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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소리꽃 콘서트

김준식 지음
도서출판 반올림

2023년 03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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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709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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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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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말 못 하는 여인의 귀를 통해 세상 모든 소리를 듣는다.
끝내 울지 못한 가시나무새 가슴 같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기어이 찾아내는
우리시대 독특하고 뭉클한 사랑과 자부심 가득한 이야기.

거짓이 기세등등한 시대엔 ‘사랑조차 지배담론을 위한 욕망의 선동 도구로 쓰일 수 있다’ 며 거대 언론사의 원고청탁을 실제로 거절한 문제적 작가. 그는 행복을 위해 개인적 성찰만 말하는 건 사람을 속이는 일이고, 이상적 사회만 논하는 건 세상을 잘 모르는 거라고 잘라 말한다. 그런 그가 작심하고 진지하게 지독하게 사랑을 한번 선동해 보았다며 내놓은 책이다.

그러니 『우리시대 소리꽃 콘서트』엔 얼마나 많은 소리가 들끓겠는가?

그런데 정작 작가는 소리가 채 되지 못한 소리를 먼저 주목한다. 이름 모를 벌레들이 새벽별을 향해 촉수를 드는 기척, 청춘남녀가 첫 키스를 위해 입술에 온 힘을 모으고 눈을 감을 때의 떨림, 간난 아기가 눈을 뜨며 작은 손을 오므렸다 펴는 소리 등이다. 그리고 떡잎이 꽃대를 세워주고 조용히 사그라드는 소리를 가슴으로 들으며 소리꽃의 첫 화성을 짓기 시작한다.
이어서 이런 다양한 기척을 사람 목소리로 노래하기 위해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고아로 자랐지만 신이 내린 목소리를 가진 여인, 금수저로 태어나 세상의 모든 콩쿠르를 휩쓸고 디바로 성장한 또 다른 여인, 운명적으로 이 두 여인을 오가는 청년 등 요즘 재기발랄한 젊은이들과 이들의 부모들로 한때 대학 운동권의 거리노래패를 결성했던 이들이다. 여기에 지난날 시대의 아픔을 안고 꽃다운 나이에 분신한 청년들의 혼백이 이들의 기억에서 튀어나와 가세하고, 우연한 인연으로 이들과 함께한 벙어리 여인이 이 무대를 꾸민다.

그리하여 마침내 소리꽃이 만개하는데, 이 순간까지 상상을 뛰어넘는 예측불허로 전개된다. 모든 소리의 응결인 소리꽃이 신이 내린 목소리의 주인공이나 자타가 공인한 프리마돈나가 아니라, 바로 벙어리 여인을 영토로 꽃잎을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소리가 범람하면 할수록 오히려 사람들 가슴 가슴마다 꼭 갇혀버린 간절한 소리를 확 해방 시키면서다. 바로 여기에 작가의 독특한 사랑담론이 있다. 하찮아 뵈는 우리 삶을 자부심으로 고양시켜 인간에 대한 예의와 긍정의 힘을 준다. ‘우리시대’ 처럼 독자를 묵직하게 잡아끌다가 그보다 더 큰 감동과 여운 속에 한동안 잠기게 하는 이 책은 그야말로 소리치는 책이다.
프롤로그
1. 무대
2. 장막 뒤
3. 위험한 서곡
4. 가루나
5. 여음
6. 칼과 소리
7. 하모니
8. 비브라토
9. 프리마돈나
10. 높은음자리와 낮은음자리
11. the#(득음)
12. 소리꽃 피다

" 마음으론 부족하여 흘러나오는 말!
말로는 성에 안 차 터져 나오는 탄식!
탄식으론 다 삭힐 수 없어 이어지던 노래…….
그렇다. 내 노래는 그런 노래다. 다 삭힐 수 없어 허공을 떠돌던 마음과 말과 탄식을 하나의 선율로 응결시켜 세상에 섞는 일이다. 나는 그런 노래를 거리에서 배웠다. 거리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거리의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 나는 그 노래를 나만을 위해서 부르지 않으련다. 어떤 특정한 계층의 호사를 위해 부를 생각도 없다. 언제나 맨 먼저 오고 가장 오래 남는 사랑의 노래를 거리에서, 광장에서, 이 땅의 주인인 수많은 사람과 함께 부르리라."

