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2023년 02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2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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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34952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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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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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무엇이라고 꼽기 어려워졌지만, 누구나의 등 뒤엔 아름다운 숲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자는 그러므로 그게 어떤 방향이든 비록 미적지근한 마음일지라도 나아가려는 당신에게 큰 사랑을 담아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린다.
첫 번째 편지
비행기에서 보낸 열두 시간
베를린에서의 시간
일상생활이 가능한가요
실비아 플라스와 옷장
괜찮지 않은 시간
고흐와 아몬드 블로섬
당신께
몸을 돌보는 것에 대하여
완벽한 결혼식에 대하여
박완서에 대하여
열두 번째 편지
돌아오는 시간의 편지들
3년 만의 편지
달의 뒷면에 대하여
하나 마나 한 어른의 말에 대하여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것에 대하여
꿈의 막이 내리는 순간에 대하여
헬싱키
문제들
여름 바다 밤 열한 시
최선을 다해 멈추는 법에 대하여
새로운 여름방학 리스트
에필로그
그리고 여러 통의 편지들
친구 E에게
27세의 오지은 씨에게
마리앤에게
몸에 대해 생각하는 당신께
죽음을 생각하는 당신께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꼽기 쉬웠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커피를 아이스로 시켜야 할지 뜨거운 것으로 시켜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글쎄’와 ‘그러게’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만나게 되는 글쎄, 그리고 이어지는 회색의 그러게.
-17쪽
제 세계에서 계획은 엎어지기 마련이고,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기 마련이고, 코트는 끝내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못한 채 다시 겨울을 맞기 마련입니다. 스무디를 만들려고 사둔 채소는 냉장고에 넣는 순간 잊혀집니다. 일상은 작고 흔하고 슬픈 비극의 연속. 그러다 갑자기 굉장한 행운을 만날 때도 있는데요, 제때 채소를 갈아 신선한 스무디를 만들어 마시는 순간입니다.
-53쪽
당신은 어떤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하나요. 나이를 먹은 사람, 현명한 사람, 시야가 넓은 사람,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 사람마다 어른에 대한 정의가 다르겠지요.
저는 ‘매사 정의를 잘 내리지 못하는 사람’이 어른 같습니다. 흑과 백의 세계를 지나 각자의 입장, 상황, 복잡함 속에서 조개처럼 입을 다물게 되는 사람이 어른 같습니다.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흑과 백의 세계가 즐거울 수도 있습니다.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64~65쪽
“나도 한때는 너 같았어. 아름다운 것들. 모든 순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 슬퍼했어. 하지만 지금은 달라. 아름다운 것을, 순간을 잡을 수 없어도, 너는 아름다운 것을 본 너야. 보기 전의 너와는 달라. 그리고 나는 이제 너를 만난 나야.”
-137쪽
저는 이제 허상에 겁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허상이 아무리 크게 보여도 잡아먹히지 않을 것입니다. 허상이니까. 이렇게 생각하기까지 눈앞에 존재하는 분명한 사랑이 계속 제 등을 받쳐주었습니다. 우리 진짜 즐거운 길로 가보자. 우리가 진짜 행복한 길로 가보자. 건강한 길로 가보자. 우리가 서로를 볼 때 숫자로 보지 않으니까. 저는 그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246쪽
“미지근한 마음도 마음이라는 것
차가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시간도 시간이라는 것
흐린 눈에 보이는 뿌연 풍경도 풍경이라는 것.”
작은 마음을 그대로 안고 어른이 된 당신에게,
갈 곳 없는 마음을 담아 띄운 유리병 편지들
《익숙한 새벽 세시》 《마음이 하는 일》의 저자이자, 홍대 인디음악계의 싱어송라이터 오지은 작가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누군지 모를 ‘당신’에게 보낸 편지글 가운데 스물일곱 편의 편지를 새로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자신의 글과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늘 빼곡히 마음이 적힌 편지를 받기만 했기에, 그들에게 답장을 띄우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글이다.
첫 편지는 2016년에 시작되었다. 물리적인 나이가 딱 서른의 한가운데를 지나가던 그때, 싱어송라이터로서, 작가로서 양지에서만 살 수 없다고 느낀 늦여름이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있기는 한 건지 모르는 마음으로 베를린 여행을 준비하며 편지는 시작된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7년까지 편지가 이어지다가, 시칠리아 여행을 끝마칠 즈음 불현듯, 이걸로 되었다는 통보와 함께 편지쓰기가 멈춘다. 그러곤 저자는 무심하게 제자리로 돌아가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한다.
