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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공생을 향한 야생의 모험

오선민 지음
북드라망

2023년 02월 10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07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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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6.38MB)
ISBN 979119212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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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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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인류학자’를 자칭하며 『그림 동화』에서 삶의 기술을 길어 내 보여 주었던 저자 오선민이 이번에는 ‘인류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탐험한다. 저자는 “『슬픈 열대』야말로 타자를 찾아 떠나는 동화”라고 말하며 ‘타자들이 우글거리는 열대’로 우리를 안내한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자로 이름 높은 레비-스트로스는 상파울루 대학에 재임하던 시절 남아메리카로 두 번의 여행을 떠났고, 오랜 시간의 숙고 끝에 그 여행을 ‘지질학적 문체’에 담아 『슬픈 열대』를 썼다. 인류학의 고전으로 명성이 높지만, 평범한 기행문처럼 보이는 이 책을 제대로 읽어 내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레비-스트로스의 이 책 속 여행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독자들을 친절히 열대로 안내한다. 온갖 삶이 펼쳐진 열대 우림에는 여러 부족 사람들이 타자를 인식하며 그 안에서 매번 다른 공생의 윤리를 발명하고 있었고, 레비-스트로스는 마침내 인류의 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발견했다. 여행의 말미에서 레비-스트로스는 남미가 아닌 아시아의 한 시골에 있는 불교 사원을 나오면서 만물과 온 인간과 같은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함께 부딪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새롭게 느꼈다. 저자는 이 깨달음이 바로 훌륭한 인간도 그런 문명도 없으며 다만, “우리는 최후의 무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사이”임을 뜻하며, 따라서 타자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무지에서 출발하는 자기 성숙을 향한 열망”이라고 말한다.
머리말

인트로_다시, 숲으로

제1부 우리가 정말 다른 것을 볼 수 있을까?
1. 4년의 여행, 20년의 침묵
2.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3. 부끄러움과 혐오를 넘어서

제2부 지질학의 문체로 쓴 여행기
1. 해석의 변증법에 반대하며
2. ‘자기’(自己)의 발생학 :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
3. 초월하는 역사 vs 생성하는 구조

제3부 열대, 어디에나 있는 근대의 타자
1. 남아메리카, 탐욕과 무지의 신대륙?
2. 여행, 자기를 탈중심화하는 길
3.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제4부 문명은 소외를 반복한다
1. 전신선을 따라 황폐해지는 세계
2. 문화적 토대로서의 인류 무의식
3. 문명의 최후 형태, 카스트의 비인간화

제5부 차이를 욕망하는 야생의 과학
1. 야만은 없다
2. 열대의 세례식
3. 우주적 리듬으로서의 대칭성
4. 야생의 사고, 비적대적 모순의 종합

제6부 증여에는 끝이 없다
1. 열대, 수많은 타자들의 창발터
2. 포식, 얽힘의 총체적 형식
3. 호혜, 상호부조의 기술
4. 창발하는 혼과 감사하는 나

제7부 고유명 없는 자들의 자유
1. 과대한 숲과 과소한 인구
2. 지배와 복종이 없는 우정
3. 위계와 배신을 거부하는 무문자 사회
4. 무한한 말들로 경험되는 고유한 우리

제8부 공생공락의 숲
1. 원시의 사회계약론
2. 관대함, 관계 속의 권력
3. 모두 숲의 인간임을 알다

제9부 인류학, 나의 무지를 알아 가는 공부
1. 탁실라, 무(無)의 근원
2. 필요한 것은 고향을 떠나려는 용기
3. 붓다와 함께

인류학은 다양한 인류사를 채집하는 학문이 아니라, 같은 대상 다르게 보기를 시도하는 공부법이었습니다. 레비-스트로스도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타인의 삶이든 나의 삶이든 그것을 읽어 낼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합니다. 레비-스트로스는 타인을 ‘내가 살아 볼 수 있었던 그 삶을 사는 자’로 정의했습니다. 이것은 타인의 시선으로 내 삶을 한번 돌아보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이 생각에 이르렀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 눈에, 세탁소 사장님의 눈에 저는 과연 어떻게 보일까요? 타인의 관점을 경유하면 나 자신이 좀 어색해집니다. 이런 시점 전환의 시도는 내 모습에 대한 고집을 내려놓게 하고 공생을 고민하게 합니다. (머리말 중에서, 8쪽)

