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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나는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

일 년 동안의 시골 생활에서 찾아낸 삶과 마음
변종모 지음
얼론북

2023년 02월 07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1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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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5.83MB)
ISBN 979119784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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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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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문장과 사진으로 독자들과 만나온 여행작가 변종모가 3년 만에 신작 에세이 『당분간 나는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를 들고 찾아왔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여행을 멈춰야만 했던 시절, 변종모 작가는 오랫동안 살고 있던 서울 성북동의 집을 떠나 불현듯 밀양으로 내려갔다. 낡은 시골집을 고쳐 그곳에서 봄~겨울까지 네 계절을 보냈다.
이 책은 그가 밀양에서 살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집을 수리하고 마당의 풀을 뽑으며 느낀 단상, 난생처음 살게 된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일, 홀로 산책하고 외로운 밤을 지내며 깨닫게 된 인생에 대한 통찰, 여유롭지만 바쁜 시골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담고 있다.
변종모 작가 특유의 사려 깊은 성찰과 아름다운 문장이 돋보이는 이번 신작 에세이는 천천히 걷고 느리게 생활하며 마침내 얻게 된 생의 깨달음을 한 편의 수채화처럼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그의 문장은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삶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는 그와 함께 산책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걷다 보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는지,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그 비밀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 오늘도 가장 좋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

1장 봄 : 인생의 긴 소란을 뒤로하고
좋아질 것이라 믿어 보는 일
특별한 보통날의 시작
인생이라는 무작정
좋은 얼굴들이 매화처럼 떠올
볕이 빼곡한 밀양처럼, 과하지 않게 미량처
꽃의 가운데에서 살 수 있으니
너는 모르겠지만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중
새끼발가락 또는 마음이라 부르는
저 나이 때는 뭘 해도 다 예뻐
더욱 좋아지는 당신이 있다
그대가 놓고 간 말들
멀리 가는 사람이야 알아서 잘 살겠지

2장 여름 : 소나기 속, 착한 마음이 되어
사는 데까지 잘 먹고 잘 살려고
그대의 자리에서 그대가 가장 빛날 때
장마는 너와 나의 먼 여행 같아서
인연이라고 생각되는 감정들
주전자 가득 찻물을 올린다는 것
감나무의 기척
기다리는 마음은 잡초처럼 무성하고
황새골 저수지에서 든 생각
더 가까워지기 위해 더 멀어지기
배롱나무에 꽃 피고, 그 가지에 함박눈 얹히더라도
해 지는 쪽으로 발걸음
내게 온 아름답고 튼튼한 사다리
그냥, 알고나 있으라고
살가운 처방, 따끔한 교
라따뚜이를 먹는 여름 저녁

3장 가을 : 결실도 없지만 좋았다고 웃는 일
이 계절과 팔짱을 끼고 걷자
마음의 씀씀이를 늘리는 일
무릉리 아리랑
우리는 잠시 여행처럼 반가웠어요
돌아오지 못할 것을 생각하는 일이 잦다
내 마음을 노랗게 물들이는 깃발
어쩌면 거짓인 말, 그것마저 사랑이다
사람의 일, 마음의 일
얼른 밀양행 기차를 타라고 해야 했나?
어느 흐린 날 커피를 볶는다
마음과 같이 걷기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4장 겨울, 지나 다시 봄 : 신중히 걸어 당도한 마음
새벽에 펄럭이는 마음
눈물을 조금씩 장판 아래 모아두었다
나를 향해 아름답지 말 것
월연대 단출한 한 칸처럼 살 수 있다면
그 마음을 돌 아래 눌러둔다
내 글이 누군가에겐 든든한 한 끼 밥처럼
대나무 젓가락 고이 놓아둔다면
너는 나보다 잘 살아라,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그건 사랑하기 때문이다
벚꽃잎 받아먹은 날
습관처럼 외로운 사람
사랑 없이 살아도 봄은 사랑스러운 계절

