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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쓸모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
박산호 지음
ㅁ(미음)

2023년 03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2월 28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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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3.27MB)
ISBN 9791157069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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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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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이자 작가인 박산호가 많은 독자와 콘텐츠 제작자가 주목해야 할 소설 17편 속에 담긴 메시지와 아이디어를 파고들면서, 소설이 우리의 불명료하고 좌절이 가득한 삶에 어떤 유용성을 가져다주는지 알아본다.

우리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웹툰, 게임, 뉴스레터 등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넘쳐나고 이야기의 중요성이 과거의 어느 때보다 대두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야기가 가진 흥미도와 메시지의 낙폭이 세상의 많은 것을 좌우하는 현시점에서, 저자는 이야기의 대표적 그릇 중 하나인 소설을 들여다보며 그 세계 속의 또 다른 경이로운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탐구한다.

체념과 허무주의가 팽배한 요즈음, 삶의 터전 곳곳에 놓인 수많은 덫을 피하게 해줄 수 있는 소설 속 아이디어들이란 무엇일까? 우리에게 양심과 의지가 관련된 난제를 들이밀고, 표면 밑의 균열을 직시하게 만드는 소설들은 종내에 우리에게 어떤 이로운 영향을 가져다줄까?

21세기의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들은 때로는 시간, 비용, 장소, 분량, 노동력 등의 한계 때문에 많은 것을 미끈하게 깎아내야 하기도 한다. 《소설의 쓸모》는 이런 콘텐츠들과는 좀 다른, 오직 소설만이 전달할 수 있는 복잡하고 미묘하며, 혹은 얼핏 거칠거나 자질구레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메시지와 새로운 발상들을 수면 위로 건져 올린다.

문학을 오랫동안 공부해온 박산호 저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낸 소설 17편 속 아이디어, 재미,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신선한 공기와 힘이 가득 찬 새로운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설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이 책은 무엇보다도 독자로 하여금 소설을 한층 더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들어가며
-영감이 기다리는 세계
1. 만약 세상이 그토록 문자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활자 잔혹극》
2. 걸작을 만들어낸 질문들: 《시녀 이야기》
3. 에일리언의 손을 마주 잡을 때: 〈천국의 신부들〉
4. ○○인 게 나한테 이롭기도 해: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5. 답은 항상 여러 개 있다: 《걸 온 더 트레인》
6. 영리하며 치밀한 여성들로 대체되고 있는 세계: 《나는 너를 본다》
7. 일기를 쓰면 모두 덜 미친다: 《디 아더 미세스》
8. 고단한 삶을 위로해주는 그들은 명탐정: 《스위트홈 살인사건》

-미스터리를 환대하는 세계
9. 젊은 여주인공이 기필코 성공하는 이야기를 읽는 사회: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10. 악당도 신부도 여자: 《불타는 소녀들》
11. 인생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법 배우기: 《어둠의 왼손》
12. 오래되고 낡은 사람들은 해결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13. 《제인 에어》의 광녀 버사 메이슨과 레베카: 《레베카》
14. 사나운 왕국에서의 양자택일: 《밤의 동물원》
15. 삶의 구경꾼 무리에 합류한다면: 《베이비 팜》
16.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진실: 《예쁜 여자들》
17. 지구인과도 소통이 안 돼: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10년 동안 소설의 세계를 떠나 있었다. 잘 사는 어른은 그런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의 세계에서 용감하고 강해져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만큼 용감해지지도, 기대만큼 현명해지지도 않았다. 그러다 소설 번역가로 일하게 되면서 다시 소설의 세계로 돌아왔다.
-7쪽

소설은 어떤 힘이 있기에 나를 이렇게 힘센 손으로 꽉 틀어쥐고 놓아주지 않는 것일까.
소설은 어린 나에게 그 어떤 고난이 닥쳐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는 법을 상상하게 해준 시뮬레이션 게임이자, 항상 서재에 틀어박혀 번역만 하느라 한없이 작은 세계에 갇혀 사는 내가 흥미로운 의문을 품을 수 있게 해준 사고의 실험장이자, 평소에는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사람과 그들의 복잡다단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해준 만남의 장이다.
-8쪽

요즘이야 글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문인을 ‘교양인’과 동급으로 여기며 고상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유니스는 글을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한 번 본 것은 머릿속에 사진으로 찍어놓듯이 정확하게 기억했고, 산책을 통해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은밀한 관계와 감정을 알아차리는 감각 능력이 있었다.
만약 세상이 그토록 문자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만약 유니스가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닌 다른 능력과 감각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배려를 받았더라면 커버데일 가족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유니스는 오랫동안 보모로 일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산책할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낯선 이들을 찍은 비비언 마이어 같은 예술가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예리한 관찰력을 이용해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범죄 전문가나 탐정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그저 가정이기에 한없이 무력하지만.
-19~20쪽