모든 문화는 자기 문화를 기준으로 타문화를 ‘다르다’고 평가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자기’야말로 ‘다른 것들’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구성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옳고 그르다고 보는 모든 것은 어쩌면 인간의 이러저러한 욕망에 따라 제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 자아와 타자란 구성적 이분법에 의해서 생산되는 개념입니다. 내가 동일시하고 있었던 그 ‘자아상’ 안에는 이미 내가 부정했던 ‘타자상’이 들어 있습니다. (「제1부 우리가 정말 다른 것을 볼 수 있을까?」, 43~44쪽)

레비-스트로스는 어떻게 한 사건의 처음과 끝을, 어떤 장소의 테두리를 정확하게 그리지 않는 여행기를 쓸 수 있었을까요? 나와 너를 이곳과 저곳을 무차별적으로 구별하지 않겠다는 것일까요? 그런데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레비-스트로스가 각각의 사건과 개별 공간의 차이를 무화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이 이동하는 중임을 놓치지 않습니다. 달라지는 풍경과 함께 대상에 대해 가지게 되는 관점이 계속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의 여행기는 가히 풍경의 발생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2부 지질학의 문체로 쓴 여행기」, 56쪽)

레비-스트로스는 무엇보다 자신이 들어가고 있는 낯선 세계가 자신을 통과해서 다시 표현되는 세계라는 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레비-스트로스는 새로운 식물학의 표본들을 펼쳐 놓는 우림과 난데없이 솟아오르고 문득 끊어지는 산세의 여기저기를 조망할 때에도 그 풍경을 자신이 걸었던 다른 풍경과 함께 커다란 스펙트럼에서 함께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상이한 풍경 속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요소들, 방식들을 찾아내려고 애쓰지요. 이것이 단순한 문화 비교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레비-스트로스가 두 세계를 종합하면서 증류하려고 애쓰기 때문입니다. 레비-스트로스가 궁극적으로 알고 싶은 것은 풍경을 만들어 내고 그것으로부터 영향받는 인간의 의식입니다. (「제3부 열대, 어디에나 있는 근대의 타자」, 96~97쪽)

레비-스트로스는, 내가 있고 나와는 다른 타자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인간 공동체 같은 것을 상상하지 말자고 말하는 셈입니다. 또한 나 바깥에 내가 의지를 부려서 행위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덩그러니 놓여 있는 외부 환경 같은 것도 없다고 합니다. 나는 개체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우주적 리듬을 공동적으로 부여받은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나와 다른 인간 사이에, 나와 우주 사이에 존재론적인 구별 같은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 이런 지혜를 가질 수 없게 한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요? 즉각 생각하면 그것은 유럽인들의 물욕입니다. 브라질에서 자원을 갈취해 갈 목적이 그들의 시야를 좁아질 대로 좁아지게 만든 것입니다. 그럼 이 물욕 추구의 근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간의 주된 전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유의지론’입니다. 주체가 욕망하고, 주체가 그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의지를 발휘하고, 주체가 외부 환경을 조작해서 그 의지를 실현시킨다고 하는, 인간을 자기 의지의 실현을 최우선으로 하는 존재로 정의한 인간관이 여기에는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타인의 삶을 제 욕망 실현의 도구로 쉽게 상상해 버렸던 것입니다. (「제4부 문명은 소외를 반복한다」, 124~125쪽)

