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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깨우는 정원 생활

토바 마틴 지음 | 김희정 옮김
터치아트

2023년 04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3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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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87936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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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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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바 마틴은 《타샤의 정원》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작가다. 그녀가 이번에는 자신이 손수 가꾼 정원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봄밤의 라일락 향기부터 여름 내내 꿀을 모으느라 바쁜 벌들의 붕붕 소리, 마지막 한 잎까지 화려하게 불태우고 퇴장하는 가을의 나무들, 한겨울 눈보라가 몰아친 뒤의 정적까지, 천생 정원사인 토바 마틴은 오감을 총동원해 정원의 사계절을 탐험한다. 자연을 향한 애정으로 가득한 문장들을 읽노라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흙을 만지고 이파리를 쓰다듬고 꽃향기를 맡으며 자연과 교감하고 싶은 욕구를 참기가 힘들다. 정원 가꾸기에 관한 토바 마틴의 현명한 조언과 진심 어린 성찰은 독자들이 더 가까이 보고, 더 깊이 숨 쉬고, 더 자세히 듣고, 만지고, 맛보며 저마다의 정원을 진정으로 음미하도록 영감을 준다.
시작하며

* 봄 *

[시각] 희망의 빛, 연두 / 봄의 전령, 노랑 / 요란한 색의 향연, 조팝나무 / 밝은 파랑을 입은 봄
[후각] 그리웠던 흙냄새 / 코를 깨우는 봄 내음 / 제각각 다른 향기, 수선화 / 도발적인 향기, 분꽃나무 / 5월 저녁의 라일락
[청각] 청개구리와 새들의 합창 / 하우스핀치 부부의 이중창 / 리듬을 살리는 타악기 파트
[촉각] 손 놓고 기다리기 / 맨손으로 한 알 한 알 / 사랑에는 고통이 따른다 / 여린 봄 순을 위한 지지대 / 출입문의 기술 / 만지면 탈 나는 잡초들
[미각] 살살 녹는 아스파라거스 / 상추 없인 못 살아 / 새들을 위한 식탁

* 여름 *

[시각] 나비를 위하여 / 햇빛을 이기는 현란한 색채 / 미필적 고의 / 정원의 경계 / 흰색 꽃은 그늘에 심기 / 허브가 어우러진 풍경
[후각] 향기 없는 장미는 안 돼 / 사슴과의 전쟁 / 달콤한 향기, 스위트피 / 밤에 더 향기로운 꽃들 / 향기에 취하는 여름밤
[청각] 날마다 붕붕 / 시끌벅적 새들의 놀이터 / 우르릉 쾅쾅, 폭풍우 / 풀벌레들의 세레나데
[촉각] 잡초와의 줄다리기 / 아픔 없는 사랑을 위해 / 속도를 조절해주는 통로 / 푹신한 초록 양탄자, 이끼
[미각] 애증의 토마토 / 감질나게 하는 베리들 / 상추를 대신할 채소들 / 마법의 콩

* 가을 *

[시각] 산들산들 키다리 억새풀 /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 봄과는 다른 가을의 ‘블루’ / 씨앗을 맺다 / 행복한 마무리, 갈색
[후각] 가을을 알리는 개머루 향기 / 바람이 퍼뜨리는 가을 냄새 / 사슴과의 전쟁 II
[청각] 새들의 수다 / 윙윙 소리가 끊이질 않네 / 사각사각, 빠지직
[촉각] 장갑 예찬 / 땅속의 자산, 알뿌리 / 이제야 보이는 가시
[미각]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면 / 가을 당근은 설탕 당근 / 양배추와 친구들 / 마지막 콘서트

