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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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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 02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1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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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3.78MB)
ISBN 9791160409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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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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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카(VUCA). 불안정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으로 가득한 오늘날의 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악의 저출산, 급속한 고령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양극화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복지정책은 빈약하다. 한국의 복지는 왜 이렇게 설계됐고, 대체 어디부터 바꿔야 할까?
이 책은 한국 복지정책의 작동 원리, 즉 ‘복지의 문법’을 설명함으로써 이런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린다. 대표 저자인 김용익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시민사회 운동가로 출발해 대통령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지내는 등 복지 분야에서 이론과 현장성을 두루 갖춘 독보적인 인물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복지정책 발전을 가로막아온 구조적 문제와 당면 과제를 분석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국가의 설계도를 그린다. 오랫동안 〈한겨레〉 산하 싱크탱크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원장을 맡았던 또 다른 복지 전문가 이창곤은 대담 진행과 서문 집필을 맡아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복지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다. 재정 전문가이자 ‘함께하는시민행동’ 공동대표, ’좋은예산센터’ 소장 등 시민운동가로도 활동하는 김태일 고려대 정경대학 학장은 복지 재정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음을 밝히고, 구체적인 복지 재정 확충 방안도 제시한다. ‘복지의 문법’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국민의 삶을 돌보는 ‘한국형 복지국가’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고 싶은 시민들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책을 펴내며

서문_대전환기, 사회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

1부 다시, 국가의 역할을 묻는다

1장 지나간 시대, 왜곡된 국가의 역할을 돌아보다
문재인 정부 사회정책의 성과와 한계
청산되지 않은 박정희 시대의 유산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

2장 새로운 시대, 국가의 역할에도 ‘뉴노멀’이 필요하다
‘부유한 국가의 가난한 국민’
국가 역할의 부재가 낳은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 요구
‘현금급여’와 ‘현물급여’, 사회보장을 위한 투 트랙
공공 일자리만 늘려도 일자리 260만 개가 생긴다
복지는 재원 배분에 대한 철학의 문제

2부 ‘한국형 복지국가’ 설계를 위해 넘어야 할 3대 난제

3장 양극화 | 차별과 불평등을 넘어 더불어 행복한 사회로
가난 구제는 나라가 할 수 ‘있다’
양극화의 뿌리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와 고용 기피
‘고용의 정상화’를 위한 두 가지 해법
시장질서 확립이 국가의 역할
안정성 없는 유연성의 긴 그림자
복지정책이 곧 경제정책이다

4장 저출산 | 누구나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로
뒤늦은 대처가 낳은 재앙
구호를 넘어 손에 잡히는 정책이 필요하다
1년에 54초씩…… ‘지체된 혁명’의 그늘
자본의 이익이냐, 민족의 소멸이냐

5장 고령화 | 나이 듦이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인 사회로
고령화에 투영된 한국 현대사의 궤적
‘실질적인’ 생산가능인구를 늘려야 한다
생산가능인구 확대의 세 가지 길
새로운 노인이 온다
개별제도 개편으로는 노후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6장 통합적 접근 | 복합 위기를 넘어설 유일한 해법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은 분리될 수 없다

3부 한국이 복지국가가 되지 못한 2가지 이유

7장 보건복지 인프라 | 한국형 복지정책의 빛과 그림자
공공재원과 민간 공급의 충돌을 해결하려면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이 혜택도 더 받는 ‘복지의 역설’

8장 사회보장 재정 |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를 위한 실현 전략
‘기금 고갈’에 대한 오해와 진실
복지제도,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4부 ‘한국형 복지국가’로의 대전환을 위한 3대 로드맵

9장 정당정치의 발전 | 복지정책 추진을 위한 정치적 능력
‘자영업자들의 모임’이 된 정당
정책 역량이 없으면 정치적 역량도 없다

10장 정부조직의 개편 | 수평과 수직을 아우르는 통합적 조직 운영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은 ‘예산’과 ‘인사’다
중앙정부는 장기적 시각으로 ‘큰 그림’ 그려야
정부조직 개편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유연해야 한다