- 제1장 무대의 첫머리글 13p

이 머리글은 이 책의 전체 분위기를 시사한다. 이 책은 일생을 냉가슴으로 살면서도 사랑을 반복 실천한 귀머거리 여인의 닫힌 귀를 여는 치유의 꽃이고, 한 시대,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했기에 죽을 수밖에 없었던 청년들이 이 땅에서 그렇게 피우고자 했던 자유와 평등과 통일의 꽃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소리꽃 속엔 얼마나 많은 사람의 간절한 소리가 응집해 있겠는가. 결국, 이 책을 관통하는 소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만난 비바람의 울퉁불퉁한 소리 속에서도 잊지 않던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의 합창이다.


"엄마의 유고는 여기서 끝나 있었다. 약 70페이지쯤 되는 노트의 반을 공란으로 남겨둔 채다. 노트의 첫 페이지에 담긴 결연한 결기에 비해 허망할 정도로 허술한 마무리다. 죽는 순간까지 가슴에 품고 있었다는 유고가 맞는가 싶다. 문장 끝에 단호하게 찍히던 마침표가 흐려지는가 싶더니 줄임표만 반복적으로 이어지다 이내 멈추고 말았다. 스물넷, 새파란 나이에 죽을 수밖에 없던 한 여대생이 펜을 바로 세우고 몇 번이고 바라봤을 공간이다. 비록 비어 있지만, 그녀가 쓰고 싶었을 무수한 문장들이 물결처럼 흘러가는 것 같았다. 목숨처럼 사랑했던 사람의 초혼제, 거리를 쓸던 최루탄의 매캐함, 너무 많이 흘린 눈물로 허기진 배, 홀로 남겨진 몸에서 불현듯 새 생명의 기척을 들었을 때의 놀라움 등등, 그녀는 이곳에 뭔가를 남기고 싶었을 것이었다. 그즈음 심장에서 똑똑 흘렀을 눈물에 펜을 적셔 뭔가를 쓰고, 또 쓰고 싶었을 것이다.
아, 말로는 성에 안 차 터져 나오는 탄식이라고 했던가. 어느 틈에 가은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끝내 아무런
글도 쓰지 못하고 펜을 누이며 다시 생각에 잠긴다."

- 제1장 도입부 17p

위글은 예전에 학생 운동권이던 엄마가 남긴 유고집을 이제 그때 엄마 나이가 된 딸인 가은이 처음 접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귀머거리 여인과 여승의 양육을 받으며 고아로 길러지면서 가은은 자신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궁금해한 적은 있지만, 막상 자기 부모가 이제 전설이 되어가는 1990년대 운동권 학생임을 알고 많이 놀란다. 그러나 여기에 이 책의 작의가 담겨 있다. 지금은 거의 잊혀져 가는 지난 시대 학생 운동권의 절규와 격렬한 소용돌이가 여전히 소중하며, 누군가가 그들이 가고자 했던 세상을 이어간다는 것을 예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엄마의 애절한 노래가 담긴 유고집을 가슴에 안고 우는 딸의 등장 이후, 무수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엮어 간다. 먼저 1996년, 우리나라 학생운동의 정점이자 퇴락의 시작인 한총련의 연세대 항쟁 전후로 대학에서 거리노래패를 결성하고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그때 워낙 많은 동료 학생들이 분신으로 죽어갔기에 그렇게 치열했던 젊은 날들을 추억으로도 쉽게 말할 수 없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제 음악가로, 가수로, 정치가고, 변호사로, 판·검사로, 주부로, 재야운동가로 우리 사회의 중추가 되어 그들이 거리노래패를 결성할 때만큼 자란 자식들과 함께 등장하여 내밀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여기에 거리에서 몸을 팔던 창녀, 스님, 학생운동의 멘토, 정보기관의 정보원, 예술학교 이사장 등이 각자 자기 이름을 부르며 가세한다. 그리고 시대의 아픔을 안고 꽃다운 나이에 죽어간 청년들의 혼백이 이들의 기억 속에서 튀어나와 이 무대를 꾸며 나간다. 처음엔 작은 음악 카페 같던 이 무대가 곧 우리 시대의 희망과 추억은 물론, 환멸까지 노래하는 큰 울림의 소리꽃 콘서트장으로 막에 오른 배경이다.

그러나 소리만으론 노래가 되지 못한다. 각기 자기 안에서 고립된 개인만으로 사회를 이를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런 소리가 노래가 되려면 이를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로 이을 가교가 있어야 하는데, 작가는 그를 사랑으로 보고 있다. 사랑의 힘이 각기 분절된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잇고 개인과 시대를 엮어 소리꽃을 피운다. 그리하여 모습을 드러낸 소리꽃이 뛰어난 디바의 성악가가 아닌 평생 귀머거리로 산 여인의 얼굴에서 만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여인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살면서도 사랑을 반복 실천해온 사람으로 지난 1996년 시대의 아픔을 안고 분신한 청년이 핏줄로 남긴 가은을 기른 인연도 있다.

