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건설 엔지니어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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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설계 | 넥타이를 매고 하이바를 쓴 건설 엔지니어
낭만적이지도 우주적이지도 않지만,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꿈
가장 까다로운 ‘을’이 되는 길
공구리 치는 일의 거룩함
직업과 인생의 공급망
우리들도 했어, 건설을!
기초공사 | 현장의 안과 밖
에어컨 대작전 - 밖에서 보면 낭만, 안에서 보면 땀방울
누구나 실수를 한다 -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사람
아주 평범한 엔지니어, 아주 평범하지 않은 직장인
번아웃, 퇴사의 유혹 - 견디는 게 능사는 아니다
모난 돌이 세상을 바꾼다
골조공사 | 그렇게 건설 엔지니어가 되어간다
나를 믿어가는 과정
여기 신중동역 제가 만들었어요 - 보람과 괴로움은 백지장 차이
엔지니어가 구덩이에 빠진 날 - 죽음은 언제나 현장을 맴돈다
담배 한 개비 - 하루를 버티게 해준 1분
소주 한 잔 - 현장에는 동료가 있다
프로페셔널리즘 - 강박에 가까운 루틴이 프로를 만든다
이등병의 까마득함 -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도 결국 지나간다
일의 세계, 나만의 노하우
콘크리트 타설 | 아주 주관적인 건설 엔지니어링 안내서
단언컨대, 철근콘크리트는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건물의 기쁨과 슬픔
우리는 왜 거대한 존재를 만드는가?
보이지 않는 존재를 만드는 일
괴짜 혹은 천재,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세계
미장센과 몽타주
하늘의 별 따기인 구조기술사
직장생활의 리더십
마감공사 | 퇴근 후의 건설 엔지니어
건설 엔지니어의 은밀한 취미
인생은 길고 공부는 더 길다
거시적인 빌드업이 필요한 이유
전지적 건설 엔지니어 시점
에필로그: 건설 엔지니어가 궁금한 독자들에게 보내는 프로포즈
“초등학생 시절 장래희망을 적어 내라고 해서 세 가지 정도 쓴 적이 있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첫 번째 장래희망은 아마도 변호사, 두 번째는 천문학자였다. 오히려 세 번째 장래희망이 또렷이 기억나는데, 그것은 바로 ‘이도 저도 안 되면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당시 공무원 생활을 하시던 아버지는 회사원 앞에 붙은 이 표현에 당황하셨다. 이도 저도 안 되면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라니. 정말 그랬다. 어린아이 눈에 비친 직업의 세계에서 회사원이란 정말 시간만 때우고 딱히 어떤 전문성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존재로 느껴졌던 것이다.”-6쪽
“‘이도 저도 안 되면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서 그 큰 회사라는 조직에 회사원이라는 알갱이 같은 존재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 회사원 한 명 한 명이 이 사회 발전의 기반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10쪽
“누군가 공구리 치는 것이 건설 엔지니어의 일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예스라고 답변할 것이다. 그리고 공구리 치는 일은 매우 철저하게 수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사실 철근콘크리트는 인류가 신에게서 받은 축복이다. 콘크리트 자체만 보면 압축력이 강하지만, 당기는 힘인 인장력에는 약하다. 반면 철근은 콘크리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데, 다행히 이 두 재료의 열팽창계수가 유사하기 때문에 찰떡궁합의 건설자재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33쪽
“한국의 판상형 아파트와 같은 구조물 덕분에 우리는 조선시대 왕족들보다 훨씬 더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누군가 나에게 “쾰른성당 정말 너무 위대하지 않아요?”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보다 한국의 아파트가 더 위대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129쪽
넥타이를 매고 하이바를 쓰고 공구리 치는 게 어때서?
대한민국에 즐비하게 늘어선 아파트 단지, 매일 수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역사, 높이 28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해상풍력 발전기, 우주의 비밀과 함께 노벨물리학상 과학자를 계속 배출해내고 있는 대형강입자충돌기(LHC),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고 있는 야심찬 수백조 원짜리 프로젝트 네옴시티까지.
