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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욕조를 떠도는 과학의 오리 인형

과학의 철학적 기원
사이언스북스

2023년 03월 31일 출간

종이책 : 2021년 03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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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7.10MB)
ISBN 9791192908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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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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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물학의 창시자로, ‘통섭(consilience)’ 개념의 주창자로 이름 높은 에드워드 윌슨은 최근 번역 출간된 『창의성의 기원: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The Origins of Creativity)』(사이언스북스, 2020년)에서 “철학을 다시금 존중받는 위치로, 이번에는 인문학적 과학과 과학적 인문학의 중심으로 돌려놓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라고 주장한다. 디지털한 세계에서도 인간은 “정보에 익사하는 한편으로 지혜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윌슨의 이 주장은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윌슨의 통섭 개념이 과학주의의 그늘 아래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인문계 독자들에서부터 인문학의 몰락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공계 독자들까지 철학을 지혜의 근원으로, 과학을 가지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나침반으로 격상시키며 인문학과 철학의 새로운 협력과 융합을 역설하는 윌슨의 태도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그렇다면 윌슨의 이 협력과 융합 제안에 철학자와 인문학자는 어떤 회신을 보내고 있을까? 이미 과학을 철학과 역사학 및 사회학의 대상으로 삼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많은 성과가 축적되어 있다. 과학학(science studies)이라고도 불리는 인문 사회 과학적 과학 연구를 통해 패러다임, 연구 윤리, 과학과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민주적 통제와 관련된 개념들이 계발되었고, 과학과 인간, 사회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 과학학을 “철학을 다시금 존중받는 위치로, 이번에는 인문학적 과학과 과학적 인문학의 중심으로 돌려놓는 것”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의 인문학적 방법론으로 대상을 과학과 기술까지 확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과제는 순수 철학자들,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순수 철학자들이 과학을 중심에 놓고 자신들의 학문 분과와 그 역사를 깊이 성찰하는 데서 풀어 갈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시작하며 005
서동욱

1부 과학이 자연을 인간의 손에 넘겨줄 때
1장 과학의 대항해선을 밀고 나가는 물결: 호메로스부터 니체까지 017
서동욱

2장 학문 혁신을 통한 과학의 실용화로 지상 낙원을 꿈꾸다: 베이컨의 『학문의 진보』 037
이상헌

2부 빛과 시선, 과학과 철학의 관심이 집중된 곳
3장 장님의 지팡이, 포도주 통, 그리고 테니스공이 알려준 빛의 성질: 데카르트의 『굴절 광학』 063
홍우람

4장 관념론자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버클리의 『새로운 시각 이론에 관한 시론』 083
김종원

3부 사물의 이치
5장 운동과 정지, 빠름과 느림으로 이해된 개체: 스피노자의 『에티카』 107
김은주

6장 미적분학의 창시자가 상상한 물리 세계: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서설』 129
박제철

4부 종교를 의심하고 물리 법칙의 뿌리를 들여다보다
7장 불확정성의 시대의 서곡: 우연과 진화로서의 세계: 흄의 『자연 종교에 관한 대화』 149
오은영

8장 뉴턴은 떨어진 사과에서 무엇을 놓쳤는가?: 칸트의 『자연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 167
박경남