" 언제 봐도 수원댁의 커다란 눈동자는 맑고 순하다. 파릇한 새싹 위에서 찰랑이는 아침 햇살 같았다. 이제 양 눈가에 부챗살처럼 가늘 게 나 있는 주름이 속일 수 없는 오십 대 중반의 나이를 드러냈지만, 표정만큼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큰 눈동자에 미간이 넓고, 오뚝하게 솟은 콧날에 비해 조금 짧다 싶은 코가 조금 튀어나온 잇몸 때문에 항상 웃고 있는 듯한 입 모양과 어울려 백치미가 섞인 밝은 인상을 주는 게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이십몇 년 전, 가은이 두 살 되던 해 처음 만났을 때 그 표정이다.
- 제5장 여음 131

정식으론 이름도 가지지 못한 채 '수원댁'으로만 불리는 이 벙어리 여인은 어두운 그녀의 귀처럼 언제나 소리없이 등장하는 조연에 그치고 말지만, 실은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사랑'의 큰 주인공이다. 수원댁은 우리 땅에서 거의 대가 끊긴 순수한 운동권 부부의 유일한 혈육인 가은을 길렀을 뿐 아니라. 신이 내린 목소리의 주인공인 가은의 목소리를 받아 소리꽃을 피운 영토인 때문이다.

"얼마나 긴 출렁임의 끝이더냐
바다, 하늘을 품고 저리도 푸르게 누웠나니......

가은의 노랫소리는 맑고 깨끗했다. 마치 여명 빛에서 흘러나와 푸른 하늘에 퍼지고 있는 푸른빛과 같았다. 김범도가 자신의 몸을 불태워 보여주었던 그 환한 빛이었고, 유서린이 죽기 직전 허공에 매단 한 송이 목련꽃 같은 미소였다.
그 순간 가은은 자신의 몸이 모두 열리는 것 같았다. 자신의 몸이 목과 코뿐 아니라 수많은 모공으로 들어온 선선한 공기와 만나 밝은 빛을 내며 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것은 뜨거운 슬픔일 수도, 뜨거운 기쁨일 수도 있었다. 가은은 빛과 함께 상승하는 느낌 속에서 새벽을 여는 새의 울음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었다.
가은의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흐려지던 수원댁의 눈빛이 맑아졌다. 이어지다 끊기기를 반복하던 숨결도 한결 가지런해졌다. 가슴속에서 이는 통증도 조금 가신 듯, 아니 이미 마비된 듯 찡그렸던 표정도 풀렸다.

속살을 가르며 뜨겁게 분출하던 용암
제 가슴 복판에 섬으로 굳힐 때까지
바다는 또 얼마나 짠 눈물을 흘렸을 것이냐.

수원댁은 여전히 가은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인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평생 그녀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시간이 응결되어 만든 눈물이리라. 성진은 수원댁이 흘리는 눈물을 가만히 훔쳐 주며 그렇게 생각했다. 자기와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았지만, 성진은 수원댁을 이해할 것 같았다. 그의 가슴에 닿은 수원댁의 망가진 가슴을 울리는 심장 소리가 그를 알게 했다.

아마도 누군가는 그렇게 사랑했으리
오래도록 그렇게 울면서 뒤척였으리

수원댁은 이제 가은의 노래를 가슴으로 들었다. 그것은 난생처음으로 가장 완벽하게 듣는 노래이자 목소리였다. 이승에서 편할 날이 그리 많지 않았으나 자신을 알아주는 한 사람이 있기에 그래도 아름답고 소중한 삶이었다.
수원댁은 아스라이 먼 옛날 자신을 사랑했던 수원역 노숙자를 떠올렸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고 그 때문에 징역살이를 해야 했지만, 그녀의 생애에 가장 찬란한 빛을 발하던 시기였다. 가은이 그런 수원댁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어 수원댁의 귓가에 퍼부었다.

