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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리커버)

장하준 지음 | 김희정 , 안세민 옮김
부키

2023년 04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3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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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64MB)
ISBN 9788960519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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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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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소유주 이익만 고려하면 되는 걸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면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올까? 미국에서 보듯이 경영자들의 보수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은 그만한 생산성을 보이기 때문일까? 기업에 유리한 정책이 국가 경제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정부의 시장 개입과 복지 확대는 경제 발전을 저해할까? 교육을 더 많이 시키면 나라가 더 부유해질까? 탁월한 경제학자가 없으면 효과적인 경제 정책을 세울 수 없을까?
이 책은 세계적인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가 들려주는 ‘더 나은’ 자본주의 이야기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수많은 문제점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다만 지난 3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특정 자본주의 시스템, 즉 ‘자유 시장’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것이다. ‘경제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해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 전문 지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만 알고 있어도 경제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경제 지식 부족으로 제대로 말을 못 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알짜배기 지식을 전해 주는 동시에, 지금의 잘못된 자본주의가 아닌 ‘진짜 자본주의’에 대해 알려 주고, 사람들이 ‘경제 시민으로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데 필요한 경제 원리를 설명해 준다.
서론

Thing 1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Thing 2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Thing 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Thing 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Thing 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Thing 6 거시 경제의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Thing 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Thing 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Thing 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Thing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Thing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Thing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Thing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Thing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Thing 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Thing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Thing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Thing 18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Thing 19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Thing 20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Thing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Thing 22 금융 시장은 보다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Thing 23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결론

저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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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이 책에서는 자유 시장 이론가들이 ‘진실’이라고 팔아 온 사실들이 꼭 이기적인 의도에서 만들어 낸 것은 아닐지라도 허술한 추측과 왜곡된 시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즉,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말해 주지 않는 자본주의에 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진실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내 목적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반자본주의 성명서는 아니다.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고 해서 자본주의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수많은 문제점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믿는다. 그저 지난 3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특정 자본주의 시스템, 즉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싶을 뿐이다. 자유 시장 체제가 자본주의를 운영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며, 지난 30년 동안의 성적표가 말해 주듯 최선의 방법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자본주의를 더 나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 방법이 있음을 보여 준다. _〈본문 14쪽〉

Thing 1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미국은 노예 매매의 자유를 둘러싸고 남북전쟁을 했다.(물론 남북전쟁의 발발에는 상품의 자유 무역, 즉 관세 문제에 대한 이견도 한몫을 했다.) 영국은 아편을 자유롭게 거래하기 위해 중국을 상대로 아편전쟁을 벌였다. 앞에서 언급한 아동 노동의 자유로운 거래에 대한 규제 또한 사회 개혁가들의 투쟁 덕에 가능했던 일이다. 공직과 투표권을 자유롭게 사고파는 행위를 불법화하려는 노력은 유권자를 매수하고 열성 당원들에게 공직을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던 정당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런 관행이 사라진 것은 개혁적 정치 운동, 선거 제도 개혁, 공직자 임용에 관한 규정 개선 등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시장의 경계가 모호하며 객관적으로 결정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물론 자유 시장을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은 우리가 시장의 올바른 경계를 과학적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믿기를 바라겠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연구하는 대상의 경계를 과학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면 그것은 과학적 연구라고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보았듯이 새로운 규제에 대한 반대는 일부에서 아무리 현상태가 부당하다고 지적해도 그대로 고수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또 기존의 규제를 철폐하자는 주장은 시장 영역을 확대하자는 말이나 다름없는데, 시장은 1원 1표 원칙에 따라 작동하는 만큼 돈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주자는 의미이다.
따라서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이 시장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를 들어 특정 규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그 규제를 통해 보호될 권리들을 부정한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 표명에 불과하다. _〈본문 30쪽〉

