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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 자주담론

김준식 지음
도서출판 반올림

2023년 03월 03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07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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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709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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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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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몇 마디로 말하기 힘든 책이다. 조선 시대 최고의 담론이자 인문서인 박지원의『열하일기』를 이을 이 시대 담론서라면 그 비유가 적당할까. 먼 옛날 우리 고대어의 하나인 ‘저문 해를 담아놓는다는 〈함지〉’만큼 품이 넓고, 첨단과학의 하나인 반도체 1bit 의 〈양공〉만큼 정밀하다. 저자가 서문에서 ‘여기엔 우리 한겨레가 영속한 일만 년의 시간이 녹아있고, 핏줄을 타고 수직으로 흘러온 그시간과 만난 한반도라는 공간과 이곳에서 살갗을 비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좀 더 좋은 세상과 더 나은 삶을 위해 바치는 꿈과 열정이 있다’ 라고 정리한 것처럼 우리의 실존적 삶을 이루는 역사와 문화와 사상과 과학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단순 명료하다. 일부 특권층만 흥청거리는 세상이 아니라, ’다함께흥겨운세상' 열자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주적이며 부강한 나라를 공유하며 개개인 행복의 총량을 높이기 위해 우리 사회를 새롭게 구조화시키는 일이다.
저자는 그를 위해 전체를 네 개의 부로 나누어 각각 질문을 하나씩 배정해 놓고 해답을 얻어 간다.

제1부인 ‘하늘의 기억, 우리는 누구인가’ 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강요된 망각에 의해 잊고 있던 상고사를 추적하여 본래 우리 겨레가 지닌 위대성을 밝혀냈고, 제2부 ‘땅의 눈물, 어떻게 살았는가’ 에서는 그런 위대성과 찬란한 문화가 어떤 과정을 걸쳐 훼손되었는지를 논증한다. 여기까지는 역사담론 성격이 강하다면 제3부, ‘몸의 언어’ 편부터는 본격적인 실천담론이다. 8.15 해방 이후 미군정기에 예속된 우리 민족의 한계성을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 이르기까지 자주인의 수난이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내고 그를 극복할 대안을 모색했다. 끝으로 제4부 ‘빛의 나라, 어떻게살 것인가’ 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승리의 기억을 토대로 우리 겨레의 미래를 생생하고구체적으로 제시해 놓았다. 그것이 바로 ‘다 함께 흥겨운 세상’ 이고, 지금 전지국적 환란인 코로나19의 모범적인 방역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 새로운 인류문명을 선도해 나갈 세기적 세계적 맥동이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것은 영속하는 시간의 한 매 듭인 카이로스, 즉 우리의 실존적 삶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함이자, 미래를 향해 다 함께 한걸음 내딛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 모두를 총화하여 앞서 말한 세상을 열어가는 해답을 제시하고 실천적 행동을 이끌어 내는 담론이자 인문서이다.
서문 : 다 함께 흥겨운 세상
0.프롤로그 : 한韓 사랑을 시작으로
- 심장이 왼쪽에 있는 이유
-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회고
- 새로운 시대 중심에너지를 위하여
- 韓겨레 다 함께 흥겨운 세상을 향해
- 개천을 바다로, 변방에서 다시 중원으로


天 제1부 하늘의 기억 : 원문명을 연 사람들

1. 동녘 무지개
東 진시황과 모택동이 그린 나라
元 동방에 원문명이 있었다
韓 하늘 아래 첫 나라
夷 이렇게 드높았던 사람들
朝 조용한 아침의 나라

2. 서산에 가려진 아침 해
君 군자지국을 찾아서
高 고인돌과 단군왕검
歷 상전벽해의 역사
西 서산으로 기우는 아침 해
昔 석자와 이별하는 평양아이

3. 중원의 큰 입씨름
憶 하늘의 기억을 재생할 수 있다면
還 묵자, 2,500년 만의 생환
中 중국공산당이 망하지 않은 이유
爭 동이와 서이의 경쟁
鵬 장자에게 한국 정치를 묻다


地 제2부 땅의 눈물 : 강물은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4. 서산으로 기운 아침 해
元 원문명의 서진
彼 그래도 너희가 여전히 오랑캐다
我 아, 우리 겨레의 항성恒星 고구려여
吾 오, 우리 만주여!
麗 고려는 그렇게 허약하지 않았다.
后 한겨레의 큰 자존심, 기황후

5. 하늘을 잃어버린 500년
天 천기
崔 최영과 이성계
事 사대주의는 생존전략인가?
漢 한자의 상실과 한글의 창제 (세종의 마음)
? 천의의 내림, 한글
朴 연암 박지원이 본 땅의 눈물

6. 문명의 이동
? 마지막 해치??상
大 대한제국 그리고 인민


人 제3부 몸의 언어 : 혁명은 사랑을 안고

7. 우리가 살아남은 이유
苦 몸부림으로 이은 역사
主 조선자주의 발목을 잡았던 것들
金 김구와 이승만, 그리고 김일성
分 분단과 새끼 아메리카의 탄생
白 백범 김구의 죽음
亞 대리전과 아류국의 탄생
美 새끼 아메리카의 탄생

8 . 성난 꽃 머리에 꽂고
他 너희들의 유토피아
連 연교 엄마
勞 몸으로 쓴 노동의 역사
資 미국자본의 뒤집기 기술, 1997년 IMF
集 집단적 체험이 있는 죽음
談 사람담론

9. 시대를 왜곡하는 몇 가지 신화적 담론
易 담론의 역동성
洋 서양문명우위론
帝 아제국론
雄 천재영웅론
自 자유만선의론
盧 노무현과 이명박
言 검은 혀들의 힘
新 검은 입을 찢고 새 담론을....


光 제4부 빛의 나라 : 개천을 바다로 (元문명의 재귀)

10. 사람소리의 승리
談 담론의 뿌리
勝 승리의 기억
元 원문명의 재귀 (동방의 새 물결)
太 반도체혁명과 태극사상
娠 한글 세계를 품다
音 세계의 소리로
池 천지의 눈물

11. 사랑하니까 진보다
革 촛불혁명, 사랑을 심지로
心 심장이 가리키는 방향
樂 힘, 사랑, 즐거움을 하나로
文 사람다운 사람, 문재인
正 이정희가 꿈꾸던 나라
國 선의국가론
經 선의경제학
民 시민과 민족의 결합

12. 백년의 매듭, 새 문명의 시작
象 상징의 진화
族 사람담론과 민족비전
統 통일 대한인민공화국
興 다함께 흥겨운 세상
사람 사랑 자주 열림 넓힘

鳳 후 기

1. 문명과 역사에 대한 담론적 접근

"그럼에도 인간 선의가 이긴다는 증명을 우리는 문명이라 말한다."
-이 담론의 첫 장 첫 구절

"담론에 있어 시간은 변혁의 에너지를 실어 나르는 수레와 같다. 이런 시간은 흘러가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다. 그러다 정신이 응결하여 물화되는 순간을 맞이하면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며 새 세상을 열기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는 성경의 첫 구절은 고도의 담론어다. 거기엔 태초라는 시간과 신의 의지라는 말이 있고, 그를 시작으로 어마어마한 기독교 문명이 이 세상에 열렸기 때문이다.
아무르 자주담론 역시 이런 시간의 축적이 한 매듭으로 드러난 언술의 집합이다. 원고지 2,500장에 이르는 이 담론을 성경의 첫마디처럼 한 구절로 표현한다면 ‘다 함께 흥겨운 세상’ 을 여는 일이다. 그러기에 여기엔 우리 한겨레가 영속한 일만 년의 시간이 녹아있고, 핏줄을 타고 수직으로 흘러온 그 시간과 만난 한반도라는 공간과 이곳에서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지금 이 나라가 부분적으론 흥겨울지 모르지만 다 함께는 아니라는 현실진단과, 이 아무르 자주담론이 그런 불균형을 극복하고 모두가 흥겨운 세상을 여는데 나침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다.

필자는 그 믿음의 논거를 인간 욕망의 총량과 인간 의지의 총량이 다르며, 그 차이를 명료하게 인식하고 그를 통해 역사를 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인간 욕망과 인간 의지가 공히 자신을 주장하는 내재적 힘에 따라 작용하는 것이기에 언 듯 같아 보이지만 세밀히 궁구하면 차이가 난다는 것에 근거한다. 인간 욕망의 주된 발현이 개별적 범주에 머무는 것이 비해, 우리 의지는 선험적 문명과도 깊이 연계되어 있어 그 범주를 넘어서는 사회성을 확보한다는 인식이다. 따라서 이처럼 인간 욕망과 인간 의지의 미세한 차이가 우리 역사를 너절한 욕망의 집합에서 건져내어 좀 더 진보적인 역사로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믿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인간의 선험적 선의라고 말한다.

