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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

석영중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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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 20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3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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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4.03MB)
ISBN 978893297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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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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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도스토옙스키를 파고들었으며 러시아 문학을 알리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온 석영중 고려대학교 교수가 『백치』를 해설한다.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소설로도 꼽히는 『백치』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쓰였고, 작가가 특별히 사랑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후기 대작 중 가장 서정적이고도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이 책은 『백치』를 어려우면서도 감동적으로 만드는 요소이자 도스토옙스키 전 작품의 핵심 인자인 〈이미지〉에 분석의 초점을 맞춘다. 『백치』의 중심 이미지로는 철도, 칼, 그림을 제시하며 소설의 구조와 당대 러시아의 사회상, 작가의 전기적 궤적을 총체적으로 풀어내는데, 곳곳에서 연구자의 방대한 지식과 끝없는 애정이 맞물려 지나간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백치』라는 지극히 정교한 세계를 안내하는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창작 목표와 함께 그것이 〈반드시 써야 하는 소설〉이었음을 이야기하며, 이어지는 2~4부는 철도, 칼, 그림이 수많은 이미지를 파생하고 복잡하게 얽혀 서사를 이끌면서 대가의 치밀한 설계에 따라 〈전적으로 아름다운 인간〉인 그리스도의 이미지로 수렴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머리말. 이미지가 된 소설가

I. 반드시 써야 하는 소설
1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 | 2 카드 한 장에 모든 것을 걸듯이 | 3 불가능한 스토리 | 4 바보 성자 | 5 신비한 질병 | 6 인생 최고의 아이디어 | 7 서사의 불균형 | 8 이미지 vs. 이미지 없음 | 9 철도, 칼, 그림 | 10 건축가의 눈

II. 철도
1 철도, 소설을 열다 | 2 불을 내뿜는 용 | 3 월드 와이드 웹 | 4 잃어버린 낙원 | 5 네크로필리아 | 6 대체 불가능한 가상 자산 | 7 주식 투자 광풍 | 8 무한 엔터테인먼트 | 9 그리스도 대행 | 10 창백한 말에서 철마로 | 11 가성비 천국 | 12 유대의 왕

III. 칼
1 날카로운 기계 | 2 무한과 유한 | 3 영원의 문턱에서 | 4 시간 디바이드 | 5 순간적인 삶과 무한히 지속되는 죽음 | 6 증상으로서의 영원 | 7 위대한 시간과 소소한 시간 | 8 도덕의 거세 | 9 살인자의 원형 | 10 시계와 역사책 | 11 그리스도의 살해

IV. 그림
1 강생의 미학 | 2 에크프라시스 | 3 손 글씨 애호가 | 4 슬픈 사진 | 5 이콘이냐 아이돌(우상)이냐 | 6 기쁨촌 | 7 이 사람이다 | 8 미술품 투기 |
9 전갈을 닮은 괴물 | 10 홀바인의 그리스도 | 11 거대한 첨단 기계 | 12 연미복을 입은 유령 | 13 이 세상 전체만큼 거대한 사상 | 14 파리 한 마리

맺음말. 보이지 않는 희망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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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칼, 그림은 상인, 살인범, 그리스도와 각각 연관되고 거기서 돈, 시간, 신앙의 테마가 창출되며 그로부터 다시 정치 경제학, 철학, 윤리학의 영역이 활성화된다. (……) 상호 연관되는 모든 이미지들은 궁극적으로 다양하게 변주되고 증폭되는 그리스도의 이미지에 수렴한다. 극도로 조밀하게 짜인 연관 관계의 망은,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이게 하는 데 작가의 소명이 있다고 믿었던 도스토옙스키의 신념을 반영하는 동시에 서사에 질서와 균형을 더해 구조 공학적으로 완벽한 형식미를 창출한다.
- 9면

그리스도를 닮아 선하고 온순하고 겸손한 간질병 환자가 현대의 러시아 수도에서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 자체가 사실상 저자가 의도한, 그리고 그가 그토록 사랑한 소설의 아이디어였다. 『백치』는 결코 실패한 그리스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스도가 구원할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한 세계,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데 실패한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 52면

소비와 생산의 고리가 점점 커져 가고 그 돌아가는 속도는 철도가 절약해 주는 시간에 비례해 빨라진다. 철도와 더불어 부가 재편성되고 새로운 사업이 생겨나며 기업가, 혹은 자본가라는 이름의 새로운 신분이 생겨난다. 철도는 또한 시간의 방향과 속도를 완전히 변형한다. 놀라운 운동 속도로 성서적인 에스카톤eskhaton(종말) 대신 지상 낙원을 향해 질주하는 기차 덕분에 인간의 시간 체험은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 101~102면