* 겨울 *

[시각] 서리와 눈, 눈이 부시다 / 동물들이 다녀간 흔적 / 겨울 정원의 실루엣 / 어느 때보다 화려한 창가
[후각] 날카로운 겨울 냄새 / 실내 정원의 숨결 / 겨울의 기억, 프리지어 / 겨울의 쾌락, 히아신스
[청각] 고요의 소리 / 단잠을 깨우는 쿵쾅 소리 / 실내 화분에 물 주는 소리
[촉각] 따사로운 햇살 차지하기 / 보드라운 잎사귀 쓰다듬기
[미각] 입에서 터지는 신선함, 감귤류 / 새들의 비상식량 / 돌아온 친구들

마치며
감사의 말

이 책에 담은 이야기는 일 년 동안 감각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다니며 온몸으로 자극을 받아들인 오감의 기록이다. 정원의 연대기이자 정원이 내게 어떻게 말을 걸어왔는지를 기록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잡초를 뽑고, 괭이질을 하고, 손마디가 아프지 않을 만큼씩 땅을 파면서 정원을 더듬고 매만진 두 손의 연대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몇 년에 걸쳐 정원을 바라보기는 했으나 마음을 쏟아 그 모든 아름다움을 눈에 들인 것은 처음인 사람의 애정 어린 고백이다. 의식적으로 감각을 동원해서 정원을 경험하기 전에는 그 아름다움에 눈뜰 수 없음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정원은 침묵할 것이다. 나는 일 년 내내 정원이 주는 충만함을 경험했다. 이것은 나만이 아니라 모두의 경험이 될 수 있다.
- p.7, 〈시작하며〉 중에서

봄은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살며시 들어온다. 오랫동안 간절히 기다려온 신선한 공기 내음을 맡으려 창문을 조금 열었을 때 몰래 발을 들인다. 살짝 열린 창으로 따듯한 흙냄새가 들어온다. 깊고 윤택하고 매혹적이다. 원초적이고 구수하다. 밖으로 얼른 뛰어나가 넙죽 엎드려 손에 한 움큼 쥐고 그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고 싶다. 긴 결핍의 시간 동안 이 향기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불현듯 깨닫는다. (……) 너무 일찍부터 흙을 성가시게 했다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진창을 만드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나도 너무 일찍 씨앗이나 모종을 심으려고 했다가 욕심부린 대가를 톡톡히 치른 적이 있다. (……) 대신 코를 앞세우고 돌아다니며 정원과 사귀어보자. 봄 내음을 처음 맡는 순간의 황홀함은 노동을 전혀 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아직은.
- p.33~34, 〈그리웠던 흙냄새〉 중에서

우리는 여름밤의 세레나데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식물이 없으면 밤에 나는 소리도 사라질 수 있다. 나무와 풀과 숲 바닥에 떨어진 여러 유기물이 없으면 곤충들은 갈 곳이 없다. 그리고 곤충이 없는 곳에는 새도 오지 않는다. 이 말은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심하게 가꾸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세심하게 다듬은 잔디밭에는 한여름 밤의 세레나데를 연주할 곤충들이 살 수 없다. 여름밤 내내 크게 울어대는 곤충 대부분은 정원 주변에 자연스럽게 내버려 둔 부분 덕분에 살아간다. 다듬기만 하지 말고 방치도 해야 한다는 의미다.
- p.152, 〈풀벌레들의 세레나데〉 중에서

행여 지나가다가 엉뚱한 곳에서 자라는 잡초를 발견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뽑는 것은 절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저녁 데이트를 하려고 집을 나서다가 있어서는 안 될 곳에 명아주가 자라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치자. 신고 있는 신발도 그런 작업에 적절하지 않고, 장갑도 끼지 않았지만, 휙 잡아채면 그 침입자를 제대로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된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문제의 잡초 윗부분만 뜯겨서 그대로 남은 뿌리가 몇 주 안에 훨씬 뽑기 어렵고 더 고약한 잡초로 성장할 것이다. 소리쟁이나 수영, 쇠비름, 석류풀 등등을 없애려고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이다. 전투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나설 수 있을 때까지 참아야 한다. 굳은 흙을 부드럽게 해줄 도구를 써서 적을 쉽게 박멸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 다음 공격을 감행하자.
- p.155, 〈잡초와의 줄다리기〉 중에서

