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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킨 이야기(에디터스 컬렉션)

다니자키 준이치로 단편선
문예출판사

2023년 02월 23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1월 17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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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0.40MB)
ISBN 9788931023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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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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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일본 탐미 문학의 대가로 ‘여성’과 ‘아름다움’을 집요하게 추구하며 그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이 책은 탐미주의, 에로티시즘, 페티시즘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대표적인 단편 7편을 실은 단편집이다. 다니자키는 작품에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는데 작품 속 남성들은 숭배에 가깝도록 여성에게 복종하고 헌신하며 희열을 느낀다. 특히 이 책의 표제작인 〈슌킨 이야기〉는 다니자키 문학의 완성작이라 할 만한 작품으로 스토리의 완결성까지 갖춰 탐미 문학의 절정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첫 작품 〈문신〉에서부터 여성의 몸에 찬미와 집착을 보인 다니자키는 〈슌킨 이야기〉에서 그의 작품 경향을 더욱 확고하게 드러낸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그저 탄식할 뿐!”이라는 말로 작품에 감탄을 표하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단편 곳곳에는 아름다움의 화신인 여성을 숭배하는 남성의 모습이 나온다. 여성 숭배는 “여자 없이는 시도 예술도 없다”라고 한 다니자키가 평생에 걸쳐 추구해온 주제로, 이러한 작품 경향은 1920년대 일본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특히 첫 작품 〈문신〉은 젊은 문신사 세이키치가 ‘새하얀 맨발’을 가진 소녀에게 거대한 여덟 개의 발이 달린 무당거미를 등에 문신해주는 내용으로, 여성의 ‘발’과 ‘등’에 집착한 다니자키의 페티시즘이 담겨 있다. 〈문신〉에서 아름다운 여성의 몸에 천착하던 다니자키는 이후 여성의 몸과 일본의 고전미를 결합하여 오묘한 아름다움과 설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러한 여성을 쉬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우러러보며 숭배한다. 슌킨이 그랬고 〈갈대 베는 남자〉의 오유가 그랬다. 〈갈대 베는 남자〉를 읽다 보면 “해마다 가을의 쓸쓸함이랄까 적적함이랄까, 이유 없는 계절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남자의 아픈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시리다. 그리고 “달을 보며 지나가버린 세상의 환상”을 여전히 꿈꾸고 그리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외에 소년과 소녀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년〉도 기묘한 느낌의 여성 숭배적 내용으로 끝을 맺으며,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아내를 은밀히 죽음으로 유도하는 남편의 이야기인 〈길 위에서〉는 촘촘한 구성과 긴장감이 돋보인다.

다니자키 작품 속 사랑의 모습은 헌신적이고 순수한 듯 보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상대를 지배하는 왜곡된 사랑으로도 보여 당혹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다니자키의 문학적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력, 힘 있는 문장은 독자를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고 현실과 떨어진 또 다른 세계에 던져놓는다.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한 편이라도 읽게 된다면 그의 다음 작품을 찾을 수밖에 없고 이게 다니자키 소설의 진정한 매력이다.
문신
호칸
소년
비밀
길 위에서
갈대 베는 남자
슌킨 이야기

작품 해설
다니자키 준이치로 연보

■당시 많은 연극이나 소설에서도 아름다운 자는 모두 강자이며 추한 자는 약자였다. (9쪽)

■엄지에서 새끼까지 가지런하게 이어진 섬세한 다섯 발가락의 형태, 에노시마 해변의 연분홍 조개 같은 발톱의 색, 구슬처럼 동그스름한 뒤꿈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에 씻은 듯한 피부의 윤택. 이 발이야말로 남자의 피를 먹고 남자의 몸을 짓밟는 발이었다. (12~13쪽)

■그는 왼손의 새끼손가락과 약지와 엄지 사이에 끼운 붓으로 소녀의 등에 그림을 그린 후, 그 위에서 오른손으로 바늘을 찔러나갔다. 젊은 문신사의 영혼은 먹물 안에 녹아들어 피부에 스며들었다. 소주에 타서 찔러 넣는 주홍 물감 한 방울 한 방울은 그의 생명에서 나왔다. 그는 그곳에서 자기 영혼의 빛을 보았다. (17쪽)