감옥에서 천국을 상상하며 사는 것과 한 푼도 쓰지 않으면서 모자람 없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속칭 〈가성비〉 측면에서 동일하게 들릴 수 있다. 두 가지 삶 모두 돈이 최소로 적게 들거나, 혹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 도스토옙스키가 현대의 삶과 관련하여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아글라야의 시각과 같은 시각이다. 비용이 적게 들 수만 있다면, 돈을 벌 수만 있다면, 돈을 쌓을 수만 있다면, 싸게 살 수만 있다면, 그 모든 〈있다면〉에서 도스토옙스키는 물질 만능주의의 심연과 맞닥뜨린 것이다.
- 159~160면

철도가 당대인들의 시간 개념을 바꿔 놓았듯이 로스차일드 역시 시간 개념을 바꿔 놓았다. (……) 지상에서의 시간이 로스차일드의 돈으로 환산되는 이폴리트에게 산다는 것은 곧 돈을 축적한다는 것을 의미 하므로(같은 원리에서 업적을 축적하고, 권력을 축적하고, 명예를 축적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살아 있으면서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이른바 모든 〈루저〉들)은 사람 축에도 끼지 못한다. 이폴리트는 마치 〈일수놀이〉 하는 고리대금업자가 날수와 이자와 원금을 계산하듯 남은 살날과 누적되는 돈을 단순 산수로 해석하는 것이다.
- 167~168면

미시킨은 예판친의 부인과 딸들에게 자신이 아는 어느 사형수의 이야기를 들
려준다. 총살형 직전에 사면을 받아 삶을 되찾은 사람인데, 그는 젊은 시절 동일한 체험을 한 도스토옙스키의 분신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사형수 이야기는 리얼하면서도 동시에 저자의 가장 깊은 내면에서 그 트라우마가 오랜 세월 동안 무르익으며 형성한 사유의 심연을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시킨다. 도스토옙스키가 죽음의 확실성 앞에서 마지막 5분간을 살아 내야 하는 인간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시간에 관한 가장 첨예한 사유의 단면이다.
- 184면

도스토옙스키가 소설 속에서 시간을 다루는 방식은 그의 시학적 원칙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도스토옙스키는 〈이미지〉의 작가이다. 그에게 소설의 핵심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표상하는 것이다. (……) 그는 시간에 관한 사색을 공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그는 시간 자체와 공간 자체를 논하거나 탐구하는 대신 시간과 공간을 서로를 위한 척도로 도입한다. 그의 공간은 시간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며 그의 시간은 반드시 공간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 189~190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무한은 불가능하다. 유한한 인간이 시간을 잃지 않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불가능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려고 할 때 모든 악이 발생한다.
- 203면

칼날이 목을 내리치기 1분 전에 단 1분의 시간을 구걸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인간으로 하여금 최후의 1분을 구걸하게 하는 것, 아니 그 누구라도 마지막 한순간까지 악착같이 삶의 끈을 붙들려고 한다는 것, 그 사실 자체가 인간의 비참함의 핵심인 것이다. 그때의 1분은 한 세기도 아니고 그냥 1분도 아니다. 아니, 그것은 아예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끝없이 처참한 본질인 것이다.
- 214면

우리가 영원을 무한한 시간으로 이해하는 한 영원 속에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 그러나 만일 우리가 영원이라는 것을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점으로 받아들인다면 가능하다. 도스토옙스키가 말하려고 했던 바의 영원은 바로 그런 것이다. 영원은 시간도 아니고 공간도 아니고 상태도 아니다. 영원은 시점이다.
- 230면

소비에 초점이 맞춰진 사회, 안정적인 중산층이 목표인 사회, 그가 파리와 런던에서 발견한 사회는 작은 과거와 작은 미래에 전전긍긍한다. 그런 사회에서 시간은 작다 못해 거의 정지된 듯하다. 도스토옙스키는 거기서 이를테면 〈빈사 상태의〉 시간을 보았다. (……) 소비에 초점을 맞출 때, 그리고 그 소비를 위해 돈을 모으는 일에 초점을 맞출 때 인간은 시간을 체험할 수 없다. 모으고 소비하고 또 모으고 또 소비하는 하루하루가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그냥 하루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많은 돈과 조금 더 많은 물건은 역사를 만들지 못한다.
- 232~233면