사실 SF 영화 하면 흔히 연상하는 소재는, 인간과 우주 생물의 결합으로 탄생한 무시무시하고 놀라운 능력을 지닌 괴생명체이다. 그것이 던지는 주요 메시지는 지극히 평범하다. 새롭고 낯선 것은 위험하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이 작품은 수상한 웅덩이에서 낯선 생명체와 조우해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잉태하는 공포를 그린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서 배 속에 잉태된 무언가는 단순한 생명이 아니라 새로운 지능이자 관념이며 아이디어를 뜻한다.
-30쪽

이렇게 숫자로 입증된 사실이 있기에, 여성들이 사냥당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 작품과 다른 류의 스릴러 소설 사이에는 꽤 큰 온도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절대 이런 끔찍한 일은 당하지 않을 거야, 라고 생각하며 안전한 나의 공간에서 페이지를 넘기는 사치를 만끽할 수 있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나는 너를 본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지금 이 순간 나도 당할 수 있을 것 같아 두렵다.
-54~55쪽

소설 번역을 하다 보면 무의식중에 등장인물 중 가장 나와 닮았다고 느끼거나 혹은 닮고 싶은 인물에 감정 이입한다. 그 몰입 정도가 심해지면 어느 순간 극 중 인물과 내가 혼연일체가 되어 그가 웃으면 나도 웃고, 그가 울면 나도 웃고, 그가 고통받으면 나도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소설 번역가는 대본을 받아 연기하는 연기자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역할에 빙의했다’는 표현은 연기자뿐만 아니라 번역가에게도 해당할 수 있지 않을까.
-65쪽

만약 이 소설을 한국에서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었다면, 잘나가는 부잣집 명문대생들 틈바구니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고졸 주인공이 그들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좌절에 빠지는 장면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예쁘고 돈 많은 부잣집 딸과 비교당하며 평범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우울해하는 장면이 나올 수도 있다. 우리가 현대 한국 사회에서 대체적으로 느끼는 반응에 가깝기도 하니까.
-77쪽

요즘은 번역 소설을 읽으면서 시대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전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던 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소설에서 부부 간의 대화가 나오면 아내가 남편에게 존칭을 쓰는 식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잦았지만 이제는 완전히 평등하게 번역한다.
-83쪽

게센의 종교인 한다라교(에스트라벤도 신자이다)의 핵심 교리는, 인생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해서는 안 될 질문이 뭔지 판단하는 법을 배우며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다. 이는 상대가 어떤 성인지 알 수 없고, 알려 하는 것이 무용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아는 게센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철학일 것이다.
서서히 게센인들의 철학을 이해하게 된 겐리는 마침내 임무에 성공하고 몇 년 만에 동료들을 보는 순간 충격을 받는다. 그는 남성과 여성으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동료들의 외모와 목소리 때문에 불편함과 불쾌함을 느끼다가 중성적인 게센인들을 보며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다. 내가 누구인지, 나는 여성인지 남성인지, 나는 누구의 편인지 구분 짓는 것은 실로 고통스러우며 의미 없는 행동이자 사고방식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결말이 아닐까 싶다. 이 결말을 보며 완경 후 한동안 방황했던 내가 떠올랐다. 그때 나는 내가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아 조금 두렵고 혼란스러웠다.
-88~89쪽

내가 감탄한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낯선 존재, 낯선 생명이 우리 세계와 우리 몸을 침범한다고 상상하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갈등, 충돌, 대립, 적대’라는 구도를 떠올리고 만다. 내 몸에 들어온 균은 반드시 박멸해야 하고, 이민은 우리에게 이로운 사람들에게만 허용해야 하며, 강대국의 언어가 아닌 외국어는 배울 가치가 없고, 낯선 제도나 시스템은 불편하고 짜증난다. 이런 통념을 코아티는 거침없이 부숴버린다.
-95쪽

그런데 이 이야기가 단순히 조앤과 링컨 모자의 숨 막히는 동물원 탈출기에 불과했다면 나는 이야기 전개에 집중하는 데 그쳤을 것이다. 《밤의 동물원》에는 나이 든 은퇴한 교사 마거릿과 발랄하고 수다스러운 열여섯 살 소녀 케일린이 등장하는데, 작가 진 필립스는 조앤과 이런 인물들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우리가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존재가 위험에 처한 순간 인간이라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 라는 화두를 제기한다.
-108~109쪽

