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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춘향가

한국고전문학전집 32
심경호(역자) 지음 | 심경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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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17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2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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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8.60MB)
ISBN 97889546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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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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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언어유희와 탄탄한 서사로 끊임없이 재탄생한 작품!

『춘향전·춘향가』는 조선시대 대중문학의 걸작으로, 설화와 판소리를 통해 전해졌다. 『춘향전』은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기생 신분인 성춘향의 만남·결연·이별·재회를 그린 애정소설이자 암행어사 몽룡이 탐관오리 변학도를 응징하는 내용으로 지배 계층을 신랄하게 비판한 저항소설이다. 한시인 『춘향가』는 조화로운 구성과 음악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활발히 향유되었다. 두 작품 모두 남녀의 사랑, 신분 차이로 인한 갈등, 선과 악 등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며 인물과 장면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해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우리는 고전의 최고봉이라는 『춘향전』을 제대로 읽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춘향전』을 각색한 영화나 드라마를 봐서 줄거리는 익숙해도 원전에 가까운 소설이나 한시를 읽어보진 못했을 것이다. 고려대 심경호 명예교수가 『춘향전』의 이본 100여 종 가운데 원형이 잘 보존된 대표 이본인 『열녀춘향수절가』와, 양반 유진한이 판소리 〈춘향가〉를 듣고 지었다는 한시 『춘향가』를 현대어로 충실히 옮겼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춘향전·춘향가』는 사실 제대로 읽기 쉬운 작품이 아니다. 수많은 물품의 이름과 까탈스러운 전고, 잘못 인용된 한시 어구뿐 아니라 창작 한시, 사설, 가요, 축사 등 민중의 여러 서술 양식이 곳곳에 나온다. 오늘날 독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춘향전·춘향가』에 상세한 주석과 교감주를 달았다. 독자들은 어렵게만 다가온 고전문학을 이 책으로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머리말

춘향전
퇴기 월매의 딸 춘향
남원 부사 아들 이도령의 봄나들이
향단아, 밀어라
이도령과 춘향, 춘향과 이도령
춘향이 코 딱 댄 코
방자야, 등롱의 불 밝혀라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이팔 이팔, 둘이 만나 미친 마음
내일은 정녕 이별인가보오
내 손의 술이나 마지막으로 잡수시오
보고파라, 나의 사랑
신관 사또의 기생 점고
춘향이 대령
십장가
황릉묘의 꿈
전라도 암행어사
서방인지 남방인지
본관 사또 생일잔치
암행어사 출또야
정렬부인 춘향

춘향가

원문 춘향전
원문 춘향가

해설|『춘향전』의 언어 숲, 지도를 보며 거닐다

참고문헌

혈기왕성한 남녀의 사랑과 이별
조선시대에도 청춘 남녀의 사랑은 문학작품의 인기 소재였다. 『춘향전』은 기생의 딸 성춘향과 양반 자제 이몽룡(이도령)의 만남을 극적으로 그려 재미와 감동을 준다. 오월 단옷날 녹음이 우거진 곳에서 붉은 치맛자락을 풀풀 날리며 그네를 타는 춘향의 모습을 보고 이도령은 춘향에게 첫눈에 반한다. 이도령은 춘향의 집을 찾아가서 춘향과 평생 함께하자는 언약을 맺고 바로 그날 밤 춘향과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이도령이 아버지를 따라 한양으로 가게 되면서, 몽룡과 춘향은 곧 헤어지게 되는데, 그 가슴 절절한 이별 장면이 압권이다. 이도령이 눈물을 왈칵 쏟으며 이별을 전하자, 춘향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탄가 조로 신세한탄을 늘어놓는다. “서방 없는 춘향이가 세간살이 무엇 하며, 단장하여 누구 눈에 곱게 보일꼬. 몹쓸 년의 팔자로다. 이팔청춘 젊은 것이 이리될 줄 어찌 알았으랴.” 둘은 서로 얼굴을 대보고 손을 만지며 한참 동안 슬피 운다. 춘향은 이도령과 헤어지고 나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이루어 나날이 수척해져가는 중에 진양조장단의 울음을 터뜨린다. “갈까보다 갈까보다. 임을 따라 갈까보다./ 천리라도 갈까보다. 만리라도 갈까보다./ (…) 임이 와 날 찾으면, 나는 신발 벗어 손에 들고 나는 아니 쉬어갈래.”
한편 춘향 모는 춘향과 이도령을 이어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두 사람이 만나기 전 청룡이 나오는 꿈을 꾼 춘향 모는 꿈 몽 자에 용 용 자를 연상할 수 있는 이름을 가진 이몽룡이 딸의 인연임을 직감한다. 춘향 모는 이도령과의 첫 만남에서 어떻게 보여야 할지 딸에게 조언을 해주는가 하면 향단을 시켜 이도령과 춘향의 술상을 차리고 자리와 등촉을 잘 살피게 한다. 이도령에게는 자신이 딸을 지극정성으로 키웠다고 얘기해주며, 그동안 딸이 절개를 지켜온 점을 칭찬한다. 딸과 이도령이 헤어질 때는 딸이 버림받는 거라며 이도령을 혼쭐내기도 한다. 춘향 모는 이도령이 한양에서 높은 벼슬에 오르게 해달라고 신들께 빌기도 하는데, 이도령은 장모의 정성에 감동받는다.

