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이야기
2023년 02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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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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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신 이야기’는 ‘신의 고향’에서 ‘신의 죽음’에 이르는 12개의 그 어떤 주제도 무엄하지 않은 것이 없고, 불손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신을 낳은 것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신을 책임지는 것도 사람이다”라는 진술은 이 글의 전제였고 귀결이었습니다. 감히 ‘신성모독’의 어리석음을 범할 만큼 세련된 논의가 아닌데도 결과적으로는 상식의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 천박하고 불경한 발언을 남발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작업을 감행한 것은, ‘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신의 고향은 어디인가? 27
.두 번째 이야기 신의 주거는 어디인가? 51
.세 번째 이야기 신은 어떤 ‘사람’인가? 75
.네 번째 이야기 신은 어떻게 살아가나? 99
.다섯 번째 이야기 ‘신과 더불어 산다’는 어떤 삶인가? 125
.여섯 번째 이야기 신은 우리를 사랑한다? 151
.일곱 번째 이야기 신을 비난하는 것은 정당하다! 173
.여덟 번째 이야기 잘난 사람들의 신 197
.아홉 번째 이야기 못난 사람들의 신 221
.열 번째 이야기 생산되는 신 245
.열한 번째 이야기 신은 행복한가? 269
.열두 번째 이야기 신의 죽음 291
맺음말 315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서양의 종교라고 할 그리스도교 신학은 어떤 논의든 이 논의에서 출발하고 그리로 귀결된다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고요. 자연스레 모든 학문도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37~38쪽〉
오래전부터 존재를 확인하는 준거로 시간과 공간을 일컬어 왔습니다. 아무튼 소박하게 말하면 무엇이 “있다!”라고 했을 때 이어지는 가장 자연스러운 물음은 “어디에?”입니다. ‘신 있음’의 주장이 부닥치는 것도 “그러면 그 신은 어디에 있나?” 하는 물음입니다. 〈54~55쪽〉
신은 그와 만나는 사람의 만남 동기에 따라 다른 모습을 드러냅니다. ‘관계’란 본디 그러합니다. 그것은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만남을 충동한 동기와 이에 대한 반응이 이어지면서 짓는 ‘상황’이 곧 만남이니까요. 〈83~84쪽〉
‘태어난 고향이 있고, 특정한 공간에 머물면서 사람다운 모습으로 있다고 일컬어진 신은 과연 자기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신의 일상’입니다. 그것을 들여다보고 싶은 겁니다. 〈102쪽〉
몸을 가진 인간은 언제나 어디서나 신을 모실 수 있습니다. 신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거죠. 더 이어 말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신과 더불어 자신의 존재 양태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삶을 살아가도록 스스로 자기를 ‘길들인 몸’이게 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이 없으면, 몸을 지닌 실재인 인간이 없으면, 신은 제장(祭場)에 이르러 거기 머물 수 없습니다. 〈149쪽〉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신이 있는지도, 내가 왜 사는지도….” 그에게 신은 ‘해답’이었는데 바로 그 신이 ‘문제’가 된 거죠. 신이 있다고 믿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해야 할는지요. 〈158쪽〉
신의 오만을 일컬으면서 신을 제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래야 겨우 사람이 사람답게 되지 않겠느냐는 신에 대한 ‘비난’의 표출은, 때로 신에 대한 미움을 담는다고 할지라도 신도 인간도 각기 신답게 인간답게 해 주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그것은 신성모독일 수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오히려 ‘신의 발언’이기도 합니다. ‘신 있음’을 살아가는 사람이 앓는 ‘성장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은 ‘신을 비판하거나 미워하는 발언’을 ‘신의 발언’으로 여겨 그 역설을 온 마음을 다해, 그러니까 느낌에서 생각과 의지와 상상력을 거쳐 믿음까지 아우르는 모든 결을 한꺼번에 모아 거기에서 살아갈 때 가능한 거니까요. 〈194~195쪽〉
‘훌륭한 사람’의 범람은 ‘잘난 사람’을 넘치게 했고, 그 결과는 무수한 신의 탄생으로 귀결하면서 세상을 신들의 싸움터로 만들었으니까요. 훌륭한 사람, 잘난 사람이 많으면 신도 범람합니다. 〈218쪽〉
모자란 못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신’입니다. 내 필요를 충족해 줄 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 내게 ‘넉넉함’을 마련해 주는 신입니다. 신은 내게 ‘절대적인 필요’가 됩니다. 아귀다툼이 이는 장바닥에서는요. 〈230쪽〉
신의 변모, 또는 변화도 불가피합니다.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의 틀’이 바뀌기 때문이죠. 신은 이렇듯 지어지죠. 생산됩니다. 〈250쪽〉