수많은 이들의 잠자리가 되고, 일터가 되며, 도시와 문명을 돌아가게 하는 건축물과 인프라를 짓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건설 엔지니어다. 건설 엔지니어는 화려한 직업이 아니다. 유명 건축가처럼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처럼 내걸지도 않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름 없는 수많은 건설 엔지니어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존재들은 세계를 단단하게 지탱해주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삶의 흔들리지 않는 배경이 되어준다.
중동, 유럽, 아프리카, 서남아, 동남아 등을 다니며 지하철, 발전소, 해저터널, 육·해상교량 등 인프라 프로젝트 건설에 참여해온 저자가 건설 엔지니어라는 숨겨진 직업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만약 인천대교에 238.5미터의 사장교 주탑이 없었다면 인천항을 오고 가는 대형 컨테이너 선박은 운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여수 이순신대교에 270미터 현수교 주탑이 없었다면 여수를 오고 가는 유조선은 중동의 석유를 한반도에 공급할 수 없었을 것이다.”-141쪽
밖에서 보면 낭만, 안에서 보면 땀방울
어린 시절 저자에게 공학은 무언가 세상과 타협해야 하는 어정쩡한 학문으로 보였다. 하지만 대학 시절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한 공학은 오히려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흥미로운 학문으로 재발견된다. 공학은 언제나 비용과 공간이라는 한계를 맞닥뜨린다. 그 한계 속에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이런 공학적 해법처럼 저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의 가능성과 한계를 끊임없이 살펴보고 최선의 꿈을 계속 모색했고, 그 공학적 꿈의 최종 결과는 ‘건설 엔지니어’였다.
학점이 높은 친구들과 경쟁하기 위해 저자는 어학연수, 대외활동, 공모전, 면접 스터디 등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워나갔고, 마침내 바랐던 대기업에 입사하면서 건설 엔지니어가 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달콤한 행복감도 잠시, 저자는 대기업 입사는 꿈을 이룬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한 출발선에 지나지 않음을, 그리고 본격적인 어려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걸 곧 깨닫는다. 누구에게나 처음, 초보, 신입 시절이 있다. 모든 것이 낯설고 긴장되며, 하지 않는 실수까지 끊임없이 하게 되는 시기. 이성적으로는 언젠가 이 시기가 지나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사자만 느낄 수 있는 까마득하고 막막한 심정을 이제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한 전문가가 된 저자가 자신의 신입 시절 겪은 시행착오와 실수투성이의 성장통을 솔직하게 들려주면서 모든 초보자들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훗날 건설회사에 입사하고 처음 지하철 현장에 갔을 때, 하이바(파이버 헬멧을 공사 현장에서 부르는 준말)를 처음 썼을 때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 내가 선택한 건설 엔지니어란 직업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막연하고 숨이 막히는 느낌 말이다.”-19쪽
중요한 건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마음
간신히 신입 티를 벗고 일에 적응했어도 건설 엔지니어가 되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기만 하다. 계속되는 야근으로 일과 생활의 밸런스가 깨지고, 적성에 맞지 않은 길인가 고민하고, 더 이상 못 버틸 것 같다는 번아웃도 찾아온다. 타지의 공사 현장에서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기도 하고, 죽을 뻔한 순간을 겪고 동료의 죽음 맞닥뜨리기도 한다.
저자는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역시 계속되는 야근으로 엉망이 되는 생활을 버티고 버티다 해외 현장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그렇게 반쯤 자포자기 심정으로 건너간 뜨거운 중동의 현장에서 저자는 잃었던 일의 재미와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된다. 구두와 관습으로 일을 진행하는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문서와 논리적 절차로 조금씩 바꿔나가고, 계속되는 야근의 악순환을 끊고 일과 일상의 밸런스를 맞춰나간다. 머나먼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카시오페이아 별자리를 바라보며 태우는 담배 한 개비로 달래고, 이국의 동료들과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느끼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나아가는 보람과 행복을 함께한다.
그렇게 조금씩 저자는 어설픈 신입사원에서 한 명의 프로페셔널한 건설 엔지니어가 되어갔다.