나는 아스터가 코발트블루를 입은 마지막 꽃잎을 떨어트려도 곧장 달려들어 베어내지는 않는다. 잎에 색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한 그대로 둔다. 정향풀은 아마도 여러해살이풀 중 가장 오래 색을 유지하는 식물일 것이다. 하지만 매발톱꽃, 스토케시아, 사초, 아르메리아, 풍지초 모두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순간이 지난 후에도 가능한 한 오래 그 자리에 머물도록 해준다. 작약은 터무니없이 아름다운 색으로 물이 든다. (……) 가을에는 정원에서 100분의 1초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가을에는 정원을 청소하러 자주 나서야 한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갈퀴질을 하고, 가지치기를 하고, 여기저기 손질한다는 핑계로 마당에 나가 가을의 쇼를 지켜보자. 자리를 비울 때가 아니다.
- p.194,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중에서

솔직히 마당에서 막 딴 복숭아를 베어 물고 턱으로 흐르는 단물을 만족스럽게 닦아가며 즐길 때면 여기저기 난 흠집이나 생채기는 보이지도 않는다. 익자마자 따서 바로 입에 넣을 과일이 외모가 어떤들 무슨 상관이랴? 집에서 키우는 과일의 장점은 누구한테 보여주고 인정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유일한 기준은 잘 익어서 수확할 시기가 되었는가 하는 것뿐이다. 손수 정성껏 키워 수확한 과일의 미묘한 맛이 내는 뉘앙스를 무엇이 대신할 수 있을까. 집에서 키운 복숭아를 한 입 맛보면 마트에서 파는 복숭아에는 손도 대기 싫을 것이다.
- p.247,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면〉 중에서

눈보라가 몰아친 뒤의 잠시 멈춤. 모든 것이 숨을 죽이는 순간의 정적. 밤새 온 세상을 뒤집을 듯 불어대느라 목이 다 쉬어버린 바람이 잠잠해진 후 메아리조차 사라져버린 아침의 소리. 엄청난 눈보라가 친 후 동이 틀 무렵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눈 치우는 기계가 도로를 누비기 전,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 자국으로 눈 고랑이 패이기 전, 온 세상이 완벽한 침묵에 잠긴 드문 순간이 있다. 시시한 눈보라 정도로는 이런 침묵을 얻을 수 없다. 눈발이 날리는 정도로는 당연히 어림도 없다. 10센티미터 정도 눈이 쌓이면 물론 매우 불편하지만 온 세상이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세상이 입을 다물게 하려면 적어도 30센티미터 이상은 눈이 쌓여야 한다. 그런 눈이 오고 난 뒤에 흐르는 정적은 나중에 그 눈사태를 처치할 때 겪는 고통도 감수할 가치가 있어 보이게 한다.
- p.291~292, 〈고요의 소리〉 중에서

타샤의 정원에서 토바 마틴의 정원으로!
천상 정원사인 저자가 손수 가꾼 8천 평 정원의 풍경!

작가이자 정원사인 토바 마틴은 미국 코네티컷주 뉴잉글랜드에서 넓은 정원을 가꾸며 산다. 뉴잉글랜드는 겨울이 몹시 춥고 긴 지역이며, 땅은 어디에 말뚝을 박아도 돌 없이 쑥 들어가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돌밭이다. 토바 마틴의 정원도 그녀가 처음 이사 왔을 때는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이사를 오자마자 200년 넘게 그 땅을 지키고 있던 집부터 수리하고, 집 앞에 펼쳐진 땅을 관상용 정원으로 차근차근 가꾸기 시작했다. 집 뒤에는 허브 정원을 꾸몄으며, 베리류를 대거 심고 널찍한 채소밭도 만들었다. 나무를 수십 그루 심었고, 1200여 평의 목초지에는 다양한 토착 식물을 서서히 도입해 갖가지 풀꽃들이 어우러져 자라게 했다. 자넨종 염소 두 마리를 키우면서 그들을 위한 헛간도 지었다.