5부 자연은 절대자의 얼굴이다
9장 절대적 관념론, 자연의 신비를 벗기다: 셸링의 『자연 철학의 이념』 191
이광모

10장 절대 정신, 자연의 거울에 자신을 비추다: 헤겔의 『엔치클로패디』 215
김옥경

더 읽을거리 235
후주 245
저자 소개 258
찾아보기 262

「이 책에 대하여」에서

고무 오리가 욕실 구석에 웅크리고 있으면 슬프다. 휴일의 해변처럼 욕조는 웃음소리로 가득해야지. 오리 인형의 기쁨이 보고 싶다면 그에게 부력을 만들어 주자. 새로운 학문은 늘 이런 부력을 타고 사방으로 퍼지는 태양의 웃음소리를 내며 떠오르니까 말이다.
지중해라는 욕조에 물이 담기자 모험의 바람에 부풀어 오른 돛들이 바다를 쟁기질하는 배들을 별자리의 좌표 아래 놓았다. 철학을 낳고 부양하는 그리스와 이오니아의 도시들이 예쁘게 색칠한 튜브들처럼 부력을 타고 역사 속에 모습을 나타내고, 인간들의 재잘거림을 실어나를 배들을 부른 것이다.
세월이 흘러 근대의 욕조에는 이성의 자신감 또는 철학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새로운 오리 인형 하나가 마치 그 물결이 밭고랑이라도 되는 듯 열심히 경작하며 모이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바로 과학의 오리 인형 말이다. 이 책은 저 과학의 오리 인형을 둥둥 뜨게 만든 물결로서의 철학을 다룬다.
과학이란 열매는 하나의 사고 방식 위에 실려 떠가고 있고 우리는 수시로 생각의 냇가에서 그 열매를 건져내 수확의 기쁨 속에 한입 크게 베어 문다. 과학보다 나이가 많은 그 사고 방식이란 무엇이며 누가 준비하는가? 바로 철학이다. 과학이 가능하기 위해선 과학이 놓이기 위한 사고 방식의 좌표, 철학이 필요했다. 과학은 명인의 바둑 같은 것이지만, 명인이 바둑판 자체를 만들지는 않는다. 바둑판의 먹줄들은 철학으로부터 올 것이다.
그러나 철학이 한 시대의 사고 방식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철학은 시대에 응답할 뿐이며, 그렇게 시대의 사유를 가시화한다. 철학은 모기가 물었을 때 감염의 효과가 모이는 피부 위의 가려운 붉은 지점처럼, 한 시대의 사유의 방향이 모이는 지점을 개념을 통해 표시한다. 그래서 중세의 신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에 의해 질서 지워진 세계, 목적을 향해 운동하는 사물들이 아니라 기계처럼 움직이는 사물들의 세계, 수를 통해 측정할 수 있는 것 등등 인간이 세상을 사유하는 방식이 철학을 통해 근대의 수면 위로 ‘푸’ 하고 공기를 내뱉으며 위대한 머리를 든다. 그리고 그 머리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과학을 사유하고 있다.
철학은 근대에 와서 이성이 세계의 질서 자체임을 깨달았다. 이 이성은 등불처럼 환한 공간을 열어놓고 암흑 속에 갇혀 있던 사물들이 그 공간으로 들어와 빛나게 한다. 사물들을 빛나게 하는 저 이성의 질서란 바로 수(數)이다. 수라는 질서를 이성이 열고 수의 실을 엮으며 기하학과 물리학의 비단이 자연 위에 펼쳐졌다. 그리고 자연은 오로지 수에 응답하는 자로서, 과학에 응답하는 자로서 자신을 알려오게 되었다.
누가 이 수적 질서라는 베틀을 만들어 과학의 비단이 펼쳐지도록 만들었는가? 이 책이 다루는 주요한 인물은 베이컨, 데카르트, 버클리,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흄, 칸트, 셸링, 헤겔 등이다. 철학의 역사에 대해선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철학자들이 열어놓은 사유의 질서가 어떻게 필연적으로 과학과 연결되는지에 대해서 한 권의 책을 통해 일목요연한 이해를 구한 적이 드문 듯하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이해의 요구를 충족시키려고 한다. 