Thing 2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잭 웰치의 연설 이후 곧 주주 가치 극대화는 미국 재계의 시대정신이 되었다. 초기에는 이 원칙이 경영자와 주주 모두에게 정말 좋은 것처럼 보였다. 미국 국민소득에서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대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1980년대 중반 들어 급격하게 오르더니 이후 계속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주주들은 그 이윤 중에서 더 많은 몫을 배당금으로 받아 냈고 주가 상승의 덕을 보았다. 그에 따라 미국 전체 기업 수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만 해도 35~45퍼센트 수준이었으나, 1970년대 말 이후로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이제는 약 60퍼센트 수준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경영자들의 보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Thing 14 참조). 그러나 계속 오르기만 하는 주가와 두둑한 배당금으로 행복에 젖은 주주들은 경영자들의 보수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런 행태는 기업의 지배 구조나 경영 문화가 미국과 유사한 영국 같은 나라에는 아주 쉽게, 그렇지 않은 나라에는 그보다 좀 더 시간이 걸려 전파되었다.
전문 경영인들과 주주들 간에 결성된 이 ‘비신성 동맹(unholy alliance)’은 기업의 기타 이해 당사자들을 착취한 자금으로 유지되었다. (기타 이해 당사자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비영미계 선진국일수록 이 같은 비신성 동맹의 확산이 더뎠던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일자리는 무자비할 정도로 줄었고, 수많은 노동자들은 일단 해고당한 뒤 더 낮은 임금에 복지 혜택도 거의 없다시피 한 비(非)노조원 자격으로 재고용되었다. 임금 인상은 중국이나 인도 같은 저임금 국가로 설비 이전이나 해외 아웃소싱을 통해, 혹은 그렇게 하겠다는 위협만으로도 억제되었고, 납품 업체와 그 종업원들은 지속적인 단가 인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정부 또한 법인세가 낮고 기업 보조금이 많은 나라로 설비를 재배치하겠다는 위협으로 인해 끊임없이 법인세 인하 및 보조금 확대 압력에 휘둘려야 했다. 그 결과 소득 불평등은 극심해졌고, 그런 속에서 미국과 영국 국민 대다수는 전례 없는 규모의 빚을 지지 않고서는 겉만 번드레한 번영에 동참할 수 없게 되었다(Thing 13 참조). _〈본문 40~41쪽〉

Thing 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간단히 말해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들과 붙여 놓아도 지지 않는다. 정작 자기 몫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그들의 생산성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부자들의 불평은 얼토당토않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나라 전체를 끌어내린다고 불평하기 전에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왜 부자 나라의 부자들처럼 자신들이 나라 전체를 끌어올리지 못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높은 생산성 덕에 자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부자 나라의 부자들이 너무 의기양양할 것에 대비해 한 가지 경고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부자 나라의 어떤 개인이 비슷한 일을 하는 가난한 나라의 개인보다 실질적으로 생산성이 월등히 높은 분야에서조차, 그 격차는 개인의 능력 차라기보다는 시스템의 차이에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자 나라의 일부 개인이 가난한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에 비해 생산성이 수백 배나 높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머리가 더 좋다거나 교육을 더 잘 받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더 나은 기술, 더 나은 조직, 더 나은 제도와 물리적 인프라를 가진 경제 환경에서 살기에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수 세대에 걸쳐 축적된 집단적인 노력의 산물이다(Thing 15, 17 참조). _〈본문 55쪽〉

Thing 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일부 선진국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기술 혁명에 마음이 팔려 이제는 ‘구닥다리’ 제조업은 필요 없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 그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탈산업화 사회’의 시대가 왔다고 철석같이 믿고 제조업을 홀대하여 자국 경제를 약화시켰다(Thing 9 참조).
더 걱정스러운 일은 선진국 사람들이 인터넷에 매료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정보 격차(digital divide)가 국제 문제화되고,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나 자선단체, 개인들이 개발도상국에 컴퓨터와 인터넷 설비를 갖추라고 많은 돈을 기부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정보 격차 해소가 개발도상국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일까?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한 대씩 마련해 주고, 시골 마을마다 인터넷 센터를 세워 주는 것이 도움은 될 터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물을 파 주고, 전기를 넣어 주며, 세탁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비록 고리타분해 보일지는 모르나 실제로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에는 더 보탬이 되지 않을까? 우물이나 전기, 세탁기 같은 것이 반드시 컴퓨터나 인터넷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많은 기부자들이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거둘 수 있는 혜택을 장기적 관점에서 비용과 비교해 가며 면밀하게 평가해 보지도 않은 채 그저 그럴싸해 보이는 프로그램에 돈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_〈본문 66~67쪽〉