그렇게 손수 가꾼 정원은 더 이상 황무지가 아니다. 토바 마틴의 정원에는 자연의 시간표대로 온갖 꽃들이 피고 지며, 여러 종류의 베리와 토마토, 복숭아가 영글어 가고, 목초지에는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들이 부지런히 날아다닌다. 관목 덤불 아래에는 새들이 둥지를 숨겨 놓았고, 나무 열매에 맛이 들 무렵이면 날짐승 들짐승 모두와 경쟁을 해야 할 만큼 다양한 동물들이 정원을 드나든다. 이보다 더 풍요롭고 평화로운 풍경이 있을까.


무엇보다 값진 공간, 정원!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토바 마틴은 말한다. 이 세상에서 정원만큼 값진 무언가를 찾기도 어렵다고. 정원에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고, 우리는 정원에서 여러 차원의 모험을 할 수 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감각을 동원해서 정원을 경험해야 한다. 그러나 정원을 가꾸다 보면 연장 바구니를 들고 나가 곧장 해야 할 일에 몰두하느라 옆을 돌아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정원지기가 꿈에 그리던 정원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자르고 파고 꺾어내지만, 정작 그렇게 얻은 결실을 즐기기를 잊어버린다. 오감을 열고 정원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몰두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면 이제부터라도 정원을 제대로 즐기겠다고 마음먹어보자.


보고, 냄새 맡고, 듣고, 만지고, 맛보며
오감을 깨워 정원지기만의 특혜를 누리자!

토바 마틴은 오감을 깨우는 경험을 통해 정원을 예전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모두가 감각을 깨워 정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냄새 맡고, 듣고, 만지고, 맛을 보기를 권한다. 입으로 잘못 흘러든 땀방울의 짭조름한 맛을 느끼고, 잡초를 캐내느라 바쁘게 땅에 부딪히는 호미 소리를 들으며 점자를 읽듯 정원의 사물을 쓰다듬고 내 마당의 흙을 쥐어보는 것. 정원지기라면 누구나 이 모든 과정을 음미할 수 있다. 이런 자극에 감각을 열지 않는다면 받아야 할 정당한 보상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원지기만 누릴 수 있는 특혜를 놓치지 말고 누리자.


자연을 향한 애정이 가득한 문장과
정원의 사계절을 담은 생생한 사진들!

토바 마틴은 사계절 정원 생활을 문학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문장으로 묘사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그녀가 써 내려간 문장들에서는 촉촉한 흙냄새가 느껴지고, 검은 활자 사이로 샛노란 꽃이 피어난다. 토바 마틴과 여러 책을 함께 펴낸 사진작가 킨드라 클리네프는 사계절 정원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자연을 향한 애정으로 가득한 글과 사진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흙을 만지고 싶어지고, 자연을 찾아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감을 깨워 자연과 교감하고 함께 성장하는 데 이 책이 작은 불씨가 되어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토바 마틴

《타샤의 정원》, 《타샤의 집》을 비롯해 《천국의 에센스》, 《꽃이 필 무렵》, 《현대 정원을 위한 옛 꽃들》, 《꽃들의 길》, 《예상을 뛰어넘는 실내 식물》, 《불멸의 실내 식물》, 《새로운 테라리엄》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주요 정원 잡지에 원예 관련 글을 쓰고 강연도 한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정원을 바라보다가 정원의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은 뒤로 모든 감각을 동원해 정원을 느끼고 가꾸며 자연과 협업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영국에 살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여성 작가와 페미니즘 관련 도서 번역에 집중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완경 선언》, 《랩걸》, 《어떻게 죽을 것인가》,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시크 Thick》, 《배움의 발견》, 《지지 않기 위해 쓴다》, 《트라우마 클리너》 등 5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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