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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골한 청년들

‘건강한 몸’의 세계를 살아내는 다양한 몸들의 이야기
김미영 , 김향수 지음
오월의봄

2023년 02월 24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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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3.70MB)
ISBN 97911687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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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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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골골하다고? ‘청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무엇일까? 한편에서는 마치 “박카스 광고”에 나올 것 같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득한 건강하고 활기찬 (비장애인 남성) 청년을 떠올릴 수도 있을 테고, 한편에서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N포세대” 같은 말로 상정되는 불안정하고 고된 여정 위의 청년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열정이 넘치는 청년, 혹은 불안한 미래 앞에 좌절하고 있는 청년의 모습 어디에도, ‘건강한 몸’에서 벗어난 청년은 상정되지 않는다.

언제든 아픈 상태가 될 수 있는 청년,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만성질환과 함께하는 청년, 자잘한 만성질환을 여럿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어 대체로 ‘몸이 안 좋은’ 청년. 그야말로 ‘골골한’ 상태의 청년들은 이중적인 잣대 속에 놓인다. 그렇지 않아도 건강함의 기준에서 탈락한 몸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비효율적인 몸으로 취급되고, 회복할 시간과 기회에도 인색한 이 사회에서, 와병할 정도의 중증 환자도 아닌 젊은 사람이 골골거리고 있으니 게으른 베짱이의 꾀병으로 취급받거나 열정 없는 청년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이상적인 청년의 모습에서도 벗어나 있고, 그렇다고 해서 청년 정책의 대상에 그들의 경험과 상황이 고려되지도 않는다. 의료사회학자 아서 프랭크가 말한 ‘회복사회(remission society, 만성질환자, 장애인, 그들의 가족 등 계속 회복 중인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에는 분명 청년이라는 존재가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이 책의 저자들이 골골한 청년들의 삶에 주목한 이유다. 이 책은 질병이나 장애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 개중에서도 중한 병이 아닌 (자잘한) 만성질환을 지닌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낮은 상황, 생산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노동환경, 회복하고 쉴 권리에 인색한 일터와 문화, 자기계발의 영역이 된 건강, 개인에게 전가된 돌봄과 보건의료 체계에 더해 청년의 고난을 당연시하면서 생애과정의 표준적 이행을 기대하는 문화, 다양한 청년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정책, 불안정한 청년 고용 등이 교차하며 그간 호명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가시화하려는 작업이다. 다양한 몸을 지닌 다양한 청년 개개인의 삶을 들여보는 동시에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는 작업인 셈이다.
추천의 말: 이슈로, 공적 이슈를 개인적 의미로_김명희(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 예방의학 전문의)
기획의 말: 여기, 골골한 청년들이 있다_정진주(사회건강연구소 고문,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장)

들어가며: 건강한 몸의 세계에서 골골한 청년으로 살아가기

1장. 영스톤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1_골골한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 만성질환과 자아
2장. 성실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2_아픈 사람은 회복되어야만 일할 수 있나?: 환자친화적 일터
3장. 나래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3_보건의료 정책만으로 충분한가?: 사회정책
4장. 여정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4_아픈 몸보다 더 힘겨운 시선: 사회적 낙인과 편견, 사회적 관계
5장. 석원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5_누구나 돌봄이 필요해: 청년과 돌봄
6장. 조이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6_다양한 시간의 경험이 곧 삶이다: 청년의 생활시간
7장. 명태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7_아픈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대항서사로서의 질병서사

나가며: 하지만 이들은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주(註)
참고문헌

우리는 누구나 아플 수 있다. 그런데 이 명제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흔히 질병은 치료하면 되는 문제고, 치료를 하고 나면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고통 역시 사라지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병이 완치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치료해도 증상만 완화될 뿐 완치되지 않는 병도 있다. 아픈 몸, 골골한 몸, 다시 아파질 수 있는 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_18쪽

우리는 연구참여자의 질병서사를 좀더 광범위한 사회적, 역사적, 이론적 맥락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그들의 경험을 개인적인 것으로 국한하기보다 이들을 둘러싼 환경과 그것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는 생애 이야기에서 드러난 골골한 청년의 자아정체성, 돌봄, 사회적 낙인, 사회관계, 노동, 생활시간, 질병서사에 대한 논의를 통해, 건강한 몸(able-bodiedness)으로 인한 사회적 편견과 사회적 배제를 드러내어 사회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가야 할 이유를 짚어보았다._24쪽