본문 5p 저자 서문에서

2. 새로운 자주 담론을 위한 지식과 정보의 재구성

우리가 미국만 극복하면 자주가 주어질까? 참으로 그런가?
그러면 우리 겨레 모두가 차별 없는 세상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가?
아직도 우리에겐 여전히 피비린내 나는 자주의 그 길을 열정만 가지고 말할 수 없는 일입니다. 미래의 꿈은 동맥을 타고 흐르는 붉은 핏줄기처럼 뜨겁게 말해도 실천을 담보해야 하는 담론의 구성은 푸른 정맥처럼 차가워야합니다.
미국은 북한의 논리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우리 길을 가기 위해 분명히 넘어야 할 걸림돌입니다. 그들과 있었던 과거의 은원恩怨이 어떠하든 지금 미국은 소련이나 중국처럼 자국의 이익과 패권을 위해 한반도 분단의 고착화를 바라는 타국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심장의 박동수를 줄이며 그렇게 되묻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려는 진정한 자주의 길이 한두 외세의 극복만으로 가기 힘들다는 엄정한 자각 때문입니다. 그건 우리 역사를 조금만 더듬어 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일제 식민지 이전에도 우리 겨레는 지금 사대주의자들이 미국을 천조국이라 말하듯, 자신을 소중화라고 한없이 낮추며 중국을 상전으로 모셨던 역사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 같은 질문은 수백 년을 이어 온 우리 겨레의 피동성 문제에 대해 냉철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반어적 선언입니다.
5년 전, 이제 담론을 쓰기로 결심했으니 한 반년이면 책으로 만날 거라는 예상은 이 문제로 인해 빗나갔습니다. 이를 명확히 하지 않고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었습니다. 1980년 대학 1학년 초 교정에 최루탄 연기가 자욱하던 어느 날, ‘왜 우리 민족에겐 우리만의 이데올로기가 없을까?’ 하는 막연한 질문으로 시작된 이 과제가 40여 년의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는데, 난 역시 역부족인가 하는 절망적 자각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본문 39p - 프롤로그 : 새로운 시대의 중심에너지를 위해


3. 역사담론을 통한 한 민족의 위대한 위상 되찾기

"그러자 길이 보였습니다. 진도를 가로막았던 한겨레의 피동성 문제, 그 문제를 앞서서 치열하게 다룬 역사가와 가슴으로 만난 것입니다. 『조선상고사』를 쓴 신채호 선생입니다. 그는 책에서 ‘조선인들은 불교가 전해지면 조선의 불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석가의 조선을 만들고, 유교가 전해지면 결국 공자의 나라가 된다’ 며 우리 민족의 줏대 없음을 한탄했는데, 이 말이 새삼스럽게 천둥소리처럼 들려왔습니다. 이는 구한말 개항 이후 조선이 점점 서양의 조선이 되는 것에 대한 자책이자 강력한 경고였는데 백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크게 들려왔던 것입니다.
물론 저는 이 책을 젊어서 읽었습니다. 1980년대 당시 이 책이 학생운동의 입문서처럼 읽혔던 까닭에 새삼스러운 책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담론을 생각하며 다시 집어 든 이 책은 달랐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망명객의 고단한 몸으로 만주 심양의 고서점을 돌아다니던 신채호선생의 발자국이 선명히 보이는 것 같은 공명이 일면서 이 책의 글자 하나하나가 심장에 박히는 듯했습니다.

본문 43p 프롤로그 : 다 함께 흥겨운 세상을 향하여 中


"그런데 그날은 분명히 달랐다. 눈동자가 확 커진 듯도 싶었으며 어떤 긴장감을 해소하려는 듯 낮은 한숨이 터지기도 했다. 광개토대왕릉비는 단순히 비문의 내용을 알리기 위한 돌덩이가 아니었다. 마치 푸른 하늘 전체를 바치고 서서 900년 고구려 역사를 증언하는 것처럼 고고하게 보였고, 그 비가 품고 있는 내용보다 훨씬 더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입을 막 열려는 것 같았다...... 필자는 이를 통해 고구려인의 세계관과 당대 중국인이 가졌을 세계관의 차이를 엿볼 수 있었다. 중국인이 돌을 다듬고 화려하게 꾸며낸 인간사에 머물러 있는 대신 고구려인은 그를 포함하는 더 넓고 높은 우주를 자신의 세계관으로 끌고 왔음이 분명했다. 충분히 돌을 다듬을 수 있는 기술력이 있음에도 장엄한 자연석 바위를 찾아 자신을 우뚝 세운 광개토태왕릉비로 그런 우주관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니까 필자는 이전과 같은 비석 앞에서 기록 너머의 기록을 비로소 보게 되는 그 순간 역사를 보는 어떤 혜안이 열린 것이었다.

-본문 418 제4부 빛의 나라, 승리의 기억 中

4. 실천 담론을 위한 근현대사의 정리


"하지만 문명은 다시 비파형동검의 통합과 융합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자본의 집중이나 강력한 무력의 확산처럼 한 기능의 비대칭적 발전이 지구 공멸이라는 위험 요소로 등장하면서, 오히려 서로 상생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과정의 상황이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라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원문명의 흐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태극의 양극이 가장 결렬하게 부딪칠 때 통합의 새 에너지가 생겨나 새 세상을 여는 것처럼 우리에게 반전의 틈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자주담론을 말하고 있는 지금, 우리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변혁의 기운이 강하게 움직이고 있기도 하다. 남한에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촛불혁명으로 새 정부가 탄생하자, 북한이 자위적 핵무기 개발을 완성했고, 이어서 남북한이 함께 자주의 깃발을 들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러한 기운이다. 지난 고통스러웠던 백년의 매듭을 짓고 새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징후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실제로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이렇게 민족 비전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 본문 547p, 제4부 빛의 나라 : 백 년의 매듭, 새 문명의 시작 中


" 이와 함께 미래의 시간이 우리들의 것이라고 믿어도 좋은 건 국제정세의 변화이다. 지금 일본과 미국 등 강대국들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우리를 억압하는 모습에서 구한말을 떠올리는 이도 많지만 그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시 서구문명 세력의 우두머리였던 영국은 러시아의 부동항 진출을 막기 위해 그레이트 게임에 일본을 동원할 만큼 세력이 강대했다. 중국은 종이호랑이의 지위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발기발기 찢기기 일보 직전이었다. 또한 우리 분단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1945년 7월 17일 포츠담 회담을 주선하던 미국은 신생 최강국으로 모국 격인 영국에 원조를 해줄 만큼 강력한 국력을 지니고 있었다.
....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인류 문명의 흐름이 인류를 많이 번창하게 한 동아시아 원문명지로 회귀하고 있는 중인 까닭이다. 미국이 그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이 일본처럼 쉽게 무릎을 꿇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미 2200여 년 전에 자본주의의 폐해를 내다보고 인성을 중점으로 한 사회질서체제로 전환했던 중국이 다시 자본주의형 경제를 받아들인 이상 그런 욕망의 에너지가 쉽게 가라앉을 리 없다. 중국 경제는 그를 원동력으로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커서 예전처럼 서구 일방의 동방정책이 먹히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동서 강대국의 힘의 균형은 우리에게 위험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지만, 지정학상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 본문 547p 제4부 빛의 나라 : 백 년의 매듭, 새 문명의 시작 中



5. 다 함께 흥겨운 세상을 향하여


" 담론은 당위의 끝없는 나열이어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담론에서 당위는 예측 가능한 비전을 제시할 때나 큰 방향성을 설정할 때, 한 방편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담론은 허공의 미립자처럼 아직 규정되지 않은 에너지를 말로써 응결 시켜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실천적 행동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의국가론과 선의경제학이 당위의 영역에 머물러 있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를 실현시킬 힘과 정밀한 정책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선의국가론은 추상성이 강해 선언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위험성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선의란 정신이 물질로 응결되기 직전의 에너지 같은 것으로 추상성보다는 오히려 실체성으로 이해하고 규정 해야 한다. 그렇게 선의국가론의 기반이 물성을 지낼 때 선의 경제학을 이끌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선의의 핵심인 사랑의 감정을 상호 실체적 에너지의 교환으로 정의함으로써 사랑은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동시적인 물질 나눔을 실천하는 담론으로 발전할 수 있게 실제성을 추구해야 한다.
- 본문 533p 시민과 민족의 결합 中


"만약 촛불혁명이 실패했다면 우리는 진보정치를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2016년 가을, 광화문에 촛불이 켜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2017년 5월 9일 문재인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 벌어진 일련의 과정은 단순히 한 정치 진영의 승리가 아니었다. 이 역시 표면적으로는 정치 세력을 교체하는 정치적 사건의 하나지만 그 의미는 깊고 넓다. 우리 현대사의 방향을 가를 진보정치의 명백한 확인이자, 먼 훗날 영국의 명예혁명 못지않게 평가받을 인류문명사적 의미를 가진다.
우선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고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정치적 진보이고, 이렇듯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불의한 권력을 끌어낸 예가 소위 정치 선진국이라는 서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점이 새로운 혁명의 발화로 보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 둘을 합한 것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이 혁명의 직접적인 동기가 ‘사랑’ 이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요소이다.