에필로그 : 여행은 어디에나 있고 산책은 언제나 가능하다

이 삶 또한 내 인생의 어느 한 구간을 충실하게 채워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나는 나를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더라도 그건 자신이 선택한 가장 옳은 방향이며, 가장 이로운 쪽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 삶이 가장 아름답기를 바라니까. 마치, 여행처럼.
--- p6 「프롤로그」 중에서

그러나 이곳에서는 당분간 나만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아주 노련한 어린이처럼, 낯선 곳에 처음 도착한 여행자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모르는 것을 오히려 다행인 것으로 여기며 공손한 자세로 살아 볼 작정이다.
--- p27 「특별한 보통날의 시작」 중에서

이 지구에서 내가 좋아지는 곳을 또 만나게 된 것, 얼마나 행운인가. 이 두 글자가 나를 끌어당겼으니 딱히 허락받지 않고 발 들였고, 단호한 결심 없이 짐을 풀었다. 그리고 글자처럼 간단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이게 뭐라고 자꾸 웃음이 날까. 먼저 좋아한다고 말하고 나면 정말 그렇게 되겠지. 나도 밀양처럼 되겠지. 그러니까 밀양처럼 살란다.
--- p40 「볕이 빼곡한 밀양처럼, 과하지 않게 미량처럼」 중에서

밀양(密陽)은 미량으로도 읽힌다. 아주 적은 양이라는 뜻. 과하지 않게 살라는 뜻으로 새긴다. 그러다 보면 볕으로 가득한 이 단어처럼 따뜻한 삶이 될 수도 있겠지. 새로운 바람이 생겼다. 복잡한 목표는 없다. 거대한 희망도 품지 않는다. 다만 다가오는 모든 것을 빼곡한 정성으로 대하고 양지바른 곳에서 아무 걱정 없는 얼굴로 꾸벅꾸벅 졸면서 늙어가는 것이다.
--- p41 「볕이 빼곡한 밀양처럼, 과하지 않게 미량처럼」 중에서

삶은 걱정거리로 가득한데, 그 걱정을 잊게 만드는 일 또한 삶 속에 있다. 밀양에 와서 그걸 깨닫는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아보는 일만으로도 삶이 훨씬 좋아질 수 있다. 지금까지 무심히 보낸 계절들이 후회스럽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 p45 「꽃의 가운데에서 살 수 있으니」 중에서

금전적으로 눈곱만큼의 희망도 없는 처지에서 줄이고 줄이는 것이 유일한 수입이다. 그러나 이 숫자놀음에서 잠시 벗어나면 온통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주변에는 지천이다. 그 귀한 것들이 산책할 때마다 종아리를 스치고 뒷마당 그늘에만 앉아도 흔하게 보인다.
--- p49 「너는 모르겠지만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중에서

불편이 더 많은 곳이지만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또 살아질 것이다. 이왕이면 잘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 이 산중에서 관여하는 사람 하나 없어도, 나는 나를 위해서 스스로 참견해가며, 하고자 하는 마음을 끝내 주저앉히지 않으며 말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어쩌면, 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 p55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중 」 중에서

35년 전통과 경력. 정말 잘하시는 거 맞다. 누가 봐도 나무랄 데 없는 솜씨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내가 생긴 게 이래서 그런 거지. 김수현이나 조인성이었으면 저 미용실 박 터지게 장사 잘됐을 텐데. 남 탓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함부로 새로운 걸 시도하지는 말자. 내 몸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막 살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다행히 동네 어르신들이 다들 귀엽다고 하신다. 진심으로 괜찮냐고 물으니 정말 그렇다고 하신다. 빠마 아주 잘 나왔네 하신다. 네, 맞아요! 빠마는 아주 잘 말렸어요. 제가, 제 얼굴이 문제예요. 머리통이 원래 큰데 엄청나게 커 보인다. 괜찮다. 애인도 없는데 뭐. 이왕 여기 시골에서 살기로 했으니, 내가 이곳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는 일. 남 탓하지 말자. 이제 나도 어린 나이 아니다. 그래도 아! 난 그냥 머리카락이 눈을 찔러서 살짝 머리를 말아 올리려고 한 건데.
_ p68 「저 나이 때는 뭘 해도 다 예뻐」 중에서