“근데 아픈 사람은 생활비 대출을 안 해주더라구요. 아파서 심지어 일을 못 하게 되는 경우는 부도난 수표잖아요. 그럼에도 이 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가게 혹은 복귀할 수 있게 하려면 대출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_57쪽

골골하고 아픈 이들은 질병을 신체적 아픔이라는 생물학적 문제로만 경험하지 않는 것이다. 질병은 한 사람의 매일의 삶, 즉 일하고 생활하고 가족을 돌보는 등의 일상과 사회적 삶, 나아가 생애 계획에 영향을 끼친다._68쪽

인터뷰에서 만난 골골한 청년들은 병도 다르고, 처지도 다르지만 아픈 뒤 자아상의 변화에 대해 질문하면 공통적으로 “나답게 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나답다”라는 말은 사회적 기대와 요구에 더 이상 나를 맞추지 않겠다는 각오다._71쪽

그때그때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해 “병원 쇼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중략) 더 아파지면 일하지 못하는 몸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에 낫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_87~88쪽

질병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뿐 아니라 나아가 성과사회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피로와 몸의 아픔은 성과의 방해물이자 자양강장제를 먹어서 없애야 하는 대상에서, 몸을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인식된다. 아픈 몸을 회복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휴식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_111쪽

인터뷰에서 만난 골골한 청년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혹은 아르바이트직으로 일하고 있었기에 병가 자체가 없거나, 법적으로 보장된 병가를 신청해도 “젊은데 그거 일했다고 아프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한다. 열정과 패기가 강조되는 사회 초년생인 청년의 병가는 젊은이의 나약함이나 노동자 개인의 불성실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청년들은 아파도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_114쪽

골골한 청년들은 일터에서 아프다고 밝히면, 우선 중증질환을 겪는 아픈 환자의 모습이 아니라는 이유와 만성질환은 젊은이에게 없을 것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그들의 질환이 꾀병일 것이라는 편견을 경험한다. 그렇기에 질병을 숨기게 된다. 청년이라면 건강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청년의 건강 문제를 가리게 만든다._118쪽

“택배 포장 알바? 그런 거 많이 했어요, 최근에. 상하차. 되게 힘들었어요. 다신 안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사람 대하는 것보다 나았어요.”_135쪽

그녀는 생활비, 치료를 벌기 위해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않기 위해 질병을 숨기고 일을 했다. 하지만 병을 숨기게 되면 필수적인 건강관리 활동까지도 하지 못하게 되기 마련이고, 이것은 증상의 악화로 이어져 결국 이 역시 퇴사로 이어졌다._141쪽

“그래서 좀 아픈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져서 좀 자기 몸에 맞게 일을 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_156쪽

“제가 엄마한테 스무 살 이후로는 제 건강 상태에 대해서 얘기를 안 해요. (중략) 엄마가 더 마음고생을 하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몸 상태가 안 좋아져도 엄마한테는 절대 말을 안 하죠.”_172쪽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죄책감을 느끼게 했던 조직문화, 연차 휴가를 오롯이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받는 일정에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경험하면서 여정 씨는 만성질환을 고려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_195쪽

왕따와 같은 직접적 차별은 아니지만, 낙인에 따른 친구들의 미묘한 배려도 때로는 골골한 청년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_200쪽

만성질환을 포함한 질병에 대한 인식 개선과 관련해 유럽은 오래전부터 만성질환자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국가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보고 노동시장에서의 평등한 기회 보장, 공정한 노동조건, 사회적 보호와 포용이라는 원칙에 따라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다._203쪽

정규적인 근무시간으로 일하는 곳에 취직하게 되면 건강관리부터 기타 일상생활까지 걸쳐 있는 다양한 고민이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인 투 식스”라는 노동조건은 소득과 생활의 안정성을 의미할 뿐 아니라 아픈 몸을 돌봐야 하는 청년들에게는 건강을 관리하고 쉴 수 있는 자기관리 시간의 확보라는 의미도 포함한다._225쪽