■나는 너를 진정 아름다운 여자로 만들기 위해 문신 속에 나의 혼을 심었다. 이제 앞으로 온 나라에서 너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없다. 너는 이제 과거처럼 두려운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남자란 남자는 모두 너의 거름이 될 거다. (19쪽)

■세 사람은 뭔가 새롭고 진기한 유희 방법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기쁘게 미쓰코의 명령에 복종하여 미쓰코가 “의자가 되어라”라고 말하면 곧바로 바닥에 엎드려 등을 내밀었고, “담배통이 되어라”라고 말하면 즉시 입을 벌렸다. 미쓰코는 점점 더 거만해져서 세 명을 노예처럼 부렸다. (93쪽)

■손바닥으로 얼굴 전체에 고루 펴 바르자 생각보다 화장이 잘 먹었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서늘한 물기가 모공에 스며드는 피부의 쾌감은 각별했다. 연지와 분을 바르자 석고처럼 하얗기만 한 내 얼굴이 발랄하고 생기 있는 여자의 얼굴로 변해가는 즐거움이란. (104~105쪽)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종류의 여자가 확실했다. (……) 긴 속눈썹에 촉촉한 둥근 눈이 씻은 듯이 맑아 남자를 지배할 듯한 늠름한 권위마저 갖추고 있었다. 건드리면 붉은 피가 묻어 나올 것 같은 촉촉한 입술과 귓불을 덮는 긴 솜털은 옛날과 다름없지만, 코는 이전보다 조금 가파를 정도로 오뚝해 보였다. (110쪽)

■이목구비만 보면 이 정도의 미인은 적지 않지만, 오유 님의 얼굴에는 무언가 뽀얀 느낌이 있다. 눈에도 코에도 입에도 얇은 막을 하나 씌운 듯이 뽀얗고 각지거나 또렷한 선이 없는, 가만히 보고 있으면 보는 이의 눈앞이 몽롱하게 흐려지는 것 같고 그 사람 주위에만 안개가 끼어 있는 듯한, 옛날 책의 기품 있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얼굴이다. 그게 오유 님의 매력이다. (189쪽)

■그러니 당신은 그 오구라 연못의 저택에 가서 휘황찬란한 장지문과 병풍이 있는 방에서 살아주세요. 당신이 그렇게 살아 계신다고 생각하면 저는 함께 죽는 것보다도 즐겁습니다. (215쪽)

■아버지도 지금 당신이 말한 것과 같이 “너는 이 가을밤의 슬픔을 알지 못하겠지만 머지않아 알 때가 올 거다”라고 가끔 말씀하셨지요. (180쪽)

■그럴 때 아버지는 그 별장의 여주인을 ‘그분’이라고 하거나 ‘오유 님’이라고 부르며 “오유 님을 잊지 마라. 내가 이렇게 매년 너를 데려오는 것은 그분의 모습을 네가 기억해두었으면 해서다”라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186쪽)

■두 묘석은 낮은 돌 단상 위에 나란히 서 있고 슌킨 묘의 오른쪽에 심긴 소나무 한 그루가 초록의 가지를 묘석 위에 지붕처럼 뻗치고 있는데, 그 가지 끝에서 왼쪽으로 두세 자 떨어진 곳에 검교의 묘가 황송하다는 듯 몸을 굽혀 슌킨을 모시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보면 생전에 검교가 정성을 다해 스승을 섬겨 그림자처럼 따르던 모습이 떠올라, 마치 돌에 영혼이 있어 지금도 여전히 행복을 누리는 듯했다. (224쪽)

■나는 스승님의 얼굴을 보고 불쌍하다든가 안타깝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스승님에게 비하면 눈 밝은 사람이 더 비참하다. 그 기품과 미모를 갖춘 스승님이 어찌 남들의 동정을 받을 필요가 있겠는가. 오히려 나를 불쌍하다고 동정해야 할 것이다. 나와 너희는 눈과 코가 갖춰졌을 뿐, 다른 것은 무엇 하나 스승님에게 미치지 못하니 우리가 더 불구가 아니겠는가. (237쪽)