우르르 꽝꽝, 폭풍 몰아쳐/ 겉가죽이 다 찢겨 나갈 때도
게딱지 속 같은 깜깜한 어둠을 견디며
영원히 썩지 않는 초록빛을 빚어냈으리

그래, 그래야 해. 우리 고통의 끝은 그래야 해. 초록빛이어야 해! 수원댁은 그 소절을 알아듣는 듯 고개를 조금씩 끄덕였다. 그러면서 무척 평화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더러운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나서 돌아볼 때나,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을 때 지었던 표정이다. 타인과 가로막힌 벽을 넘고 경계를 지나 하나가 되는 그 순간에 수원댁이 자신의 내면에서 끄집어내곤 했던 바로 그 표정이다.

스스로 몸을 낮춰 한껏 깊어졌으리
출렁이며, 꿈길 가며
마침내 하늘을 한 몸으로 품었으리
바다, 바다, 아직도 정정한 우리 바다여,

가은의 노래가 끝나가자 수원댁의 숨결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가슴을 꽉 누르고 있던 손도 풀리고 눈물로 얼룩진 눈꺼풀도 서서히 내려와 감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핏기가 조금씩 가시고 있는 수원댁의 얼굴은 더없이 평온해 보였다. 잔잔한 바다처럼 그렇게 평온해 보였다. 그제야 일평생 냉가슴으로 얼어있던 가슴도 풀린 듯 그녀의 입가에 가는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아, 사랑…….

그때였다. 기적처럼 수원댁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은의 목소리처럼 여운이 깊고 가지런한 말소리다. 그렇다. 수원댁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아, 사랑이라고. 그 순간이었다. 바로 거기서 소리꽃이 피어났다. 아이오, 평화 이
음 소리꽃이다. 긴 가시에 가슴을 찔린 가시나무새처럼 생애 최초로 말문을 연 수원댁의 입가에서 그렇게 피어났다. 그토록 애절하고 아름다운 소리꽃이 가은의 마지막 노랫소리에 실려 동심원을 그리며 점점 넓게 펴져 나갔다. 그녀가 천상의 계단에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지상에서 단 한 번 피워낸 소리 혼꽃이었다. "

제12장 소리꽃 피다 307

이는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소리꽃이 귀머거리 여인을 영토로 피어나는 순간이다. 그녀는 비록 낮게 살았지만, 진실한 사랑이 있었고, 그 힘으로 한 시대의 영광인 소리꽃을 차지하게 되었다. 바로 여기에 하찮이 뵈는 우리 삶을 자부심으로 고양 시키는 작가의 독특한 사랑담론이 있다. 우리시대 라는 말처럼 독자를 묵직하게 진입시켰다가 그보다 더 큰 감동과 여운 속에 한동안 잠기게 하는 이 책은 그야말로 만인이 소리치는 책이다.

제목 : 가시나무새 울음 같은 우리 시대 간절한 합창

1. 발성
2. 화성
3. 독창
4. 합창
5. 감동과 감상

1. 발성

산다는 것은 소리를 내는 일이다. 태어나 처음 하늘을 향해 숨길을 트는 경탄의 소리로 시작하여 마지막 숨을 닫을 때 땅속으로 무겁게 가라앉는 소리까지, 삶은 수많은 소리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 거친 비바람이 몰아칠 때 두려움에 떠는소리, 서로 심장에 기대어 내일의 행복을 꿈꾸는 소리, 홀로 제 이름을 부르며 생의 중심을 잡는 소리 등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거친 소리가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우리들의 생에 빛깔을 낸다.
죽은 것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소리를 낸다. 산 것들의 기억을 울리는 소리다. 가슴속 깊이 묻어둔 추억이 그렇고, 인간의 역사가 그렇고, 고생대 화석에 갇혀 있는 시조새의 울음소리가 또한 그러하다. 이제 비록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깊은 기억의 바다에 잠겨 있다 시시때때로 우리 가슴을 울리며 삶에 깊이 관여하는 소리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런 소리의 주인공으로 각기 제 이름을 부르며 연이어 소리를 더한다. 그러면서 행복해하기도 하고 슬픔에 빠지기도 하고 또한 자기를 각성시키기도 하면서 어떤 소리를 결렬하게 배척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세상은 항상 수많은 사람이 내는 발성 때문에 수만 갈래의 소리로 출렁인다.