그는 신학자가 아니라 소설가였다. 그는 자신의 신앙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강생을 신학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강생의 원리, 즉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으로 현현하는 현상, 의미의 육화, 정신적인 것의 물화, n차원의 3차원화를 작품 구성의 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이 점에서 『백치』는 〈강생의 소설〉이다.
- 271면

과거의 한순간에 발생한 사건의 한 장면, 혹은 한 인물을 재현하는 사진은 영원히 가버린 시간을 생각나게 하며, 삶은 그렇게 환기되는 무상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서, 흘러가 사라져 버리는 현재로서 살아 내야 한다. 그 살아 냄의 행위에서는 절대적인 허무와 열렬한 생명의 희구가 교차한다. 그래서 슬프다. 사진과 관련하여 도스토옙스키는 다시 한번 자신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향수〉에 사로잡힌 존재임을 천명하는 듯하다.
- 303~304면

타인이라고 하는 사건을 마주하여 내가 그의 부름에 응답할 때만 나는 책임지는 존재, 윤리적 주체가 된다. 이때 응답이란 단순한 대답이나 응대보다 훨씬 포괄적인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타자의 존재와 의식을 나와 동등한 존재와 의식으로 인정하고, 타자를 내 존재로 환원함 없이 타자를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타자의 존재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 310~311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예술가의 일이라면,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 내는 것은 예술 수용자의 몫이다. 도스토옙스키는 『백치』에서 예술가와 수용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도스토옙스키가 무덤 속의 그리스도에게서 발견한 것은 〈신앙을 잃게 할지도 모르는〉 죽음의 확실성이 아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죽음의 확실성 너머에 있는 불멸을 읽어 냈다. 그는 2차원 공간이 품고 있는 4차원의 세계, 칼날같이 예리하고 위태로운 찬과 반의 경계선에 선 인간만이 인지할 수 있는 영원성에 매혹당했다.
- 395면

치밀하게 얽힌 세 가지 이미지,
철도, 칼, 그림을 중심으로 풀어낸 『백치』 강의

수십 년간 도스토옙스키를 파고들었으며 러시아 문학을 알리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온 석영중 고려대학교 교수가 『백치』를 해설한다.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소설로도 꼽히는 『백치』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쓰였고, 작가가 특별히 사랑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후기 대작 중 가장 서정적이고도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이 책은 『백치』를 어려우면서도 감동적으로 만드는 요소이자 도스토옙스키 전 작품의 핵심 인자인 〈이미지〉에 분석의 초점을 맞춘다. 『백치』의 중심 이미지로는 철도, 칼, 그림을 제시하며 소설의 구조와 당대 러시아의 사회상, 작가의 전기적 궤적을 총체적으로 풀어내는데, 곳곳에서 연구자의 방대한 지식과 끝없는 애정이 맞물려 지나간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대가의 내공으로 정교히 구축된 『백치』라는 세계
그 구석구석을 충실히 그려 낸 도면