11장 국가 재정의 확보 | ‘복지= 낭비’ 프레임을 넘는 방법
세금은 나를 위한 투자다
보편적 복지+보편적 증세=복지국가

보론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세부 실현 전략

12장 재정 확보 전략 | 사회적 대타협과 신뢰를 통한 증세
복지국가 건설은 경제성장과 동반해야 한다
소득세부터 법인세까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증세 공식
증세에 ‘앞선’이 아닌, 증세를 ‘위한’ 지출구조 조정

13장 조직 구축 전략 | ‘큰 정부’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거버넌스 설립
“최고의 살균은 햇빛을 받게 하는 것”
새로운 거버넌스의 시작을 위해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나라의 모습을 사회정책을 중심으로 그려보고 그를 구현하는 방안을 설명한 것이다. 또한, 왜 한국의 사회정책은 지금의 낙후된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를 밝혀보고 싶기도 했다. 이 책은 필자가 그동안 겪어온 고통의 기록이자 사회정책의 지체에 대한 분노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것을 최대한 많은 분과 나누고 싶다._6쪽

박정희 정부가 경제성장을 주도해나간 기본적 논리는 ‘불균등 성장’ 전략이었다. 어떤 특정 지역에 공업단지를 지정하여 특정 기업을 유치하고 발전시키면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에 따라 전국의 다른 지역이나 다른 계층도 성장의 혜택을 누린다는 것이다. … 이런 방식의 경제성장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에 먼저 성장을 하고 분배는 나중으로 미루어도 된다는 ‘선성장 후분배’의 논리가 따라갔다. … ‘사회정책은 부차적이며, 경제정책의 보완적 위치에 있어야 한다’, ‘사회정책의 시행에서 공급 역할은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은 이 시기에 구조화되고 고착화된 것이다._55~56쪽

한국은 현물급여 복지의 생산조직을 극단적으로 민간에 의지하는 아주 특수한 나라에 속한다. … 보건의료 부분을 보면 공공의료기관은 전체의 5.7%, 공공병상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건강보험을 한국과 비슷하게 사회보험 방식으로 운영하는 일본이나 대만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자유주의국가라는 미국과 비교해도 절반이 되지 않는다. …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의 민간 의존도도 심각하지만, 사회복지서비스 분야로 가면 상황은 더 극심하다. 노인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를 공공으로 직영하는 비중은 0.8%, 아동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의 경우에는 0.7%인 식으로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몇 안 되는 기관들마저도 대부분 민간 위탁을 주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공공다운 공공 복지시설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_88쪽

2018년 기준 전체 고용 대비 정부 고용의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이 17.7%이고 한국은 7.8%다. 스웨덴처럼 공공고용을 많이 하는 나라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과만 비교해봐도 공공 일자리 개수에서 약 266만 개나 차이가 있다. 2018년 한국의 취업자 수는 대략 2,700만 명 정도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전체 일자리의 10% 규모가 창출되지 않은 것이다._94쪽

서울과 대전을 잇는 고속도로 200km를 건설하려면 돈이 약 7조 3천 억 원쯤 든다. … 고속도로 200km를 건설할 비용이면 공공어린이집 1,500여 개, 200병상 규모의 공공요양병원 약 400개, 70명 정원의 노인이나 장애인 입소시설을 약 1,000개 정도는 지을 수 있다. 재정 규모가 매우 작은 정부에 속하는 상황과 소극적인 국가 역할 모형을 고려하더라도 정부가 재정 배분에 있어 조금만 방향을 바꾼다면 사회서비스 분야의 확충과 이를 통한 공공 일자리 창출은 충분히 가능하다._98~99쪽