이 계절엔 나만 생각하면서, 내 모든 것을 이곳에 꺼내놓고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며 상처 난 부분을 어루만지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부분은 더 자세히 보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오직 그것으로 살아가는 즐거운 나날을 원하기 때문에 아직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약속하고 마음을 합치고 나누고 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 p89 「그대의 자리에서 그대가 가장 빛날 때」 중에서

그동안 세상 많은 곳을 떠돌다 다녔지만 지금까지 내 안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름답고 신비한 풍경이 아니다. 내 발목을 잡고 나를 주저앉힌 것은 언제나 사람이었고 마음이었다. 더 이상 나눌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에도 자꾸만 나누려 하던, 그래서 자주 눈시울이 붉어지게 했던 사람들.
--- p127 「내게 온 아름답고 튼튼한 사다리」 중에서

누구도 아닌 나와의 연애가 절실한 요즘이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한 채 나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일까?
--- p149 「이 계절과 팔짱을 끼고 걷자」 중에서

이 계절과 팔짱을 끼고 걷자. 나와 내가 조곤조곤 들꽃 피는 속도로 대화하고 싶어라. 누구의 방해도 없이, 누구와의 동행도 상관없이. 내 마음을 내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때까지.
--- p149 「이 계절과 팔짱을 끼고 걷자」 중에서

걷는다는 것은 다녀오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 다녀오는 일이다. 걷는 것은 현재지만 걷는 동안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늘 공존한다.
--- p188 「마음과 같이 걷기」 중에서

“날마다 좋아지고 싶었다. 그래서 산책하기로 했다. 나는 날마다 착한 사람이 되어갔다.”
--- p188 「마음과 같이 걷기」 중에서

“삶의 품위란 어디에 살든 자신을 잃지 않는 것. 강물에 흔들거리는 달은 잡을 수 없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좋아질 수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충분히 수고했다. 그러니 우리 이제 아우성에서 벗어나 조금 더 천천히 걷자.”
--- p208 「월연대 단출한 한 칸처럼 살 수 있다면 」 중에서

코스모스 흔들리는 그 강가에서, 잘못 도착한 계절에서라도 결국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모든 것을 우리는 삶이라고 부른다. 지루하고 우울한 첫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 다시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다. 그럴 것이다.
--- p223 「그 마음을 돌 아래 눌러둔다」 중에서

가령 “시골은 인적 드문 곳이니까, 환경에 눈을 두고 살아야지 사람에게 눈을 두고 살면 오래 살 수가 없다”라는 삼촌의 말은 씨앗처럼 단단하고 뭉클하다. 이모는 꽃의 태생과 이름을 알려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예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예쁘게 볼 줄 알아야 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처럼 이모는 시처럼 읊어주신다.
--- p229 「대나무 젓가락 고이 놓아둔다면」 중에서

삶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그 움직임에 정성을 깃들게 하는 일이다. 그 정성은 마음에서 발원하는 것 아니겠나.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음 하나를 얻기 위해 수많은 굴곡을 넘나든다. 마음을 위해 일생을 바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p231 「대나무 젓가락 고이 놓아둔다면」 중에서

여행은 몸으로 걸으며 만난 좋은 것들을 마음속에 쌓아 둔다.
--- p239 「너는 나보다 잘 살아라,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꽃잎 떨어져 입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처럼 나는 매번 내 인생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살고 있다.
--- p250 「벚꽃잎 받아먹은 날」 중에서

인생은 원래 아름다운 것이다. 이렇게 여기지 않으면 살아갈 방법이 없다. 벚꽃잎 한 장을 희망으로 삼아 오늘도 산다. 삶은 그래야 삶이다. 산다는 것은 희망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 p250 「벚꽃잎 받아먹은 날」 중에서