도스토옙스키가 여러 차례 밝혔듯 『백치』는 〈전적으로 아름다운 인간〉을 그리고자 한 오랜 염원의 결실이다. 그리하여 그리스도를 닮은 주인공 미시킨 공작을 탄생시킨 이 소설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질문,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영원 속에서 살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기도 하다. 『백치』라는 지극히 정교한 세계를 안내하는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소설이 어떤 개인적 고통 속에서 쓰였는가에서 시작해 방법론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한 작가적 고통을 이야기하며, 그럼에도 그것은 도스토옙스키에게 숙원 사업이자 〈유일한 구원 수단〉이었기에 〈반드시 써야 하는 소설〉이었음을 강조한다. 그리스도를 형상화한다는 창작 목표에 다가가고자 그가 사용한 방법은 철도, 칼, 그림이라는 강력한 이미지를 소설에 들여오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2~4부는 그것들이 수많은 이미지를 파생하고 복잡하게 얽혀 서사를 이끌면서 대가의 치밀한 설계에 따라 그리스도의 이미지로 수렴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2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철도〉는 19세기 중후반 러시아의 경제적, 사회적 배경과 물신 숭배 사상을 담아낸 이미지다. 러시아의 산업 혁명을 촉발해 새로운 부를 창출한 철도는 소설에서 상인, 신흥 자본가의 이미지와 연결되며, 그들은 재산 축적 방식과 계급, 계층을 막론하고 돈을 모든 가치 위에 두게 된 타락한 사회를 대변한다. 초월성이 부정되고 부르주아적 사고가 팽배한 가운데 철도를 위시한 첨단 기술이 신흥 종교로 부상하고, 부를 누리는 인간은 그리스도를 대체하며, 시간을 포함한 모든 것이 돈으로 계산되는 〈저울과 계약〉의 시대가 도래한다.
〈칼〉은 폭력, 죽음, 종말에 대한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이미지로, 처형과 살인이라는 테마를 활성화하며 시간과 무한에 대한 사유를 발전시킨다. 사형수의 시간 체험을 첨예하게 묘사하는 이미지-서사들이 보여 주는바, 인간은 무한을 살기는커녕 인지하기조차 불가능한 존재다. 이런 인식은 『백치』를 꿰뚫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영원 속에서 살 것인가?〉 한편 소설은 당대 살인 사건을 실시간 반영하고 칼과 살인을 반복해 다루며 나스타시야 살해라는 종막을 향해 치닫는다. 나스타시야는 어린양의 이미지를 통해 그리스도를 환기한다. 3부는 결국 도스토옙스키가 칼, 살인, 시간의 모티프를 통해 결국 그리스도 안에서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시간, 〈영원한 현재〉를 말하고자 했음을 짚어 낸다.
〈그림〉은 이미지를 시각적, 예술적으로 표현한 메타이미지로, 〈이미지의 작가〉인 도스토옙스키의 창작 원칙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그리스도교에서 〈말씀이 사람이 되〉어 강생했듯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이미지로 나타내고자 했다. 소설 속 미시킨의 서예, 나스타시야의 초상 사진, 디다이와 칼라메의 풍경화, 모스타르트의 「이 사람이다」 등은 저마다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홀바인의 「무덤 속의 그리스도」라는 핵심 이미지를 향해 융합된다. 「무덤 속의 그리스도」는 로고진에게는 투기 대상일 뿐이며 이폴리트는 거기서 처참한 시신과 무자비한 자연의 법칙, 즉 죽음만을 발견한다. 같은 그림에서 도스토옙스키가 본 것은 부활 가능성, 나아가 〈눈에 보이는 죽음 너머에 있는 불멸〉이었다. 그는 그려진 것에서 그려지지 않은 것을 읽어 낸 다음 소설 안에 구현한 것이다. 이제 그가 보이게 한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 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 된다.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떻게 영원 속에서 살 것인가
어떻게 (……) 살 것인가

끝으로 이 책은 〈소설가 도스토옙스키의 가장 근원적인 창작 목적은 시간을 사유하고, 시간을 이를테면 《서사화》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한다. 그리스도교와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시간을 다루기 위해 그리스도교를 사유의 매개로, 이미지를 집필의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물인 『백치』는 발표 후 한 세기 반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날카로운 통찰을 발휘하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시간을 사유하게 한다.
이 책에는 평생 도스토옙스키를 천착해 온 연구자가 『백치』를 통해 삶과 시간을 사유한 자취가 뚜렷하다. 〈만일 우리가 영원이라는 것을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점으로 받아들인다면 (영원 속에서 사는 것은) 가능하다.〉(230면) 〈인간이 대시간을 살 수는 없겠지만 대시간을 추구할 수는 있다. 끝없는 대시간의 추구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인지도 모른다.〉(237면) 〈삶은 (……) 무상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서, 흘러가 사라져 버리는 현재로서 살아 내야 한다.〉(303~304면) 이같은 사유 안에서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떻게 영원 속에서 살 것인가〉라는 도스토옙스키의 질문은 섬세하고도 담대한 걸음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모두의 질문으로 나아간다. 어떤 윤리적, 미학적, 철학적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이 책은 〈보이지 않는 희망〉이라는 제목의 맺음말로 끝을 맺는다. 도스토옙스키는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 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며 일생을 보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기에(「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는 희망을 잃었다가도 되찾고자 애쓰며 살아간다.

작가정보

저자(글) 석영중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 슬라브어문과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도스토옙스키 강의를 해왔으며, 한국 러시아 문학회 및 한국 슬라브 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매핑 도스토옙스키: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 『인간 만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읽기』, 『자유: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배운다』,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푸슈킨에서 솔제니친까지』,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톨스토이와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인생』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도스토옙스키의 『분신』, 『가난한 사람들』, 『백야 외』(공역),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공역),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 『대위의 딸』, 체호프의 『지루한 이야기』, 자먀틴의 『우리들』,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등이 있다. 푸시킨 작품집 번역에 대한 공로로 1999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2000년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상을 받았다. 2018년 고려대학교 교우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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