■슌킨의 고집과 심술은 이러했지만, 유독 사스케를 대할 때 그랬고 모든 고용인에게 그렇지는 않았다. 원래 그러한 소질이 있었는데 사스케가 뭐든 기꺼이 받아주니 그에게만 극단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인 것 같다. (240쪽)

■사스케는 그 어둠을 전혀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다. ‘맹인은 항상 이런 어둠 속에 있구나. 아가씨도 이런 어둠 속에서 샤미센을 연주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자신도 같은 암흑세계에 몸을 두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 (243쪽)

■때때로 손바닥을 펴서 스승님의 발은 정확히 이 손 위에 얹을 크기였다고 말하고, 또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스승님 발뒤꿈치 살은 나의 여기보다 매끈하고 부드러웠다고 말했다. (270쪽)

■“스승님, 저는 장님이 되었습니다. 이제 일평생 스승님 얼굴을 볼 수가 없습니다.” (302쪽)

■사스케는 이제야말로 외계의 눈을 잃은 대신 내계의 눈이 열린 것을 깨달아 ‘아, 이것이 실로 스승님이 사는 세계로구나. 이제 마침내 스승님과 같은 세계에 살게 되었구나!’라고 생각했다. (304쪽)

■“잘도 결심해주었다. 고맙구나. 나는 누구의 원한을 사서 이러한 경우를 당했는지 모르지만 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자면 지금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는 보일 수 있어도 너에게만은 보이고 싶지 않다. 그것을 잘도 헤아려주었구나.” (305쪽)

■누구나 눈이 머는 것을 불행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나는 장님이 되고 나서 그런 감정을 맛본 적이 없다. 오히려 반대로 이 세상이 극락정토가 된 것 같아 스승님과 단둘이 연꽃 궁전에 사는 기분이다. 눈이 멀면 눈 뜬 때에 보이지 않던 많은 게 보인다. 스승님 얼굴의 아름다움이 절실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도 장님이 된 후다. (311~312쪽)

아름다움과 사랑에 미친 일본 탐미 문학의 대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대표 단편선!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일본 탐미 문학의 대가로 ‘여성’과 ‘아름다움’을 집요하게 추구하며 그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이 책은 탐미주의, 에로티시즘, 페티시즘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대표적인 단편 7편을 실은 단편집이다. 다니자키는 작품에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는데 작품 속 남성들은 숭배에 가깝도록 여성에게 복종하고 헌신하며 희열을 느낀다. 특히 이 책의 표제작인 〈슌킨 이야기〉는 다니자키 문학의 완성작이라 할 만한 작품으로 스토리의 완결성까지 갖춰 탐미 문학의 절정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그저 탄식할 뿐!”이라는 말로 작품에 감탄을 표하기도 했다.
다니자키는 1920년대에 시대를 뛰어넘는 감각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이야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많이 읽힌 편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일본의 탐미주의 작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정도인데 두 사람을 비교하면 다니자키 작품의 농도가 훨씬 진하며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집요함도 강하다. 다니자키가 좀 더 살았다면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을 거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는 않을 정도로 다니자키의 문학세계는 독특하면서도 독보적이다.


“마침내 스승님과 같은 세계에 살게 되었구나!”
모든 것을 희생한 한 남자의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사랑

다니자키는 첫 작품 〈문신〉에서부터 여성의 몸에 찬미와 집착을 보였고 이러한 작품 경향은 다니자키 문학의 완성작이자 대표작인 〈슌킨 이야기〉에서 더욱 확고하게 드러난다. 〈슌킨 이야기〉는 주인과 하인, 스승과 제자, 연인이라는 다층적 관계에 놓은 슌킨과 사스케의 사랑 이야기다. 슌킨은 부유한 약재상인 모즈야 가문의 딸로 아름다운 외모에다 춤과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만, 아홉 살 때 안질에 걸려 눈이 멀고 만다. 이후 고토와 샤미센에 몰두하며 고집 세고 까다로운 예인으로 성장한 슌킨은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음악적 자질로 많은 사람의 칭송을 받는다. 어느 날, 사스케가 모즈야 가문에 일을 배우러 들어오고 “사스케가 하면 좋겠다”는 한 마디에 악기를 배우러 가는 슌킨을 수행하게 된다. 슌킨과 사스케는 주인과 하인의 관계로 시작하지만 슌킨이 사스케에게 샤미센을 가르치면서 스승과 제자가 되고 결국에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 둘은 연인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슌킨은 사스케를 가혹하리만큼 혹독하게 다루고 사스케는 그런 슌킨에게 언제나 지극하고 절대적인 사랑을 보낸다. 슌킨을 향한 사스케의 사랑은 슌킨의 얼굴이 망가졌을 때 절정에 달한다.