“내 춘향을 첫 장가로 맞은 부인처럼 여길 터이니 시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염려 말고, 내가 아직 정식 혼례를 치르기 이전이라고 염려 마오. 대장부가 한번 먹은 마음으로 박대하는 행실을 하겠는가? 허락만 해주오.” (『춘향전』 71쪽)

흥미로운 언어유희와 생생한 민중의 생활
이도령과 춘향은 언어유희와 말놀이의 대가다. 이도령은 춘향과 하룻밤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춘향을 그리워하며 도통 공부에 집중을 못한다. 여러 경서의 구절을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끝에 가서는 모두 춘향을 떠올리는 말을 내뱉는다. 『맹자』를 읽을 때는 “맹자께서 양혜왕을 만날 때 왕이 말하였다. 노인께서 마다않고 오시니, 춘향을 보려고 오셨습니까?”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춘향을 떠올린다. 이도령은 잠자리를 하면서 우스갯소리도 하며 자연히 〈사랑가〉를 부른다.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동정호 칠백 리 달이 질 무렵 무산같이 높은 사랑/ 시선 다하도록 끝이 없는 강물에 하늘같이 바다같이 깊은 사랑.” 이도령은 동음이의어를 이용해 ‘정(情)’ 자 말놀이 노래도 부른다. “너와 나와 유정하니 어이 아니 다정하리./ (…) 난세 평정, 우리 둘이 천년 인정.” 이도령과 춘향은 홀딱 벗고 업음질을 하며 야릇한 말을 섞으며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온갖 장난을 하며 논다.
『춘향전』에는 민중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면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춘향은 꿈을 꾸고 불길한 예감에 앞이 보이지 않는 시골 봉사에게 점을 쳐달라고 부탁한다. 봉사는 점칠 때 쓰는 산가지를 넣어준 산통을 철겅철겅 흔들고서 점괘를 풀이하고 해몽도 해준다. 한편 이도령은 암행어사로 전라도를 순행하면서 백성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다. 농사철이라 〈농부가〉를 부르는가 하면 노인들이 끼리끼리 모여 〈백발가〉를 부르며 밭을 일구기도 한다. “가는 홍안 절로 가고 백발은 시시로 돌아와/ 귀밑에 살쩍이 잡히고 검은 머리 백발 되니/ 아침에는 푸른 실 같더니 저녁에는 흰 눈 같은 법, 무정한 게 세월이라.”