거대한 생멸의 순환 아래서 모든 관계는 상호의존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정과 반이라는 단순한 대립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국면에서 적대적으로 전개된다고 하더라도 시야를 넓혀 보면 결국 순환의 리듬을 만들게 되니까요.
인디언들은 이 점에 주목해서 이항대립적 관계들을 다차원적으로 중첩시키면서 한 인간이 우주 안에서 얼마나 많은 동식물과 관계 맺으며 사는지를 보려고 했습니다. 같은 이항대립에서 출발한다지만 열대를 정복한 문명인들의 이분법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란 결국 우주적 차원의 관계성을 통찰하려는 시도라고 봅니다. 나와 다른 것들에 끊임없는 주의를 두면서 어떻게 그것들과 생기로운 순환적 관계를 이룰 것인가? 여기에 야생의 사고가 갖는 위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제5부 차이를 욕망하는 야생의 과학」, 165쪽)

레비-스트로스는 ‘한 사람’을 봅니다. 남비콰라족에게서 인간 사고의 원초적 생기와 능력, 그 방식의 모델을 찾으려 했던 레비-스트로스였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사회계약 관계를 파악하던 중 레비-스트로스는 자연 안에서, 지면 배열 안에서, 공동체의 온갖 관계들과 의무들 속에서, 그런 조건 속에서 최고로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완전히 자율적으로 전체를 느끼고 모두와의 관계 맺음 속에서 자기 존재감을 키워 가는 자유인으로서의 족장! 그는 관계를 누리는 자유를 부족에 대한 헌신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족장은 자신이 받아야 하는 엄청난 의무감이 그에게 권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중요성 자체를 사랑하는 일, 책임지는 데서 느끼는 기쁨. 그가 원하는 이 두 가지가 무엇을 의미할까요? 더 많은 관계 속에서의 삶입니다. (「제8부 공생공락의 숲」, 245쪽)

우리에게 타자는 지금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 내 문화의 한계를 다양한 측면에서 다르게 보게 하는 존재들입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타자’가 보다 근원적 차원에서 보면 생멸을 관장하는 숲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근대 문명은 인간이 본디 숲의 인간임을 놓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레비-스트로스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이 바로 열대에 있다는 것이지요. (「제8부 공생공락의 숲」, 253쪽)

『슬픈 열대, 공생을 향한 야생의 모험』 지은이 인터뷰

1. 선생님께서는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타자’를 찾아 떠나는 동화라고, 창발하는 시공간을 살아야 하는 ‘자신’을 이해하고 성숙시키는 책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언뜻 보면 ‘타자’를 찾아 떠난다는 것과 ‘자신’을 이해하고 성숙시킨다는 것이 상반되게 느껴지는데요. 이에 대해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립니다.

