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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왕 2

허교범 지음
위즈덤하우스

2023년 02월 10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1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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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9.96MB)
ISBN 9791168129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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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전체 5
대장장이 왕 5
11,760
대장장이 왕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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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왕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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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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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왕 1
11,760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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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세상을 돌아보고 제국의 황제와 젤레즈니 여왕까지 만나겠다는 당찬 포부가 담긴 편지를 남기고 에이어리가 신전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난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에이어리가 용 크릉흥다르흐를 만나기까지의 여정과 그 결과 새로운 문자를 획득한 사건이 빠르게 전개된다.
에이어리가 새로운 문자를 획득하는 사건은 2편의 핵심이다. 새로운 문자는 이전과 다르게 보는 능력이며, 이를 획득했다는 것은 생각하는 이성의 힘을 넘어 감성의 힘까지 얻음을 뜻한다. 자신의 몸에 해당 언어가 없으면 다른 사람의 언어가 들리지 않는다. 폭력을 쓰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자신의 언어가 없기 때문에 말 대신 폭력을 쓰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문자를 획득한 에이어리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에이어리이다.
열여섯의 에이어리가 새로운 문자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망설이면서도 용기를 내어 미지의 공간으로 한 걸음 내딛었기 때문이다. 오세란 문학평론가는 “판타지에서 기존 공간에서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망설임’과 ‘용기’가 필요하다. 이 작품은 무엇이 그 용기를 잃게 만들고, 무엇이 망설이면서도 힘을 내게 만드는지 아름답게 보여주며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한다.”고 말한다. 판타지는 언제나 누군가의 ‘성장’을 다루는데, 이 작품에서 그 역할은 아무래도 에이어리에게 주어진 것 같다. 에이어리가 대장장이 왕이 된 것은 출발에 불과했다.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며 성장을 시작한 에이어리를 만나본다.

[줄거리]

열여섯의 성년이 된 에이어리는 오카브와 가르젠에게 넓은 세상을 돌아보고 제국의 황제와 젤레즈니 여왕까지 만나겠다는 당찬 포부를 담은 편지를 남긴 후 그의 시종이자 친구인 데스커드와 함께 길을 떠난다. 그 길에서 이들은 우연히 대장장이 신의 계시를 기다리며 황제의 박해를 피해 ‘죄 많은 땅에서 떠나 진리의 땅’을 찾은 열성 신자들을 만나게 되고, 에이어리는 그들이 신이 깃들었다고 믿는 탑을 무너뜨려 악마로 몰리게 된다.
다시 젤레즈니로 향하던 길에 다리를 다친 에이어리와 긴 여행길에 지친 데스커드는 2편에 새롭게 등장한 건강하고 젊은 여성 투란의 안내로 마을에서 잠시 쉴 곳을 찾게 된다. 마을에 머물던 에이어리와 데스커드는 마을의 행정관 클로파스로부터 산 정상에 있는 수원을 복원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투란의 안내를 받아 산 정상으로 향한다. 그리고 산 정상에서 6대 대장장이 왕 디하우트와 친구였던 용을 만나게 된다.
용은 에이어리에게 6대 대장장이 왕 디하우트의 부탁을 전달한다. 디하우트가 ‘용의 언어’를 바탕으로 대장장이 신의 문자를 개량하여, 정보와 감정과 그 밖의 모든 것을 담아 32대 대장장이 왕 에이어리를 위한 새로운 문자를 동굴 안에 예비해 두었다는 것. 에이어리는 동굴 안에 있다는 대장장이 왕의 문자를 확인하기 위해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처음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다 몸에 대장장이 왕의 문자를 새기는 것이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마침내 새로운 문자를 획득하게 되는데….
[1장] 대장장이 왕을 쫓는 가르젠과 오카브의 길이 나뉘고 오카브가 과거의 유령에 다시 사로잡힌다
[2장] 들뜬 마음의 에이어리가 신자들에게 악마라는 오해를 받지만 기적을 두 번 보여 준다
[3장] 대공으로 신분이 바뀐 레푸스가 마르쿠스를 따라 스타인 산지로 향한다
[4장] 예언과 소문을 듣고 조바심이 난 카르멘이 마법사 왕국을 벗어나 낯선 땅으로 달려간다
[5장] 힘이 센 투란이 수상한 두 청년의 정체를 알게 되는 바람에 바닥에 엎드린다
[6장] 학자로 불리는 것이 더 어울리는 플리니 대공이 옛 제자를 앞에 두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7장] 마음이 급한 가르젠이 하루 사이에 서로 다른 두 무리를 만난 끝에 목적지를 정한다
[8장] 정체를 들킨 에이어리가 환상을 헤치고 나아가 선대 왕의 친구를 만난다
[9장] 우직한 야심가 다이아몬드 울릭이 밭 한가운데에서 아리셀리스를 습격한다
[10장] 나,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관찰자가 에이어리와 용이 나누는 대화를 듣는다
[11장] 권력을 잃고 반역자가 된 모제스가 플리니 공국으로 흘러들어 새로운 대장을 만난다
[12장] 마음이 불안해진 다사가 오카브를 묶은 줄을 풀어 주지만 여정은 계속 이어진다
[13장] 서기관 스탐노스가 팔라스 황제의 눈에 띄어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다
[14장] 슈타이어의 세 용사가 변덕스러운 레푸스에게 시험을 받아 대결에 임한다
[15장] 에이어리가 깨달음을 얻어 디하우트의 유산에 접근한다