2.화성

하지만 이런 소리만을 가지고는 노래가 될 수 없다. 각기 고립된 개인만으로는 사회를 이룰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소리를 그대로 놔두면 우리를 괴롭히는 소음이 될 뿐이다.
이런 원음의 소리가 노래가 되려면 이를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로 이을 가교가 있어야 하는데, 작가는 그를 사랑으로 보고 있다. 사랑의 힘이 각기 분절된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잇고 개인과 시대를 엮어 화성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소리꽃’ 은 바로 이 지점에서 화성의 첫 뿌리를 내린다. ‘아이오 평화 이음 소리꽃’ 은 바로 이 시간에 꽃잎을 열기 시작한다. 산 생명이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꿈틀거리는 소리와 죽어서 산 것들의 기억을 울리는 소리를 사랑으로 역어 비로소 피는 꽃이다.
그런데 독자는 바로 이곳에서 피할 수 없는 담론 전쟁과 마주한다. 과연 개인의 목소리를 우선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대의 소리를 강조해야 하는가, 또한 과거와의 단절인가 계승인가, 하는 등의 예술논쟁이다. 이는 언 듯 캐 캐 묶은 논쟁 같지만, 작가의 관점은 아주 다르다. 바로 이런 논쟁이 케케묵었다고 규정하는 프레임이야말로 몇몇 기득권 세력이 사람의 눈을 속이며 지배하려는 지배담론의 음모로라고 간파한다.
작가는 실제로 거대 언론사의 원고청탁을 ‘사랑까지 지배담론을 위한 탐욕을 선동하는 도구로 쓰인다, 라며 거부한 적이 있는데, 바로 이런 통찰 때문이었다. 그는 문예활동에서 특정 이데올로기에 지배받는 것은 무지한 일이지만, 그러나 메타 욕망에 종속된 건 더 저속한 일이다 라고 단언한다. 그런 인식 때문에 우리 삶은 이들이 대립이 아니라 생명의 원리인 다양한 것들의 아름다운 동시성을 익히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소리꽃의 구성원들이 성악가, 작곡가, 예술학교 이사장, 교수 등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개인적 영역에서 뛰어난 사람도 있고, 시대의 고민을 안고 활동하는 정치가, 재야운동권, 스님, 국정원 간부 등등 다양한 인물들의 군상인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이들의 중심이 지난 1990년대 운동권으로 대학에서 최초로 거리노래패를 결정한 인물들인데, 이들이 이제 노래패를 결성할 때의 나이가 된 자식들과 함께 등장하여 각자 자기 이름을 부르며 기세등등하게 활동한다.
그러니 우리시대 소리꽃 콘서트 무대엔 얼마나 다양하고 괴기한 소리가 득실거리겠는가?

3. 독창

그런데 작가가 정작 주목한 건 소리가 되지 못한 더 낮은 소리이다. 이름 모를 벌레들이 새벽별을 향해 촉수를 드는 소리, 간난 아기가 눈을 뜨며 작은 손을 오므렸다 펴는 소리에 귀를 세운다. 그리고 누런 떡잎이 꽃대를 세워주고 조용히 사그라드는 소리를 가슴으로 들으며 소리꽃의 첫 화성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낮은 소리 속에 사랑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이 소리꽃이 평생 귀머거리로 산 여인의 얼굴에서 만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여인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살면서도 지난 1996년 우리 시대의 아픔을 안고 분신한 청년이 남긴 아이를 사랑으로 기르는 등 사랑을 반복 실천한 사랑의 상징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그녀의 닫힌 귀를 열며 피는 소리꽃이 치유의 꽃이자, 한 시대,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했기에 죽을 수밖에 없었던 청년들이 그렇게 피우고자 했던 자유와 평등의 꽃이기도 한 이유기도 하다.

이때 비로소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는 주인공의 독창이 시작된다. 그녀의 노래는 너무도 신비하고 아름다워 정신병을 앓고 있는 병자를 치유한다는 소문이 날 정도인데, 가은 이라는 이 여주인공이 신이 내린 목소리 지난 건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와 엄마는 너무 순수하기에 죽을 수밖에 없던 거리노래패 운동권의 리더였기에 그들의 못다 한 한이 그녀로 이어진 것이었다. 태어나 백일이 되기 전 천애의 고아가 된 그녀를 우연한 인연으로 귀먹어리 여인이 여승과 함께 기르게 되는데 이 또한 의미심장하다. 한 세대 전 그녀의 부모와 함께 거리노래패를 결성한 사람들은 이제 우리 사회의 중추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럼에도 죽은 동지의 유일한 핏줄을 그렇게 가난한 귀머거리 여인의 품에서 자라게 했다는 건 뭔가 불의하다. 자기 이름 부르기에 몰두하느라 동지까지 잊은 것인가, 아니면 그런 지난 일은 모두 피하고 싶은 것일까. 아무튼 가은이 천상의 목소리로 우리 시대 시민중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거리의 가수라면, 가은에 버금가는 성악가의 출현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녀가 바로 금수저로 태어나 콩쿠르란 콩쿠르를 모두 휩쓸고 세계 성악가의 디바로 떠오른 정혜영이다. 그녀는 엄마가 이사장으로 있는 예술 중고교부터 정통코스를 밟은 유학파로 안젤리나 라는 영어식 예명을 쓰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고등학교 여학생이 가장 닮고 싶어 할 정도로 재색을 겸비한 인물이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가은의 출현과 인기몰이로 긴장하지만, 노래마저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엄마와는 달리 가은과 정정당당히 실력을 겨룰 것을 천명한다.
이런 혜영의 모습은 실력이 있는 곳에 경쟁은 당연하다는 신세대 실력자의 당찬 모습으로 이를 계기로 두 명창은 각기 자기 진영에 호소하던 독창을 멈추고 새로운 무대를 꾸미게 된다.