근대로부터, 오늘날의 현대인들이 인정하는 과학의 정신이 씨앗을 터트렸다면, 그리고 그 과학이 근대적 사유의 정체를 알려준다면, 근대 철학자들은 무엇보다 과학과의 관련 속에서 조명되어야만 한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 철학은 어떻게 과학을 위한 토양을 마련하는가? 또 과학은 붉은 물감을 부은 흙에서 붉은 수수가 자라고, 노란 물감이 젖은 흙에서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개나리가 자라나는 것처럼, 어떻게 철학의 토양을 따라 자신의 모습을 그려내는가? 이 책은 과학과 관련된, 철학자들의 고전적인 저작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살피며 저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는다. 이런 작업을 통해, 라이터돌처럼 회전하며 인간 정신에 불꽃을 일으켰던 근대 철학의 위대한 과학 관련 저술들이 다시 극장을 위해 상자 속에서 꺼내진 인형들처럼 빛나기를 바란다.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철학의 욕조를 떠도는 과학의 오리 인형: 과학의 철학적 기원』은 근대 철학사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저술 9권을 통해 자연 철학과 자연 과학이 분화되던 시기,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베이컨에서 헤겔까지 위대한 지성들의 머릿속에서, 그들의 논쟁 속에서 어떤 사상이 배태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사상이 새롭게 등장한 과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재조명한다.
근대와 현대를 인류의 다른 모든 시대와 구분해 주는 게 과학이라고 한다면, 과학을 빼놓고 철학자와 그들이 직조해 낸 철학사를 분석하는 것은 무의하다는 관점하에 베이컨, 데카르트, 버클리,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흄, 칸트, 셸링, 헤겔(그리고 니체)의 과학관, 자연관, 그리고 그 사상의 정수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그리고 철학과 과학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철학은 과학을 가능하게 해 주고, 과학이 놓일 수 있는 “사고 방식의 좌표”로, 규정된다. 엮은이인 서동욱 교수는 과학을 “명인의 바둑”에, 철학을 그 바둑을 가능케 하는 “바둑판의 먹줄들”에 비유한다. 또 근대 철학을 “근대라는 욕조”를 가득 채운 물에 과학을 그 물 위를 떠도는 “오리 인형”에 비유한다. 이 책의 제목은 이 비유에서 왔다.
2019년 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서강 대학교 철학 연구소에서 주관한 철학 특강, “오리진 오브 사이언스: 과학의 기초를 만든 철학 명저”의 강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책에는 엮은이이자 한국 프랑스 철학회의 회장이기도 한 서동욱 서강대 교수, 헤겔학회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이광모 숙명여대 교수, 박제철 서울시립대 교수 등 기라성 같은 근대 철학 전공자 10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각 철학자들의 대표적인 과학 관련 명저의 속살을 대중들에게 쉽고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철학자들과 철학 명저는 다음과 같다.