본문 465p 촛불혁명, 사랑을 심지로

' 천만다행인 건 이제 우리 사회가 이런 복합적인 모순의 치유에 나선 상황이다. 이제까지의 시간이 남과 북을 멀어지게 했다면, 지금부터는 역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지는 전환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서양의 분석적 관점으로는 한 번 분화한 양극은 한없이 멀어지지만 동양의 전일적 관점은 그렇지 않다. 양극이 극한으로 팽창을 거듭하면 서로 통섭하여 새로움을 낳는다. 양극의 문화인자를 그대로 간직한 채 새로운 생성으로 진보하여 또 하나를 더한 더 크고 정밀한 전체를 구성한다. 그것이 태극사상의 핵심이고 주역의 첫 번째 원리이다. 이런 관점으로 해석하면 그런 조짐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엿보이고 있다. 미국이 급격하게 백인종 위주로 민족국가화 되는 바람에 다 극점 상호주의 블록화로 가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지구 전체가 수평적 문화를 공유하는 열린 세계로 진행되고 있다.

본문 568p 빛의 나라 : 다 함께 흥겨운 세상
.

그러나 미래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모든 담론이 그러하듯 이런 예견은 어떤 방식으로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우리의 역사란 언제나 우리를 지나치며 증명될 뿐이다. 다만 지난 역사를 궁구해 봄으로써 우리는 그를 상징적 이미지로 엿볼 수 있다.
그것은 삼천여 년 전, 우리가 빼앗긴 한자의 금칙어에 갇힌 봉황이 비로소 사슬을 풀고 다시 아무르강물을 차고 날아오르는 힘찬 귀환이다. 그렇다. 우리 겨레의 꿈이자 자부심이었던 전설 속 신조神鳥, 봉황의 너른 품에 안겨 올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예측이고 기대이다. 이에 공감하건 안 하건 각자의 몫이겠지만, 그의 첫걸음이 우리 스스로 당당히 서서 강하고 귀하게 되는 일이라는 사실엔 거의 동의할 것이다. 아무르 자주담론은 바로 이를 말하고 있을 뿐이다. 나를 포함하여 이 땅을 살아가는 모두를 위해서...

본문 584p 후기 : 봉황의 귀환

서평 제목 : 한바탕 크게 울만 한 우리들 이야기, 일만 년 한문명의 대서사시

목차
0. 서언(요지)

1. 하늘의 기억 : 하늘 아래 첫 나라를 연 사람들
- 우리는 누구인가

2. 땅의 눈물 : 강물을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 어떻게 살아왔는가

3. 몸의 언어 : 혁명은 사랑은 품고
- 지금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가

4 빛의 나라 : 다 함께 흥겨운 세상
- 내일 우리의 모습은?

5. 에필로그 : 질문의 형식과 답의 내용


제목 : 한바탕 크게 울만 한 우리들 이야기, 일만 년 한문명의 대서사시

0 서언(요지)

"그럼에도 인간 선의가 이긴다는 증명을 우리는 문명이라 부른다."

이 경구형 구절은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열면서, 이 담론이 결언으로 제시하는 '다 함께 흥겨운 세상'을 가시화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여기 인간 선의란 상식적 의미이므로 생략하기로 하고 이와 대극을 이루고 있는 '그럼에도' 에 담긴 함의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 말엔 문명을 견인하는 인간 선의가 극복해야 하는 인간의 어두운 측면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인간의 지나친 욕망이라 할지, 짐승 적 양태나 악마성까지 오만가지 부정적 요소들이다. 물론, 이 같은 분별은 서양의 이분법적 인식에 기인한 것이며, 동양의 전일적 관점에서는 이 또한 인간 중심성의 하나로 보는 것이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는 양자의 인식론을 다 고려해야 함으로 이렇게 논의를 전개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담론은 인간이 지닌 여러 모순에도 불구하고 선의가 중심이라는 것을 기본토대로 출발하여, 그의 연장에서 선의의 역사관과 선의 국가론, 그리고 선의 경제학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 모두가 하나로 활연관통하면서 펼져지는 세상을 '다 함께 흥겨운 세상'이라 명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추출하는 논거를 역사에서 찾아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함수적 기울기를 통해 미래의 민족 비전을 재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원고자 2,500매에 이르는 이 책을 천天, 지地, 인人, 광光의 4부로 나누고 각 부에 하나씩 질문을 던지면서 그를 풀어 간다. 우리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왔나, 또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라는 네 가지 질문이다. 그것은 영속하는 시간의 한 매 듭인 카이로스, 우리의 실존적 삶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함이자, 미래를 향해 다 함께 한걸음 내딛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 모두를 총화하여 앞서 말한 세상을 열어가는 해답을 제시하고 실천적 행동을 이끌어 내는 담론이자 인문서이다.


1. 하늘의 기억
- 우리는 누구인가?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꿈과 더 좋은 삶을 향한 열정!

담론은 이런 꿈과 열정을 배경으로 발화에너지를 축적한다. 이는 다분히 본능적이며 사회적이다. 그것이 꼭 완전한 세계가 아니라 해도 현재를 살면서 다음 시간에 실려 올 모습을 그려보는 자체가 삶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꿈과 열망의 동기를 좀 더 세밀히 살펴보면 인간의 욕망과 실존의 차이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차이로 인한 불만을 줄이기 위해 제각기 대응한 끝에 꿈과 열정이 그렸던 미래의 모습을 내 것으로 성취함으로써 그를 해소한다. 이런 경우 담론은 발화점을 갖지 못한다. 자잘한 유희로 그치거나 이내 소멸한다. 실존적 삶에서 모든 욕망을 이룰 수 있는 세상에 어떤 불만이 더 있겠는가.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과 내 삶이 구조적으로 어긋나 있어 극복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러 좌절한다. 그러면 그를 해소할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실존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일엔 이미 실패했음으로 욕망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그를 실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권력이나 재화가 고도로 집중된 사회일수록 그를 장악한 지배자들은 이런 차이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이를 더욱 키워서 생산력을 높이는 동력으로 쓰기 때문이다. 그래야 다시 분발한 개인의 가열찬 노력으로 더 큰 파이가 지배층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고 현대사회의 이끄는 주류담론의 정체이다.
이렇듯 우리가 쉽게, 소중하게, 친근하게, 반복적으로 대하는 꿈과 열정에도 고도의 지배 담론이 끼어든다. 특히 고도로 세련된 여론에 의해 작동하는 현대사회일수록 정도가 심하다. 지배담론은 언제나 달콤한 입술로 일반 대중에 접근해 이런 순수한 꿈과 열정에 빨대를 깊이 꼽아놓고 뒤돌아서 돈을 계산한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까지 속이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본문 6p 저자 서문에서

그래서 우리 시대 국보급 작가라는 유시민조차 이에 대한 진지한 질문 없이, 그러기에, '우리 인간의 역사는 욕망의 흔적이자 표현이다'라고 자신 있게 정의한다. 그의 최근 저서 『역사의 역사』에서 실제로 그가 한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주류 담론을 배격한다. 우리 인간의 역사는 개개인이 가진 욕망의 총량보다 한 차원 높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것은 깊고 넓은 강물일수록 소리 없이 흐르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는 것처럼 역사에서 무형과 유형의 중간적 에너지를 읽어내는 일이었다.

