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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소영

출구 3
정소영 지음
봄알람

2023년 02월 01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06월 0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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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2.37MB)
ISBN 979116089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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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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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압의 시대를 관통한 소영의 생애로 보는 사회사, 정신사

‘소영’은 삼남매 중 둘째, 외딸로 자랐다. 오빠만을 떠받들며 집안을 호령하는 어머니를 두려워도 하고 원망도 하며 크는 동안 모두가 ‘에미야’ 하고 부르는, 매일을 혹사하듯 집안일에 매달리는 다른 여인이 진짜 엄마라는 것을 알았다. 항시 양모의 눈치를 살피며 자정이 지나도록 부엌 시멘트 바닥을 거울처럼 닦고 있는 생모의 존재는 그의 첫 번째 큰 슬픔이었다.
“너는 여자라서 안 돼.” 양모의 말로 서울 대학에 가려는 꿈은 좌절되었지만 부친의 뜻에 따라 가까운 국립대에 진학했다. 독재 정권의 통제하에 놓인 강의실 대신 공부 모임과 조직을 통해 진짜 역사의 진실을 배워나갔고, 그로 인해 옥살이와 고문을 겪었다. 군사정권의 폭력과 시대의 아픔으로, 운동권 내부의 분열과 성범죄로, 사랑의 죽음과 배반으로 그의 슬픔은 강인하게 벼려진다.
“소영이 네 인생은 참 파란만장해. 너처럼 똑똑한 사람이 왜…….” 지나온 고난을 재단하는 그런 말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원 없이 살아낸 젊은 날을 뒤로하고 현재에 이르러, 연못에 연뿌리를 마당에 초목을 심으며 세상을 내다본다.

“생각하기에 따라 여전히 이 세상은 커다란 감옥일 수도 있습니다. 남아 있는 이 감옥에서도 탈출하는 날 당신을 꼭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멀리 가지 마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당신이 엄마가 된 나이에 딸은 유신 치하의 대학생이 되어-에미에게
지하 감옥은 춥고 양말은 어디로-현진 형에게
보내지 못한 우유 곽 편지-현진 형에게
반성문을 써야 할 이유-아빠에게
봄바람처럼 헝클어지고-현진 형에게
감옥 아닌 곳이 어디인가?-민호에게
노란 은행나무 아래 만장을 펄럭이며-양모에게
성추행당하고 근신이라니-현진 형에게
이 땅의 여성이란-민호에게
맨땅에 씨를 뿌리며-현진 형에게
가출하며-에미에게
햇살처럼 너에게 갈 수 있다면-경인에게
다음 생에 만나자고?-경인에게
사라진 형과 쓰러진 나-현진 형에게
다시 감옥에서-아빠에게
그곳은 활기차고 행복했습니다-현진 형에게
노동 상담소를 열며-아빠에게
아빠의 일기장-아빠에게
공단의 횃불 그리고 결혼-에미에게
이혼식과 프러포즈-현진 형에게
아직도 부르고 싶은 말-엄마에게
60년을 살고-아빠에게

닫는 글
인간이 되어-나래에게

첫문장
“올 3월에 당신의 딸이 79학번을 달고 대학에 입학했어요.”

“당신의 세계가 나의 세계이기도 하지만, 나는 당신의 눈으로 보는 세계보다는 더 분명하고 넓은 세계를 향해 떠나고 싶어. 나태함을 끝내버리고 나의 온 힘을 다해 명료한 무언가를 알고 싶어.” -41쪽
“그러나 한편 알을 깨고 나오는 기분이 이런 것인가, 낯선 공기가 폐로 들어오는 야릇한 두려움과 자유의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이 저의 새로운 선택의 시작이었습니다. 나의 정치적인 생각을 말하는 것만으로 언제든 다치거나 죽거나 교도소로 끌려갈 수 있는 이 위험한 선택 앞에서 방황하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50쪽
“우리 집이나 대학교보다도 내가 받아들여지는 기분, 아시겠어요? 가슴엔 모두 피멍이 들어 있지만, 그래서 밤마다 피를 흘리겠지만 이들은 적어도 따스하더군요. 밖에 있을 때는 감히 짐작하지 못했던 감상들인 것을 압니다.” -96쪽
“형의 염려에도 저는 이 길을 계속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피 흘리며 죽어간 광주와 시너를 끼얹고 불길 속에서 죽어간 영혼들과 배고파서 물로 배를 채우고 있는 또 다른 당신들을 지금 내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159쪽
“민호야. 여자 운동권 친구들이 화장도 안 하고 멋을 내거나 치마를 입지 않는 이유가 무언지 아니? 불문율처럼 남자들처럼 옷 입고, 남자들처럼 말하려 하고, 감성적인 표현과 개인적인 고민은 드러내지 않으려 하지. 감상적 낭만주의자 혹은 자유주의자로 낙인찍히지 않으려고 말야.” -164쪽
“이날의 감격은 죽은 자가 살아난 기적을 본 것과 같았어. 그들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고 난 무언가를 끝마친 것 같아.” -244쪽
“당신과 함께한다면 그나마 추스를 ‘나’마저 사라질 것 같습니다. 당신의 것이 너무 커서 나를 잃어버리고 그게 나인 줄 착각할까 두렵습니다. 아직은 혼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264쪽
“가끔은 세파에 시달려 정신 줄을 놓기도 하지만 원칙을 이생에서 찾고 지켜온 것이 다행스럽습니다. 하지만 불의와 불평등에 대해 쓸데없이 너그러워지는 것을 보니 저도 이제 나이를 먹었나 봅니다.” -284쪽
“인구는 이미 충분하고 네가 원하는 생을 즐기고 나누며 사는 것이 아름다운 진보라고 믿는다. 앞으로의 시대에 여성이 아이를 낳는다면 그건 우리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위대하고 멋진 사실이 사회적 안전장치 안에서 무엇보다 가치 있고 소중한 창조로 인정된 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이전까지는, 이제까지 피를 흘려온 노예와 여성들도 빛을 보아야지.” -295쪽

작가정보

저자(글) 정소영

씨받이 엄마에게서 태어나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랐고 박정희 정권 말기에 대학에 들어갔다. 캠퍼스엔 감시와 억압의 긴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듬해 총탄에 죽어가는 광주의 절규를 보며 헤아릴 수 없는 분노를 만났고 한밤중에 끌려간 대공분실의 고문 속에서 강인하고 깊은 슬픔을 만났다. 전두환 정권 말기 다시 투옥되면서 죽어버린 민주와 권력의 횡포에 가슴을 움켜쥐어야 했으나, 다행히 노동 현장의 삶과 사람 속에 살아 있는 신뢰와 생명력을 만났다.
졸음 방지 약과 커피믹스를 입에 털어 넣고 3교대를 하던 순희는 남동생 학비를 보내며 기뻐했다. 그들이 슬며시 손을 잡아올 때는 빙긋이 그들을 마주 안으며 함께 퍽 행복했다. 그리고 그 길을 걷는 내내, 독재라는 감옥에 맞서는 운동권 내부에서 또 하나의 지독한 감옥을 만났다. 여성은 두 개의 세계를 깨고 나와야 한다는 것, 대다수의 무지한 자는 여성을 끝없이 감옥 속으로 처넣으려 한다는 것을 삶을 통해 알았다.
젊은 날을 원 없이 보냈다. 오늘은 어제 내린 비로 꽃이 핀 산길을 호젓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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