베이컨의 『학문의 진보』
데카르트의 『굴절 광학』
버클리의 『새로운 시각 이론에 관한 시론』
스피노자의 『에티카』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서설』
흄의 『자연 종교에 관한 대화』
칸트의 『자연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
셸링의 『자연 철학의 이념』
헤겔의 『엔치클로패디』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인 동시에 과학자이기도 했던 이들이 전개하는 과학 이론 및 자연 철학을 살펴보는 작업은, 과학이 전제하고 있는 철학적 원리들에 따라 과학의 탐구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동시에, 과학이 요구하는 새로운 통찰을 철학을 통해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사유의 자극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과학의 시대, 철학은 어디로 갔는가 묻는 이들에게
철학 명저가 답을 준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철학과 과학의 밀접한 관계가 철학사에서 다루어져 온 방식들을 소개한 뒤, 베이컨 철학의 주요 주제들이 모두 담겼다고 할 수 있는 『학문의 진보』에서 새로운 근대 과학의 원리들과 철학의 혁신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접목되는지 설명한다. 2부에서는 합리론과 경험론의 전통이 빛과 시각 이론에 접근하는 상이한 방식들을 데카르트와 버클리에 대한 논의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며, 3부에서는 물리학이 전제하는 형이상학적 개념들을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통해 소개한다. 4부에서는 자연 대상들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흄과 자연 과학이 전제하는 인과 관계에 형이상학적 원리들을 부여하고자 한 칸트의 대립적 구도를 엿볼 수 있다. 5부에서는 존재와 사유의 이원론을 극복하고자 한 독일 관념론이 사유한 자연 법칙들에 대해 소개한다.
1부는 철학의 수면 위로 과학이 떠오른 과정을 그린다. 책 전체를 개괄하는 1장은 기원전 800년경 호메로스부터 19세기 니체까지 2,700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며, 과학을 가능케 해 준 상상력, 창의력, 공상이 신화와 철학이 기초를 닦은 사고 방식 위에서 구축되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현대 학문에 어떤 식으로 널리 과학 정신이 스며들고 있는지 역시 탐색한다. 가령 니체는 말한다. “‘창조자’라는 의미에서의 ‘물리학자’가 되어야 한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과학의 세계의 인과율이라는 독보적인 관계에 비견될 만한 관계를 예술의 세계에서” 발견하고자 한다. 근대 세계에서 창조자와 예술가의 정체는 과학자인 것이다.
근대라는 새로운 세상의 첫 아침은 2장의 베이컨과 함께 열린다. 베이컨의 『학문의 진보』는 근대 과학 혁명의 정신을 대표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사람들은 베이컨 사상의 가장 핵심적인 한 마디를 이미 알고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베이컨의 이 말이 바로 우리가 지금 둥지 틀고 살아가는 세계를 열었다. 베이컨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쓸모없고 낡은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인쇄술, 화약, 나침판이다. 그는 과학을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본 최초의 근대인인 것이다. 베이컨은 실용적 기술을 낳지 않는 과학은 무용하며, 과학의 실용성이 지상 낙원을 가져오리라 믿은 최초의 실용주의자다. 또한 그는 오늘날 환경 문제 등 과학 기술이 만들어 내는 엄청난 재앙 역시 예견한 듯 과학의 부도덕한 오용을 경계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의 철학자이기도 하다.
2부에서는 광학의 문제를 다룬다. 왜 하필 광학인가? 인간 이성은 눈이라는 기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사유하며, 따라서 이성의 질서는 세상이 눈에 들어오는 방식, 바로 광학을 통해 표현되기 때문이다. 데카르트와 버클리는 근대의 주요한 철학자인 동시에 대표적인 근대 광학의 사상가이다. 3장에서 다루는 데카르트는 자연이 이성의 질서대로 짜여 있다고 생각했다. 이 이성의 질서란 다름 아닌 기하학이다. 그리고 이성은 눈을 통해 자연을 파악한다. 따라서 우리의 시선도, 빛도 기하학적 법칙을 따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시선이란 기하학적 공간을 더듬을 수 있는 맹인의 지팡이 같을 것이며, 기하학적 괘도를 따라 움직이는 테니스공 같을 것이다. 이것이 합리론적 과학론을 대표하는 데카르트의 『굴절 광학』의 세계이다.
데카르트의 『굴절 광학』이 유럽 대륙에서의 광학론을 대표한다면, 4장에서 다루는 버클리의 『새로운 시각 이론에 관한 시론』은 저 작품을 비판하며 영국 경험론 철학이 과학적 주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알려준다. 버클리에게 과학은 사물의 본성이나 필연적인 인과율 등을 밝히는 데서 자신의 사명을 찾지 않는다. 과학의 역할이란 경험을 통해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예측’하는 것이고 그 예측을 통해 삶에 ‘유용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신(神)’이라는 비과학적 개념이 과학과 어떤 연결 고리를 가지는 역시 버클리는 흥미롭게 추적한다.