2년이 긴 시간은 아니지만,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정리하는 데 짧은 시간도 아니다. 드라마틱한 변화의 시간은 아니었지만,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분명하던 시간은 지나갔다. 그사이 노오력과 최선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던 한 시절도 저물었다. 저자는 이제 어떤 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희뿌연 풍경은 재미없고 명쾌하지 않지만, 이젠 뜨거운 마음만 마음은 아니라는 것, 미적지근한 마음도 마음이라는 것, 차가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시간도 시간이고, 흐린 눈에 보이는 뿌연 풍경도 풍경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려놓는 당신도 주저앉는 당신도
모두가 나아가는 당신입니다.
당신과 나의 행운을 빕니다.”
편지는 2020년에 다시 시작된다. 3년 만이었다. 그사이 강아지 흑당이와 고양이 꼬마가 가족이 되었다. 마흔이 되었고, 삶이 여전히 무섭지만 사랑을 선택하고 버틸 힘이 생겼다. 달의 뒷면 같은 타인의 마음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혼자만의 작업실도 생겼다. 오래 몸담았던 회사에서 나와 음악에 대한 생각도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사랑하는 것을 계속 사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내려놓았다고 끝은 아니다. 아름다운 것은 사라지지만 그 아름다움을 누군가는 보았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마음에서 싹이 터 나무로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숲에서는 ‘하지만’이라는 단어는 힘을 잃었다.
실컷 울고 난 뒤의 말간 얼굴로 주변을 살피던 저자는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띄우는 편지로 스물일곱 개 편지의 끝을 맺는다. 여전히 불면의 밤과 혼자만의 새벽 사이에서 서성이지만, 그래도 그 어둠의 시간 속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로, 마음으로. 사소하고 희미한 희망과 따뜻함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창문을 열어두라고, 좋은 일이 들려올 거라고 말이다. 애써서 무엇을 시도하지 않더라도, 작은 마음이 가져올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이 편지책에 스민 주된 정서이기도 하다.
가고 싶은 이야기의 밀도까지 간
‘아직 부치지 않은 편지’
회색빛이 낮게 깔린 일상 속 정처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신께》의 편지들을 읽다 보면 살포시 웃게 된다. 오지은 저자 특유의 짧은 문체와 위트는 읽는 이로 하여금 눈물을 머금고 큭큭 웃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스스로를 “응달에 사는 고사리” 같은 사람이라 칭하며, 진중하고 쓸쓸한 이야기를 밀도 있게 하다가도 불쑥 사랑스러운 실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편지는 내 소소하고 별것 없는 일상도 유쾌하고 소중하게 만든다. 상당한 금액을 주고 비행기 좌석을 미리 구매하였는데 자리가 기대한 것과 많이 다르다든가, 여행지에서 버스 파업을 만나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허둥지둥 숙소를 떠나는 등의 에피소드들은 기대와 다른 일상이 가져올 웃음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당신께》는 집필부터 출간까지 7년이 넘게 걸린, 마치 정규앨범같이 많은 이야기와 상황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익숙한 새벽 세시》에서 이어지는 다음 책이라는 생각으로 집필을 하였다고 한다. 자신의 음악과 글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건네고 싶어서. 그리고 여전히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당신께 보내는 편지는 계속될 것이다. 그들이라면 작가 오지은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깊이 공감해줄 사람들이기에. 또 과거의 오지은이기도 하기에. 그들이 곁에 있는 한, 《당신께》의 이야기는 현재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에 한몫을 담당한 책 속 일곱 장의 일러스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하나마츠 아유미花松あゆみ는 고무 판화 일러스트 작업으로 유명하다. 오지은 저자가 이 작가의 그림을 보고 직접 일본으로 연락을 취했고 각 일러스트의 주제를 제안하여 《당신께》에 들어갈 일러스트 작업이 완성되었다. 뜻이 잘 맞은 두 사람이 함께한 작업은 화려하지 않지만, 소담스럽고 유니크한 그림으로, 책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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