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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첼란 전집 5

파울 첼란 지음 | 허수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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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1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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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3.83MB)
ISBN 97889546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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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전체 5
파울 첼란 전집 5
12,600
파울 첼란 전집 4
11,900
파울 첼란 전집 3
11,900
파울 첼란 전집 2
12,600
파울 첼란 전집. 1
11,500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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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의 번역으로 만나는
파울 첼란 전집

‘무시무시 섬뜩 아름다움’이라 그때 언니가 말했었지.
‘눈물자국의 가장자리에서 배우렴/사는 것을.’
그리하여 오늘부터 나는 첼란의 이 구절을 섬길 테다, 언니야!
김민정(시인)

아우슈비츠 이후 독일어권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시인이며, 2차세계대전 이후를 대표하는 유럽 시인이자, 20세기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한 명인 파울 첼란. 그의 시와 산문, 연설문을 묶은 『파울 첼란 전집 3』, 부코비나, 부쿠레슈티, 빈 시절의 초기작을 묶은 『파울 첼란 전집 4』, 파리 유고에서 나온 시를 묶은 『파울 첼란 전집 5』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로써 지난 2020년, 첼란의 탄생 100주년 사망 50주기를 맞이해 대표 시집을 네 권씩 묶은 1, 2권으로 첫선을 보였던 한국어판 파울 첼란 전집이 완간에 이르렀다. 대표작은 물론 초기 시와 유고시, 산문과 연설문까지 모두 아우른 것으로 이제 독자들은 선집이나 단권으로 접해왔던 첼란과 그의 작품세계를 보다 폭넓게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어판 파울 첼란 전집은 2000년 독일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총 일곱 권으로 출간된 『파울 첼란 전집Gesammelte Werke in sieben Bänden』을 저본으로 삼아 (첼란이 랭보, 발레리, 오시프 만델스탐, 셰익스피어, 페소아 등의 작품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을 묶은 두 권을 제외한) 다섯 권으로 구성되었다.