“스승님, 저는 장님이 되었습니다. 이제 일평생 스승님 얼굴을 볼 수가 없습니다.”
사스케는 그녀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사스케, 그게 정말이냐?”
슌킨은 이 한마디를 내뱉고 오랫동안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세상에 태어난 이후 사스케는 그전에도 이후에도 이 침묵의 몇 분간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다. (302~303쪽)

슌킨은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음악적 재능에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신비로운 존재로서 사람들의 숭배를 받는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질투한 것인지 앙심을 품은 것인지 누군가의 공격으로 얼굴이 망가지고, 사스케는 그런 슌킨을 위해 스스로 눈을 멀게 한다. 그리고 연인과 같은 암흑 세상에 살게 된 것을 기뻐하며 눈이 먼 후 오히려 슌킨의 아름다움이 더욱 절실하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사스케는 이제야말로 외계의 눈을 잃은 대신 내계의 눈이 열린 것을 깨달아 ‘아, 이것이 실로 스승님이 사는 세계로구나. 이제 마침내 스승님과 같은 세계에 살게 되었구나!’라고 생각했다. (304쪽)

누구나 눈이 머는 것을 불행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나는 장님이 되고 나서 그런 감정을 맛본 적이 없다. 오히려 반대로 이 세상이 극락정토가 된 것 같아 스승님과 단둘이 연꽃 궁전에 사는 기분이다. 눈이 멀면 눈 뜬 때에 보이지 않던 많은 게 보인다. 스승님 얼굴의 아름다움이 절실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도 장님이 된 후다. (311~312쪽)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스케의 극단적인 사랑은 충격적이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슌킨을 대하는 사스케의 모습은 당시 다니자키가 사랑하던, 훗날 세 번째 부인이 되는 마쓰코를 대하던 모습과 거의 같았다고 한다. 마쓰코에게 주인과 하인의 관계로 대해 달라고 청한 다니자키는 마쓰코보다 먼저 밥을 먹거나 먼저 자리에 앉지도 않았다고 하니, 소설 속 슌킨과 사스케의 사랑은 다니자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여자 없이는 시도 예술도 없다!”
일본의 고전미와 결합한 여성 숭배

슌킨에 대한 사스케의 사랑 외에도 이 책에 실린 단편 곳곳에는 아름다움의 화신인 여성을 숭배하는 남성의 모습이 나온다. 여성 숭배는 “여자 없이는 시도 예술도 없다”라고 한 다니자키가 평생에 걸쳐 추구해온 주제로, 이러한 작품 경향은 1920년대 일본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특히 첫 작품 〈문신〉은 젊은 문신사 세이키치가 ‘새하얀 맨발’을 가진 소녀에게 거대한 여덟 개의 발이 달린 무당거미를 등에 문신해주는 내용으로, 여성의 ‘발’과 ‘등’에 집착한 다니자키의 페티시즘이 담겨 있다.

이윽고 그는 왼손의 새끼손가락과 약지와 엄지 사이에 끼운 붓으로 소녀의 등에 그림을 그린 후, 그 위에서 오른손으로 바늘을 찔러나갔다. 젊은 문신사의 영혼은 먹물 안에 녹아들어 피부에 스며들었다. 소주에 타서 찔러 넣는 주홍 물감 한 방울 한 방울은 그의 생명에서 나왔다. 그는 그곳에서 자기 영혼의 빛을 보았다. (17쪽)

