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썸썸썸
2022년 11월 14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4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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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2759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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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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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주는 긴장이 옅어진 탓인지 모두 입만 열면 연애, 연애, 연애였다. (중략)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학기 초에 세워 둔 완벽한 학업 계획서에 따라 움직였다. ---P.12
중학교에 갈 시기가 되면 오면 농사 따위는 접고 도시로 이사 가겠지. 내 교육을 위한, 그리고 나의 미래를 위한 계획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P.30
그때 나는 까맣게 몰랐다. 서울에 있는 중학교에 발을 들이려면 할머니와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P.32
당분간 연애보다 공부에 집중하는 건 좋지만, 그게 남자애들과 적대 관계를 맺겠다는 건 아니었는데. 내가 왜 이러는지 혼란스러웠다. ---P.40
사회가 변하는 속도에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아직도 취직하고 성공하려면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사실이 변함없는 진실로만 느껴진다. ---P.45
이 기분 좋은 봄밤이 나를 유혹하지만 나는 아직 단호하다. 아직은 연애를 하고 싶지 않다. 썸을 타느라 중간고사를 망친다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P.60
자유를 꿈꾸었던 할머니가 어쩌다 지금의 할머니가 되어 버린 건지 궁금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할머니 이야기가 얼마나 될까? ---P.89
건우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남자 사람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로망도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건우와 나는 친구 사이인지도 몰랐다. ---P.96
다짐했다. 이제부터 나도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겠다고.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일을 하나쯤 만들겠다고. ---P.139
할머니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꽃 같을 줄 알았던 도시살이는 쩜. 쩜. 쩜.
꼼꼼하고 예민한 성격의 중학생 유정. 어릴 적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갑자기
시골로 이사 가게 된다. 학교, 집, 살던 동네와 친구까지. 모든 게 달라진 상황을 견디기 힘들지만,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에는 다시 도시로 돌아갈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버티며 지낸다. 부모님에게 자신이 토마토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 6학년 여름, 유정은 부모님께 도시에 있는 중학교에 갈 거라고 선언하고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 농사로 바빠 유정을 돌아볼 겨를이 없던 부모님도 자식이 밥을 굶고 말라가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도시 유학을 허락한다. 그런데 그때, 유정은 몰랐다. 도시에서 학교에 다니려면 할머니와 지내야 한다는 것을.
유정이 생각한 도시살이에 할머니는 전제되어 있지 않았다. 할머니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니 앞으로의 생활이 어떻게 이어질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웠다. 유정은 할머니가 자기와는 진짜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할머니는 황혼 이혼 후 찾아낸 자기만의 삶 고유 영역과 룰을 지키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길 바란다. 그렇다 보니 아직 어른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여길 중2 유정과 할머니가 자꾸 부딪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정에게 할머니를 인터뷰해야 하는 수행 평가 과제가 떨어진다. 바쁜 아침, 설거지로 갈등이 있던 터라 유정은 할머니께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난감하기만 하다. 하지만 자신이 세워 둔 계획대로 살기 위해서는 수행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따내야만 한다. 유정의 상황이 특별한 경우인 것 같지만, 현실에서도 조부모를 인터뷰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면 누구라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부모가 손주를 돌봐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서로 명절 때나 집안 대소사에서 만나는 존재로 여기는 경우가 허다한 게 조손 관계의 현실이다. 진지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조손 관계는 더더욱이 흔치 않다. 이런 현실에서 자기 조부모를 인터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그 전에 우리는 부모의 부모에 대해서 무언가를 궁금해해 본 일이 얼마나 될까? 유정도 마찬가지다. 할머니에 대해 궁금해해 본 적도,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었다. 이런 유정이 할머니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 인터뷰 과제는 유정과 할머니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마지못해 할머니께 수행 평가 얘기를 꺼낸 유정은 할머니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나 썸 타는 것 좀 도와줄래?”
모태 솔로, 데이트 폭력, 비혼, 조손 가정, 황혼 이혼. 관계 맺고 살아가기가 어려운 사회
유정은 도시에 갖춰진 인프라 속에서 맘껏 공부할 계획도 세웠지만, 자연스럽게 남자친구도 사귀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유정이 계획한 삶,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얻어 자기 힘으로 도시에 정착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런 삶에 도달하려면 연애는 사치다. 부모님처럼 돈 때문에 도시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싶지 않다. 결혼하지 않는다는 건 감히 상상도 못 할 시절을 산 할머니는 자신의 꿈을 내려놓고 40년 결혼 생활을 이어오다가 마침내 황혼 이혼을 선택한다. 입맛 까다로운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자식 결혼시킨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위한 오롯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유정의 이모는 연애는 하고 있지만 비혼주의자다. 친구와 둘이 살고 있어서 동거인인 친구가 현재 실질적인 가족이다. 하지만 동거인인 친구는 이모가 맹장 수술을 받아야 할 때 수술 동의서에 서명할 자격이 되지 않아 멀리 사는 할머니가 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연애나 결혼 생활이 어려운 사회인 동시에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범주 안에 들지 않는 형태의 가족 또한 차별과 불편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노인, 여성, 청소년. 폭력을 이기는 비주류의 느슨하지만 끈끈한 연대
새 학기가 주는 긴장이 옅어진 탓일까? 모두 입만 열면 연애 이야기다. 유정과 제일 친한 친구 승희와 지민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승희는 착한 남자와 결혼해 예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기까지 한 아이다. 그런 승희가 SNS로 만난 아이와 사귀게 되고,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승희가 연락을 피하자 그 아이는 온갖 욕설을 담은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승희네 집 근처를 서성거린다. 연애가 마냥 좋을 거라고만 상상하던 승희는 생각지도 못한 폭력에 충격을 받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하게 된다.
이런 승희를 돕기 위해 유정과 지민은 위기 대응팀을 꾸린다. 구성원은 유정의 할머니와 이모, 건우와 경비 할아버지다. 비록 노인, 여성, 청소년이라는 사회적 약자들이지만, 그들이 폭력을 외면하지 않고 연대했을 때 힘은 연약하지 않다.
줄거리
유정은 인터뷰 과제와 할머니가 준 미션을 수행하면서 연애와 결혼, 꿈과 성공, 가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동시에 친구들의 연애와 데이트 폭력, 비혼주의자 이모의 연애를 곁에서 지켜보며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 인식한다. 인터뷰 과제를 통해 자신과는 정반대라고 여긴 할머니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고,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모와 할머니가 살아오며 선택했던 것들과 선택할 수 없던 것들에 대해 알게 된다. 과제가 끝날 때쯤 유정은 건강하게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 삶에서 공부 말고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꾸 자라는 유정의 키만큼이나 생각도 성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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