Thing 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경제 활동을 하는 데 이기심만이 유일한 동기가 아니라는 것을 체계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도 수없이 많다. 물론 이기심이 가장 중요한 동기일지는 모르나 유일한 동기라 할 수는 없다. 정직성, 자존심, 이타심, 사랑, 연민, 신앙심, 의무감, 의리, 충성심, 공중도덕, 애국심 등은 모두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고베 철강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성공적인 기업들은 의심과 이기심보다는 신뢰와 충성심을 바탕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일개미의 나라’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예라고 생각한다면 서구에서 출판된 경영 지침서 혹은 성공한 기업가의 자서전 아무거나 한 권만 들춰 보라. 성공적인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농땡이를 부리고 속임수를 쓸 경우에 대비해 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말라고 충고하는 경영서가 한 권이라도 있는가? 아마 대부분의 책에서는 어떻게 하면 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이 사물을 보는 시각을 바꾸고, 비전을 제시하고,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지에 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을 것이다. 좋은 경영자는 사람이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편협한 시각의 로봇이 아님을 안다. 그는 또 사람마다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는데, 좋은 경영의 비밀은 직원 개개인의 좋은 면을 최대한 살리고, 나쁜 면을 바꿔 나가는 데 있다는 것도 안다. _〈본문 74~75쪽〉

Thing 6 거시 경제의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물가 안정(즉 낮은 인플레이션)과 잦은 금융 위기, 고용 불안 증대 등 물가로 표시되지 않는 경제 불안 요소들이 공존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현상들은 모두 동일한 자유 시장 정책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로고프와 라인하트는 금융 위기를 겪는 나라의 비율과 자유로운 국제적 자본 이동의 허용 정도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본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으면 자본의 이용 효율이 높아진다고 믿는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자본의 자유로운 국제적 이동을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Thing 22 참조). 이에 따라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최근 들어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조금 더 유연한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지만) 모든 나라에 자본 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을 꾸준히 가해 왔다.
고용 불안이 커지게 된 것도 마찬가지로 자유 시장 정책의 직접적 결과이다. 1980년대 선진국들의 높은 실업률로 나타난 고용 불안 현상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적 거시 경제 정책을 추진한 결과였다. 1990년대부터 금융 위기가 터진 2008년 사이, 실업률은 줄었지만 비자발적 고용 종료 위험과 단기 고용 비율이 높아지는 한편, 일의 성격이 수시로 변했고 일의 강도가 높아진 경우가 많았다. 모두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서 경제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겠다는 의도로 노동 시장에 대한 규제를 변화시켰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신자유주의 정책 패키지로도 알려진 자유 시장 정책 패키지의 일련의 정책들은 낮은 인플레이션, 자유로운 자본 이동, 그리고 (노동 시장 유연성이라는 미사여구로 표현되는) 높은 고용 불안정성 등을 중시한다. 기본적으로 금융 자산 보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정책들이 입안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금융 자산의 수익은 대부분 명목상 고정되어 있어 물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_〈본문 91~92쪽〉

Thing 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이 1830년대에서 1940년대 사이 경제 도약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보호주의적인 정책을 고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국 또한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즉 1720년대에서 1850년대 사이에는 가장 보호주의적인 나라 중의 하나였다.
현대 선진국들 중 유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 무역과 보조금 정책을 사용하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일본, 핀란드, 한국 등 많은 나라가 외국인 투자를 강력하게 규제했다. 193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핀란드는 외국인 지분이 20퍼센트 이상 되는 기업들을 공식적으로 ‘위험 기업’으로 분류했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싱가포르, 타이완 등 여러 나라들이 주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영 기업을 세웠다. 자유 무역 정책을 쓰고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기로 이름난 싱가포르는 GDP(국내총생산)에서 국영 기업의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평균인 10퍼센트의 두 배인 20퍼센트가 넘는다. 현재 부자가 된 나라들 중에 외국인의 지식재산권을 잘 보호해 주었던 나라도 별로 없다. 외국인의 발명품을 내국인이 자기 이름으로 특허 내는 것을 허용하는 나라도 많았다. _〈본문 104쪽〉