“컴파운드 담장 너머 어두운 광야와 하늘의 카시오페이아 별자리를 바라보며 태우는 한 대의 담배. 막상 그렇게 퇴근 후 담배 한 대를 피우기 시작하니, 이상하게 하루의 낙이 한 줄기 생기기 시작했다. 낮에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퇴근하고 피울 수 있는 그 담배 한 개비를 생각하면 참을 수 있었다. 더도 덜도 아니었다. 하루 한 개비.”-97쪽
‘이도 저도 안 되면 평범한 회사원’이 지구를 지킨다
저자는 어린 시절 장래희망으로 1순위, 2순위를 적은 후 마지막 세 번째 칸에 ‘이도 저도 안 되면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썼다고 고백한다. 다른 화려하고 멋진 꿈들에 비해 회사원은 전문성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아주 평범한 존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15년간의 때론 웃기고 때론 눈물 나는 생생한 경험을 거치면서 이제 저자는 ‘평범한’ 회사원의 보람과 의미가 무엇인지 안다. 건설 엔지니어가 짓는 다양한 인프라 구조물들이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고 확실하게 현대 문명을 지탱해주듯 거대한 조직의 작은 알갱이 같은 회사원들의 존재가 이 세계를 지탱하고 우리가 매일 평범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인 것이다.
건축물을 짓는 일 역시 작은 건축물이라고 할지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철근과 콘크리트가 각자의 취약점을 보완하듯이 건설 현장의 모든 사람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서로를 믿고 각자 맡은 바를 해내야 안전하게 건축물을 완성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건설 엔지니어’라는 직업에 가지는 넘치는 자부심과 자존감은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할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면서 거대한 군무를 펼쳐내는 수많은 ‘언성히어로’를 향한 응원이자 찬사이기도 하다.
흐물흐물한 시멘트 반죽 같던 신입사원이 철근 콘트리트처럼 단단한 건설 엔지니어가 되어가는 모습에서 일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조금씩 성장해가는 평범하지만 값진 우리 자신의 드라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날 숙취 속에 출근을 했는데, 전날 나를 바라봤던 눈빛과는 사뭇 다른 그들의 눈빛을 읽어낼 수 있었다.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매니저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우리’라는 개념에 ‘신뢰’가 더해진 걸까? 그 이후로 현장에 나가면 나를 ‘보스’라고 부르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 역시 더 신바람 나서 일을 하게 되었다.”-104쪽
‘일일드라마’ 시리즈는,
일과 일상이 만나는 순간 펼쳐지는 우리의 인생드라마
일과 일상이 만나는 순간 펼쳐지는 우리의 인생드라마. 김영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직업 밀착 에세이 시리즈 ‘일일드라마’는 일과 삶을 넘나들며 기쁨과 슬픔으로 써 내려가는 인생 성장기를 들려준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직업의 기쁨과 슬픔을 바라보고, 일을 통해 성장해가며 일과 삶의 교집합을 꿈꾸는 프로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수의사는 오늘도 짝사랑 중》김명철(근간)
《날씨와 인터뷰하는 법: 기상전문기자》김세현(근간)
작가정보
홍익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학사,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석사를 거쳐 공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15년간 대기업 건설사 및 에너지 회사에서 국내외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건설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을 쌓아왔다. 엔지니어로 시작해 중동, 유럽, 아프리카, 서남아, 동남아 등을 고루 다니며 지하철, 발전소, 해저터널, 육·해상교량 등 인프라 프로젝트 건설에 참여했으며, 현재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개발하는 디벨로퍼developer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업무를 하며 형성된 시각을 바탕으로 도시와 인프라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가끔 갈팡질팡하지만 인류는 끊임없이 진보해 나간다고 생각하며, 그 결말은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빛나는 도시,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데 보탬이 되기 위해 《아파트가 어때서》를 출간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이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벽돌 한 장이라도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별히, 살아가는 동안 우리 사회가 탄소중립을 이루어 지속가능한 사회로 변모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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