4. 합창

자연히 이 두 사람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그에 따라 실력은 나날이 더해간다.
혜영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테네의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를 석권함으로써 명실공히 천하제일 디바임을 재확인해 준다. 그 대회에서 혜영은 신낭만주의를 완성했다는 호명을 받는데, 이런 그녀의 실력 증진이 아이러니하게 가은 덕분이다.

-- 이 대회에서 혜영이 가장 걱정한 것은 다름 아니었다. 저음에서 중음으로 올라갈 때의 밋밋함이었다. 혜영은 그 과정에서 감정을 적절히 조정할 수 없었다. 밑바닥 인생이 우연한 행운으로 중산층이 되었다는 이야기처럼 아무런 자극도 주지 못했다. 그런데 가은의 노래를 듣는 순간, 혜영은 그 과정이 무척 극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어둠 속 바닥에서 잠자고 있던 의지가 깨어나, 음표처럼 떠오른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어떤 역동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무대에 오른 혜영은 그때 느낀 그 역동성을 깊이 생각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발끝에서 무릎을 타고 솟아오르는 힘을 느끼면서 반주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곤 때가 되자 그 힘을 끌어 올리며 입을 크게 열었다. 이내 그녀의 입을 떠난 목소리가 홀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심사위원들의 귀를 충격에 몰아넣고는 하늘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제 10장 낮은음자리와 높은음자리 중


이에 비해 가은은 늦가을 산사 음악회에서 노래 메니아들 의 귀를 홀린다.

--- 성진이 가은의 산사 음악회를 알리는 플래카드 밑을 지나 경내에 들어섰을 때였다. 그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그곳 분위기에 압도당하였기 때문이었다. 관객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 많은 관중이 모든 의지를 소리에 내어주고 달빛 속에 그냥 잠겨 있는 것 같았다. 관객들은 집단적인 최면에 걸린 사람들처럼 보였다. 군집을 이루고 있는 갈대밭에 바람이 불어올 때처럼 가은의 목소리에 몸을 맡기고 조금씩 몸을 움직일 뿐이었다. 공연장이 그토록 고요했던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관객들이 자신의 의지를 드러낼 틈도 없이 노래에 그냥 빨려든 것이다.
가은의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달빛처럼 곱고 신비했다. 저음에선 너무 낮고 아련하여 무대의 배경을 이루는 어두운 숲에 흡수될 듯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켜 사람들을 몰입시켰고, 고음으로 치달을 때는 그 안타까움을 단번에 해소하게 해 환희를 불러일으켰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개체로서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었다. 모든 개인이 집단으로 돌아가는 경험에서 나오는 황홀한 도취였다.

-제10장 낮은음자리와 높은음자리 중

그러니 이 두 명창의 합창이 대성공을 거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예스, 벽을 넘고 경계를 지나 소리의 바다로…….
라는 엠블럼이 걸린 서울 시청 광장의 특설 무대는 콘서트 시작 세 시간 전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광장이 넘쳐났다. 준비해 놓은 5만여 개의 의자가 금세 꽉 차서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그 뒤에 서서 가은과 혜영을 기다린다. 정말로 사람들은 오늘만큼은 앙금의 벽을 넘고 적의의 경계를 푼 듯했다. 그곳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시간이 손을 잡고 진보와 보수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박수를 보냈다. 가은과 혜영처럼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예전 거리노래패들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꽤 되었다. 젊은 시절 바로 이 자리에서 최루탄 냄새가 밴 바짓자락을 끌고 다니며 시위에 참여한 추억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대부분이 오십 대 초중반의 중년이 되어 있었다. 간혹 자식들과 함께 온 사람도 있었지만, 대개는 혼자였다. 아이들이 함께 다니기 싫어할 정도로 커버렸거나 자식들이 부모 대신 자기들의 짝과 함께 왔기 때문이다.
- 그래, 노래는 이래야 해, 노래는 이렇게 경계를 넘어 만인을 향해야 한다고, 원래 노래란 한 곳을 공격하는 무기와는 달리 사방팔방으로 고르게 퍼지는 특성이 있지 않은가 말이야.