Thing 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기업이 하는 활동 중 가장 단순하기 때문에 해외로 이전하기 제일 좋은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생산 부문마저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은 아직도 본국에 확고한 생산 기반을 가지고 있다. 제품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생산하는 네슬레와 같이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예는 아주 드물다. 미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들 중 제조 업체들의 해외 생산량은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고, 일본 기업들의 해외 생산량 비율은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이 비율이 최근 들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유럽 기업들의 해외 생산은 대부분 유럽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현상은 유럽 기업들이 진정으로 국적을 초월했다기보다는 유럽연합이라는 새로운 나라에 걸맞은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간단히 말해 진정으로 다국적인 기업은 거의 없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여전히 대부분의 생산을 본국에서 한다. 특히 전략적 의사 결정이나 고급 연구개발 활동은 본국에서 이루어진다. 국경 없는 세계라는 표현은 엄청나게 과장된 표현이다. _〈본문 114쪽〉

Thing 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요약하자면 부자 나라들의 GDP에서 제조업 비중이 줄어든 주원인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제조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 아니다. 중국이나 다른 개발도상국 제조업 제품의 수입이 대거 늘어나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이런 수입 제품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는 것은 몇몇 부문에 국한되어 있다. 이른바 탈산업화 현상은 제조업 부문의 급속한 생산성 향상에 따라 제조업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부자 나라의 국민들은 고용의 측면에서 보자면 ‘탈산업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생산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직 ‘탈산업 사회’를 공언할 정도로 줄어들지는 않았다. _〈본문 134쪽〉

Thing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우선 다른 나라보다 평균 소득이 높다는 것이 모든 미국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보다 더 잘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것은 소득 분배가 얼마나 균등한가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문제이다. 어느 나라에서도 평균 소득을 가지고 그 나라 국민이 어떻게 사는지를 정확하게 짐작할 수는 없지만, 소득 분배가 불평등한 나라일수록 평균 소득으로 그 나라 국민의 삶을 짐작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선진국 중 소득 분배 불평등이 월등히 심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으로 짐작한 평균 생활수준 이하로 사는 미국 사람들의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다른 지표들도 간접적으로 이 추측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평균 소득을 기록한 나라임에도 평균 수명과 유아 사망률 같은 보건 지수는 세계 30위에 불과하다. (물론 미국의 비효율적인 의료 시스템 때문에 이 문제가 더 심화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거기까지 들어가지는 말자.) 1인당 평균으로 보았을 때 미국의 교도소 재소자 수는 유럽의 8배, 일본의 12배나 될 정도로 범죄율이 높아 최빈곤층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_〈본문 149쪽〉

Thin

ㆍ 2010 교보 알라딘 인터파크 올해의 책
ㆍ 2010 동아 시사인 조선 중앙 프레시안 한겨레 올해의 책
ㆍ 2010 교보문고 매일경제 베스트 도서
ㆍ 2010 매경이코노미 18개 서점 베스트셀러 집계 최초 500점 만점
ㆍ 2011 예스24 올해의 책 인터파크 최고의 책
ㆍ 2011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이달의 책
ㆍ 2011 한국경제교육협회 경제 교육 추천 도서
ㆍ KBS 책 읽는 밤 추천 도서
ㆍ 베스트셀러 종합 1위