골골한 청년들의 건강 문제는 그 청년들이 살고 있는 생활환경의 조건들뿐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선택한 삶에서의 경험들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하기에 이러한 신체적 삶을 구성하는 복잡한 관계성에 대한 사유는 생존 이상의 ‘살만한 삶’을 위한 우리 사회의 정치적·사회적 조건이 무엇인지 논의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_236쪽

골골한 청년들이 돌봄을 경험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이들이 청년이기에 토로하는 어려움은 하나로 수렴된다. 바로 청년의 몸을 생애 중 가장 활력 있는 건강한 몸으로 여기면서 청년은 돌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는 사회적 편견, 그리고 돌봄받는 이(care-receiver)를 의존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이다._241쪽

조이 씨와 같은 골골한 이에게 건강이란 질병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내 몸을 적절히 관리하며 일의 양과 업무 속도를 조절해 “무리하지 않고” 일하는 것, 즉 신체적·사회적·정신적 웰빙을 뜻한다._287쪽

“어? 심장은 되게 심각한 병 아니에요? 근데 밝으시네요?” 하는데 ‘밝으시네요’가 되게 짜증 나요. 당연히 밝지. 지금 당장 내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_308쪽

아파도 변화하는 몸 상태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일은 달라질 수 있고, 신체활동을 점차 늘려갈 수도 있다. 그러나 명태 씨는 관계 안에서 그의 기호나 사고방식, 생활태도보다 그가 아픈 사람이라는 것이 늘 우선시된다. 그를 위한 배려라고 하는데 왜 명태 씨 스스로는 불편한지 집으로 돌아가 곰곰이 생각해보곤 한다._309쪽

비급여 항목이 많아 검사 비용이 얼마가 될지 모르는 상황도 두렵다. 결국은 비싼 검사 비용 때문에 검사를 거부하다가 의사와 갈등을 경험하기도 했다._316쪽

서사는 누군가가 살아가고 경험한 인생의 의미를 이해하는 도구다. 아파야 보이는 것이 있고 아파야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이들의 질병서사는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의 정의부터, 행위, 감정, 사건에 관한 개인적 해석을 드러낸다. 나아가 질병과 젠더가 권력을 분배하는 방식, 골골한 사람들의 삶을 가로막는 방식과 상처 입히는 방식을 드러낸다._342쪽

이 책에는 건조한 설명문으로는 도저히 전달할 수 없는, 다양한 질병과 함께 살아가며 분투해온 청년들의 생생한 삶이 담겨 있다. 또한 개인들의 질병서사를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 체계, 사회복지 제도 맥락 안에서 설명하고, 사회학적 이론들과 연결 지음으로써 이것이 불운한 개인들의 특별한 사연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을 잘 보여준다. 사회학자 라이트 밀즈는 《사회학적 상상력》에서 개인적 문제를 공적 이슈로, 공적 이슈를 다양한 개인에 대한 인간적 의미의 용어로 번역하는 것이 사회과학자의 정치적 책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두 연구자가 이 책을 쓰며 했던 작업이 바로 이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저 안타까움이나 공감을 넘어서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_김명희(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 예방의학 전문의)

골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왜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까?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를 하고 있어야만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걸까? 만약 골골한 사람이 청년이라면, 그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여러 질문이 다가온다. (중략) 이 책에 수록된 골골한 청년들의 이야기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청년들에게 동병상련의 위로를 주길 바란다. 또한 우리 사회가 골골한 청년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적극적으로 품고, 그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_정진주(사회건강연구소 고문,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장)