마법사들은 그들이 힘을 얻는 신비한 흐름의 근원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것은 자연에서 부는 바람과도 같고, 굳이 따지자면 어둠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빛이 아니라 어둠이다. 그래서 마법은 신을 상징하는 빛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마법사가 가장 먼저 배우는 마법은 불을 밝히는 것이다. 그것은 흐름에 반역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둠에서 기원한 힘으로 불을 만들어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다. 어둠에 묻히지 않고 그것을 다스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본문 72쪽 중에서)

“운명이, 운명이 바뀌고 있어요. 동생이 형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동생을 만나는 순간 형이 죽을 겁니다. 둘이 만나면 형은 죽을 운명이에요. 아, 어째서 운명이 뒤틀려 버린 건가.” (본문 73쪽 중에서)

“절대로 아니라는 말은 하지 말게, 루비. 세상의 모든 밝은 것들은 어둠을 품고 있어. 그래서 우리가 그 힘을 이용하는 것이잖아? 그대가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도 나는 아무렇지 않네. (본문 79쪽 중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생물의 이름은 사실 옛말에서 온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이름을 함부로 바꾸지 못했습니다. 이름에 힘이 깃들어 있다는 오래된 믿음 때문이지요. 이름을 바꾸는 것은 큰 변화를 의미했습니다.” 플리니 대공은 반응을 살핀 다음 말을 이었다. “지배 아니면 멸종, 함부로 이름을 바꾸면 그 결과가 어느 쪽이건 무시무시하다고 여겼지요. 그러고 보면 카니악과 카니세리움의 이름이 비슷하지 않습니까? 카니악의, 최대 서식지인 이곳은 카니세리움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니악과 카니세리움은 같은 종입니다.” (본문 117쪽 중에서)

“우리가 가진 힘으로는 제국을 이길 수 없겠지요.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은 인간을 사색가로 만들어 불가능한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지요.” (본문 125쪽 중에서)

“아리셀리스와 에이어리. 그 둘만 있으면 제국과도 맞설 수 있습니다.” “그들이 대체 누굽니까?” “제국에 풀어 놓은 정보원 같은 것이 없으십니까?” “정보원이요?” 플리니는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이 야망에 찬 젊은이에게는 구체적인 실행력이 부족했다. 꼼꼼하게 챙기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큰일을 이룰 수 있는 부류였다. “아무튼 그렇다면 얼른 그 두 사람을 데리고 옵시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쉽게 힘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한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요.” 레푸스의 얼굴은 금세 실망으로 일그러졌다. “그들 중 하나인 에이어리는 제가 기억하기로는 분명.” 마르쿠스가 말을 끝맺지 못해서 플리니가 거들었다. “대장장이 왕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입니다.” (본문 126쪽 중에서)

산적들을 이끄는 우두머리는 항상 찾기 쉬웠다. 그들은 뽐내기 좋아하는 자들이라 빼앗고 훔친 것 중 가장 좋은 것을 걸쳤고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았으며 가장 좋은 술잔으로 마시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장난을 가장한 폭언을 마음껏 퍼부어 댔다. (본문 141쪽 중에서)

대장장이 신이 어째서 자신의 능력 중 일부를 인간에게 담아 두기로 했는지 설명할 방법은 없다. 다만 대장장이 왕은 신의 능력을 담아서 보관하기 위한 병과 같다. 병의 역할은 내용물을 담는 것에서 끝난다. 시간이 지나 병이 낡으면 새로운 병을 구해서 옮겨 담을 뿐이다. (본문 146쪽 중에서)