레비-스트로스가 남미로 떠난 것은 27살이던 1935년입니다. 당시의 파리는 타자에 관심이 많았어요. 기계로 개발되지 않은 천연의 자연, 회사도 학교도 없이 미개한 식민지들. 서양문명-백인남성을 기준으로 어떤 대지나 인종을 열등한 ‘타자’라고 불렀던 것이죠. 유럽인들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타자의 세계로 떠났다가 우쭐해져서 돌아오곤 했습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유럽식 근대화를 인류사의 정점으로 생각하는 이 편협함에 잔뜩 인상을 찌푸리면서 남아메리카로 떠났습니다. 과연 그들이 정말 나와 다를까? 다르다면 무엇이 다를까? 하면서요.
『슬픈 열대』는 1950년, 그가 42세 되던 해에 쓰인 여행기입니다. 놀랍죠. 레비-스트로스는 이미 『친족의 기본구조』(1949)를 비롯한 여러 연구로 학계에 큰 이름을 날리고 있었으니까요. 굳이 여행기가 아니어도 충분히 남미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왜 『슬픈 열대』라는 형식이 필요했을까요? 게다가 여행기라지만 남미 소개가 주목적은 아니었습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열대를 통과하는 자기를 그리려고 했습니다. 타자의 삶에 관심을 두었던 인류학자는 왜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요? 이 글을 쓰기 위해 그는 왜 15년이 필요했을까요?
우리는 레비-스트로스에게 타자와 자기의 위치를 묻는 일이 중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그것의 어려움도요. 그의 주요 저작은 『야생의 사고』(1962)와 『신화학』 4권(1964~1971)입니다. 이 두 책은 1950년대 초반에 기획되었고 『슬픈 열대』와 함께였습니다. 그런데 뒤에 출간된 두 책 모두 타자의 정신구조를 다룬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슬픈 열대』 집필의 이유는 선명해집니다. 레비-스트로스는 타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자기를 먼저 설명해야 했습니다.
『슬픈 열대』에는 자아와 타자에 대한 그의 생각이 잘 나와 있지요. 레비-스트로스는 카두베오족, 보로로족, 남비콰라족, 투피 카와이브족 등을 직접 방문하며 관찰했고 유럽으로 돌아와서도 여러 문헌을 꾸준히 살피며 자타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 내릴 수 있었지요. ‘자연 안에서 공동체를 꾸리고 살아야만 하는 인간은 우주적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슬픈 열대』는 어떤 민족에 속해 있든지 인간은 자연과의 공생, 타인과의 공생을 삶의 근원적 목표로 설정한다는 것을 보이는 책이어야 했습니다. 열대에 들어간 그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자타의 구분은 표면적일 뿐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책 안에서 타자를 ‘내가 살아볼 수도 있었을 어떤 삶을 사는 자기’로 정의했습니다.
여행은 다른 습속 체험입니다. 나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은 인생을 다른 관점에서 보는 자기들입니다. 그래서 다른 풍경 속을 걸으면 내 상식, 내 도덕의 한계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겨우 인간, 그것도 백인에 불과함을 깊이 받아들이게 되면 ‘나’는 모든 존재의 근원적 고뇌에도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생각은 옳지도 완전하지도 않아요. 레비-스트로스는 오직 타자만이 그런 반성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2. 책을 읽다 보면 레비-스트로스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선생님께서는 레비-스트로스에게 여행은 서서히 다른 존재가 되어 가는 경험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다른 존재가 되어 가는 여행은 어떤 여행일까요?

『슬픈 열대』가 주는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레비-스트로스와 함께 열대를 생생히 탐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토록 호기심 많고 친절한 가이드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레비-스트로스가 문장력을 대폭발시키는 7장 ‘일몰’은 정말 해질녘 대서양을 미끄러져 가는 듯한 착각을 안겨주지요. 20장을 넘기다 보면 갑자기 카두베오족 문신을 한 아가씨가 ‘고상하다는 것은 이런 거야!’ 하며 우아하게 지나갈 것 같고요. 책을 덮고 눈을 감으면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도 당당하고 예의 바른 인디언 청년이 나타나지요. 레비-스트로스를 따라 숲을 돌아다니다 보면 뭘 못 가져서 전전긍긍하는 제 모습이 작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열대를 경이와 감사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지구의 어딘가에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좀 마음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들 눈에 나는 어떻게 비칠까도 생각해 보게 되고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레비-스트로스가 말하는 ‘타자’란 표면적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근원적으로는 나와 같은 인류입니다. 다른 존재가 되어간다는 것은 보로로족이나 카두베오족처럼 말하고 행위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 나의 욕망과 습관을 비춰 보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적 삶의 다양함에 주의를 두다 보면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다른 내가 되기란, 어디에 있건 누구를 만나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간다는 의미이고요.


3. 야생의 사고가 ‘이분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이분법이라 하면, 극단적인 구분의 논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요.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고 배척하는 이분법이 아닌 상호의존성을 기반으로 한 ‘열대의 이분법’이 궁금합니다.