아팠던 경험은 차트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는 골골한 청년 일곱 명의 생애가 생생히 담겨 있다. 이들은 취업준비생, 공기업 정규직, 프리랜서, 계약직 등 다양한 고용지위에 놓여 있고, 비염, 허리 디스크, 건선, 크론병, 망막분리, 식도염, 소뇌염, 중추기원의 현기증, 고혈압, 과민대장증후군, 선천성 심장 질환 등 겪고 있는 질환의 내용과 중증도 역시 다양하다. 그들은 스스로를 “부도난 수표”라고 부르기도 하고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부르기도 하며, 남들로부터 “하자 있는 사람” “젊은데 그거 일했다고 아프냐”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차라리 같이 죽자” “나는 안 아픈데 너는 왜 그러니”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때로는 주변의 호들갑스러운 관심과 지나친 혹은 미묘한 배려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친구들이 나를 빼고 약속을 만든달지, 몸이 좋지 않고, 아프다는 이유로 다른 여러 측면에서의 능력을 의심받아야 한다. 내가 왜 몸이 좋지 않은지, 어디가 아픈 것인지를 남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수술과 같이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 때는 사회적 지지 체계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가족에게 돌봄을 받아야 하고, 가족으로부터의 지원이 어려운 경우는 혈연 중심, 가족 중심의 돌봄 문화와 병원 체계로 인해 수술과 입원, 이후의 간병까지 곤란함을 겪곤 한다. 집안의 형편이나 소득 수준, 보건의료 제도의 혜택,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치료 자체가 분투가 되기도 한다. 비싼 검진 비용의 처리가 잘못되는 바람에 병원 서버실 직원과도 싸워야 하거나, 산정 특례를 받지 못하면 원하는 치료를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에 거주할 경우,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병원이 없는 경우도 있다. ‘나인 투 식스’의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면 건강 관리에도 더 유리할 것을 알지만 취업이라는 전장에서 아픈 몸은 가려야 할 ‘약점’이다.
취업을 위해 국비 지원 교육을 받으려 해도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교육을 포기하게 되거나, 직장에서의 연차는 대부분 쉬는 데 쓰는 게 아니라 거의 다 병원 검진에 써야 하고, 속도와 생산성이 강요되는 일터에서 몸의 회복을 위한 시간을 쓰기에도 눈치가 보여 몸이 더 나빠지거나 인사고과에서 불리해진다. 여느 한국 사회의 청년들처럼 고용지위가 불안정해 휴가 사용이나 휴게 시간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정규직이고 유급 병가나 휴직이 가능해도 대체 인력이 없어 충분히 병가를 쓰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건강한 몸, 정상성에 대한 욕망과 그 기준에서 미끄러진 자신을 인정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할지언정, 사회적 낙인과 배제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아픈 몸을 관리의 실패나 의지나 노력의 부족으로만 여기지는 않았다. 질환의 종류나 사회적 조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나답게 살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즉, 이들은 한계를 지난 몸을 수용하며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내 몸의 속도와 회복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터에서 협상을 하고 일감을 조정하고, 일터의 조건도 가늠한다. 사회적 관계를 조정하기도 한다. 나아가 자신의 질병을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인식한다. 가령 대학원의 수직적 조직문화 때문에 지도교수의 장례식장에 가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허리 디스크가 생긴 데 대해, 성추행으로 인한 우울증에 대해 사회적 처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자기계발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성과 중심 사회가 자신의 몸을 아프게 한 것이고, 질병이 흠집이 되는 사회가 문제라는 점을 제기한다. 가족의 지지와 지원 없이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한 청년은 혈연 중심 가족의 의미를 의문시하며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고민한다. 또 다른 한 청년은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며 아프면 당연히 쉬는 사회가 온 것을 긍정적 변화로 인식하기도 한다.