산책하듯 써 내려간 여유롭고 느린 삶에 대한 기록
작가 변종모가 전하는 따뜻한 긍정과 다정한 위로의 언어들


운명처럼 만난 집
『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등을 통해 섬세하고 투명한 문장으로 여행과 인생, 사랑과 위로의 장면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던 작가 변종모. 그가 신작 산문집 『당분간 나는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를 들고 찾아왔다.
이 책은 그가 지금까지 펴냈던 책과는 주제가 다르다. 영원한 여행자로 살 줄만 알았던 작가는 코로나로 인해 모든 여행이 멈추자 우울증에 빠졌고,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게 힘들 나날을 보내던 어느 겨울, 그는 서울을 떠나 밀양으로 거처를 옮기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작가가 밀양에서 보낸 일 년 동안의 시간을 담고 있다.
밀양에 도착한 그는 아주 낡은 집 하나를 고쳐 ‘무작정’(無作亭)이라는 문패를 달아준다. 그의 집은 주위로 아름다운 산과 들이” 펼쳐지고, “집 뒤에서는 손바닥만 한 텃밭이 있”는 곳이다. “부실한 가운데 부족함이 없는” 이 집을 운명처럼 만났고, 그 운명 속에서 네 계절을 살게 된다.
그는 이 집의 이름을 왜 ‘무작정’이라고 지었을까? 타고난 여행자인 그는 만남과 떠남에 아무런 미련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계획 없이 무작정 왔다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홀연히 떠나도 서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 글자를 힘 있게 눌러 적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나는 점점 더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 가고 있다”
밀양에서 그는 생을 처음 마주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태도로 살아간다. “낯선 곳에 처음 도착한 여행자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모르는 것을 오히려 다행인 것으로 여기며 공손한 자세로 살아 볼 작정”이라고 되뇌며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삶에 대한 지극한 마음과 공손한 태도는 오랜 여행을 경험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시골살이. 평생 여행만 다니고 글만 쓰던 작가는 서툰 솜씨로 집안 이곳저곳을 고친다. 어떤 날은 페인트공이 되어 황토색 벽을 흰색 수성페인트로 마감하고, 어떤 날은 타일공이 되어 욕실의 타일을 비뚤비뚤 붙이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도배사가 되어 끙끙대며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시골살이가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다. 생나무 가지로 아궁이 군불을 지피다가 한 움큼 눈물을 쏟기도 하고, 벌에 쏘여 팔이 퉁퉁 붓기도 한다. 마당을 점령이라도 할 듯 맹렬한 기세로 자라나는 잡초를 뽑으며 주저앉기도 한다. 이런 생활 속에서 그는 점점 깨달아 간다. 이곳은 “내 몸을 굴려야 비로소 한 시간이 가”는 곳이고, “내 마음을 파고 파야 겨우 하루를 이”룰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된다. “삶은 걱정거리로 가득한데, 그 걱정을 잊게 만드는 일 또한 삶 속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그는 “점점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간다.

내 마음을 여행하는 일
작가에게 밀양에서 보낸 시간은 그의 마음을 여행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여행자로 살며 국내외를 떠돌던 시간이 이 세상을 탐색하는 것이었다면, 밀양에서 지낸 시간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그는 산책을 통해 세상의 모든 생명이 아무 이유 없이 오지 않고, 세상의 모든 일은 다 저마다의 소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기에 꽃을 보기 위해 일부러 나선 그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꽃이 핀 아름다운 수고에 대한 보답이기 때문이다.
문득 찾아온 누나가 살뜰히 집안을 치우는 걸 보며 “별일 없는 일상을 나누는 일. 오늘 반찬은 뭐였는지, 산책은 어땠는지. 매일 묻는 말을 또 묻고, 궁금하지도 않은 것들을 궁금한 척 물어주는 사이. 그런 게 가족”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도 한다.
작가가 샘물처럼 맑고 투명한 이 깨달음을 건져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작가가 “당분간 나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 “복잡한 목표도 없고 거대한 희망도 품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을 맞이한다. 그렇다고 그가 하루를 빈둥대며 아무렇게나 보낸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다가오는 모든 것을 빼곡한 정성으로 대하”며 살아간다. 순간순간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다. 밀양에서 그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현재에 정성을 들”이며 살아간다.
“나만 생각하면서, 내 모든 것을 이곳에 꺼내놓고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며 상처 난 부분을 어루만지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부분은 더 자세히 보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삶을 의심하지 않고, 이곳에서의 삶이 인생의 어느 한 구간을 충실하게 채워줄 것이고 믿는다. 그렇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더라도 그건 자신이 선택한 가장 옮은 방향이며, 가장 이로운 쪽이다.”

