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리 봄여름

윤준가 , 김유정 지음

말랑북스 2023년 03월 1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글 쓰고 책 만드는 윤준가, 그림 그리는 김유정이 하루에 하나씩 쓰고 그렸다.
제주 동쪽의 작고 조용한 마을 한동리, 그곳의 어느 오래된 돌집에서 산책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사십여 일을 지내게 된 두 사람. 아름다운 섬 제주에 살아보는 꿈을 드디어 이루게 되었다며 부풀어 있던 건 잠시. 예상치 못한 사고들과 변덕스러운 섬의 날씨와 습기 많은 돌집에 적응하느라 나날이 쉬지 않았다. 하지만 새롭게 만난 다정한 이웃들의 도움으로 매일 조금씩 살아나가며 한동리는 어느새 우리 동네가 되었다.
이 책의 그림은 글의 삽화가 아니며 글은 그림의 설명이 아니다. 두 사람이 각자 보낸 시간에 따라 글과 그림은 같이 있기도, 따로 떨어지기도 한다. <한동리 봄여름>은 김유정 작가가 그린 제주의 아름다운 장면들과 윤준가 작가의 일상적이고도 내밀한 에세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목차

프롤로그
1일
2일
3일
4일
5일
6일
7일
8일
9일
10일
11일
12일
13일
14일
15일
16일
17일
18일
19일
20일
21일
22일
23일
24일
25일
26일
27일
28일
29일
30일
31일
32일
33일
34일
35일
36일
37일
38일
39일
40일
41일
42일
에필로그

책 속으로

-버스를 타고 여섯 정거장 가면 세화리이다. 어제 퐁언니가 가르쳐준 길로 오일장을 찾아갔다. 입구부터 어제와 분위기가 다르다. 각자 한 가지씩 쇼핑을 했는데, 나는 가져온 스카프가 없어서 목덜미가 타는 것 같아, 손수건보다 조금 큰 마젠타색 미니 스카프를 샀다. 감물을 들였다고 하는데 그냥 예쁜 마젠타다. 요즘엔 감물도 이렇게 다양하게 나오는가? 온갖 예쁜 색이 많았다. 아주머니는 나를 모델로 삼아 같이 구경하던 아주머니들께 광고를 했다. 내 목에 스카프를 둘러주며 “이 아가씨 봐, 예쁘지?” 하셔서 얼떨결에 웃어 보였다.

-아침부터 점심 때까지 계속 비가 내렸다. 아침에 고양이 밥을 주러 나갔을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사료 퍼담는 소리가 들리자 여기저기서 훌쩍 고양이들이 나타났다. 이 집의 고양이는 세 마리인데 사료는 훨씬 많이 공급한다. 근방의 길냥이들이 많이들 얻어먹고 가기 때문이다. 고양이 중 첫째의 이름은 나나, 고등어다. 둘째는 보그이고 까망이, 셋째는 엘르라고 하는데 노랑이다. 나나는 집주인 님이 홍대에 사실 때부터
함께한 고양이로 제주로 이주한 뒤 한가로운 산책냥이가 되었다. 보그는 시크하게 생겼고 성격도 시크해서 진짜 매거진 VOGUE 느낌이다. 엘르는 첫날엔 있었는데 그 후 집에 잘 안 온다. 맨날 나가 노는 것 같다.

-차가 없으니 장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혹시 이마트에서 주문하면 여기까지도 배달해 주려나? 제주에도 이마트가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이마트앱을 열심히 봤다. 그런데 제주 주소를 입력하니까 전부 배달 안 되는 항목으로 바뀌었다. 그래 이렇게 쉬울 리가 없지.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데 퐁언니 연락이 왔다. 카페에 사람이 많다고 혹시 와 줄 수 있냐는 급알바 요청. 어제, 급하면 부르시라고 미리 대화한 바 있다. 채비를 하고 카페에 가는 길이었다. 열심히 걷고 있는데 하얀 승용차가 내 옆에 섰다. 한 남성이 창문을 열고 “어딜 그렇게 열심히 가세요?”라고 말을 걸었다. “볼 일이 있어서요.” 내가 경계하며 대답하니 “타세요, 태워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처음 본 남자의 차를 내가 왜 얻어 탈 거라 생각하지? 당연히 거절했다. 그런데 남자는 나를 따라오며 집요하게 몇 번을 더 권했다. 재차 거절하고 내 갈 길을 갔다. 이상한 사람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윤준가

출판 편집자 겸 작가. 프리랜서로 일하며 글을 쓰고, 그림책과 마스킹테이프를 모은다. 1인 출판사 말랑북스를 운영한다.
처음으로 제주에 간 건 2009년, 혼자 떠난 첫 여행이었다. 그 후로 제주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마음처럼 자주 갈 수는 없었다. 네 번째로 제주에 갔을 때는 신혼여행이었고 여섯 번째 제주에서 6주를 머무르고 이 책을 썼다. 제8회 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대체로 가난해서>, <미레나를 넣어봤더니>, <바다로 가자>, , <파는손글씨>, <우정보다는 가까운>이 있다.
[e-mail] / brunch.co.kr/@junga-pic

저자(글) 김유정

“애정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서 좋은 것을 발견하고 그림을 통해 제가 느낀 좋은 기분과 관점을 전달하고 싶어요.”
심리학과 졸업, 로펌 비서 출신으로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3년 월간윤종신 앨범커버로 데뷔하여 그림 작업과 생각을 정리하는 드로잉워크숍을 이어오고 있으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과학창의재단, 국립현대미술관, MMA건축사사무소 등 여러 기관,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2021년 과학굿즈아이디어공모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e-mail] / realmead.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