3부는 사물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묻는다. ‘사물들의 이치’는 무엇인가? 5장은 스피노자의 대표작 『윤리학』을 통해 이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 오래도록 사람들은 사물의 본성을 고정된 것으로 생각해 왔다. 스피노자의 독특함은 바로 한 사물의 정체를 그때그때 다른 사물과 맺는 관계, 그리고 운동과 정지의 비율의 관점에서 이해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물리적 사물이란 고립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늘 움직이고 있는 것, 다른 사물들과 맺는 관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사물 역시 고립된 본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계속 변화하는 사물 아닌가? 그리고 기술적 환경과의 관계에 따라 변화하는 인간이란 개념은 오늘날 포스트휴먼의 핵심 아닌가? 이렇게 근대의 스피노자는 포스트휴먼적인 우리의 미래를 열어준다.
사물이 그저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죽은 물체라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힘’이라는 관점에서 사물의 이치를 따져야 하지 않을까? 6장에서 다루는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논고』가 그 물음에 답을 주고 있다. 라이프니츠는 놀랍게도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은 영혼 있는 물체로 가득 차 있다고 믿습니다.” 그는 사물들 안에 있는 힘을 영혼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물리적 사물들의 이치란 결국 살아 있는 영혼의 표현, 곧 생물학의 표현일 것이다. 이런 독특한 사유의 한 지점을 라이프니츠는 철학과 과학의 역사에 표시하고 있다.
4부는 근대가 이룩한 가장 빛나는 두 방향의 성과를 다룬다. 하나는 미신의 극복이고, 다른 하나는 기념비적인 뉴턴 물리학의 기반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명이다. 각각의 과제는 흄과 칸트가 떠맡는다. 7장에서 다루는 흄은 『자연 종교에 관한 대화』를 통해 온갖 선입견과 미신으로부터 인간을 깨워낸 날카로운 지성의 소유자다. 흄을 통해 신은 철학과 과학의 영역으로부터 결정적으로 떠나게 된다. 그는 신뿐 아니라, 철저한 과학의 정신 아래 과학 법칙의 필연성 역시 문제에 부친다. 이런 작업은 필연적 법칙이 아니라 확률적 법칙이 지배하는 양자 역학의 세계를 멀리서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8장은 칸트의 『자연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가 어떻게 뉴턴의 물리학에 철학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지 다룬다. 보편 필연적인 물리학의 법칙은 어떤 바탕 위에서 가능할까? ‘신의 무한하며 균일한 감각 기관’이 시공간을 지배하고 있어야만, 시간과 공간 속의 법칙도 균일하고 필연적이지 않은가? 이렇게 뉴턴처럼 생각한다면 과학은 형이상학이나 신학이 될 것이다. 칸트는 이런 과학의 위기를, 과학의 바탕에서 신의 필연성과 보편성이 아니라 인간 이성의 필연성과 보편성을 찾음으로써 극복한다.
5부는 자연 과학적 현상을 정신, 신적인 이념 등을 포함한 세계 전체 안에서 이해해 보려는 독일 관념론의 흥미로운 시도를 살펴본다. 독일 관념론의 야심은 자연을, 실험과 관찰 등을 통해 조그만 기계론적 법칙들을 알아 가는 좁은 자연 과학의 영역 안에 두려 하지 않았다. 자연은 절대자의 얼굴로서, 절대자의 법칙이 실현되는 장이다. 9장은 독일 관념론의 자연에 관한 사상을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셸링의 『자연 철학의 이념』을 다룬다. 셸링은 말한다. “자연은 가시적 정신이며, 정신은 비가시적 자연이어야만 한다.” 자연과 정신은 같은 것이다. 곧 자연 법칙과 정신의 법칙은 동일하며, 하나의 절대자의 법칙임을 셸링은 보여 주고자 한다.
10장은 독일 관념론의 완성자 헤겔의 자연에 대한 사상을 집대성하고 있는 『엔치클로패디』의 2부를 탐구한다. 헤겔에게서도 자연 법칙은 절대자의 법칙의 일부이다. 이런 관점에서 헤겔은 자기(磁氣), 전기, 화학 과정 등을 자연 과학 안에 고립시키지 않고, 절대자의 법칙이 구현된 모습으로 그려나 간다. 그리하여 자연 법칙에서 인간 사회의 법칙까지 단절 없이 서로 연결된 거대한 개념의 초상화가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옥경

저자(글)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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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의 욕조를 떠도는 과학의 오리 인형
    과학의 철학적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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