"필자는 그의 논거를 인간 욕망의 총량과 인간 의지의 총량이 다르며, 그 차이를 명료하게 인식하고 그를 통해 역사를 볼 수 있는 혜안에서 찾는다. 이는 인간 욕망과 인간 의지가 공히 자신을 주장하는 내재적 힘에 따라 작용하는 것이기에 언 듯 같아 보이지만 세밀히 궁구하면 차이가 난다는 것에 근거한다. 인간 욕망의 주된 발현이 개별적 범주에 머무는 것이 비해, 우리 의지는 선험적 문명과도 깊이 연계되어 있어 그 범주를 넘어서는 사회성을 확보한다는 인식이다. 따라서 이처럼 인간 욕망과 인간 의지의 미세한 차이가 우리 역사를 너절한 욕망의 집합에서 건져내어 좀 더 진보적인 역사로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믿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인간의 선험적 선의라고 말한다.
본문 6p 저자 서문에서

그러기에 저자는 이 담론의 첫 장 첫 구절을 '그럼에도 선한 의지가 이긴다는 것의 증명을 우리는 문명이라 부른다'라는 경구로 열었다. 우리 문명을 인간 선의의 표현이라고 정의함으로써 역사를 인간 욕망의 총량으로 정의한 사람들, 이 시대 주류 담론을 지지하는 유시민류의 지식인들을 정면으로 치고 들어 간 것이다. 그리고 '이 아무르 담론에서의 시간은 변혁의 에너지를 실어 나르는 수레와 같다'는 선언으로 이 담론이 유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이끄는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 실천을 끌어내기 위한 언술의 집합임을 명확히 한다.

그런데..... 인간의 선의라니! 인류 문명이 그의 표현이라니!

우리는 언 듯 이런 말이 앞서 말한 '꿈과 열정'처럼 너무 친근하고 아름다워 혹 속임수 아닌가를 의심하거나.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서 발취한 것 같은 초보적인 사유의 산물일지 모른다는 우려를 키울 수 있다. 그러나 그건 기우이다. 첫 구절의 선의 앞서 배치한 '그럼에도' 엔 인간 선의와 대극을 이루는 과도한 욕망이나 악의 등 사람의 부정적인 요소에서 대한 변증법적 검증을 거쳤다는 것을 함의한다.

그러니까 저자에게 '사람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다면 '착한 존재이다'라는 진정어린 답을 얻은 수 있다는 의미이다.

' 우리는 그를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길게는 지구 나이인 46억 년부터, 짧게는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15만 년 전 일입니다. 신비롭고 광대한 우주에서 시간에 실린 한 가닥 가는 핏줄을 타고 수직으로 내려와, 생명 에너지가 넘실거리는 지구라는 푸른 별의 수평적 공간을 만나 비로소 한 점(ㆍ)을 이루며 주체로 섭니다. 그렇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만나 하나의 에너지로 응축하는 경이로운 지점, 그 지점은 모두가 모든 것을 소유한 평등한 세상이자, 사방팔방 어디로 가도 좋은 자유 영역입니다. 꼭 기억하십시오. 앞으로 이 점을 원점元點이라 부르며 여러 번 불러낼 것입니다. 언뜻 먼지처럼 하찮아 보이는 이 원점이 세상 모두를 품은 생장점이니까요.
이 일을 한국전통에서는 삼신할머니 마고가 한 생명을 점지한 것이라 하고, 과학에서는 불완전한 정자와 난자의 생식세포가 만나 체세포로 완성되는 것이라 합니다. 또한 기독교에서는 진흙 덩어리에 성령의 입김이 임하는 거룩한 시간이고, 해가 뜨는 동쪽의 선인들이 성립한 음양철학에서는 무극이 진동하여 태극으로 확장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봅니다. 또한 이 원점은 한 사람의 요람이자 그가 일생동안 간직할 반짝이는 별자리 입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우주宇宙입니다. 만다라(卍)의 중심점이고, 십자가(†)의 크로스포인트며, 아기 부처가 태어나자마자 일곱 발자국을 띄고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외친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공자가 사사로움을 버려야 이를 수 있다는 자리, 바로 예禮가 들어설 곳입니다.

본문 25P 프롤로그 : 심정이 왼쪽에 있는 이유 中

이처럼 저자는 '사람이 착한 존재' 임을 확신하기 위해 수많은 저서와 다방면의 인식론을 검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질문과 답이 여기에서 그쳤다면 이 담론은 인류문명사가 돼야 했었다. 착한 존재로서의 사람을 말하기엔 문명사적 범주가 적합하다. 하지만 이 아무르 담론은 국가 단위의 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한 언술의 집합이다. 인류문명과 끊임없이 통섭하면서 그 길을 찾아 가겠지만 중심은 한민족, 한반도이다. 그래서 실질적인 첫 번째 질문 아직 유효하다.

우리는 누구인가?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하늘의 기억'이라는 제목하에 '첫 문명을 언 사람들'이라는 부제의 제1부를 배치했다. 보편적 인류에서 일단의 무리를 끄집어내어 우리 한겨레로 정체화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역사담론의 전개이다.
그러나 그 일은 쉽지 않았다. 우리가 누구인가를 말하기 위해서는 개인에서 '우리'로 공동체화한 시점까지 밀고 올라가야 하는데, 우리 상고 역사가 너무도 빈약하기 때문이다. 거의가 중국의 사서에 의지하여 이삭을 줍듯 불안정한 편집으로 끝낸 것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상고사가 아닌가. 더구나 저자는 중국의 사사를 믿지 않았다. 중화주의 사관에 의해 수없이 변조되고 왜곡되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어느 시대든 지배 세력이 새 담론을 억압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들은 이미 획득한 기득권으로 자기 손아귀에 있는 주류 담론을 보강해가며 새로운 담론의 탄생과 성장을 막습니다. 우리가 역사에서 무수히 볼 수 있는 분서, 금서, 서적 회수, 위서 제작 등은 전부 그와 같은 목적 아래 이루어진 일들입니다... 100권이 넘는다는 고구려의 역사서 유기留記가 단 한 권 남겨지지 않은 것도, 중국 춘추시대 하나의 명료한 사상체계로 성립되었던 묵자의 평등 사상서가 2천 5백 년이나 지나, 중국공산당에 의해 사원赦原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역사서의 전범처럼 여기는 사마천의 사기史記도 이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당대 주류담론, 한漢제국의 통치담론인 유교에 복무하기 위해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당시 유교와 함께 천하를 양분해 풍미했던 묵자사상을 거의 무시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진秦나라의 실력자 여불위가 지은 『여씨춘추』 나 맹자의『맹자』 『한비자』등에 ‘묵가의 시세가 유가와 더불어 양대 산맥을 이루었다’ 고 수없이 증언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마천이 이를 몰랐을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마천은 공자를 왕조 반열에 넣어 세가로 다루면서 수천 자를 할애한 반면 묵자에 대해서는 맹자 열전의 한 귀퉁이에 겨우 스물여덟 자만 배정합니다. 지배담론을 위협하는 담론 같은 건 아예 싹을 도려내려던 것입니다.

본문 32P 프롤로그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회고 中

그래서 저자가 의지한 것이 '하늘의 기억'이다. 물론 이 말은 비유적인 말이지만, 저자는 중국 사서에 의해 왜곡 축소된 우리 역사의 진실을 찾아야겠다는 결의 같은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대범하게 중국 문명의 심장 같은 한자 어원의 추적과 역사 유물의 상징성을 통해 우리 상고사의 진실과 대면한다. 그런데 그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 다음은 발해국의 국호로 쓰인 진震자의 어원이며 삼한三韓을 통할했다는 진국辰國의 진辰이라는 글자의 어원을 추적했을 때 맞닥뜨리는 놀라운 진실이다 .. 삼한 이전에 존재했던 진국은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상고사를 단번에 뒤집으면서 두 가지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하나는 한반도를 포함한 만주를 강역으로 한 거대한 국가가 존재했을 가능성과 다른 하나는 한자문화권의 출발이 중국 중원이 아니라 동방일 가능성이다. 그것은 국호 ‘진’자가 차지하는 어원의 위치와 상징성을 미루어 추론할 수 있는 일이다. ‘진’자는 초기갑골문부터 발견되는 아주 오래된 글자이면서, 해와 달과 별이 다 모이는 처소, 즉 하늘이라는 의미로 쓰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는 중국 어느 왕조의 국호보다 어원이 담고 있는 상징성의 지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한漢나라의 한자는 그저 한수漢水라는 지역의 의미 밖엔 없다는 사실에서 그 지위를 가늠케 한다.