경제 문제를 말하는 데 전문 지식은 없어도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많은 이들이 경제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경제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기가 쉽지 않다. 정확한 답을 찾으려면 수많은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데, 이런 지식은 너무 복잡하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실 자산 구제 조치의 효과나 G20의 필요성, 은행 국영화의 장단점, 경영진에 대한 적합한 보수 수준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 지식을 샅샅이 익히는 데 들일 시간이나 배경 지식을 가진 사람이 우리 중에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니 여기에 한술 더 떠 아프리카 빈곤 문제,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역할, 국제결제은행이 요구하는 자기 자본 비율 등의 문제가 나오면 솔직히 대다수 사람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내가 말하는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조언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날마다 전문적인 지식 없이 온갖 종류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 식품 공장, 정육점, 식당 등의 위생 기준이 어때야 한다는 것은 전염병 학자가 아니어도 모두 아는 사실이 아닌가. 경제에 관한 판단을 내리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 나면 상세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된 결정에 우리가 희생되지 않으려면…
장하준 교수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수많은 문제점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다. 문제는 단지 “지난 3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특정 자본주의 시스템, 즉 자유 시장 자본주의”일 뿐이다. 이런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다시 말해 자유 시장 체제가 자본주의를 운영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며, 지난 30년 동안의 성적표가 말해 주듯 최선의 방법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동시에, 자본주의를 더 나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 장 교수는 이 책을 썼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러 세상 중 가장 나은 세상이 아니다.” 만일 우리가 과거에 내린 결정과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 우리는 지금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우리는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들이 확고한 증거와 제대로 된 논리에 근거한 것들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그런 후에야 기업, 정부, 국제기구 등에도 올바르게 행동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결정을 내릴 힘을 가진 사람들은 상황이 아무리 불행하고 불공평해도 그렇게 된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고, 따라서 변화를 가져올 방법도 없다고 말한다.” 그런 그들의 결정에 희생되지 않으려면 경제 시민으로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진짜 자본주의 이야기’이자 ‘알짜배기 경제 지식’의 보물 창고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일상에서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경제 지식 부족으로 제대로 말을 못 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알짜배기 경제 지식’의 보물 창고이자 지금의 잘못된 자본주의가 아닌 ‘진짜 자본주의’에 대해 알려 주는 이야기 모음이다. 동시에 사람들이 ‘경제 시민으로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데 필요한 경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경제학 입문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떻게 읽는 것이 효과적일까? 저자가 추천한 방법이 있다. 차례를 펼쳐 보고 거기서 먼저 읽어 보고 싶은 부분을 골라 읽는 것이다. 그럴 때 이 책은 지적으로 흥미로우면서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는 ‘경제와 경제학에 대해 마음을 열어 주는 23가지 이야기’가 된다. 더욱이 이렇게 하는 것은 경제학을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이 책을 저자의 의도에 맞게 읽는 방법이기도 하다. 서론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경제학의 95퍼센트는 상식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나머지 5퍼센트도 아주 전문적인 부분까지는 아니지만 거기에 숨은 근본 논리는 쉬운 말로 설명 가능하다. … 경제학적 원칙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자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할 문제들에 그 원칙들을 적용해서 설명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적인 부분을 경제학 교과서처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토론하고자 하는 주제와 관계가 있을 때에만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경제와 경제학이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반 상식이 되는 놀라운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장하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임용되어 경제학과 교수로 근무했으며, 2022년부터 런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3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군나르 뮈르달 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바실리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2014년에는 영국의 정치 평론지 『프로스펙트』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사상가 50인’ 중 9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제노동기구, 유엔식량농업기구 등 유엔 산하 기구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유럽투자은행 등 다자간 금융 기구 그리고 옥스팜, 경제 정책 연구소 등 엔지오를 비롯해 여러 정부 기구 및 민간 조직에 오랫동안 자문을 제공하며 함께 일해 왔다. 지금까지 17권의 책을 썼으며, 그중 13권의 저서가 전 세계 46개국 45개 언어로 번역되어 200만 부 넘게 판매되었다. 주요 저서로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사다리 걷어차기』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영국에 살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인간의 품격』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진화의 배신』 『배움의 발견』 『랩 걸』 『완경 선언』 등 5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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