탐관오리와 암행어사의 대결
『춘향전』은 백성을 착취해 원망이 자자한 탐관오리에게 벌을 주는 암행어사의 이야기로 지배 계층을 비판하기도 한다. 남원 부사로 부임한 변학도는 춘향이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춘향을 억지로 불러낸다. 춘향은 이도령과 백년가약을 맺고 있어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하지만, 변학도는 자신을 능욕했다는 죄로 춘향을 옥에 가둔다. 한편 이도령은 한양에서 장원급제 후 전라도 암행어사로 임명되어 걸인의 모습으로 남원에 온다. 거리를 다니면서 노비, 농부, 빨래터 여인들을 통해 변학도의 횡포와 춘향의 고초를 알게 된다. 변학도의 생일잔치 날, 이몽룡은 암행어사로 출또해 변학도를 파직시키고 춘향을 옥에서 꺼내준다.
『춘향전』은 변학도라는 지방 수령을 통해 조선 후기 향촌 사회에서 신분제나 공동체 규제 같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령을 보여준다. 개인적 탐욕까지 채운 수령도 일부 있었는데, 『춘향전』은 변학도로 대표되는 무능한 관원을 비판한 점에서 재지사족과 서민의 공감을 얻었다.

금동이에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았더라. (『춘향전』 199쪽)

호남에서 불린 〈춘향가〉를 한시로 전하다
『춘향가』는 소설과는 다른 읽는 묘미가 있다. 『춘향가』는 향촌 양반인 유진한이 18세기 중엽 호남 문물을 구경하러 갔다가 들은 〈춘향가〉를 200구 2800자의 한시로 옮긴 것이다. 전사에 이야기를 요약해 소개하고, 본사에 줄거리를 서사시 형태로 제시하며, 결사에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평가하는 구성이다. 한시의 압축적인 구조에서 춘향과 몽룡의 이야기를 구어체로 리듬감 있게 전한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한 건 아니다. 줄거리는 핵심 위주로 전달하면서 등장인물의 모습과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이야기에 걸맞은 배경과 풍경도 구체적으로 그린다. “자색 비단에 수놓은 치마는 푸른 난새 날아 움직이는 듯/ (…) 뾰족뾰족한 비단 버선은 참외 같은 코/ 나뭇가지에 부딪혀 높은 곳의 꽃술을 떨어뜨리네”라며 그네 타는 춘향의 출중한 미색을 묘사한다. 춘향과 이도령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비녀로 등불 심지를 쳐서 불을 끈 후에 향기로운 구름이 꿈속에 뜨듯 했다면서 비유적으로 돌려 말한다. 이도령이 암행어사로 출또한 장면은 “맑은 하늘에 벼락 때린 건 아닌지/ 온 좌중이 크게 놀라 바람에 쓰러져/ 관모를 거꾸로 쓰고 앞다투어 창틈으로 내달리며/ 혹 술잔과 술동이를 차고 혹 수저를 떨구네”라며 급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춘향전』은 구성이 치밀하여, 그 미학에 녹아나지 않을 수 없다. 이도령을 떠나보내며 춘향이 날지니 수지니도 쉬어 넘는 동선령 고개에서라도 임이 부르시면 신 벗어 들고 나는 아니 쉬어가겠노라고 넋두리하는 가사를 들으면서 눈물을 찔끔 흘린다. 춘향은 그 상실감을 곱씹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변학도가 터무니없이 들씌운 제서유위율의 죄목으로 곤장을 맞으며 십장가를 부른다.
『열녀춘향수절가』를 비롯한 『춘향가』의 매력은 그 주제를 부각시키는 ‘말’에 있다. 그 말, 그 웅얼거림은 지금 구독자 수가 많은 블로거나 유튜버의 말과도 같다. 소리 내어 읽으면서 혼의 떨림을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까탈스러운 전고나 케케묵은 한문 표현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 흐르듯 흘러나가는 언어유희에 넋이 나가고 혼이 나가지 않을 수 없다. _머리말에서

작가정보

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1955년 충북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한문학과 교수 및 고려대학교 한자한문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한학 입문』 『김시습 평전』 『안평』 『김삿갓 한시』 『내면기행』 『산문기행』 『한국의 석비문과 비지문』 『호, 주인옹의 이름』 30여 종이 있다. 역서로 『주역철학사』 『서포만필』(상·하)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논어』(1~3) 30여 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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