본문 66P 하늘의 기억 : 동방에 원문명이 있었다. 中

그러나 이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바로 진辰자가 2300여 년 전에는 운음이 한(han)이었다는 것이다. 즉, 진자가 별자리 진이 아니고 별자리 한으로 읽혔다는 것이다. 그렇다. 한, 즉 하늘로서 밤이면 해와 달과 별 등 모든 별이 모이는 곳을 가리킨 것이다.... 이는 막연한 추론이 아니라, 중국의 고대 자전 『설문해자』에 수록되어 있는 사실이다. 이 한자 최초의 자전(秦字자전)에서 진 자에 대한 설명이 유독 긴데, ‘진辰은 진동한다는 것으로...모든 만물이 생겨나는 근원이다...또 진은 별들이 모이는 곳이고 하늘의 때를 나타내며辰房星天時也 그 음은 ‘한성?聲’이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엄?자는 지금도 기슭 ‘엄’ 과 함께 기슭 ‘한’ 으로도 읽힌다. 이런 진자의 음에 대해 강희자전에도 ‘엄?자’ 의 음이 한韓 자와 똑같이 한(h?n)으로 발음한다는 것을 확정해 놓은 상태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통해 우리 역사의 실질적인 출발로 보는 삼한의 이전에 그 강역을 지배했던 통일국가 ‘한辰’ 나라가 있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비정할 수 있다. 그리고 삼한의 한韓자가 어떤 연유로 우리 민족을 지칭하게 되었는지도 가늠할 수 있는 근거가 되며, 좀 더 확장한다면, 중국 한漢족의 최초국가로 볼 수 있는 한漢나라의 국명이 우리 고대국가의 국호인 진국辰國(한국)의 음차였을 가능성까지 내다볼 수 있는 일이다.

본문 83P 하늘의 기억 : 하늘 아래 첫 나라 中

이 뿐 아니다. 저자는 어원의 분석과 아울러 지구과학 연구자료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밝혀내고 있다. 한자의 동방 제자설, 즉 우리 선조가 한자의 할아버지 격인 갑골문자를 창제했다는 사실, 황화문명이 우리 한문명의 하위문명이라는 점, 기원후 1천 년까지 세상의 중심이 한반도를 포함 한 동만주 지역이었다는 것 등 주관적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로써 증명하고 있다.

이로써 작가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의 답은 이미 짐작했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선하고 슬기로운 사람들로 하늘 아래 첫 문명을 연 위대한 민족, 바로 홍익인간이다' 라는 답이다.

중국 사서엔 우리를 오랑캐로 그리고 있지만, 누구도 속일 수 없는 하늘의 기억 속에서 찾아낸 우리의 첫 모습은 이렇게 찬란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후 우리 민족은 왜 그렇게 쪼그라들고 남에게 치이다가 급기야는 식민지국으로 전락했는가, 의 문제이다. 이제부터는 그를 살펴봐야 한다.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정확하게 정량하기 위해서다.

2. 땅의 눈물
- 어떻게 살았는가?

제2부, '강물은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라는 부제를 단 '땅의 눈물' 편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이다. 하늘 아래 첫 나라를 연 위대한 우리 민족이 어떻게 해서 나라까지 빼앗기는 삼등 민족으로 전락했는가를 더듬어 보는 과정이다. 이 땅에 꽃 피웠던 영광이 우리 것이라면 우리의 고개를 떨굴 치욕 또한 우리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저자는 질곡의 역사를 말하기 전에 두 가지 왜곡된 인식을 수정할 것을 주문한다. 하나는 한자가 중국 글자라고 확정함으로써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이전까지 우리 선조를 문자도 없는 이등 민족으로 가둬 놓은 오류를 벗어나라는 것이다. 한자는 고대 우리 선조와 형통과 문화를 공유했던 동이족이 창제한 것으로 백번을 양보해도 동아시아 공동의 문자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는 중국인보다 한문과 한자에 더욱 정통하다는 일본의 시라카와 시즈카 교수도 견해를 같이하는 것으로 저자가 한자의 조부 격인 금문과 갑골문의 상징성과 의미의 분설을 통해 새삼 밝혀낸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 고려가 그렇게 허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 큰 전쟁 없이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의 세력과 기세는 고구려 못지않았다. 청주 용두사터 철제 당간지주가 증명하듯 고려왕이 곧 천하의 주인인 황제임을 널리 알리는 자체 연호를 썼고, 새로 연 나라의 수도의 이름을 개경開京이라하여 고려가 단순히 한 종족의 나라가 아니라 모든 종족을 아우르는 나라임을 천명했다.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문헌기록 역시 존재한다.
중국 북송시대의 저 유명한 시인 소동파의 문집에 나오는 기록이다. 그는 접빈사로 근무하며 당시 고려에서 온 사신의 태도와 지위를 상세하게 묘사했다. 그는 이 기록에서 고려 사신이 상석에 앉아 매우 거만하게 군 점과 송나라 관리의 안내를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궁궐의 서고를 찾는 듯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고려사신을 비난하기는커녕 지금 송나라가 그를 제어할 힘이 없음을 한탄했다. 이는 송에 대한 고려의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는 일화로 그때만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적인 일이었다. 중국에게 동북 방향의 나라는 언제나 형님 나라였고, 고려국 역시 그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기에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하고 개국했을 당시 고려의 강역이 청천강을 경계로 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본문 197P 땅의 눈물 : 고려는 그렇게 허약하지 않았다.


"이러한 선진문명의 지형이 중국 황하유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그것 역시 기후의 변화 때문이었다. 지난 5,000년 간 지구 온도 변화와 그에 따른 동아시아 해수면을 연구한 자료를 살펴보면 동아시아 전체의 평균 온도가 내려가면서 건조까지 진행되어 서 만주 일부에서부터 지금처럼 사막화가 진행됐다. 따라서 사람들은 점차 살기에 적합한 남서지방으로 이동했을 것이고, 그즈음 해수면이 낮아진 덕에 중국대륙에 화북평야가 생겨나면서 요순우 시대로 대표되는 부족국가시대를 열기 시작했을 것이다. 물론 원문명을 연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남하가 아니라 초원지역으로 동서진을 반복하면서 특유의 유목 문화를 정착시켰을 것이다.

본문 114P 하늘의 기억, 상전벽해의 역사 中

그럼에도 한반도와 만주 지역은 몽골제국이 멸망하기 전까지 중국 대륙의 형님국으로 그 지위를 유지했다. 우리 동이족의 방계 족인 여진의 청나라가 확보한 지금의 중국 영토를 기준으로 한 영지주의적 관점 때문에 몽골제국이 마치 중국 역사인 것처럼 착시를 일으켜서 그렇지 우리 한반도는 조선이 건국하기 이전까지는 중국을 사대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고려 여인으로 원제국의 마지막 정후가 된 기황후의 예를 보더라도 우리의 세계 중심성은 확고했다.

그러나 중국대륙에 정통 한족의 나라인 명나라 들어선 뒤에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 대원제국을 인계받은 주원장의 명나라는 태생부터 허약한 제국이었다. 오로지 중화주의에 매몰되어 원제국의 흔적을 지우기에 급급했다. 세계 각지에서 스스로 찾아와 동아시아 원문명의 영원을 빌어주던 대도궁 서북쪽의 불교 사원이며 기독교 성당, 그리고 이슬람 사원까지 몽땅 불살랐다. 그리고 자신을 비좁은 공자 품 안에 가두어 버렸다.... 명나라에서 늘어난 것은 오로지 자금성 안 환관들의 숫자 였다. 그러니 동양문명의 쇠락은 당연했다. 생식능력을 잃은 환관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성장을 멈추는 일 이외엔 없었다."

본문 217P 땅의 눈물 : 하늘이 잃어버린 500년 中

더구나 고려의 멸망시킨 조선은 이런 명나라를 대국으로 섬긴 나라였으니, 어떠하겠는가. 때마침 소한냉기에 접어들어 차가워진 날씨처럼 한반도의 웅대한 기상은 퇴락을 계속했다.