나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예라고 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가족, 친척, 친구, 동료가 어느 날 입에 올리기도 부끄럽거나 끔찍한 행동을 해서 비난받는 일을 겪는 여성이 세상엔 많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은 어떨까? 과연 진실을 알고 싶었을까. 진실이라고 해서 모든 류의 진실이 자신에게 이로운 건 아니니, 이 의문에 대한 답은 각각 다를 것이다.
-123~124쪽

● 이야기의 중요성이 과거의 어느 때보다 대두되는 시대에
소설의 세계 속 경이로운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탐구한다

80권이 넘는 소설과 그래픽노블을 우리말로 옮겨온 번역자, 영국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한 연구자, 스릴러 소설을 발표한 성공한 덕후, 다양한 매체에 서평과 문화 비평을 게재해온 칼럼니스트 박산호 작가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탐독해온 소설의 ‘어떤 쓸모’에 대한 에세이집을 펴낸다.

우리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웹툰, 게임, 뉴스레터 등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넘쳐나고 이야기의 중요성이 과거의 어느 때보다 대두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야기가 가진 흥미도와 메시지의 낙폭이 세상의 많은 것을 좌우하는 현시점에서, 저자는 이야기의 대표적 그릇 중 하나인 소설을 들여다보며 그 세계 속의 또 다른 경이로운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탐구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우리의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지, 적용이 가능하다면 그 방향성은 어떠해야 할지 고찰해본다.

이 책에는 21세기의 많은 독자와 콘텐츠 제작자가 주목해야 하는 소설 17편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으며, 저자가 스릴러와 미스터리 소설 분야에서 신뢰받는 전문가인 만큼 범죄소설 혹은 그만큼 어두운 그림자가 감도는 SF소설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범죄소설의 아이디어와 전개와 미학을 들여다보는 일은 일반 소설을 연구하는 일과 똑같은 유용함을 가지고 있다. 현대의 많은 작가와 전문가와 독자는 이제 더 이상 범죄소설을 하위 문학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들은 범죄소설도 다른 모든 소설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심지어 어쩌면, 범죄문학이 형성해온 고유의 특성과 구조 때문에 좀 다른 면에서 더 나은 효과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G. K. 체스터튼이 “아무리 평범한 스릴러물의 스릴일지라도, 오직 스릴만이 양심과 의지에 다소나마 관심을 보인다”라고 한 것처럼 말이다.

● 소설을 읽는 사람만이 더 빨리, 더 깊게 도달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신선하고 미스터리한,
어떤 힘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에세이

“이야기 너무 좋아하지 말어.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은 가난하게 살아.”

어린 시절 저자는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매일 밤 손녀에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손녀의 장래가 걱정되셨는지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 타이르셨다. 하지만 할머니의 말은 놀라운 예언과 저주로 돌아왔고, 학창 시절 내내 소설에 빠져 산 저자는 대학 시절에 675권의 책을 독파했고 훗날 스릴러소설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가가 되어 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성공한 덕후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다가 영국 문학을 자세히 공부하고 싶어서 영국으로 건너가 브루넬 대학원에 입학해 19세기 영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연구했으며, 한편으로는 다양한 매체에 서평, 문화 비평을 발표해왔다.

저자는 이렇게 오랫동안 문학을 탐구해온 이력을 바탕으로, 매혹적인 소설 17편에 담긴 아이디어와 메시지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짚어낸다.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주인공 유니스가 등장하는 《활자 잔혹극》을 다룬 편에서는 ‘세상이 이토록 문자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이라는 대담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유니스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이 들통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기억력과 관찰력이 비상하게 좋았다. 만약 유니스가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닌, 다른 능력과 감각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배려를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고용주 일가를 살해하지 않는 미래가 존재할 수도 있었을까?

미스터리한 배경 설정이 가득한 SF소설 《시녀 이야기》와 스릴러소설 《걸 온 더 트레인》을 다룬 편에서는 ‘질문’과 ‘의문’이 중요 키워드로 부상한다. 저자는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을 직접 인터뷰했을 때 얻은 창작 팁을 자세히 풀어놓으면서 글쓰기를 직업으로 갖고 있는 작가는 물론이고, 세상의 모든 사람이 왜 질문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지 또렷하게 설명한다.
한편, 영국 대학원에서 《제인 에어》를 연구했던 저자는 20세기의 범죄소설 《레베카》를 읽다가 로체스터의 첫 부인 버사 메이슨이 《레베카》에서 되살아났음을 깨닫는다. 레베카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매력으로 작품 내내 모든 등장인물을 지배하고,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어린 화자 ‘나’는 그런 레베카에게 주눅이 들어 있다. 저자는 세상에 의해 미스터리 앞으로 내던져진 초라하고 미숙한 ‘나’를 다정한 시선으로 돌보는 한편, 소위 ‘사악하고 미친 여자’ 버사 메이슨과 레베카를 대조하면서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생긴 점진적인 변화가 작품에 반영된 점을 짚어낸다.