“아직도 그렇게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름을 쓰는군. 그대의 신은 대장장이 신이 아니오. 첫 대리인이 대장장이였을 뿐이지.” “그건 인간의 전통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이치에 맞지 않아도 따르는 거지요. 인간과 교류가 없던 분도 아니지 않습니까?” (본문 162쪽 중에서)

옛적에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둘 다 이름이 남을 만큼 유명하지는 않았다. “ 인간은 용보다 우월한 존재입니까?” “ 그렇지 않다. 저들은 육체나 수명이나 능력에서 인간 한 사람을 쉽게 넘어선다.” 제자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 그러면 용이 인간보다 우월하군요.” “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용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제물을 바치며 영물이라고 칭송하지. 그러나 그것도 옳은 답은 아니다.” “ 그러면 무엇이 옳습니까?” “ 인간은 용을 부러워하고 용은 인간을 부러워한다. 진정으로 한쪽이 우월하다면 어찌 상대를 부러워할 수 있겠느냐?” (본문 164쪽 중에서)

다이아몬드는 가장 단단한 보석으로 알려져 있다. 마법사 가문들이 각자 상징을 정할 때 한 가문이 그 보석을선택했다. 그들은 가장 단단한 사람들이라는 평판을 얻고 싶었다. 그 단단함은 어디까지나 다른 물건과 부딪쳐 부수기 위한 목적이었다. (본문 167쪽 중에서)

“내가 가면 형이 죽어. 아까 말했잖아, 우리는 아주 가는 마법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내가 형에게 가면 형의 쇠약한 육체는 나에게서 흘러나오는 힘을 감당할 수 없어.” “뭐라고?” 카르멘은 아까부터 대화의 주도권을 자꾸만 잃고 있었다. 어째서 왕국을 8년 동안 떠난 자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 신기한 노릇이었다. 그녀도 한 가문의 수장이었지만 반박할 정보가 없었다. “내가 죽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만나면 죽게 되는 거지. 예언은 사실 그걸 이야기하는 거야. 저기 두 사람이 돌아오네. 내가 타마스 엄마를 설득할 테니까 타마스를 데리고 돌아가.” “너는?” “말했잖아. 내가 가면 형이 죽는다니까?” (본문 177쪽 중에서)

나는 그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인간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용은 슬픔을 느꼈다. 인간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면 그를 안내해 주게. 그에게 그것을 주어야 하네. 내가 만들어 숨겨 놓은 그것 말이야.” “어째서 나에게 그런 임무를 맡기는 건가, 친구. 자네는 죽어서 도망가 버리면 그만인가?” “알고 있지 않나? 여기까지 사는 것도 서른두 번째가 그대를 찾아가는 것도 신의 뜻이야. 나는 친구에게 맡길 임무가 없어. 마지막 부탁을 남기는 거지.” 이후로 용은 친구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아 몸을 숨겼다. 그는 친구가 말한 바퀴가 무엇인지 짐작하는 바가 있었다. 심지어 어리석은 용의 지혜도 똑똑한 척하는 인간보다는 나은 법이다. 크릉흥다르흐는 용 중에서도 지혜롭다. 용은 그런 역사의 출발점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인간사에 끼어드는 것은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은둔했다. 헛된 시도가 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그렇게 했다. (본문 192쪽 중에서)

“원래 우리의 언어니까. 우리는 말속에 정보와 감정과 환경과 그 밖의 것들을 모두 넣어 전달하지. 한마디 말로 인간의 천 마디를 대신하는 거요. 디하우트는 그걸 새로운 문자로 표현했지.” “맞아, 대장장이 문자를 만든 사람은 디하우트 님이었어. 그래서 대장장이 왕의 역사를 배우면서 디하우트 님이 천재라고 생각했는데.” “천재인 것은 맞소. 다만 그가 문자의 모든 것을 새로 창조하지는 않았다는 거지.” 용은 드디어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나는 이 순간을 보기 위해 온 것이다. 사실 듣기 전까지는 나도 무슨 비밀을 듣게 될지 몰랐다. 어떤 것은 뚜렷하지만 어떤 것은 희미하게 보이니까. (본문 195쪽 중에서)

아리셀리스는 여전히 두더지처럼 숨어 있다.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째서 숨는지 묻는 사람이 있다. 어리석은 질문이다. 그런 힘을 가지고 있어서 숨는 것이다. (본문 199쪽 중에서)