" 1392년 개국을 천명하면서도 이성계는 나라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조선 개국의 모든 각본을 짠 정도전의 만류 때문이었다. 나라를 열면서 중국에 나라 이름을 정해달라고 사신을 보냈는데 그때까지 사신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예비 국호로 화령和寧과 조선朝鮮, 두 개를 추천해서 보낸 것도 과도한 것이지만, 명나라 사관이 조선이라 정한 것을 찬양했던 정도전의 태도는 참아주기 힘들다. 무엇보다 수천 년을 지켜 온 천손민족의 자주성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고, 태종 1년에 고려사 편찬을 주도하며 고려본기를 세가로 격하시켜 아예 고려사를 중국사에 종속시키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정도전의 그런 태도는 사대주의를 예술적 경지로 끌어 올린 것인데, 더 아픈 것은 이런 사대주의 기조가 조선 500년 동안 그대로 관통했다는 사실이다.

본문 223P 땅의 눈물 : 사대주의는 생존전략인가? 中

이처럼 조선 500년은 민족사적 관점에서 보면, 하늘을 잃어버린 암흑기였다. 명나라가 건국될 때 그를 섬긴 것이야 새 나라를 세우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해 줄 만해도, 명나라가 망한 뒤에도 소중화를 자체하면서 패망국의 상주 노릇을 한 것은 무엇으로 해석해야하는가. 중간에 저 유명한 인문서,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 같은 실천적 지식인 한두 인물로 그 퇴락을 메우기엔 그 정도가 너무 컸다. 천손 자손이라 믿던 우리가 하늘을 잃고 있던 500년 동안 인류의 주류문명으로 등장한 서구 열강이 흑선을 앞세워 강화도 앞 바다로 밀려들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이제 한반도 삼천리 땅은 죄 없는 백성들이 흘릴 눈물로 젖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 망국의 그 날이 왔다. 이후 지금까지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사대주의 사관에 벗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의 서평을 위한 두 번째 질문에 답할 때가 왔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에 대한 답이다.

안타깝게 이 질문에 답은 좀 너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어떤 역사도 흥망성쇠의 순환 알고리즘안의 부침이라는 동양사상으로 해석한다 해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다음 질문 '지금 우리가 사는 건 어떠한가? 라는 질문에 영향을 줄 정도이다

'너무 심한 부침을 겪으며 살아왔다' 가 답이다

조선의 사대주의 여파가 이민족에게 나라까지 빼앗기게 하고 뒤이어 민족이 분단되는 지경까지 추락을 계속했으니 말이다. 다만 그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뒤늦게 우리를 각성시킨 통한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아름답고 당당한 역사란 결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그 엄정한 사실 말이다.

3. 몸의 언어
- 지금 사는 건 어떤가

이 아무르 담론의 제1, 2부가 '우리는 누구고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알기 위한 역사담론적 성격이 강하다면, 3부는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규명하고 있다. 그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몸부림으로 이어 온 세월이다. 앞서 말했듯 천손민족으로써 자주정신을 내어주고 소중화로 산 조선 500년의 영향은 컸다. 식민지에 이어 미국과 소련의 이익에 따라 우리는 민족 분단이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환경에 직면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 경쟁의 표본이 되어 실험실의 리트머스 시험처럼 외부의 조건에만 반응하는 비자주적 아류국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300만 명 이상 죽은 동족전쟁을 거치면서 역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동족 간 증오심이 높은 3등 민족으로 절락한다.
저자는 이를 해방정국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인 김구와 이승만, 그리고 김일성의 족적을 통해 영화처럼 생생하기 보여준다. ...우리는 자력으로 독립을 쟁취할 수 있는 자주정신과 자강력이 없었고, 가장 약한 고리를 파고드는 제국주의의 속성이 한반도를 그냥 놔두지 않은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힘의 문제지만 동시에 우리 힘으로 벗어나기 힘든 인류사적 흐름으로 진단할 수밖에 없는 천형 같은 것이었다.

" 어쨌든 이제 3년 동안 지루하게 이어지던 이념 대리전이 끝나고 양 체제의 국가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북측은 표면적으로 인민을 내세운 채 소련을 롤 모델로 공산국가건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남한은 한겨레를 말하며 자본주의의 표상인 미국을 닮아가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 본문 296p 제 3부 몸의 언어 대리전과 아류국의 탄생

따라서 남북한 공히 우리 민족 고유의 정체성을 찾아 국가를 건설하지 못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한의 이승만이나 북한의 김일성은 외세에 기대거나 활용하여 김구 등 민족주의자를 몰아내고 기이한 체제를 구축한다.

" 이렇듯 민족 정의의 실종은 이승만 정권만 그친 게 아니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의 18년 통치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일본 육사 출신이며 천황을 향해 충성 혈서를 써서 바친 인물이 아닌가. 이로써 상식적인 국민들은 더 크게 절망했다. 이제 스스로도 민족 같은 것 따위의 정신적 가치는 찾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그를 메울 수 있는 다른 무엇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가 알려주는 물질 향유의 달콤한 맛이었다.
영민한 박정희는 이런 민심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1961년 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그는 민족혼의 파괴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이런 민심에 ‘민족중흥’이라는 가장 어울리지 않은 이름을 달고 경제개발에 매진한다. .... 하지만 정작 이 땅의 부를 일군 건 이들이 아니었다. 당시 농촌에서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많은 식구의 입을 줄이겠다며 도시로 올라온 소위 ‘공돌이와 공순이’ 이었다. 그들은 방직공장이 있던 문래동 쪽방에서, 청계천에 있던 봉제공장의 재봉틀 앞에서, 또는 구로공단과 구미전자공단 기숙사에서 새파란 청춘을 다 보낸 노동자들이었다.

- 본문 301p 제 3부 몸의 언어 : 대리전과 아류국의 탄생 中


그러나 이런 구도에서 짜인 남북한의 경쟁과 갈등이 전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그것이 남북한 기층민중의 노력과 수고로움의 결과지만 긴 기간 지속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거와 다름없었다. 바로 남한이 일군 경제적 부와 북한이 구축한 군사력의 강이 그것이다. 세계 교역 순위 7위를 달성한 남한의 경제지표와 꽝꽝 지구의 축을 울리며 실험을 마친 북한의 핵무기 위용이 그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는 남북한 체제 경쟁의 결과가 불러온 파생상품 같은 것으로 우리 민족에게 양날의 칼처럼 부정과 긍정의 효과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이에 저자는 희망을 거는 쪽에서 이를 조망하는데, 그의 논거는 앞서 1, 2부에서 증명한 우리 겨레의 내재적 힘이었다. 자주정신을 상실한 조선 500년과 그 여진으로 이어진 고난의 근현대 100년, 도합 600년 간의 질곡 속에서도 우리 위대한 한문명의 DNA가 민족의 혈관을 타고 누누이 이어져 왔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본격적인 부흥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선 500년 동안 우리 정신을 억압한 중국의 자리를 꿰차고 들어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은 쉽게 그 지위를 내주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이전처럼 직접적인 식민지 지배 방식 대신 경제를 이용한 세련된 지배체제를 구축하고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려 들었다. 저자는 그의 대표적인 사례로 1997년 12월 IMF라는 대한민국 국가 부도 사태를 들었다.

"이는 국가 부도 사태 이후 우리 경제 정책권을 가져가자마자 IMF가 요구한 조건들을 한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금방 드러난다. 당시 6%대의 경제성장률을 3% 이내로 조정하라는 등의 경제정책 보완요구 등은 하나의 제스추어에 불과했다 ...이 같은 국가부도사태는 10여 년 전 소련이 붕괴했고,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에 있던 만큼 세계유일의 패권국이 된 미국이 신지배체제의 확립을 위한 약소국의 길들이기였다. 당시 IMF의 대상이 우리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 역시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그를 증명한다.

- 본문 335P 몸의 언어 : 미국 자본의 뒤집기 기술, 1997년 IMF 中

이로써 대한민국의 실질적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박정희와 전두환 등이 미국의 용인 아래 행사한 군부독재 권력을 이제 미국의 글로벌 자본과 그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국내 자본가가 이었다는 말이다. 이는 저자의 주관적 주장이 아니다.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전시작전권 환수, 동아시아 균형자론 등 '자주'를 국가 의제로 꺼냈다가 목숨을 던져야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직시절 한 말이다. 그는 실질적으로 이 말을 한 다음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서 잠깐의 그가 이끌던 참여점부가 어떤 담론에 의해 탄생할 수 있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 노무현에 의해 일상 언어에서 신념 실천의 도구인 담론어로 확장된 말이 바로 ‘사람사는세상’ 의 ‘사람’ 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집권하기 10년 전부터 이를 자주 말하기 시작합니다. 청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화자와 청자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열정, 웅변가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그의 웅변을 종합하면 결국 이 말에 모아졌습니다. 물론 노무현의 입에 담아지기 전에 이 말은 하나의 언술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담론어가 아닌 일상 언어의 범주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말하기 시작하자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이 말을 향한 대중들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허공을 배회하던 에너지가 응집하면서 강력한 담론어로 성장했습니다. 언어의 함의가 달라진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 노무현 대통령은 한 번도 자신을 담론가로 말한 바 없지만, 그는 언어를 뛰어나게 다룰 줄 천부적인 담론가였습니다. 그가 ‘사람’ 을 담론의 중심어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그를 증명합니다.