이분법에도 종류가 있겠지요. 가장 유명한 것이 흑백을 분명하게 가르는 식으로 척도 들이대기를 좋아하는 이분법입니다. 이런 이분법은 종종 정반합(正反合)으로 전개되는 변증법과 결합합니다. 차이 나는 두 항 중 하나를 옳다고 가정한 다음, 다른 항에서 옳지 않은 것들을 부정해 가는 논리이지요. 이런 변증법은 항들을 고정된 무엇으로 보고 부정해야 할 악덕 색출에 바쁘니 편집증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루어야 할 무엇’과 ‘되어야 할 나’를 목적으로 설정하는 이 변증법적 이분법에 익숙합니다.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열대 인디언들이 삶을 개척하는 방법도 이분법적이라고요. 그런데 좀 다르답니다. 숲의 이분법은 각 부족마다 고유한 신화 논리의 골조를 이룹니다. 인디언들에게 신화란 하나의 자연학이자 윤리학이지요. 우주·만물의 기원을 분석하는 동시에 사람들끼리 어떻게 지내야 할지를 파악해내는 과학입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를 두고 ‘야생의 사고’라고 명명했습니다. 여기에서 사용되는 이분법은 사고를 편의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방법일 뿐, 자연 그 자체를 객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개념틀은 아닙니다. 또 야생의 이분법에서는 목적을 우주·자연의 조화로 설정합니다. 그런 까닭에 이분되는 각 항들이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우주에는 천상(높음)과 지상(낮음)이 있다’, ‘그 안에는 천체가 뜨는 방향과 지는 방향이 있다’, ‘모든 존재는 생과 죽음을 갖는다.’ 이분법적이기는 한데 모두 관계적이네요? 하나의 옳음을 계속 밀고 가는 식이 아닙니다. 자연 안에 모든 것이 맞물려 있음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전체를 부분에서 분절하는 이분법인 셈입니다. 홍수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높은 것은 낮아지고 낮은 것이 높아집니다. 천체의 경우도 따져 보지요. 계절에 따라, 해인지 달인지에 따라 별무리의 뜨고 짐은 다른 모양을 갖지요. 관점에 따라 방위도 달라집니다. 우주·자연이 부단히 변화한다는 것을 알며, 까마귀에게 좋은 것이 곰에게 좋을 리는 없음을 인식하기에 여기에는 부정이 없습니다. 목표는 조화입니다.
그래서 열대의 이분법은 상보적입니다. 『슬픈 열대』에 소개되는 보로로족은 죽음과 삶의 상보성을 일상의 원리로 구조화시켰습니다. 보로로족의 두 반족, 세라족과 투가레족은 철저히 족외혼을 고집했어요. 장례도 꼭 다른 부족이 치러 주었고요. 대립하지만 생사의 문턱에서는 반드시 의존하지 않을 수 없도록 이들은 자기 문화를 구조화시켰습니다. 인디언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내가 사냥한 것은 내가 먹을 수 없다’라든가 ‘남자는 잡을 수만 있고 요리할 수는 없다’라는 규범이 있어, 밥 한 끼를 만들어 내려고 해도 역할 중복이 없는 다양한 분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죠. 나와 타자, 남자와 여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만, 반드시 둘이 손을 맞잡고 살 수밖에 없도록 습속의 도덕을 제작한 것입니다. 이렇듯 야생의 이분법은 우주의 모든 부분은 상호적으로 맞물릴 수밖에 없음을 통찰하는 대칭의 기호학입니다.


4. 저희는 보통 정해진 위치와 고유한 역할이 있다는 것을 자유롭지 않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열대 원주민들에게는 이러한 특징이 오히려 공생할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구성원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기반으로 한 열대의 공생은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정체성, 개성 같은 것이 참 중요하지요. 여기에는 내가 빈 그릇처럼 덩그러니 있고, 바깥에 이런저런 환경이나 물건이 놓여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바깥에서 뭔가를 들고 들어와서 이 그릇을 채우는 것을 두고 스펙을 쌓는다, 개성을 찾는다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유’라는 말도 바깥의 뭔가를 간섭 없이 취할 수 있다는 의미로 쓰게 되고요.
그런데 자연을 관찰하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봄에 개구리가 크게 울어야 가을에 곰이 살찌듯 모든 것은 전체적으로 맞물려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때를 아는 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맞물려 있어야 잘 사는 것인지를 이해하는 일이 됩니다.
레비-스트로스가 말하는 열대의 공생은 자본주의 사회를 모델로 하지 않습니다. 이끼에서부터 독수리에 이르기까지 온 관계를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가운데 자기 자리 하나를 찾아내는 일이 숲의 공생입니다. ‘고유한 역할’이란 때와 장소에 맞는다는 의미이지, 여성이니까 한국 사람이니까 하는 식의 정체성론과는 무관합니다. 게다가 열대에서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만 관심을 두다가는 큰일이 나지요. 풀벌레 하나, 별 하나와의 관계까지도 종합적으로 통찰하는 가운데 애써 찾아내는 나만의 위치값, 그것이 고유한 공생입니다. 많이 알고 많이 가진 고유함이 아니라 우주적 조화의 한 부분으로 활약하는 고유함인 것이지요