20년 동안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해 해소나 완화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절대로 정상적이지 않다. 문제를 잘 분석해서 일관된 정책을 펴왔더라면 완전한 해결은 아닐지언정 지금쯤 해결의 ‘실마리’는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일관적인 정책 추진의 부재가 원인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이 세 가지 사회병리적 현상을 치료할 대책이 대부분 서로 간에 공통된다는 것이다. 즉, 양극화 해결책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 이 세 가지 문제를 푸는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만 있다면 한국 사회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_105쪽

소득 불평등이 악화할수록 그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비용도 더 들어간다.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더 증가한다. 당연히 이것은 정치와 경제에 부담을 준다. 복지정책이 복지와 인권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경제를 위한 정책인 이유다. 그런데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복지정책은 복지정책’이고, ‘경제정책은 경제정책’이라는 고정된 관점에 사로잡혀 있다. 복지정책은 경제의 바탕을 만들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정책이 될 수 있다. 복지정책이야말로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정책이고,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정책이다. 현대사회에서 복지정책의 경제정책적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는 국가 운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_135~136쪽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이유는 자명하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몇 가지 위기 상황에 놓인다. 첫째,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젊은 시절에는 일자리와 내 집 마련, 자녀의 보육, 교육의 고비를 넘어서야 한다. 이것이 저출산 대책이다. 둘째, 일자리를 잃거나 다른 이유로 소득이 줄어 가난의 위협을 받게 될 경우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소득 보장이 필요하다. 가난해도 아이들의 교육을 계속 이어가고, 병이 나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이 필요하다. 여기서 무너지면 평생 가난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양극화 대책이다. 셋째, 나이를 먹은 다음에는 노후 생활을 보장해주는 기본적인 소득, 아픈 몸을 치료할 건강보장, 내 집에서 늙어갈 수 있도록 돕는 복지서비스가 필요하다. 이것이 고령화 대책이다. 사회안전망이 곧 저출산 대책이고, 양극화 대책이자, 고령화 대책인 이유는 생애주기에 따라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위기에 대한 대응책이기 때문이다._158쪽

기업과 고용시장은 현재 한국에서 저출산을 일으키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 영유아 돌봄 지원만 잘해주면 출산율이 올라갈까? 그렇지는 않음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영유아 돌봄 지원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기업과 고용시장이 성평등 하고 가족 친화적이고 소득분배가 좋은 상태라면 출산율은 올라갈까? 나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작금의 상황은 ‘자본의 논리’ 때문에 ‘민족의 존립’이 위협받는 지경이라 할 수 있다._159쪽

개편 방식은 제도를 중심으로 재설계할 것이 아니라, 수요자인 노인의 입장에서 노인 가구의 가계소득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과 건강, 근로 능력, 가계소득의 현재 구성 상태 등을 분석하고 집단별로 적절한 수입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노인 가구의 성격에 따라 근로소득 등의 시장소득, 국가예산에서 오는 이전소득, 각종 사회보험에서 오는 연금 형태의 이전소득 등을 적절히 배합해 노후소득을 구성하고 이를 근거로 각종 제도를 재조정하는 것이다._189~190쪽

정당의 고전적 정의는 ‘동일한 정치적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서 모여든 사람들의 조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당은 그 ‘공통의 목표’라고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아주 부족하다. … 그래도 지난 10여 년간 여·야당 국회의원들의 정책 활동이 크게 늘어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개별적으로 의원들의 정책 활동이 늘어나고 정책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국회 토론회도 굉장히 많이 열린다. 그런데 이런 활동은 당의 기획으로 일어난다기보다 의원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한국의 정당은 정치 자영업자들의 모임’이라는 말까지 한다._235~236쪽

우리나라의 예산 작성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주도한다. … 국회가 본격적으로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시간은 11월 한 달 정도밖에 안 된다. 정치적 타협과 부분적인 조정이 가능할 뿐이다. 정부안의 기본적인 틀을 바꿀 수는 없다. 예산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정치권력에 대한 관료 권력의 우위’, 그리고 ‘타 부처에 대한 기재부의 우위’가 관철된다. 결국 정부 각 부처의 실질적인 활동을 통제하는 곳은 집권당이 아니라 기재부가 된다. 이 구조를 깨지 않으면 정부의 역할 변화는 일어날 수가 없다고 본다._242~243쪽