황제를 뜻하는 옛말은 우네 카리스이다. 우네는 특별하게 선택받았다는 뜻이다. 그 선택은 인간이 아니라 신적인 존재가 내린 것이다. 인간은 그 의미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고 하려고 노력해서도 안 된다. 지도자가 되는 것은 하찮은 인간의 계획과 논리를 벗어난다는 뜻이다. 카리스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지만 평범한 사람은 가리키지 않는다. 오직 신의 은총을 받은 인간에게만 붙는다. 카리스는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지 노력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옛말이 지닌 운명론적 관점은 지나치게 단단하고 조화롭다. (본문 247쪽 중에서)

재물, 치정, 순간적인 분노, 어째서 그렇게 사소한 이유로 사람이 사람을 해친다는 말인가. 이왕 도덕을 벗어나려면 그보다는 더 큰 것을 노려야 한다.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라면 그만한 명분이 필요하다. 황제가 생각하기에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은 오로지 권력뿐이었다. 살인을 저질러도 벌 받지 않게 만드는 것 역시 권력이었다. 죽이고 나서 죽임을 당하지 않을 만큼의 권력을 얻으면 용서받을 수 있었다. (본문 249쪽 중에서)

권력 욕심이 없는 척하는 사람이야말로 권력을 탐하고 있다. 슈타이어는 레푸스 대공이 레푸스 왕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그가 언제 솔직해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본문 273쪽 중에서)

“그럴 경우에는 억지로 기운이 나게 육체에 고통을 가해야죠.” “뭐라고?” 어느새 투란도 옆으로 다가와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투란이 흥미롭게 듣는 것을 보고 데스커드는 더 열심히 입을 놀렸다. “전에 탈와르 스승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자기가 살던 고향에서는 정신이 약해질 때마다 몸에 문신을 새긴다고요. 그 고통을 받아들이며 마음과 정신은 다잡는 겁니다. 나중에 그 고통이 기록으로, 또 기억으로 남게 되고요.” “탈와르가 루 도인 출신이었던가? 그런데 정작 그 사람은 문신이 하나도 없잖아? 본 적이 없는데? 어디 안 보이는 곳에 있는 거야?” “본인 말씀으로는 자신은 정신력이 강해서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답니다. (본문 290쪽 중에서)

“세 번째 감정은 아주 희미하게 숨겨겨 있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남기신 단서라는 걸 이제 알겠습니다. 대장장이 왕만이 그것을 눈치챌 수 있게 만드셨으니까요. 공포와 슬픔을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에이어리는 용기를 모으기 전에 다시 망설였다. 그의 스승도, 가르젠도, 선대 대장장이 왕들도 망설였을 것이다. 망설이지 않고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위험하다. 에이어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발을 영역 안쪽으로 넣었다. 그는 여전히 공포를 느꼈다. 슬픔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세 번째 희미한 감정이 에이어리의 양팔과 만나 낮은 진동을 만들어 냈다. 에이어리는 양팔이 저릿저릿한 기분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웃고 있었다. 환한 웃음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웃음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공포와 슬픔을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본문 299쪽 중에서)

새롭게 목소리를 부여받은 약자들이 미지의 공간으로 나아가고,
멈출 수 없는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대장장이 왕」은 역사적으로 줄곧 약자였던 타자에게 다시금 새롭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서사이다. 가난한 고아였지만 대장장이 왕이 되는 주인공 에이어리, 가족에게 버림받은 존재였으나 에이어리의 단짝이자 호위 무사로 활약하는 데스커드, 이방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줄곧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었으나 자신만의 용맹함으로 마을의 우두머리가 되는 모제스, 남성 인간 중심 사고에 갇힌 마을에서 별다른 존재감 없이 사는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건강하고 강인한 여성인 투란까지. 이렇듯 주요 인물의 면면만 살펴보아도 엄청난 편애와 엄청난 혐오가 난무하며 어느 한쪽으로만 지나치게 기울어져 갈라져 버린 현실에 대한 고찰이 있는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입시 공부에 매몰된 청소년들 마음에, 팍팍한 현실에 치인 현대인의 마음에 타자가 들어올 공간은 없는데, 이 이야기는 그런 우리들 마음에 명료한 틈을 만들어 판타지 공간을 열고 우리를 그 세계로 이끈다.