- 본문 32p 프롤로그 : 사람사는세상에 대한 회고 중

그러나 노무현의 사람사는세상은 중도에 멈추어 숨을 한 번 골라야 했다. 재야인사가 아니라, 현직 대통령이 '자주'를 입에 올리자 사대주의적 기득권층은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한다. 그를 홀로 막기에 대통령 5년 임기는 너무 짧았고, 단기필마형 노무현은 너무 많이 지쳐버렸다. 그는 '운명이다'라는 마지막 말로 자신이 살아생전 다듬은 국가적, 시민적, 민중적 의제를 자기의 생명을 내던짐으로써 밤하늘 별처럼 대다수 시민의 머리 위에 띄워놓고 산화한다.

이것이 촛불혁명 직전까지 우리가 살고 있던 모습이다. 그러니 이 아무르 자주 담론의 세 번째 질문,

지금 사는 건 어떠한가? 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그 답은 '우리는 지금 꿈과 열정을 되찾아 가는 희망 위에서 살고 있다' 이다.

비록 짧고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답 속엔 수많은 함의가 담겨 있다. 이제껏 우리가 추적해온 한겨레 일만 년 역사의 한 매듭이자 자주와 독립을 위해 바친 수많은 목숨이 우리에게 안긴 소중한 결실이다. 제 1부 위대하고 찬란했던 하늘의 기억이 눈물에 젖은 땅을 헤치고 비로소 반등을 시작하고 있음을 지금 우리는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중이 아닌가. 이를 1차로 증명한 것이 촛불혁명이고, 2020년 여름 현재 지구적 환난인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방역해 세계의 새로운 표준을 쓰고 있는 우리들 자신이 증거이다. 그리고 그렇게 수백, 수천만 명의 선한 얼굴을 비추던 촛불의 힘으로 지금 빛의 나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4. 빛의 나라
- 내일 우리의 모습은?

"만약 촛불혁명이 실패했다면 우리는 진보정치를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2016년 가을, 광화문에 촛불이 켜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2017년 5월 9일 문재인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 벌어진 일련의 과정은 단순히 한 정치진영의 승리가 아니었다. 이 역시 표면적으로는 정치 세력을 교체하는 정치적 사건의 하나지만 그 의미는 깊고 넓다. 우리 현대사의 방향을 가를 진보정치의 명백한 확인이자, 먼 훗날 영국의 명예혁명 못지않게 평가받을 인류문명사적 의미를 가진다.
본문 465p 빛의 나라 : 촛불혁명, 사랑을 심지로 中

이렇게 지난 촛불혁명을 살피는 과정에서 저자는 세계의 굵직굵직한 혁명이론을 전부 검토한다. 우리나라에 〈프랑스혁명 3부작〉이란 제목으로 번역된 마르크스의『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에서 이를 더 발전 시켜 전일성으로 프랑스 혁명사를 쓴 알베르 소불(Albert Soboul, 1914~1982)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1990년 전후 소련이 멸망하면서 공산주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에도 중국 공산당 혁명은 왜 지금까지 남아 몸짓을 불리고 있는지에 대해 성찰을 거듭한다.
하지만 저자가 주목한 것은 이런 외재적 조건이 아니었다. 우리 한겨레가 지닌 내재적 힘이다. 사랑 담론으로 성공한 촛불혁명도 실은 이처럼 한동안 숨겨져 있던 우리 민족의 원력에서 찾는다. 저자는 이를 이 책을 정리한 별도의 노트에 남기고 있다.

"인류 문명은 다시 비파형동검의 통합과 융합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자본의 집중이나 강력한 무력의 확산처럼 한 기능의 비대칭적 발전이 지구 공멸이라는 위험 요소로 등장하면서, 오히려 서로 상생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과정의 상황이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라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원문명의 흐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태극의 양극이 가장 결렬하게 부딪칠 때 통합의 새 에너지가 생겨나 새 세상을 여는 것처럼 우리에게 반전의 틈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자주담론을 말하고 있는 지금, 우리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변혁의 기운이 강하게 움직이고 있기도 하다. 남한에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촛불혁명으로 새 정부가 탄생하자, 북한이 자위적 핵무기 개발을 완성했고, 이어서 남북한이 함께 자주의 깃발을 들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러한 기운이다. 지난 고통스러웠던 백 년의 매듭을 짓고 새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징후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실제로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이렇게 민족 비전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런 문명의 새로운 흐름과 인식을 토대로 '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구체성 확보에 들어간다. 그것이 바로 선의 국가론과 선의 경제학을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책기반이다. 여기서 담론의 핵심어는 선의(善意)로 곧 사랑인데, 이는 앞서 밝힌 우리 한문명의 내재적 중심 가치를 구체화한 것이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은 왜 망하지 않았는가?' 라는 질문을 통해 동서양 정치관의 차이를 들어내 원래 동양의 경우 서양과는 달리 종교적 선의를 국가가 수렴하는 체제로 규정하고 그런 개념을 확정한다. 즉, 동서양의 여러 국가체제를 검토한 후 우리 겨레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선의 국가론을 제시한 것이다.

이제 저자는 마지막 고지를 남겨두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제시해 놓은 이 담론의 최종 귀착지인 '다 함께 흥겨운 세상' 말할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를 말하기 전에 이 담론이 언술의 유희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실천을 이끌기 위한 실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담론에 대한 정의를 환기시킨다.

" 담론은 당위의 끝없는 나열이어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담론에서 당위는 예측 가능한 비전을 제시할 때나 큰 방향성을 설정할 때, 한 방편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담론은 허공의 미립자처럼 아직 규정되지 않은 에너지를 말로써 응결 시켜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실천적 행동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의국가론과 선의경제학이 당위의 영역에 머물러 있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를 실현시킬 힘과 정밀한 정책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선의국가론은 추상성이 강해 선언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위험성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선의란 정신이 물질로 응결되기 직전의 에너지 같은 것으로 추상성보다는 오히려 실제성으로 이해하고 규정해야 한다. 그렇게 선의국가론의 기반이 물성을 지낼 때 선의 경제학을 이끌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선의의 핵심인 사랑의 감정을 상호 실체적 에너지의 교환으로 정의함으로써 사랑은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동시적인 물질 나눔을 실천하는 담론으로 발전할 수 있게 실제성을 추구해야 한다.

- 본문 533p 빛의 나라 : 시민과 민족의 결합 中

이렇듯 저자가 아무르 담론이 새로운 변혁을 위한 실천적 행동을 있도록 실제화에 노력한다. 그리고 '다 함께 흥겨운 세상'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카이로스, 즉 흐르는 시간의 한 매듭임을 확실히 한다. 아무르 자주담론이 '사람 사는 세상'의 진보적 버전이라고 한 것도 이러한 배경을 기반으로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예를 해방한 링컨처럼 약자를 억압하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조적 문제, 특히 사대주의성 기득권의 패악을 죽음으로써 의제화함으로써 촛불혁명을 성공시킬 기반을 마련했고, 바로 그런 저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지금 자주를 말할 수 있게 한 것임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저자는 '다 흠께 흥겨운 세상'을 가시화시킨다. '사람, 사랑, 자주, 열림. 넓힘' 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키워드를 통해서다. 당연히 이런 담론은 다음과 같은 철학과 국제정세, 그리고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 상황에서 끌어낸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아므르 자주담론은 미래의 시간을 조금 앞당겨 볼 만큼 가시적인 완결성을 획득한다.