과연 복지에 돈을 쓰면 그것으로 끝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들 중 소득 하위 70%에게 기초연금을 30만 원씩 주고 있는데, 30만 원을 받은 노인들이 5만 원짜리 6장을 받아서 그것을 밥처럼 씹어 먹어버리지는 않는다. 그 돈으로 옷을 사든, 식품을 사든 어디에서든 구매 행위를 한다. 그렇게 무엇인가를 ‘구매하는 그 순간’이 바로 복지가 구현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정부에서 돈을 줄 때는 ‘비용’으로 보이지만, 수급자들이 그 돈을 받아들고 소비하는 순간 ‘비용’은 ‘구매력’으로 바뀐다. ‘비용이라는 복지’가 ‘소비라는 경제’로 변화하는 것이다. … 복지에 쓰는 돈은 그냥 비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매력으로 전환되어 돈을 순환시킨다. 복지정책이 선순환의 경제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_257~258쪽

양극화ㆍ저출산ㆍ고령화…
한국이 당면한 3대 난제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

1부 〈다시, 국가의 역할을 묻는다〉는 국민의 삶을 개선해야 할 국가가 제 역할을 못 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당면한 여러 문제에 맞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실업, 보육, 주거, 의료, 노후 대비 등 삶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 배경에는 박정희 정부 때 잘못 설정된 국가의 역할이 있다. 박정희 정부가 ‘선성장 후분배’ 논리에 입각해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은 일단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고, 복지는 뒤로 미뤄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 이후 여러 정부를 거치며 국민연금제도 도입, 국민건강보험 출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잘못 설계된 국가의 역할을 정상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 결과 한국은 경제력에 비해 복지 지출이 적은 국가가 됐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 달러였던 시기를 기준으로 보면 복지가 취약하다고 알려진 미국(1997년)도 국내총생산의 14.1%를 공공사회지출에 썼는데, 한국(2017년)의 공공사회지출 비용은 10.1%에 불과했다. 그 차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76.6조 원인데, 이런 차이가 수십 년간 누적됐다. 1998년 IMF 경제위기 이후부터라도 그 비용을 복지에 썼으면 한국은 충분한 사회안전망을 갖춘 나라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사회서비스 분야 확충과 이를 통한 공공 일자리 창출 등에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2부 〈‘한국형 복지국가’ 설계를 위해 넘어야 할 3대 난제〉에서는 한국이 직면한 핵심 문제인 동시에 한국의 발전을 이끌어낼 기회이기도 한 양극화ㆍ저출산ㆍ고령화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다.
양극화의 핵심 원인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와 고용 기피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중소기업의 이윤이 줄면,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몫도 줄어든다. 또 대기업은 많은 부문을 외주화해서 고용자로서의 역할을 회피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의 착취를 엄격히 통제해 정의로운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대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저출산은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다. 수혜자가 원하는 질과 시간을 제공하지 못하는 보육시설의 문제, 여전히 여성이 가사 노동의 부담을 대부분 감내해야 하는 성 역할의 문제, 상당수 여성이 육아휴직이나 유급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고 임신과 출산이 경력단절로 이어지게 만드는 기업문화의 문제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저출산 문제를 풀 수 있다.
고령화 문제 또한 연금을 올려 소득을 보장하는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노인이 거주하는 집의 문턱을 없애고 벽에 난간을 설치하는 일부터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상품을 만드는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는 일까지, 사회ㆍ경제정책 전반의 측면에서 고령화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결국 이 세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양극화ㆍ저출산ㆍ고령화 문제는 보건복지부 혼자서 풀 수 없다. 양극화의 핵심 원인인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 저출산의 원인인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노령화와 관련해서 노인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면 국토교통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따라서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접근만이 세 가지 난제를 해결하고, 나아가서 한국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한국형 복지국가’로의 대전환을 위한 과제