이 전집은 허수경 시인의 유고이기도 하다. 이십대 후반 독일로 떠나 2018년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생의 절반 이상을 ‘실향’ 상태로 지내며 모국어로 쉼없이 작품을 발표해왔던 시인이,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고향을 잃은 채 독일어로 시를 썼던 첼란의 세계를 우리말로 옮겼다. 몇몇 갈피 첼란의 시와 함께한 시간이 배어 있는 유고집 『가기 전에 쓰는 글들』에서 허수경 시인은 ‘시의 수많은 이미지가 첼란의 유대인의 존재에서 나오지만 첼란의 언어는 다만 첼란이라는 시인의 절대적인 언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함’을 말한다. 시인은 “삶의 순간순간에서 나온” 첼란의 언어 그 자체에 집중해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옮겨놓는다.
『양귀비와 기억』 시기
시집으로 묶이지 않은 시
함께 021 | 밤 023 | 모든 상처에서 025 | 죽음 026 | 오 세계의 푸른빛이여 027
흩어져 있는 시
매운 약초에서 나온 죽은 정신에게서 031 | 왕의 검음 032 | 그림자의 초상 034 | 네 동경의 검은 가장자리에 035 | 헐뜯는 말 036 | 술자리에서 부르는 노래 037
『문지방에서 문지방으로』 시기
흩어져 있는 시
다른 이 043 | 우리 밤의 해 그 3월에 044 | 절벽 위에서 045
『언어격자』 시기
흩어져 있는 시
또한 우리는 있으려 하네 051 | 너는 눈을 가지고 있나 052 | 진한 초록 위에 053
『누구도 아닌 이의 장미』 시기
시집으로 묶이지 않은 시
늑대콩 059 | 나무껍질과의 대화 065 | 그리고 무거워라 066 | 광채 없는 067 | 밝음 068 | 이야기 069 | 유대이방인적으로, 밤에 070 | 리체르카레 071 | 자정 073 | 고통은 말들 옆에서 잔다, 고통은 잔다, 고통은 잔다 074 | IL COR COMPUNTO 075 | 진정함 077 | LES BLANCS SABLONS 078 | IMMERSIO 080 | 붉은털원숭이- 081 | 폐쇄음 082 | 멀리 떨어진 083 | 평화의 비둘기와 함께 084 | 원숭이의 시간 085 | 손의 시간 086
* * *
발레의 비가 089
흩어져 있는 시
1960년 6월 9일 야코프 카스파르 데무스를 위하여 099 | 누구도, 잊지 마라, 누구도 100 | 문처럼, 문처럼 101 | 내가 말했던 말과 함께 너는 102 | 너는 뒤섞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벗어나야 한다 104 | 예술은 값을 치른다, 인간은 106 | 우리는 살 것이다 107 | 메르빌프랑스빌 109 | 거기로- 그리고 거기를 벗어나서- 110 | 지금이 그 순간이다, 그곳에 111 | 시학 62 112 | 헌금단지에서 물보다 더 많이 115 | 전환 117
『숨전환』 시기
시집으로 묶이지 않은 시
노이엔부르크 위쪽에서 123 | 페리고르 124 | 구십- 그리고 한 살을- 127
흩어져 있는 시
네가 꿈을 풀어놓거든, 배 가까이에 131 | 어떤 음성이, 네가 가진 것을 가지는가? 132 | 해가- 또는 악기가 바뀌는 시간 133 | 어머니, 어머니 134
『실낱태양들』 시기
시집으로 묶이지 않은 시
포위되었다 141
「어두워졌다」 시기에 쓰인 시
네 얼굴 주위에는 145 | 액체 금 146 | 생각의 숨가쁨 147 | 모난 148 | 구멍이 뚫렸다 149 | 수치 앞에 150 | 원 속에 151 | 흉터의 진실 152 | 밧줄은 153 | 회전하는 154 | 혹은 온다 155 | 궁지에서 나온 노래 156 | 시간의 틈 157 | 해초-장식에 묶여 159 | 텅 빈 중심 160 | 불에 달구는 쇠 옆 여기에 161 | 모든 것을 끄지 마라 162 | 황야 163 | 너를 쓰지 마라 164 | 정신은, 흘러 165 | 신성한 쏟아져나옴 166 | 파멸들? 167 | 이리저리 흔들리는 168 | 보리수잎 같은 169
흩어져 있는 시
살아라- 작은 올빼미, 네 비명 173 | 노크로 하는 신호, 머리의 조명 174 | 전조-사격 아래, 언제나 175 | 그것은 176 | 언젠가, 이것이 삶이었나?, 다시 177 | 등뒤의 바람에 178 | 울림돌의 내장은 179 | 심장을 찢는, 증식하는 180 | 너는 드디어 이곳에 있네, 다시 181 | 지저귐-찬가 초천체의 장소에서 182 | 너는 서 있다, 나는 안다, 나를 183 | 보이는-보이지 않는 184 | 반항 185
『빛의 압박』 시기
시집으로 묶이지 않은 시
……그리고 내 주위로 우박이 쏟아졌다 191 | 나는 묻는다 192 | 한 부분 193 | 그라우만의 길 194 | 꼭대기에 오른 정적 195
흩어져 있는 시 한 편
(그는 파리라는 도시에서 199
『눈의 부분』 시기
시집으로 묶이지 않은 시
뇌의 정적 뒤 205 | 인동덩굴이 울부짖는다 206 | 누가 뒤지는가 207 | 정말로 208 | 너 209 | 작게 갈라진 210 | 명명되지 않고 211 | 천사가 되어 212 | 무기체적인 213 | 우리는 한가롭게 가지 않는다 214 | 작은 금언-독일의 215 | 내 물거품은 216 | 감각은 저를 본다 217 | 모래를 탈귀족시킨 자 218 | 포르트보우-독일의? 219 | 대뇌변연계적인 221 | 어떤 무엇도 아닌 작은 시간 222 | 숫양이 되어 223 | 자극이 일어나는 장소 224 | 그리고 가지지 않은 자도 225 | 가장 오래된 붉음 226 | 안구상편마암 228 | 나를 흩뿌리지 마라 229 | 괄호를 열고, 괄호를 닫고 230 | 어떤 이를 그의 승리가 231 | 단백질의 몸 232 | 스카트 233 | 겉씨식물이여 234 | 시를 닫고, 시를 열고 235 | 외인성인 자여 236 | 지금 네 무게가 자란다 237 | 얼마나 많은가 238 | 나는 그대들에 대해 이만큼 듣네 239 | 너는 끝이 없다 240 | 너, 의복 241 | 넘쳐흐름, 흘러듦 242 | 게르숌, 너는 말하는구나 243 | 그들은 너를 모두 읽었다 244 | 나는 너의 246 | 잠 속에, 빛줄기 속에 247 | 그대, 미하엘라 248 | 그리고 폭력이 249 | 초대가여 250 | 도둑맞은 편지 251 | 늘임의 경계: 여기서 차장은 253
흩어져 있는 시
츠르치 257 | 내 포격으로 구멍난 무릎 속에 258 | 뤼 투르네포르 24 259 | 누가 빛의 줄무늬를 향해 가는가 260 | 아마실, 꼬여 있다 261 | 우리 가운데 262 | 단 한 번도, 서 있는 비통이여 263 | 매수는 264 | 오 그대 허풍쟁이여 265 | 침전물-산맥에 있는 노영지 266 | 미광의 내장 267 | 밤에, 반지가 휴식을 취하면 268 | 그들은 가지고 들어온다 269 | 나는 너의 더 높음을 안다 270 | 하늘을 잘 다루는 자 271
후기 시 모음
달리는 돌의 눈길 275 | 자란다 276 | 가장 작은 곳 277 | 몰아내었다 278 | 발가락 끝이 279 | 여행의 들판에서 280 | LES DAMES DE VENISE 281 | 비밀재판적인 것 282 | 모기 한 마리 283 | 저 자신을 284 | 그들은 먹이로 285 | 믿음직하게 뒤에서 286 | 밝게 할 수 없음 속 287 | 유리벌집 288 | 영어인 것은 289 | 십자가요마 290 | 비밀의 눈송이로 덮여 291 | 유령의 문지방들 위에 292 | 풍경, 매가 없지는 않은 293 | 깃발들은 294 | 폴란드의 295 | 맥박의 빛줄기 296 | 살금살금 돌아다닌다 297 | 쪼개지지 않았다 298 | 흉터의 문장학 299 | 살아라 삶들을 300 | 너를 파헤쳐라 301 | 바다의 수송대로 302 | 흔들체를 통해 303 | 검음 304 | 관자놀이의 뜨거움 305 | 너는 도피처를 찾는다 306 | 네 고향은 307 | 잊음은 308 | 진흙으로 빚은 짐승은 309 | 음절비행 아래 310 | 피의 정글 속 311 | 대지의 광휘에 312 | 모기다리 같은 삶 313 | 진실의 소비 314 | 깃발 같은 꺾꽂이가지들 315 | 너를 구슬리는 316 | 발톱 달린 빛-부식토 317 | 나는 파내려간다 318 | 혼란스러운 금 319 | 인간의 파편들은 320 | 작은 음절 321 | 너에게 깍지 끼지- 322
흩어져 있는 후기 시
조용한 표시 325 시간의 들어올림 속 326 | KEW GARDENS 327 | 세계는 328 | 순 팔아치워버렸던 왼쪽 329
쓴 시기를 알 수 없는 시
그에게 들린 것이 귀에서 꾸역꾸역 밀려나온다 333 | 패배해 너는 나와 함께 산다 334
파울 첼란-쿠르트 레온하르트
입구와 출구를 비워주십시오! 시입니다! 337
부록
또한 우리는 있으려 하네 341 | 늑대콩 342 | 그리고 무거워라 349 | 간다 351 | 자정 353 | 실감개비둘기와 함께 355 | 발레의 비가 356 | 생각의 숨가쁨 363 | 모난 364 | 너를 쓰지 마라 365 | 보리수잎 같은 366 | 파리, 가장 작은 곳 367