왜 질병서사인가

이렇듯 이 책은 단순히 질병 경험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과 함께해온 이들의 입체적인 삶의 경험에 주목해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질병은 삶의 조건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완치의 개념이 없는 만성질환은 오랜 기간을 함께하는 병이기에, 단편적 일화로 아픈 이의 경험을 파악하기 어렵다. 아팠던 경험은 단순히 차트와 처방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아픈 개인이 그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어떤 사회적 낙인을 경험하는지, 어떤 희망과 두려움을 갖고 분투하는지, 어떻게 협상하며 세계를 살아내는지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만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알 때 우리는 이 세계를 구성하는 건강함이라는 정상성에 질문을 던지고, 구체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 알게 된다.
이에 저자들은 이 서사라는 도구, 즉 질병서사라는 방법론을 통해 골골한 청년들이 그들의 삶에서 겪은 장기간의 고통과 경험을 마주했고, 그들 각각의 생애를 기록하는 글쓰기를 택했다. 아파야 보이는 것들, 아파야 알게 되는 것들이 이들의 서사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질병과 함께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아주 명확히 깨닫게 된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세계와 구조가 개개인의 몸, 질병과 무관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질병, 다양한 신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결국 이 책은 ‘정상적’ 신체, ‘이상적’ 청년이라는 우리 사회의 정상성 기준에서 벗어나 있기에 사회정책부터 사회적 인식에 이르기까지 비가시화된 이들을 호명하는 작업이며, 그와 동시에 정상과 건강함의 기준을 되묻는 작업이다(선천성 심장장애와 살아가는 한 청년은 이렇게 말한다. “난 숨 쉬는 게 헐떡헐떡거리는 게 정상이고. 근데 얘네들은 이게 정상이 아니래. 그게 좀 이상한 거예요. 애초에 난 출발점이 다른데 정상적인 심장은 어떤 거지?”). 또한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다양한 몸과 차이에 대한 상상력이 얼마나 희박한지를 드러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크론병과 살아가는 한 청년은 동생에게 “누나 임신도 할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되게 심각한 병인데 밝으시네요?”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도 있다.
누구나 아플 수 있다는 명제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는지도 생각해보자. 우리는 질병은 완치될 것이라고 생각할 뿐, 증상의 완화가 악화가 반복되며 골골한 채 살아가야 하는 몸들이 살아갈 사회적 조건에 대한 고민은 부재하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쉴 권리에 인색했던 한국 사회에서도 아프면 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나아가 쉬어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몸, 골골한 채 삶을 지속해야 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아픈 몸 때문에 비난받는 문화 역시 당연히 바뀌어야 하지만(“아픈 애인 줄 알았으면 우리 부서에 안 데려왔을 거다”), 조금이라도 힘들어 보이는 일은 못할 것이라거나 무조건 쉬라는 배려 역시 골골한 몸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드러내는 태도일 수 있다. 비난이든 지나친 배려든 한 개인의 특성을 그의 질환이나 몸 상태만으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질을 이야기할 때 많이 언급되곤 하는 워라밸에 대한 이해도 생각해보자. 워라밸은 ‘MZ세대’의 특성, 가족 돌봄의 문제, 긴 노동시간의 문제라고 주로 여겨지나, 골골한 청년들에게 워라밸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양한 몸과 생활환경에 따라 필요와 욕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상상력의 부재가 드러나는 순간들은 이 책에 담긴 일곱 명의 생애 곳곳에 깔려 있다.
이 책은 골골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상력을 우리에게 촉구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책무임을 환기한다. 결국 건강한 이들의 변화와 상상력을 촉구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더 깊이 톺아볼 수 있도록 이들의 생애사를 기반으로 자아, 질병서사, 돌봄, 사회적 관계, 노동, 생활시간, 사회정책 문제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골골한 청년 개개인의 생애를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 체계, 사회복지 제도의 맥락 안에서 설명하고, 사회학적 이론들과 연결 지어 이것이 개개인의 불운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임을 드러내려 노력했다. 나아가 고립된 기분으로 있을지 모를 골골한 청년들이 이 책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길, 이 책이 제기하는 과제들이 현실적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미영

국제여성가족교류재단 수석연구위원. 숙명여대 가족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 대학에서 강사로 청년기 발달, 한국 가정생활 문화 등을 가르치고 있으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보건, 직업 훈련 등의 주제에 젠더 관점을 넣어 사업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살아가는 다양한 환경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교육을 해왔다. 주요 논문으로 〈자산형성프로그램을 이용한 저소득가정의 탄력성 형성 과정에서의 가정자원 관련 경험〉, 〈저소득층 독거노인과 독거노인생활관리사의 돌봄 관계 경험〉 등이 있다.

저자(글) 김향수

사회건강연구소 연구위원.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에서 여성학과 질적연구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아프고 골골한 사람들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정상성 규범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연구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엄마의 탄생》, 《기록되지 않은 노동》, 《결국 사람을 위하여》가 있고, 주요 논문으로 〈4.16구술증언 채록 과정 속의 윤리적 난제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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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골골한 청년들
    ‘건강한 몸’의 세계를 살아내는 다양한 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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