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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와 달빛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8
세르브 언털 지음 | 김보국 옮김
휴머니스트

2023년 03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3월 0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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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80MB)
ISBN 9791160809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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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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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헝가리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세르브 언털의 문제작이자 마지막 소설. 국내 초역.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 앞에 남편 ‘미하이’의 옛 친구가 나타나고, 급격히 과거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간 미하이는 한순간의 실수로 아내 ‘에르지’와 다른 기차에 오르는데……. 사라졌다고 생각한 어린 시절의 고통과 열망이 은밀하고 매혹적인 메타포들로 몸 바꿔 되살아나고, 유혹의 순간을 지나야만 닿을 수 있는 ‘자기만의 삶’ 앞으로 서서히 독자를 잡아끄는 기묘하고 독특한 소설. 작가이자 저명한 문학비평가였던 세르브 언털이 문학 세계의 정점에서 쓴 작품으로, 그의 인생 전체가 등장인물 설정, 동성애적 관점 등의 모티프가 되어 소설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유대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작품 활동에 직간접적인 제약을 받았으나, 최근 몇십 년간 동시대 작가인 마러이 샨도르와 함께 재평가받고 있다.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고,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었으며, ‘꼭 읽어야 할 헝가리 소설’을 꼽는 설문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제1장 신혼여행 _007
제2권 은둔자 _108
제3장 로마 _220
제4장 지옥의 문 _287

해설 | 되살아난 꿈과 절망의 시절 _383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은 서서 다니는 동안은 얼마나 피곤한지 알아채지 못하며, 앉았을 때에만 그것을 안다는 점이다. 미하이가 15년 동안 축적된 피로에 지배당하기 시작한 것은 테론톨라에서 원하지도, 의도하지도 않게 다른 열차에 올라탈 때였다. 에르지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고독과 그 자신을 향했던, 그 열차에 오를 때였다.(119쪽)

인간은 방황의 시기에 더욱 소심해지고 겁이 많아지며, 가장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시절에 대한 회상은 영원히 남는다.(142쪽)

방황하던 시절로 여행하는 것, 그 회귀는 단지 시간을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것은 더 아래로 내려가야만 하는, 그리고 더 먼 과거, 자신의 개인사로 가야만 하는 계단일 뿐이다. 방황하던 시절은 그냥 쓸모없는 방황으로 채웠던 시간인 것처럼 낯선 여인은 항상 낯설 뿐. 그는 집으로, 낯설지 않은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만 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 그들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 세상 곳곳을 떠돌던 바람이 그들을 휩쓸어버렸다.(154~155쪽)

그 권태가 심장신경증으로까지 고조되었을 때 그녀는 스스로 미하이를 선택했다. 미하이는 완전히 순응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그의 내부에 시민적 삶의 틀과는 전혀 다른 생소한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다. 미하이를 통해 나중에는 그녀도 그 벽들을 넘을 것이라고, 벽을 넘어 알 수 없는 먼 곳을 향해 펼쳐져 있는 침수지, 야생의 숲이 자라나 덮고 있는 그곳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미하이는 그렇게 하기보다는 그녀를 통해 순응하고자 했다.(218쪽)

그는 로마에 머물러 있으며, 이것은 매우 큰 모험과 다름없다. 그의 가족에게는 물론 중산층 시민이라는 신분에도 어쩌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실수를 저지르는 일일지 모른다. 그는 아주 불확실한 날들과 직면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한순간도 들지 않았다. 이 모험과 상실감, 그 또한 게임에 속하는 것이다. 내일도 아니며 모레도 아닐 테지만, 언젠가 한 번 그들은 만날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살고, 또 살 것이다. 지나간 세월 속에서 비춰진 그런 모습이 아닌 채로 말이다.(234쪽)

아직 마음은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야. 계속 나아가자. 계속. 사람들이 내린 저 자동차처럼 텅 비어 있으나, 우리는 나아가야 해.(269쪽)

하지만 당신도 봤잖아. 나는 이 세상에 순응하고자 몇 년 동안 모든 것을 다 했어.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다고, 이 세상과 화해했다고 생각했을 때 당신을 아내로 맞아들였지.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보상이었어. 그때 내게서 그 모든 악령, 나의 청춘 시절, 그리고 향수와 반항심이 터져 나왔던 거야. 향수에는 어떤 치료제도 없어. 어쩌면 이탈리아로 오면 안 됐었는지도 몰라.(320쪽)

“내 삶은 지금도 매우 충만해. 아직도 얼마나 대단한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어. 파리에서 나는 나 자신을, 그리고 세상에서 내가 찾고 있던 것을 조금 찾았어. 단지 유감스러운 것은 당신이 내 인생에서 낙오되었다는 거야.”(321쪽)

살아남아야 한다. 폐허 속의 들쥐처럼 그 또한 살아남을 것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살아남을 것. 인간은 살아 있어야 항상 뭔가가, 여전히 뭔가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382쪽)

작가정보

Szerb Antal | 190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유대인 부모 아래 태어났다. 여섯 살에 아버지와 함께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 단편소설, 수필을 습작했고, 대학에서는 헝가리어와 독일어를 전공하며 영어와 프랑스어도 익혔다.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작가뿐 아니라 번역가, 고등학교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1933년에는 헝가리 문학 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었고, 1934년에는 학자로서 집필한 《헝가리 문학사》와 첫 장편소설 《펜드래건의 전설》을 출판하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듬해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인 바움가르텐상을 수상했다. 《여행자와 달빛》(1937)은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자 문학 세계의 정점에서 쓰인 작품으로, 신혼여행지인 이탈리아에서 옛 친구를 만나 급격히 과거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간 남편의 현재와, 뜨겁지만 암울했던 청춘 시절을 환상적인 문체로 그려냈다.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고,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었으며, ‘반드시 읽어야 할 헝가리 소설’을 꼽는 설문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이러한 업적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학적 경력과 삶에 제동이 걸렸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고, 그는 개종 여부와 무관하게 유대인으로 간주되어 박해당했다. 《헝가리 문학사》는 공산주의 통치 기간 동안 판금 조치 되었고, 이는 그의 소설에 대한 평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1944년 헝가리 벌프의 노동 수용소로 끌려갔고, 1년 뒤인 1945년 그곳의 간수들에게 구타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한국외대 헝가리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 동유럽어문학과와 헝가리 데브레첸 대학에서 수학했고, 헝가리 외트뵈시롤란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 동아시아 학술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세렐렘》, 《장미 박람회》, 《도어》가 있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채식주의자》 등을 헝가리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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