3부 〈한국이 복지국가가 되지 못한 2가지 이유〉는 한국이 복지국가로 도약하는 것을 막는 사회보장제도의 구조적 모순과 복지재정에 대한 인식 문제를 지적한다.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민간시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2018년 기준으로 복지시설의 88.3%가 민간시설이고 공공시설은 11.7%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대부분 민간 위탁으로 운영돼 공공직영은 전체의 0.9%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간시설의 영리 추구를 제어할 수 없다. 둘째, 사회보장제도가 고용과 강력하게 연결돼 있어서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한 사람은 복지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인다.
저자는 복지재정과 관련해서도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고 꼬집는다. ‘기금’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산재보험에 대해서도 ‘기금 고갈’ 우려가 나오는 것은 기금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 혹은 사회보험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특정 집단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4부 〈‘한국형 복지국가’로의 대전환을 위한 3대 로드맵〉은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개별 복지정책이나 제도 도입을 넘어 정당과 정부, 그리고 국가 재정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복지국가를 만들어낼 정치적 주체, 정당이 발전해야 한다. ‘한국의 정당은 정치 자영업자들의 모임’이라는 말이 있듯 현재는 정당의 정책 활동이 의원들의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정당이 독자적인 정책 능력을 갖추지 못한 탓에 어떤 정당이 집권해도 일관성 있게 복지정책을 추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조직 또한 단기적인 현안 대응에만 매몰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부처 소속 공공기관에 중앙정부의 업무를 대폭 이양하고, 중앙정부는 정책ㆍ기획 업무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국가 재정에 대해서는 ‘복지=낭비’ 프레임을 넘어설 것을 촉구한다. 복지를 통해 분배가 이뤄지면 수혜자들은 그 돈으로 옷을 사든, 식품을 사든 구매를 하므로 ‘비용이라는 복지’가 ‘소비라는 경제’로 선순환한다는 것이다.

재정 전문가인 김태일 고려대 정경대학 학장은 보론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세부 실현 전략〉에서 복지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재정 확보 전략을 내놓는다.
그는 소득세, 부가가치세, 재산세, 법인세라는 구체적인 증세 순서와 함께 국민의 신뢰 확보를 위한 지출구조 조정을 강조한다. 또한 “최고의 살균은 햇빛을 받게 하는 것”(브랜다이스 미국 대법관)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정부 재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국민들도 증세에 동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용익

대표 저자인 김용익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사회ㆍ복지정책에서 이론과 현장성을 두루 갖춘 독보적인 인물이다.
1980년대에 보건의료 부문의 시민사회 운동에 투신했다. 김대중 정부 때 시민단체들을 조직화하여 의료보험통합과 의약분업 정책을 주도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맡았다. 19대 국회의원으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산하의 정책연구원인 민주연구원의 원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4년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국민건강보험의 개혁을 이끌었다.
이처럼 시민사회, 정부, 정당 등 다양한 위치에서 김대중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에 이르는 시대의 한복판을 몸소 겪으며 관통하는 동안, 장기적 구상이 없는 탓에 사회정책의 개혁이 자꾸 지체되는 현실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꼈다. 이에 한국의 사회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이 책이 작은 힘이라도 되길 바란다.

저자(글) 이창곤

이창곤은 현재 〈한겨레〉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이자 중앙대 겸임교수이다. 영국 버밍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산하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원장으로 복지 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한 전문성을 살려 《복지국가를 만든 사람들: 영국 편》 등 복지에 대한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이 책에서는 대담 진행과 서문 집필을 맡았다.

저자(글) 김태일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재정 전문가이며, 현재 고려대 정경대학 학장을 맡고 있다. 2001년부터 ‘함께하는시민행동’ 공동대표, 2010년부터 ‘좋은예산센터’ 소장을 맡아 시민운동가로도 폭넓게 활동하고 있고, 이 책의 보론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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