“ 새로운 인류문명의 방향성은 어느 시기보다 또렷하다. 먼 옛날 동방의 빛을 따라 모여든 사람이 원문명을 열었을 때와 유사한 기운이다. 다시 떠오르는 동방의 빛으로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 번져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반도체를 선봉에 세운 한국의 IT 산업과 한류의 우리말 떼창,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를 향한 전 세계인의 눈길 속에서 그를 발견할 수 있다. 언뜻 지금 상황이 조선말과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우리를 향한 세계인의 눈길에서 무시와 멸시를 보이던 예전과는 달리 경탄과 열망의 기운이 가득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는 전 지구를 환란에 빠트린 전염병, 코로나19의 방역에 모범적으로 성공함으로써 우리 의 행위와 규범이 세계의 새로운 표준이 되는 경이로움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다시 우리를 비추는 동방 푸른빛의 기운, 아무르, 끝없는 영원의 세계에 담겨 있는 이 에너지가 우리를 모두가 잘사는 세상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 한겨레가 세계의 어둠을 밝히는 빛의 나라로 우뚝 서리라 굳게 믿는다. 사랑했기에 사랑으로 안겨 오는 새로운 문명의 세상,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닌가. 끝으로 미래에 올 기쁨을 미리 당겨 한마디만 더해 보자.
흥하라, 아무르 대한인민의 나라, 다함께 흥겨운 세상이여!
본문 572p 빛의 나라 : 다 함께 흥겨운 세상 中

이로써 우리는 마지막 질문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그건 바로 우리가 조금 전 미래의 기쁨으로 당겨서 본 것처럼 '다 함께 흥겨운 세상'을 이 땅에 이루는 일이다

그럼에도 모든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이미지 언어를 통해 미래의 모습을 상징화하고, 이 또한 새로운 시작이라는 동양 전통의 순환 알고리즘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미래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모든 담론이 그러하듯 이런 예견은 어떤 방식으로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우리의 역사란 언제나 우리를 지나치며 증명될 뿐이다. 다만 지난 역사를 궁구해 봄으로써 우리는 그를 상징적 이미지로 엿볼 수 있다.
그것은 삼천여 년 전, 우리가 빼앗긴 한자의 금칙어에 갇힌 봉황이 비로소 사슬을 풀고 다시 아무르 강물을 차고 날아오르는 힘찬 귀환이다. 그렇다. 우리 겨레의 꿈이자 자부심이었던 전설 속 신조神鳥, 봉황의 너른 품에 안겨 올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예측이고 기대이다. 이에 공감하건 안 하건 각자의 몫이겠지만, 그의 첫걸음이 우리 스스로 당당히 서서 강하고 귀하게 되는 일이라는 사실엔 거의 동의할 것이다. 아무르 자주담론은 바로 이를 말하고 있을 뿐이다. 나를 포함하여 이 땅을 살아가는 모두를 위해서...

본문 584p 후기 : 봉황의 귀한 中


그렇다. 우주의 한 중심을 드려다 본것처럼 방대한 이 아무르 자주담론이 말하고 있는 단순 명확하다. 우리 스스로 당당히 서서 희망찬 미래를 향해 다 함께 첫걸음을 내딛자, 는 것이다.


에필로그 : 질문의 형식과 답의 내용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아무르 담론은 내용은 물론이고, 그 내용을 담을 형식 역시 우리 고유의 우주철학과 수의 개념에 따라 구성했다. 이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대물림한 것도 있고 저자가 이 담론을 통해 발굴해 낸 것도 있는데, 다음과 같은 수의 개념 등이 그것이다.

"1은 태극으로 한자에서 별똥 주?로 표현되기도 하는 것으로 우주의 씨앗을 상징하고, 2는 혼돈의 우주가 하늘과 땅, 음과 양으로 분화된 것을 의미하며, 3은 천지에 사람을 포함한 삼위일체를 말하고, 4는 동서남북,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 방위를 가리킨다. 그리고 5는 오방위를 가리키는데, 사방 중심에 인간이 서 있는 모습으로 평면의 이차원 세계가 삼차원의 입체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며, 6은 대극인 음과 양이 3개 모여 3차원 입체를 완성한 수이고, 7은 3차원 인간사를 운용하는 절대자의 자리로 북두칠성을 가리키고, 8은 보이는 세상사에 시간을 보태어 4차원으로의 도약을 준거하는 공의 세계로 실상과 허상의 경계를 함을 의미하고, 9는 지상과 천상을 포함한 시공의 운용 자리인 우주를 상징하는 완성수이다. 그리고 10은 이 같은 모든 수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초월적 신의 세계이다."

이 책을 4부로 나눈 것도 이에 따른 것이고, 각 1부를 다시 3대목씩 12대목으로 나눈 것도 그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소 제목을 한자 한 자로 압축하여 음영으로 처리한 것 역시 음양사상을 적용한 것이다. 또한 다함께 흥겨운 세상을 그릴 때 '사람, 사랑, 자주, 열림. 넓힘' 으로 다섯 가지 키워드를 이용한 것 역시 우리 전통의 5방위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우리'와 '함께'라는 순수 우리말의 많이 강조한 것 역시 같은 맥학이다. 한문명에 담긴 우주철학을 원용한 것이다. 필자는 '우리'라는 말의 어원이 우주宇宙의 집우宇자와 고대에 '높은 사람을 가르키는 이夷'에서 왔다고 보았고, '함께'라는 말의 어원은 함지咸池 즉 저무는 해를 담아두는 곳, '함'에서 연유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한글 '함'은 하늘 가운데 가장 큰 태미원을 말하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이는 우리 한글이 단순히 소리를 나타내는 표음문자의 범위를 넘어 한글 혜례본에서 밝히고 있듯 천지인 등 우주의 철학적 개념을 담고 있으며, 그 연원의 뿌리가 3,000년 이상이 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저자가 이 담론 이후 별도의 연구과제로 상정한 것으로 아직은 이 정도에서 그쳐야겠지만, 아무튼 저자는 이처럼 담론을 풀어내는 형식까지 우리 고유 전통을 원용하는 것으로 이 담론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자고 노력했다. 그러므로 이 담론은 우주를 떠돌던 에너지가 한반도라는 공간을 만나 하나의 점으로 응축하는 지점부터 이처럼 광대한 우주까지 담은 일만 삼십 년 한겨레의 대서사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한바탕 크게 울어도 좋을 큰 기쁨과 마주한 것이라 해도 과함이 없을 일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준식

베스트셀러『사랑하는 당신에게』등 13권의 책을 내고도
여전히 아웃사이더로 자기 길을 걸어 온 김준식 작가

‘작가의 시간은 흘러가지 않고 쌓인다’라고 말하는 그는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1997년부터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괜찮은 작가란 사람과 사랑을 억압하는 것에 화내는 사람’이라는 독특한 문학관을 가진그는 흔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명작은 독자가 만든다며 단행본 2권을 유수의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것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99년 세 번째 작품인『사랑하는 당신에게』로 베스트셀러가 된 뒤에도 변함없는 태도를 보였다. 한 번 먹은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 작가의 평판을 좌우하는 거대 언론사의 원고청탁을 감히 거절하는 등, 여전히 자기 길을 갔다.

2012년 우리 시대 가장 큰 패착인 정당 해산을 몰고 온 진보당 분쟁 시 적극 발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진영 논리보다 당시 진실과 사랑이 이정희 대표에 있다는 직관에 따른 행동이었다. 이 일을 두고 지인들이 손해나는 일이라며 말렸지만 ‘괜찮은 작가란 사람과 사랑을 억압하는 것에 화내는 사람이 아니었나?’만 생각했다고 했다. 그로 인해 그는 진보 문제를 다룬 공동 저작 2권에 이름을 올리는 대신 작가로서 적지 않은 지면과 인맥을 잃었다.

그런데 이렇듯 대책없어 보이던 소외의 길이 실은 절치부심 대반전을 위한 시간의 성실한 축적이었다. 원래 저자의 전공이었던 공학의 정밀한 논리에 이런 질곡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문(文), 사(史), 철(哲)을 하나로 활연관통시켜야 가능한 담론쓰기의 전일적 관점과 통찰력을 기를 수 있었고, 마침내 이 아무르 담론을 완성했다.
돌아보니 이들 모두가 이 담론을 쓰기 위한 예비였다고 말하는 그는 특히 아웃사이더의 힘든 시간이 이 담론의 비전을 말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한 줄기 웃음을 잃지 않았다. 새로움이 점점 적어지는 나이에 이르러 가장 신선한 새로움을 맛보았으니 이제 더는 자기 생에서 시간이 쌓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바람과 초원의 딸』, 『사랑하며 아파하며』등 13권의 책을 낸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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