신에게 안부를 물어야 합니다. 신의 안위를 걱정해야 합니다. 신은 행복한지를 끊임없이 살펴야 합니다. 그것이 인간의 책무입니다. 안부를 물을 수 없는 ‘불필요한 신의 생산’을 진심으로 저어해야 합니다. ‘온전하고 홀로인 신’은 단절된 신이 아니라 오히려 그래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면서 신에의 안부에서 나 자신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행복하면 신도 행복하니까요. 역도 참입니다. 〈289쪽〉
까닭이야 어떻든 분명한 것은 모든 존재는 스스로 소멸의 과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신도 존재입니다. 현존하는 사물과 다르지 않습니다. 있으니까요. 신도 살아 있습니다. 신의 ‘사람다움’이 이를 보여 줍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도 죽는다’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신도 사라진다는 이야기, 곧 그도 시들고 퇴색하는 과정을 겪고 있으며 결국 소멸할 거라는 이야기도 할 수 있어야 마땅합니다. 〈295~296쪽〉
‘신’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 안에서는 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물음이 별로 의미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신 있음’의 풍토 속에서 비교적 자연스럽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종교가 논의의 주제가 되면 신의 존재 여부가 가장 우선하는 주제로 등장합니다. 어느 틈에 신을 이야기하는 틀이 그리스도교적이게 된 거죠.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그가 지녔으리라 예상되는 속성의 기능적 발현, 그리고 우리의 삶 안에서 자리 잡을 규범적 실재로서의 그의 현존에 이르기까지의 논의가 거의 ‘신학적’이라고 해야 할 구조를 지닌 틀 안에서 펼쳐집니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이 옳으니 그르니 할 생각은 없습니다. 자칫 판단이 선행되면 실재 또는 현실을 간과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어떤 선의의 판단도 부정직한 인식을 낳게 되니까요. 분명한 것은 우리의 ‘신에 대한 논의’는 자못 서양적이거나 ‘신학적’인 ‘유일신적 실재’를 전제로 펼쳐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신 이야기’가 불가피하게 그럴 수밖에 없다면 그렇게 물어지고 이야기되는 ‘신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살펴보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유념하면서 이 책 『신 이야기』가 펼칠 ‘이야기’가 과연 어떤 것이게 될까 하는 것을 예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공감 여부와는 상관없이 어쩌면 일지 모르는 충격을 미리 완화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틀림없이 ‘신이라는 사물’에 대한 인식론을 담을 겁니다. ‘신이 하는 이야기’에 대한 고백적 진술이 어떤 형태로든 또한 담길 거고요. 게다가 신의 예사로운 용례도 끼어들 거고, 서양적인 ‘신학적인 분위기’도 스스로 모든 것의 준거인 양 단단히 한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그리고 이 여러 ‘요소’들이 뒤섞일 게 뻔합니다. 그렇다 해도 아주 잘 풀리면, 이야기가 끝없이 되돌면서도, 그것이 무언지 지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떤 주제’를 상실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의 생각을 되살필 만한 어떤 것으로요. 만약 그렇지 못하면 『신 이야기』는 정연한 논문도 아닌, 친절한 산문도 아닌, 붓 가는 대로 쓴다는 수필도 아닌, 그렇다고 상상의 세계를 열어 주는 시는 더더구나 아닌, 그런 모호한 것이 될 게 틀림없습니다. 모호한 주제만이 온통 잡다한 이야기 위에서 떠돌 수도 있고, 소란스러운 이야기의 소용돌이에서 그 모호한 주제의 행방마저 묘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야기’가 과연 ‘이야기다울 수’ 있을는지요. 아마도 개념의 명료성도 없고, 방법론의 치밀함도 마련 못 하고, 논리의 일관성도 잃은 채 중얼거리는 독백이기에 꼭 알맞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신을 주제로 한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주저리주저리 말이 말을 쫓아 이어지는 군소리가 될지라도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감히 말하자면, 누구나 신에 대한 자기 생각을 거리낌 없이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못한 현실을 우리는 때로 겪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대체로 뜻밖에 소심합니다. 그런가 하면 뜻밖에 무모하기도 합니다. 그 둘 사이를 그네 타기처럼 오가기도 하고요. 자기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물과의 만남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야기답지 않은 이야기’일지도 모를 ‘신 이야기’가 우리의 이러한 경험을 조금은 더 편하게 해 주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없던 소용돌이를 일게 할 수도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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