〈문신〉에서 아름다운 여성의 몸에 천착하던 다니자키는 이후 여성의 몸과 일본의 고전미를 결합하여 오묘한 아름다움과 설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러한 여성을 쉬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우러러보며 숭배한다. 슌킨이 그랬고 〈갈대 베는 남자〉의 오유가 그랬다. 〈갈대 베는 남자〉에서 화자는 우연히 모래섬의 갈대숲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그에게 남자의 아버지 이야기를 듣는다. 남자의 아버지는 4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유라는 여인에 대한 사랑을 품고 살아가는데 그녀를 보기 위해 매년 가을밤 달맞이 연회에 아들을 데리고 2~3리를 걸어간다. 작품 속에 묘사된 오유는 “옛날 오사카 인형의 얼굴을 바라볼 때 떠오를 법한 화사하면서도 고전의 냄새”가 나는 여인으로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럴 때 아버지는 그 별장의 여주인을 ‘그분’이라고 하거나 ‘오유 님’이라고 부르며 “오유 님을 잊지 마라. 내가 이렇게 매년 너를 데려오는 것은 그분의 모습을 네가 기억해두었으면 해서다”라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186쪽)

아버지 말씀으로는 “이목구비만 보면 이 정도의 미인은 적지 않지만, 오유 님의 얼굴에는 무언가 뽀얀 느낌이 있다. 눈에도 코에도 입에도 얇은 막을 하나 씌운 듯이 뽀얗고 각지거나 또렷한 선이 없는, 가만히 보고 있으면 보는 이의 눈앞이 몽롱하게 흐려지는 것 같고 그 사람 주위에만 안개가 끼어 있는 듯한, 옛날 책의 기품 있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얼굴이다. 그게 오유 님의 매력이다”라고 하므로 과연 그렇게도 보였습니다. (189쪽)

〈갈대 베는 남자〉를 읽다 보면 “해마다 가을의 쓸쓸함이랄까 적적함이랄까, 이유 없는 계절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남자의 아버지의 아픈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시리다. 그리고 “달을 보며 지나가버린 세상의 환상”을 여전히 꿈꾸고 그리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외에 소년과 소녀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년〉도 기묘한 느낌의 여성 숭배적 내용으로 끝을 맺으며,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아내를 은밀히 죽음으로 유도하는 남편의 이야기인 〈길 위에서〉는 촘촘한 구성과 긴장감이 돋보인다.
다니자키 작품 속 사랑의 모습은 헌신적이고 순수한 듯 보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상대를 지배하는 왜곡된 사랑으로도 보여 당혹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다니자키의 문학적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력, 힘 있는 문장은 독자를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고 현실과 떨어진 또 다른 세계에 던져놓는다.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한 편이라도 읽게 된다면 그의 다음 작품을 찾을 수밖에 없고 이게 다니자키 소설의 진정한 매력이다.

작가정보

谷崎潤一?, 1886~1965

1886년 일본 도쿄의 부유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후 부친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1908년 도쿄대학교에 진학했으나 학비를 내지 못해 퇴학당했다. 1910년 〈문신〉을 발표하며 일약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 후 관능적인 탐미파, 악마파 작가로 일본 문단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관서 지방으로 이주한 후에는 일본의 전통과 고전미에 주목한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마이니치출판문화상, 마이니치예술상, 아사히문화상 외에 국가의 문화훈장을 받았고 노벨문학상에도 여러 차례 후보로 올랐다. 대표적인 일본의 고전 《겐지 모노가타리》를 현대어로 번역했고 대표작으로는 《치인의 사랑》, 《세설》, 《여뀌 먹는 벌레》, 《미친 노인의 일기》, 〈문신〉, 〈슌킨 이야기〉, 〈열쇠〉 등이 있다.

작가, 번역가. 중앙대학교 일문과를 졸업했다. 2002년 계간 《리토피아》 신인상(수필)을 받았고 블로그 ‘일본문학취미’는 2003년 문예진흥원 우수문학사이트로 선정되었다. 역서로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모리 오가이의 《기러기》, 나카지마 아쓰시의 《산월기》, 구니키다 돗포의 《무사시노 외》, 다카하마 교시의 《조선》 등이 있고 저서로는 《그와 나 사이를 걷다-망우리 사잇길에서 읽는 인문학》(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등이 있다. 산림청장상, 리토피아문학상, 서울스토리텔러 대상 등을 수상했다.
블로그: blog.naver.com/japanl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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