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가장 밝은 지붕
2023년 03월 16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2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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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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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밝은 지붕』은 스바루 소설상 수상작가 노나카 토모소의 대표작이다. 짝사랑 말고는 걱정이랄 게 없어 보이는 츠바메와 말도 행동도 제멋대로인 별 할머니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상처를 내보이고, 후회하고, 위로하며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간다. 짝사랑 말고는 걱정이 없어 보이는 츠바메의 불안과 제멋대로인 별 할머니가 숨긴 그리움은, 우리들 누구나 하나씩 품고 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감정들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서투른 두 고집쟁이가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만드는 따뜻한 우정은 위로와 웃음, 기막힌 조언을 전한다. 예기치 않은 시련을 겪고, 소중한 사람을 잃고, 사랑에 실패한 막막한 순간에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자. 거기에는 당신을 지켜 주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지붕이 있다. 반드시, 언제나.
[줄거리]
어릴 때부터 밤하늘 보는 것을 좋아했던 중학생 츠바메. 어느 날 짝사랑하는 옆집 대학생에게 생일 카드를 보내고, 답답한 마음에 학원 옥상에 올라갔다가 요란한 차림의 킥보드를 타는 할머니와 마주친다. 킥보드 타는 법을 알려 주면 과거를 돌이켜 준다고 큰소리를 치며, 지붕을 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괴짜 할머니는 그날부터 츠바메의 일상에 별똥별처럼 휙 들어온다. 츠바메에게 알쏭달쏭한 위로를 주는 할머니와의 우정과 사랑, 관계를 그린 따뜻한 판타지 소설.
2 이웃에게 보낸 카드 24
3 지붕과 꽈리 45
4 비, 하늘의 해파리 72
5 무거운 물방울 93
6 기와의 정기와 실 전화기 112
7 단밤, 달콤한 물에서 목욕 131
8 여름방학 걷기 계획 155
9 우울한 비행소년 175
10 발견 202
11 하늘의 표시 228
작가 후기 253
작가 후기의 후기 256
“별…… 별 할머니.”
엉겁결에 중얼거렸다. 나의 밤을 휘젓는 지긋지긋한 침입자에게 증정한 닉네임. 어설프게 킥보드를 타는 작고 단단한 등에 대고 이번에는 크게 불렀다. _44쪽
싫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좋아하게 된 것. 그 반대인 것. 언제 어떤 타이밍으로 깨달으면 좋을까. 필요한 것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_107쪽
나는 지금에서야 겨우 인정했다. 별 할머니가 날고 못 날고는 관계없다. 우리가 꿈속에서 만났는지 어쨌는지도. 답이란 건 없다. 그저 사랑스러웠다. 지금 여기에서 별 할머니와 함께 바라보고 있는 것. 지금까지 보내온 시간. 그것들 전부에 무엇 하나 거짓이 없다. 마구 뛰어 돌아다니던 시간의 한 점 한 점이 울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_224쪽
“아무리 강한 힘으로도 이겨내지 못할 크고 무거운 시련이,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굴러온다. (중략) 그러니까 무게에 휘둘리지 마라. 가라앉아도 좋으니까 한 번 더 떠올라. 슬픔도 기쁨도 구슬치기와 달라서 끝내기가 없어. 휩쓸리면 지는 거야.” _225쪽
전하고 싶은 말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데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별 할머니는 어딘가에서 귀를 기울여 듣고 있을 것 같다. 나는 띄엄띄엄 간신히 말했다.
고마워요, 나는, 즐거웠어요, 하고. _248쪽
시간은 옮겨 간다. 시간은 누구나 똑같은 모습으로 있게 하 지 않는다. 잔혹하고 슬픈 추가 마음에 누름돌처럼 툭 떨어져서 자리 잡는, 그런 날들이 분명 몇 번이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본다. 가만히 올려다보면 언제나 그곳에 있는 것은 우리를 지켜주는 찬란히 빛나는 지붕 같은 존재다. 지금은 그 아래에 있어서 모르겠지만, 마음을 자유롭게 헤매게 하다 보면 분명히 그 지붕의 빛이 보일 것이다. _258쪽
마음속 서랍을 열고 닫아야 할 때
주인공 츠바메에 따르면 중학생은 정말 불편하다. 마음속 서랍에 넣어둔 감정을 내보일 때와 그러지 않아야 할 때를 잘 알아야 한다. 함부로 꺼내 보였다가는 쓸데없이 참견할 여지를 주거나, 사춘기라 그렇다는 소리나 들으니까. 이를 테면 밤하늘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나, 어릴 때는 언젠가 자신도 메리 포핀스처럼 밤하늘을 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거나, 늘 자신을 믿어 주는 엄마와 낭만적인 아빠를 정말 좋아하지만 두 사람이 열심히 만드는 ‘이상적인 가족 풍경’이 아주 가끔 숨 막힌다는 진심, 가끔은 친엄마가 궁금하다는 것…. 문제는 서랍을 열고 닫을 때를 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느 날 밤하늘이 너무 고와서, 츠바메는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옆집 오빠 도오루에게 생일카드를 보내고 만다. 그리고 하루 종일 후회하다 밤하늘을 보러간 학원 건물 옥상에서 수상한 할머니를 마주친다. 라벤더색 머리칼에 요란한 옷차림, 껄렁껄렁한 말투의 할머니는 자신에게 킥보드를 가르쳐주면 ‘후회스러운 일을 되돌려 주겠다’고 말한다. 그 말에 홀린 듯 츠바메는 할머니에게 전날 밤 실수를 털어놓고, 할머니는 편지를 되찾아오겠다고 장담한다. 물론 마치 삥 뜯는 불량배처럼 며칠 뒤에 먹을 것을 사서 옥상으로 오라고 으름장을 놓긴 했지만. 퉁명스러운 투로 거침없는 말을 내뱉은 할머니를 백 퍼센트 믿지도 않으면서, 사람을 믿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츠바메는 수상한 할머니가 내민 손을 잡고 만다.