육필 원고 371
파울 첼란 연보 374

“무시무시 섬뜩 아름다움”
홀로코스트를 심장에 새긴 첼란의 시

파울 첼란은 1920년 부코비나 체르노비츠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부코비나는 18세기 후반까지 오스만제국, 그후로는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1차세계대전 후 루마니아에, 2차세계대전중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되었다. 첼란이 태어날 당시에는 루마니아 영토였으나 유대정신을 계승하길 바랐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유대인 학교에 다니며 히브리어를 배웠고, 독일문학에 심취했으며 표준독일어 교육을 중시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집안에서는 독일어를 썼다.
십대 시절 남몰래 시를 쓰기 시작하지만 대학자격시험을 치른 후 의학 공부를 위해 프랑스 투르로 떠났고 일 년 후 고향으로 돌아와 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1940년 소련이, 일 년 후 루마니아가 재점령하면서 파시스트 정부와 나치 독일에 의해 게토가 된 체르노비츠에서 첼란은 시를 쓰고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번역했다. 그리고 곧 나치에 의해 유대인 학살수용소 추방이 시작되었다. 수용소로 끌려간 첼란의 아버지는 병사하고 어머니는 총살형으로 비참한 죽음을 맞고, 첼란은 탈출했다가 다시 루마니아의 강제노동수용소로 끌려간 뒤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 홀로코스트의 경험과 함께 부모의 죽음은 이후의 삶과 시 세계에 영구히 각인되었다.

