과 질이 달라진다. 그리고 팀 구성이 필요 없이 간편하게 연습할 수 있고, 경기의 승패나 결과에 구애받 지 않고 스스로에게 집중해 볼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보르조이기획

무용한 것을 좋아하는 탐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