콘서트장 여기저기서 노래 감상평이 쏟아지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엔 가슴을 꽝꽝 울리는 감동의 음표가 떠다녔다. 가은과 혜영의 천부적 재능이 서로 반발하는 대신 조화롭게 공존하는 동시성의 위대성으로 녹여내자 드디어 소리 꽃이 멍울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5. 감상과 감동

그런데 이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소리꽃이 귀머거리 여인을 영토로 피어났음을 상기하자.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소리의 맨 위에 자리할 소리꽃이 왜 가은이나 혜영의 얼굴에 어리지 않고 평생 아무런 소리조차 듣지 못하는 여인의 영토로 피어났을까,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아무리 그녀가 무조건적 사랑으로 살아왔고, 안타깝게 죽은 청년의 핏줄을 돌본 공이 있다 해도 한 시대의 영광인 소리꽃을 차지한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작가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너무 작위적으로 처리했다는 의구심의 발로인 셈이다. 이 글 역시 약하고 가난한 사람을 모두 선하고 강한 사람은 악하다는 잘못된 도덕적 선입견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 귀먹거리 여인과 가은의 관계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소리꽃이 핀 영토가 이 여인이었는지 개연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이름도 없이 '수원댁'으로 불리는 이 여인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다 못 듣는데 유독 가은의 목소리만은 숨결 하나까지 들을 수 있다. 그것은 그녀가 고아가 된 가은의 몸을 돌보았을 뿐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가 대부분 잊고 있는 분신한 청년의 올곧은 정신을 온전히 수렴하고 있다는 상징이다. 사실은 그러한 청년의 순수한 정신은 예전 노래패들처럼 이제 우리 사회의 중추가 된 사람들이 지켜나가야 하는데, 그들이 오히려 죽은 이들의 공훈까지 훔쳐 잔치를 벌여왔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거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역사의 주체는 수원댁처럼 그렇게 묵묵히 세상을 되게 하는 시민중의 몫임을 소리꽃을 통해 그 영광의 자리에 모신 것이다.

가은도 그를 너무 잘 알기에 죽어가는 그녀를 위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아낌없이 선사 한다.

"가은은 수원댁과 마지막으로 눈길을 나누고 돌아섰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처럼 아팠지만 가은은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죽어가는 유모가 노래를 듣고 싶어 했다. 가은은 직감적으로 이번 노래가 유모에게 들려주는 마지막 노래라는 걸 알았다.
“아, 유모님!”
가은은 자기를 자기 몸처럼 사랑했던 사람과 영원히 헤어지며 비로소 노래의 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그건 아프고 쓰린 가슴을 평화롭게 하는 일이다.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에너지를 퍼 올려 타인을 행복하게 하고, 그와의 재접촉을 통해 자신도 행복해지는 일이다. 만약 신이 자신에게 내려준 재능이 있다면 이 순간 모두 퍼 올리리라.

마음만으로는 아쉬워 솟아 나오는 말/ 말로는 성에 안 차서 터져 나오는 탄식/ 탄식으론 다 끝낼 수 없어서 이어지던 노래…….

가은은 어머니, 유서린이 그토록 부르고 싶어 했던, 그러나 부르다 그치고만 그 노래를 수원댁에게 바칠 생각이다. 누구도 쳐다보지 않던 일생을 살았지만 가장 소중한 사랑과 근면으로 삶을 일관한 사람. 이 땅에서 가장 천시를 받으면서도 사랑으로 생을 이어 이어온 민중이 아닌가. 이런 분들이야말로 이처럼 역사적인 무대의 상석에 앉혀야 한다. 아니, 모셔야 한다. 그게 인간 삶의 도리고 역사의 정방향이 아닌가. 가은은 그렇게 생각하며 무대에 올랐다.
그 순간 가은은 짙은 향기를 맡는다. 그건 꽃향기보다 진한 사람의 향기였다. 엄마 아빠가 그토록 맡고 싶어 하던 사람의 냄새고, 수원댁이 일생을 통해 자신에게 알려주고 싶어 했을 향기 중 가장 짙은 향기일 것이다.
무대에 선 가은은 광장의 수많은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의 힘으로 입을 열었다. 바다, 바다였다. 어머니 품속 같은 바다였다. 모든 빗방울을 하나로 만드는 바다. 인간이 천형처럼 짊어지고 가야 하는 고통의 끝이 모두 그러했으면 좋을 것 같은 초록빛 바다를 향해 가은의 목소리가 고요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제12장 소리꽃 피다 중에서