1944년 2월에야 수용소에서 나올 수 있었던 첼란은 체르노비츠를 떠나 부쿠레슈티에서 러시아 문학을 루마니아어로 번역하고 루마니아 잡지에 처음으로 시를 실었다. 1948년 빈에서 『유골단지에서 나온 모래』가 나왔지만 회수하고, 1952년 공식적인 첫 시집인 『양귀비와 기억』을 시작으로 『문지방에서 문지방으로』(1955) 『언어격자』(1959) 『누구도 아닌 이의 장미』(1963) 『숨전환』(1967) 『실낱태양들』(1968)을 펴냈으며, 사후 『빛의 압박』(1970) 『눈의 부분』(1971) 『시간의 농가』(1976) 등이 출간되었다. 1958년과 1960년에는 독일 문학계의 주요 문학상인 브레멘 문학상과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후 반유대주의와 보수주의 경향이 만연했던 서독 문학계에서 첼란은 “관심과 경탄을 불러일으키며 이목을 끌지만 우리에게는 속하지 않고 그 자신도 그것을 원치 않는” “외래종Exot”의 존재였다. 급기야 비평가들은 ‘현실과 거리가 먼 시’ ‘이해할 수 없는’ ‘은유로만 가득한 시’를 쓰는 시인으로 손쉽게 꼬리표를 붙여버렸고, 이 ‘난해성’이라는 그릇된 평가에 대해 첼란은 단호히 저항했다. “쓰인 단어 하나하나가 현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하지만 아니, 그들은 그런 말을 원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나치 수용소에 대해 출판된 최초의 시들 중 하나이자 20세기 유럽 시의 표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늘날 그의 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죽음의 푸가」조차 처음에는 혹평과 모욕을 견뎌야 했다. 독일어로 시를 쓰는 유대인 시인으로 첼란이 독일 문단에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골 사건Die Goll Affäre’으로 칭해지는 표절 시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초현실주의 시인 이반 골의 시를 번역한 첼란이 그의 시를 표절했다는 이 의혹은 근거 없음으로 밝혀졌지만, 나치에게 부모를 잃고 자신도 홀로코스트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로 공포와 고통에 시달린 그에게 또다른 상처를 입힌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첼란에게 남아 있는 것은, 그럼에도 언어였다. 비인간적인 역사를 살아내며 ‘리얼리스트’로 “현실에 상처 입고도 현실을 찾으면서”(브레멘 문학상 수상연설문) 그것을 말 하나하나에 새겼다. ‘미화하지 않고 시적인 것이 되려 하지 않는’ 언어로 결코 말해질 수 없는 경악을 말했고, 시가 침묵으로 향해 가는 전후의 경향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미-더이상은-아님’에서 ‘그래도-아직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에게 드리웠던 난해성, 비의秘義의 그늘을 걷어낸 자리에, 언제나 ‘너’에게로 향하는 시, 대화와 만남에서 시의 본질을 찾았던 시인이 있다.

유대인 시인 파울 첼란은 부코비나를 떠나 부쿠레슈티와 빈에 머물다가 파리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시를 썼고 스스로 죽음을 택해 그곳에 묻혔다. 가장 어두웠던 시대를 시로 기억하고 당대의 몰이해에 시로 저항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실존을 증명했던 파울 첼란, 오십 년의 길지 않은 생애 동안 한 번도 독일에 ‘살았던’ 적 없이, “부모를 죽인 살인자의 언어”인 독일어로 시를 썼던 파울 첼란은 이제 아우슈비츠 이후 가장 중요한 독일어권 시인으로 횔덜린, 릴케와 나란히 기억되며, 그의 시는 사후에도 여전히 우리를 향해 있다.