유쾌한 일상, 다정한 이웃
책 곳곳에는 오직 시골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재미난 일상의 에피소드들이 숨어있다. 마트엘 가려면 마음을 먹고 한참 동안 가야 하는 시골. 당연히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만한 식당도 없다. 혼자 사는 작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고독이 아니라 피자와 파스타, 햄버거 같은 도시의 먹을거리들이다.
그의 집에 찾아온다는 친구에게 이런 맛있는 도시의 음식이 들려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막상 그의 손에는 두유가 들려 있다. 작가에게 두유를 들고 온다는 건 빈손으로 온다는 것과 마찬가지. 주위에 지천으로 널린 게 콩밭인데 두유를 사 들고 오다니! 실망하는 작가의 모습이 한 편의 시트콤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자꾸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처리’하기 위해 찾은 미용실. 할머니들에게 둘러싸여 신상을 다 털리고 엉겁결에 ‘뽀글이 빠마’를 하게 되는 작가. 솔직히 말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내색할 수는 없는 일. 다행히 동네 어르신들이 다들 귀엽다고 하신다. “저 나이엔 뭘 해도 다 예뻐.” 이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며 “애인도 없는데 뭐. 이왕 여기 시골에서 살기로 했으니, 내가 이곳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유쾌하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주위의 이웃에게서는 삶의 비밀을 배우기도 한다. 평범한 옆집 이웃 형님은 “시골은 인적 드문 곳이니까, 환경에 눈을 두고 살아야지 사람에게 눈을 두고 살면 오래 살 수가 없다”라고 말한다. 작가가 이모라고 부르는 누님 같은 아주머니는 “세상의 모든 꽃들은 예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예쁘게 볼 줄 알아야 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일러주신다. 씨앗처럼 단단하고 뭉클한 이 말을 들으며 작가는 세상과 인생을 긍정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간다.

인생은 원래 아름다운 것
밀양에서 보낸 네 번의 계절 동안 작가는 무엇을 알게 됐을까. 무엇을 배우고 깨닫게 됐을까. 그건 바로 우리는 조금 더 천천히 걸을 필요가 있다는 것. 그래야 우리를 더 잘 볼 수 있고, 그래야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품위란 어디에 살든 자신을 잃지 않는 것. 강물에 흔들거리는 달은 잡을 수 없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좋아질 수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충분히 수고했다. 그러니 우리 이제 아우성에서 벗어나 조금 더 천천히 걷자.”
어느 봄, 벚꽃잎이 비처럼 떨어져 내리는 강가에 작가는 서 있다. 벚꽃잎이 날려 작가의 입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는 깨닫는다. “꽃잎 떨어져 입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처럼 나는 매번 내 인생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을.
“인생은 원래 아름다운 것이다. 이렇게 여기지 않으면 살아갈 방법이 없다. 벚꽃잎 한 장을 희망으로 삼아 오늘도 산다. 삶은 그래야 삶이다. 산다는 것은 희망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잘못 도착한 계절에서라도 결국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모든 것을 우리는 삶이라고 부른다. 첫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 다시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다. 그럴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변종모

오래도록 여행자.
쓴 책으로 《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등이 있다. 지금은 서울을 떠나 밀양에서 생활하며 유튜브 〈모처럼, 여행〉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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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당분간 나는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
    일 년 동안의 시골 생활에서 찾아낸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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