이외에 《어둠의 왼손》을 다룬 편에서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과 ‘인생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인간’이 핵심 키워드가 된다. 저자는 사람이 인생의 불확실성과 미지의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닭은 통제력을 상실할 가능성에 대한 공포, 태어나서 지금까지 쌓여온 자동 재생되는 편견과 습관을 계속 가동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너를 본다》 편에서는 여성이 잔인한 살인마에게 끌려다니다가 목숨을 잃는 콘텐츠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지적하며, 우리가 왜 똑똑하고 치밀한 여성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읽을 필요가 있는지 이야기한다. 살인이 등장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 편에서는, 작품 속에서 코믹하고 아이러니하게 표현된 ‘소통’이라는 아이디어를 자세히 살펴본다. 시종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외계인들보다 더 소통이 안 되는 막무가내 인간들을 등장시켜 소재의 효과를 극대화한 점을 짚어내면서 저자 자신이 두 차례의 모임에서 겪은 불통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저자가 해학적으로 묘사한 불운(?)에 크게 공감하면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지만, 마지막에는 산뜻한 카타르시스와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운 포인트 중 하나는, 20년 가까이 번역자로 활동해온 저자의 여러 직업적 경험담 속에서 세간의 편견과 오해를 엿보고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가 이름 때문에 ‘남성 스릴러 번역가’로 자주 오해받은 경험이나 “집에서 일하니까 아이도 돌보고 살림도 잘할 수 있겠다”며 무수히 오해받은 경험 등이 바로 그렇다. 경쾌한 미스터리 소설 《스위트홈 살인사건》을 다룬 편에서는 번역자도 번역을 하다가 역할에 빙의(?)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설을 들려주기도 한다.

사실, 현실과 픽션의 세계를 숨 쉬듯 오가며 사는 우리는 늘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벌하고 싶어 한다. 여기서 스릴이 발생하고, 우리는 개인의 양심과 의지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에세이집 《소설의 쓸모》는 그 점을 정확하게 짚어내며, 오직 소설만이 전달할 수 있는 복잡하고 미묘한 메시지와 새로운 발상들을 수면 위로 건져 올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설을 한층 더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산호

화장품 대리점을 하느라 바빴던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한 달 전 큰딸이 글자를 하나도 못 읽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초속성 단기 과외를 받게 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부모님이 아는 아저씨 집에서 특훈을 하고 문자의 세계에 입문했다. 학창 시절 내내 유일한 취미인 소설 읽기에 빠져 있다가 대학교 졸업반이 돼서야 학점은 엉망이고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음을 깨닫고 뉴질랜드로 도피성 어학연수를 떠났다.
오클랜드 중고 서점에서 우연히 스티븐 킹의 《쿠조》를 샀다가 밤을 새워서 읽고 영어 원서라는 두 번째 문자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후 번역가가 되어 읽고 싶은 소설을 원서로 실컷 읽고 번역하는 가난한 성덕의 삶을 살다가 제대로 영국 문학을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뒤늦게 영국 브루넬 대학원에 입학했다. 배움을 추구하기 위해 물 건너 영국까지 갔지만 대학원에서는 토론식 수업만 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이후 매일 눈물을 흘리며 두꺼운 영어 소설을 찾아 읽고 수업 준비를 했다. 그러다가 영국인들에게서 특유의 민족성 비슷한 것을 감지하고, 그 힌트를 찾기 위해 19세기 영국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연구해보겠다는 무모한 야심을 품었다. 어렵기 그지없는 19세기 영어를 공부하며 다시 한 번 피눈물을 흘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현대 소설을 주제로 논문을 쓸 것을……. 내 발등을 내가 찍었다. 이렇게 소설을 주야장천 읽는 인생을 보내다가 급기야 《너를 찾아서》라는 스릴러 소설을 집필해 2022년에 발표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영국 드라마와 영화로 읽는 영국 문화’를 연재하고 있고 다양한 매체에 다수의 칼럼을 게재해왔다. 《세계대전 Z》, 《토니와 수잔》, 《차일드 44》, 《사브리나》 등 80권이 넘는 소설과 그래픽노블을 우리말로 옮겼고,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공저), 《우리 지금, 썸머》(앤솔로지), 《단어의 배신》 등을 썼다. 에세이집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는 웹툰이 제작되어 연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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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쓸모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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