킥보드를 타고 여름밤을 휘젓는 매력적인 침입자, 별 할머니
별 할머니는 츠바메의 생일카드를 되찾아온다. 정말로 요술할머니일까? 그런데 도오루가 떨어뜨린 피크를 그가 보낸 선물이라고 거짓말하지 않나, 츠바메에게 들키고는 뻔뻔하게 그런 편지를 보내면 징그러워할 거라고 핀잔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괴팍한 노인 같다.
짝사랑에 눈물 흘리는 츠바메에게 할머니는 말한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으면 아까워서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고. 보내지 못한 편지를 보고 찡찡거릴 게 아니라 직접 전하는 기분을 느껴보라고. 언젠가 손자와 함께 타겠다며 구부러진 등으로 킥보드를 연습하는 별 할머니의 그 말은 츠바메의 마음을 움직인다. 하늘을 날 수 있어서 수많은 지붕을 보았다며 젠체하는 말에도 반박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집이든 사람이든 지붕이 지켜주는 거라고, 자기가 어떤 지붕 아래 있는지 아는 사람은 강하다고 말하는 별 할머니가 어딘지 그리운 얼굴을 하고 있어서다. 밤하늘 아래 빛나는 타인의 지붕을 바라보는 심정을 츠바메는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별 할머니는 따뜻한 소설에 으레 등장해 ‘청소년을 다정하게 위로하고 지혜로운 조언을 건네는 어른’과는 딴판이다. 번드르르한 소리는 질색하고, 남의 시선 따위 의식하지 않고, 있는 대로 어른인 체하면서 하는 짓은 유치하다. 관계 맺기에 서투르고, 상처를 숨기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애쓰는 점까지 별 할머니와 츠바메는 무척 닮았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두 사람을 지켜보다 보면 이해하게 된다. 인생은 결코 쉽지 않다. 열넷에나 팔십에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막막할 때도 있지만, 우주의 모든 사람이 갈팡질팡하며 애쓰는 것이 곧 ‘삶’이라는 사실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별 할머니의 냉소적인 듯한 말들은 어떤 현자의 조언보다도 진실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강한 힘으로도 이겨내지 못할 크고 무거운 시련이,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굴러온다. (중략) 그러니까 무게에 휘둘리지 마라. 가라앉아도 좋으니까 한 번 더 떠올라. 슬픔도 기쁨도 구슬치기와 달라서 끝내기가 없어. 휩쓸리면 지는 거야.”
우리는 끝없이 만나고 헤어지겠지만, 그럼에도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츠바메는 별 할머니는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고, 내밀한 일상을 공유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그리고 여름이 절정에 다다랐을 무렵, 도오루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다. 츠바메는 입원한 도오루를 찾아가지 않으려 하지만, 다시는 걷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도오루를 별 할머니의 성화에 결국 병원을 찾는다. 그제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기 두려워서 도망치려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때로 아무리 괴롭더라도 충분히 경험할 가치가 있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도. 사랑에 실패할까 봐 아예 마음을 전하지 않고, 친엄마가 왜 가족을 떠났는지 궁금해하지 않고, 새엄마와 아빠가 꿈꾸는 가정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인내한다고 생각했던 츠바메는 조금씩 달라진다. 친엄마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서예가 아니라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조금 더 잘하고 싶어진다. 새엄마와 아빠가 가정을 통해 지키려던 존재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름방학이 되자 츠바메는 별 할머니에게 손자를 만나러 가자고 제안한다. 별 할머니 덕분에 조금이라도 도오루의 아픔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그러니 이번에는 자신이 함께 가주겠다고. 하지만 인생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아는 것 같았던 별 할머니는 여름이 끝날 무렵 홀연히 사라진다.
『우주에서 가장 밝은 지붕』은 아주 특별한 우정 이야기인 동시에 삶의 진실을 담은 소설이다. 인간은 약한 존재다. 약함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 애쓸 때 더 약해진다. 그래서 휘둘리고 상처받고 상처 주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가 약하기 때문에 얻는 경험도 있다. 누군가와 함께여서 다행이었던 순간들, 버티듯 견뎌낸 나를 칭찬하고 싶은 날들. 그 모든 날들이 한 장 한 장의 기와가 되어 우리 삶을 지탱하는 지붕이 된다. ‘자기가 어떤 지붕 아래 있는지 아는 사람은 강하다’던 별 할머니의 말은 결국 인생을 외면하지 말고 충실히 살아갈 것, 스스로를 지켜줄 소중한 순간들을 많이 만들라는 뜻이다. 삶이 힘겨워 고개를 들 힘조차 없는 날에도 힘을 내어 밤하늘을 보자. 거기에는 이제껏 당신이 만들어온 찬란한 지붕이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번역가. 도쿄에서 오랫동안 음악 저널리스트로 일했고, 지금은 뉴욕에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소설과 에세이, 어린이책 번역서 등 스무 권이 넘는 책을 냈다. 『우주에서 가장 밝은 지붕』은 『층계참 금붕어』에 이어 한국에 소개되는 두 번째 책으로, 2020년 영화로 만들어졌다.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 『번역에 살고 죽고』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혼자여서 좋은 직업』 등을 썼고, 『무라카미 T』 『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 『빵가게 재습격』 『츠바키 문구점』 『창가의 토토』 『아직 제정신입니다』 등 많은 책을 한국에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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