판타지는 현실을 확장하고 현실의 이면을 바라보는 지극히 리얼리즘적인 장르이다. 내 안에 이미 있는 것이지만 우리 스스로 객관화가 잘 되지 않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현실을, 현실과 전혀 다른 세상을 그린 판타지 세계를 통해 내가 사는 세상 그리고 나의 마음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2편의 핵심 사건인 에이어리가 새로운 문자를 획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에 나오는 “디하우트 님은 내가 들어올 수 있게 하셨을 거야. 그 방법을 나만 모르는 거지.”라는 에이어리의 대사에 시선이 머무르는 건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작가는 목소리가 없던 이들에게 새로운 목소리를 부여하고, 이 인물들을 통해 자연과 초자연, 인간과 신, 공허와 충만, 소멸과 영원 등 언제부터인가 현실에 밀려 거부당하고 있지만, 우리 삶의 기본 조건이라는 점에서 끊임없이 되돌아가서 들여다보아야 할 면들에 대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현실‘과 ’합리‘라는 명목 아래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단편적 조건에만 집착할 때, 우리가 세상과 우리 자신을 총체로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대장장이 왕」은 ‘판타지’라 쓰고 ‘철학’이라 읽어도 무방할 정도로, 우리를 원초적 진실의 세계로 이끄는 무언가가 있다. 그러므로 텍스트의 미묘한 맛을 음미하면서 읽다 보면 숨겨진 코드를 찾고 그 의미를 읽어내는 무척 멋진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인간 자체를 지탱하는 원리
선과 악, 삶과 죽음, 명과 암, 음과 양 같은 하나이면서 둘인 것에 대하여

대부분의 판타지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는 바로 선과 악의 투쟁이다.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2편 126쪽을 펼치면 “아리셀리스와 에이어리. 그 둘만 있으면 제국과도 맞설 수 있습니다.” “그들이 대체 누굽니까?” “대장장이 왕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입니다.”로 이어지는 레푸스와 마르쿠스의 대화가 나온다. 이로 미루어 짐작컨대, 앞으로 이 서사에서는 아리셀리스와 에이어리가 제국의 황제에 대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리셀리스와 에이어리를 선, 황제를 악으로 섣불리 단언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이야기에서 선과 악으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이 두 유형의 인물이 사실은 한 인간 안에 함께 들어 있는 선과 악의 표상이라는 해석은 이미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학계의 정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야기에서는 선과 악이 이렇게 단호하게 나뉘는 걸까. 이는 우리 스스로가 이 두 가지가 내 안에 그렇게 극단으로, 그렇게 격렬하게 싸우며 뭉쳐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 안의 악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고, 그것과 마주하려 들지도 않는다. 악은 바깥의 것, 낯선 것, 나와 다른 것, 막연하고 두려운 어떤 것으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악을 분리해 형상화함으로써 사람들의 불안감을 다독거리면서, 그래도 선과 악이 함께 이 우주를 이루고, 이 지상에서 인간의 삶을 지배하며, 인간 자체를 지탱하고 있는 원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선과 악처럼 나뉜 듯하나 나뉘지 않은 것들은 작품 곳곳에서 눈에 띈다. ‘마법사의 힘이 굳이 따지자면 어둠에서 기원했다고 하면서 마법사가 가장 먼저 배우는 마법은 불을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한 부분에서는 ‘명과 암’을, ‘라토와 아리셀리스 두 사람을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나머지 하나가 힘을 낼 수 있는 관계, 즉 둘을 세상에 공존할 수 없는 존재들’로 설정한 부분에서는 ‘삶과 죽음’을, ‘대장장이 왕의 역할을 신으로부터 권능을 받은 다음 신전을 지키다가 수명을 다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대장장이 왕을 신의 능력을 담아서 보관하기 위한 병’과 같다며 병의 역할은 ‘내용물을 담는 것에서 끝나며 시간이 지나 병이 낡으면 새로운 병을 구해서 옮겨 담을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단절과 연결’을 발견할 수 있다..
『나니아 연대기』 작가 C. S. 루이스는 ‘내 안에 악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악을 구별해내고 바로잡으려는 선한 의지의 작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작품 곳곳에 숨겨져 있는 하나이면서 둘인 것, 즉 선과 악, 삶과 죽음, 단절과 연결, 명과 암, 음과 양, 안과 밖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우리의 선한 의지를 작동시켜 보기를 권한다. 작가가 이 긴 이야기를 써내려 간 원동력은 우리가 그것들을 조절하고 극복해서 더 강하고, 통찰력 있고, 열려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테니 말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허교범

1985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비룡소에서 주최한 제1회 스토리킹에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로 당선되었다.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전 14권), 『불붙은 링을 뛰어넘는 소년』에 이어 「이리의 형제」 시리즈와 「대장장이 왕」 시리즈를 동시에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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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대장장이 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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