5. 『슬픈 열대』는 탁실라 유적과 챠웅 사원에서 마무리됩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여행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기에 고향인 프랑스도 여행지인 남미도 아닌 저 먼 아시아의 땅에서 여행기를 끝내게 되었을까요?

당연합니다. 만약 파리로 돌아오는 것으로 여행기가 끝났다면 자기 정체성에 집착하는 이야기가 되었을 거예요. 자타의 근원적 공통성, 우주·자연의 조화에 주목한다면 세상 어디에서도 친구와 적을 발견하게 되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레비-스트로스는?
사실 우리는 마지막 여행지가 한적한 불교 사원이라는 점을 더 들여다보아야 해요. 레비-스트로스는 사원이 건초 냄새나는 조용한 헛간 같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승려가 있고요. 그들은 짚으로 된 매트 옆에서 제식에 필요한 장식물 마련에 힘쓰고 있지요. 변변찮은 제구에 온 정성을 쏟는 사려 깊은 겸손함! 레비-스트로스는 깨달음에 이르려는 그들의 성의에 큰 감동을 받습니다. 레비-스트로스는 부처를 믿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절을 했습니다. 지구별의 모든 존재에게 감사하면서. 부정, 빈곤, 재난의 어리석음이 넘쳐남에도 우리 각자는 서로에게 너무나 많은 빚을 지고 있으니까요. 그 누구도 혼자 있지 않다, 우리는 서로에게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 레비-스트로스는 법에 예의를 다하는 승려들을 그림으로써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가 어떻게 타인들과 살아야 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야만인들이여 안녕! 그리고 여행이여 안녕!” 레비-스트로스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뭇 존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나기를 기원했을 겁니다. 자신이 펼칠 인류학은 오만했던 자기를 떠나고 또 떠나는 지적 모험이 될 것이라는 약속도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북 트레일러

https://www.youtube.com/watch?v=v4BOQkWAwyc

작가정보

저자(글) 오선민

동화인류학자. ‘인문공간 세종’ 연구원.
친구들과 동서고금의 옛이야기를 읽으며 밥하고 청소하기의 인류학을 한다. 배움과 우정이 밤하늘의 별처럼 가득하다.
쓴 책으로 『자유를 향한 여섯 번의 시도 : 카프카를 읽는 6개의 키워드』, 『카프카와 가족, 아버지의 집에서 낯선 자 되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되찾은 시간 그리고 작가의 길』, 『시작도 끝도 없는 모험, 『그림동화』의 인류학』이 있다.

작가의 말

“나와 관계 맺는 대상 모두는 정체성을 따로 갖지 않습니다. 그들은 조건에 따라 계속 모습을 바꾸면서 내 삶에 개입합니다. 인류는 자신의 ‘타자’를 왜 굳이 이런 방식으로 그린 것일까요? 또 무엇 때문에 이런 타자들과 관계 맺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았을까요? 저는 인류가 ‘타자’를 어떻게 규정했으며, 그것과의 관계 맺음에서 어떤 위험과 가능성을 탐색했는지를 본격적으로 이해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책이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입니다.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 1908~2009)는 현대 인류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립니다. 그는 남아메리카의 여러 원시 부족들을 탐방했는데, 다른 인류학자들과 달리 각 부족의 특징에 집중하지 않고 인간 의식 활동의 공통적 특질을 찾아보려 했습니다. 저는 『시작도 끝도 없는 모험, 그림 동화의 인류학』을 쓰면서 인류학 자체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그 학문에 좀 더 들어가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인류의 정신적 본질 같은 것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레비-스트로스의 초기 저작인 『슬픈 열대』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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