시를 닫고, 시를 열고:
시인이 남긴 것

『파울 첼란 전집 5』는 파리 유고에서 나온 시를 추려 모은 것이다. 『빛의 압박』 출간을 불과 석 달 남겨두고 센강에 투신한 첼란은 생전에 500편 가까운 시의 출판을 직접 결정했으며. 사후 출간된 『눈의 부분』과 『시간의 농가』를 포함한 476편이 유고로 발견되었다. 그중 218편이 파울 첼란 전집의 마지막 권을 이루고 있으며, 같은 시이지만 제목이나 구두점, 시행, 시구에서 차이를 보이는 시 12편을 부록으로 덧붙였다.
출판되지 않은 시들은 첼란의 모든 작품 시기에 걸쳐 존재했다. 유고 중 일부는 출판을 고려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었고, 생애 마지막 이 년의 유고 중에는 ‘출판하지 말 것’ ‘절대 출판하지 말 것!’ ‘출판할 수 없음’ 등의 딱지가 붙은 작업노트 초고도 있었다. 그럼에도 시들을 없애지 않고 정리해 보관해둔 것, 출판 금지와 보존, 모순으로 보이는 이 둘 사이에서 ‘하나의 마지막 의지’를 실현시키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다. 마르바흐 독일문학기록보관소, 스위스 문학기록보관소의 유고, 유족과 지인들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유고를 수합한 다음 미완성, 불명확한 것을 배제한다는 큰 기준 아래 각각의 경우에 세심하게 접근해 전집에 포함시킬 최종 작품을 추리고, 골 사건의 영향으로 첼란이 시마다 기록해둔 날짜에 따라 순서대로 배치했다.

“시인이 시 쓰기를 포기해야 할 이유는 세상에 없다. 그가 유대인이고 그 시의 언어가 독일어라고 해도.” 파리에 정착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첼란이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생전에 내놓은 수많은 시가, 또 유고로 남은 시가 우리에게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표지에 ‘유작’이라 적혀 있다, 언니야. ‘시집으로 묶이지 않은 시’와 ‘흩어져 있는 시’와 ‘쓴 시기를 알 수 없는 시’…… 이거 완전 반칙이다, 언니야. 시들을 끌어안은 큼지막한 목차 제목들이 이미 ‘시’라 하는 것을 정확히 꿰뚫고 있으니 말이다, 언니야. “다시 읽어보는 첼란의 시들. 무시무시 섬뜩 아름다움.” 2011년 5월 4일 언니는 파울 첼란의 시집을 읽고 있다 했었지. 그리고 이 시집을 번역하는 와중이라며 문득 이런 메일을 보내온 날도 있었지. “철새처럼 다시 만나면 좋겠다, 그곳이 어디이든.” 이 책과 함께하는 동안 덜 외롭기는 했을 것 같다, 언니야. 그러나 더 사랑했는지는 모르겠다, 언니야. 파울 첼란의 시들이 삶과 죽음에서 뜨겁기보다는 차갑기를 배우게 하니까 일찍이 내 고픔은 또 그에 있으니까 나는 이 시집을 “아마포의 떠오름 속” 주되게 등장하는 두 단어에 밑줄을 긋고 또 긋는 일로 내 배움을 다한 것도 같다, 언니야. “시간이 문지방말을 하는 곳에,/ 천년이 젊게 눈雪 속에서 올라오는 곳에,/ 방랑하는 눈眼이 제 놀라움 속에서 쉬고,”라 할 적에 떴다 감는 일로의 ‘눈眼’과 있다 없음의 ‘눈雪’은 얼마나 차가워서 또한 뜨거운가 말이다, 언니야. 2015년 6월 3일 메일 속 언니는 이런 당부를 남겼지. “드디어 파울 첼란 번역을 다 끝내고 몇 자 적는단다. 민정아 앞으로 있지, 내 책이 나오면 저자본은 내게 두 권만 보내고 나머지 저자본으로 나오는 책들은 가난한 도서관이나 알바하느라 공부하느라 지갑이 얇은, 하지만 책을 읽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에게 주렴. 책이 사고 싶어도 돈이 없었던 시절을 나도 너무나 오래 보내서 문득 그 생각이 들더라.” 언니에게 약한 나를 종종 들켜왔지. 언니의 시가 연약한 나를 종종 세워왔지. 우리는 누구나 쉽게 어디로든 던져질 수 있는 주사위 같은 존재들. “단 한 번 가을에 돌은 푸르러진다”라는 파울 첼란의 한 문장을 달아날까 읽는 즉시 베껴 써본 이 가을에 이기적인 나는 글쎄 나 살겠다고 이 구절을 또한 훔친다, 언니야. “눈물자국의 가장자리에서 배우렴/ 사는 것을.” 그리하여 오늘부터 나는 이 구절을 섬길 테다, 언니야!
김민정(시인)

작가정보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한 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가 뮌스터대학교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모래도시』 『아틀란티스야, 잘 가』 『박하』, 동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을 펴냈고,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가을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고집으로 『가기 전에 쓰는 글들』 『오늘의 착각』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가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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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 첼란 전집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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