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괴담
2022년 12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1월 0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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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5879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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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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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러 소설 작가다. 나는 꽤 오랜 기간 괴담을 수집해왔기에 종종 자신이 겪은 괴이한 일을 들려준다며 그 해석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이번에 나는 다섯 명의 사람에게서 기이한 체험담을 듣는다. 일곱 살 때 시골집에 보내져 일곱 밤을 집안에 갇힌 채로 보내면서 겪어야 했던 이상한 체험, 남의 불행을 예고하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와 담임교사의 이야기, 어느 무명작가가 종교 단체 시설의 경비원으로 근무하다 경험한 설명할 수 없는 일화, 할머니의 부탁으로 타지의 저택을 찾았다가 알 수 없는 것을 불러내고 만 으스스한 일, 그리고 비 오는 날마다 나타나 괴담을 들려주는 한 가족을 만난 이의 고백 등이 그것이다.
각기 색다른 맛과 얼얼한 공포가 흠뻑 밴 다섯 개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우중괴담》은 현실과 허구의 결합에 의해 극대화된 공포라는, 미쓰다 신조의 장기가 극도로 발휘된 소설이다. 이번 신작이 특별한 것은, ‘나’와 독자가 다만 괴담의 청자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제까지의 한계를 그야말로 ‘호러’의 방식으로 돌파하기 때문이다. ‘미쓰다표’ 메타 호러의 결정판이자 전환점이 될 《우중괴담》을 통해 독자는 마침내 미쓰다 월드가 호러와 미스터리의 이종교배로 탄생한 혼종의 개념을 넘어, 대체 불가한 유일의 한 장르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다지는 순간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할머니는 울타리를 따라 오른편으로 이동하더니, 한쪽 모서리 앞에서 멈춰 선 다음 한 대나무 봉의 새끼줄을 풀었습니다. 놀랍게도 그곳이 출입구였습니다. 그곳의 새끼줄을 걸었다 풀었다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한 그 출입구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겠지요. 그렇지만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어른이라면 간단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출입구를 감춰봤자 전혀 의미가 없었습니다.
(24쪽)
바스락바스락, 바직바직, 쏴아아…… 하는 덤불을 헤치는 소리가 짜증이 날 정도로 귀를 찌릅니다. 마치 뒤따라오는 목소리처럼 들려옵니다.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의미를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기에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멈춰 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짓을 했다간…… 이라고 생각하는데, 뒤쪽에서 정말로 큰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목소리를 재현하는 건, 아마도 인간은 불가능하겠지요. 음성으로 말하려 해도 문자로 쓰려고 해도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만약에 제가 그것을 재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때 저는 머리가 이상해져 있을 게 분명합니다.
(65쪽)
이 ‘머리말’은 1985년에 쓰인 것인데, 그 안에 “아이들의 사망사고에 있어서 많은 신문기자가, 아이들이 생전에 그린 그림들 가운데 사고사를 암시하는 것이 있음을 기사로 내놓고 있습니다”라는 엄청나게 신경 쓰이는 기술이 있다. 즉, 그 밖에도 ‘예고화’가 존재하는 모양이지만 구체적인 사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로 그것이 ‘다수’ 존재하는지 어떤지는 지금에 와서는 유감스럽게도 알 수 없다.
(103쪽)
아귀계와 축생계의 경계에 있는 외등의 불빛은 그곳에 거의 닿지 않는다. 그러므로 주위가 온통 새까만 어둠으로 칠해진 듯했지만, 두 개의 벽 사이에는 그보다 더한 어둠이 채워져 있다. 그곳에서 기분 나쁜 속삭임이 들려오고 섬뜩한 시선이 느껴진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저 마음의 불안 때문이었을까.
아츠오는 회중전등 불빛을 비추면서 두 개의 벽 사이로 다가갔다. 그렇게 벽 앞까지 왔을 때였다. 좁은 통로 안에서 뭔가가 쓱 떠올랐다.
…… 사람의 형체?
(208쪽)
“할머님께서 부탁하신 일을 마치면, 거기 오래 머물지 말고 얼른 돌아가는 편이 좋을 거야.”
그렇게 덧붙여서 그녀는 조금 흠칫했다. 할머니도 완전히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
“어째서인가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묻자, 갑자기 노인은 난처하다는 얼굴을 했다.
“아니, 그 뭐랄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얼버무리고 있는 게 아니라,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하여간 그 집과는 관계하지 않는 편이 좋다…… 라고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278쪽)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긍정하는 대답을 한 것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노인이 말한 ‘옛날이야기’가 불가사의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나를 곧바로 떠올렸기 때문이다…… 라고 마쓰오는 말하면서 웃었다.
확실히 당시의 나는 괴담 수집을 취미로 삼고 있었다. 그것이 작가가 되어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당연하지만 그때는 알 방법도 없었다. 그저 좋아하는 것이라서, 업무 관계로 알게 된 사람에게 “뭔가 알고 계신 무서운 이야기 같은 거 없습니까?”라고 천진난만하게 묻곧 했던 것이다.
(350쪽)
“쉿.”
마쓰오는 오른손 검지를 입술에 대면서 말했다.
“비가 내리고 있지 않은가.”
귀를 기울이니, 정말로 보슬비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하지만 대체 언제부터 내리고 있었던 것일까…….
(…)
마쓰오는 씩 하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괴담을 이야기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지.”
(408쪽)
작가정보
三津田信三
일본 나라현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에는 출판사에 들어가 호러와 미스터리에 관련된 다양한 기획을 진행했다. 1994년 단편소설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첫 장편소설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을 출간하며 미스터리 작가로서 널리 이름을 알렸다.
데뷔 초부터 미스터리와 호러의 절묘한 융합, 특히 본격추리에 토속적인 괴담을 덧씌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특유의 문체와 세계관, 개성적인 인물들, 미스터리로서의 높은 완성도가 평단과 독자 양쪽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2010년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으로 제10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으며, 지금은 ‘미쓰다 월드’라 불리는 작가의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명실상부 일본 본격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미쓰다 신조 본인이 등장하는 ‘작가 시리즈’를 비롯해 ‘사상학 탐정 시리즈’, ‘도조 겐야 시리즈’, ‘집 시리즈’ 등 다수의 시리즈 작품을 발표했으며, 《일곱 명의 술래잡기》 《노조키메》 《괴담의 집》 《괴담의 테이프》 《흉가》 《화가》 《마가》 등 지금까지 출간한 소설만 수십 권에 이를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다양한 장르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미쓰다 신조의 《일곱 명의 술래잡기》 《노조키메》 《괴담의 집》 《흉가》 《화가》 《마가》 《검은 얼굴의 여우》 등이 있고, 그 외에도 미아키 스가루의 《3일간의 행복》과 구시키 리우의 《사형에 이르는 병》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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