“아, 사랑…….”
가은의 노래가 혼신의 힘을 끌어 올려 막바지에 이르렀을 그때였다. 기적처럼 수원댁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은의 목소리처럼 여운이 깊고 가지런한 말소리다. 그렇다. 수원댁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아, 사랑이라고.
그 순간이었다. 바로 거기서 소리꽃이 피어났다. 아이오, 평화 이음 소리꽃이다. 긴 가시에 가슴을 찔린 가시나무새처럼 생애 최초로 말문을 연 수원댁의 입가에서 그렇게 피어났다. 그토록 애절하고 아름다운 소리꽃이 가은의 마지막 노랫소리에 실려 동심원을 그리며 점점 넓게 펴져 나갔다. 그녀가 천상의 계단에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지상에서 단 한 번 피워낸 소리 혼꽃이었다.
형상은 없으나, 형상보다 더 깊고 선명한 울림을 주는 꽃, 천상과 이승을 하나로 이어주는 소리, 세상 누구나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게 하는 사람 소리의 응결로 피어난 꽃이다. 그 꽃은 김범도와 유서린이 그렇게 애써 피우고 싶어 하던 바로 그런 꽃이었으리라. 귀천과 관계없이 인간이 가장 고귀해질 때 비로소 피는 소리 혼꽃. 성진은 수원댁이 그 소리꽃 향기를 타고 천상에 오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허공을 떠돌았을 유서린과 김범도의 영혼도 함께."

- 제12장 소리꽃 피다 중에서

이렇게 해서 상상의 꽃 소리꽃이 서울 한복판에서 피어나 하늘로 퍼져나갔다. 드디어 우리시대 수많은 소리가 귀머거리 여인의 진실한 삶을 영토 삼아 다발로 묶여 소리꽃을 피워올린 것이다. 이는 각자 고립된 가슴의 이음이며 생기의 자람이고 무형의 향기이며 척박하지만 아름다운 우리 삶의 모습이다. 그들의 한 가운데를 사랑이 관통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작가는 이 소리꽃에서 나는 향기가 사람들 가슴 가슴마다 각양각색의 작은 소리꽃을 피우고 본래 제자리인 하늘에 닿길 간절히 바란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바로 여기에 하찮이 뵈는 우리 삶을 자부심으로 고양 시키는 작가의 독특한 사랑 담론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시대 라는 말처럼 독자를 묵직하게 진입시켰다가 그보다 더 큰 감동과 여운 속에 한동안 잠기게 하는 이 책은 그야말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치는 책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준식

‘작가의 시간은 흘러가지 않고 쌓인다’ 라고 말하는 그는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연구
소에서 근무하다 1995년부터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그동안 베스트셀러『사랑하는 당신에게』 대하소설『바람과 초원의 딸1,2,3』 에세이집 『사랑하며 아파하며』등 문학작품 11권, 한겨레 정치사회담론서인 『아무르 자주담론 』과 공동저작 2권을 세상에 펴냈다.

적지 않은 저작에도 그는 여전히 아웃사이더를 자임한다. 작가의 평판을 좌우하는 거대 언론사의 원고청탁을 거절하자, 명성 대신 주어진 골방에 갇혀 대부분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작가 이야기를 기자가 쓰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 사주의 지배담론에 작가가 동원되는 한국문단의 종속적 상황에 대한 나름의 끈질긴 대항이었다.
그런 고단한 과정에서 작가는 절필 대신 ‘우리 위대한 한글의 담론적 성격에 대한 연구’와 함께 그에 기반한 전일적 생명의 소리 담론문학의 틀을 잡아가고 있다.

이번에 퍼낸『우리시대 소리꽃 콘서드』는 그런 이야기다.
거짓이 참을 오래 이기는 불의한 우리 시대,
몹시 소중했으나 지키지 못했던 것들의 부활을 위한
간절한 부름에 응답한 책이다.
스스로 내 행복을 지킬 해법을 담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뚫는 건
너와 나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사랑의 소리임을
작가는 상상의 소리꽃을 통해 친절히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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