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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

이라영 지음
한겨레출판사

2023년 01월 17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09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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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0409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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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국일보 > 2022년 10월 2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22년 10월 5주 선정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뜨거운 논제들을 치밀하고 날카롭게 다뤄오며, 시대를 통찰하는 저서를 집필해온 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의 2년 만의 단독 저서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유의미한 화두 21개를 꼽고 그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권력의 말’과 ‘저항의 말’을 분석한다. 고통, 노동, 시간, 나이 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 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담론이 꼬리를 물듯 이어져 시대 흐름을 보여주는 거대한 ‘화두의 지도’를 구성한 점이 매우 새롭다.
“왜 어떤 고통은 이름을 얻고, 어떤 고통은 이름도 없이 무시되는가?” “몸이 훌륭한 상품인 시대에 왜 몸을 통한 노동은 경시받는가?” 등 주류 시각에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역발상의 질문을 던지며, 권력의 틈새에서 침묵‘당하는’ 언어를 찾아낸다. 미디어, 문학작품을 비롯해 권력의 영향 아래 왜곡되고 조장되어온 표현들의 실체가 모두 낱낱이 드러난다. 이라영 작가에 따르면 차별과 혐오의 언어는 “항상 상스럽게 들리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꽤 그럴듯하게” 들리기에 우리는 “정확하게 보려는 것, 정확하게 인식하려는 것, 권력이 정해준 언어에 의구심을 품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삶 속에 있는 ‘권력의 말’과 ‘저항의 말’, 그 실체를 밝히는 《말을 부수는 말》은 우리 사회에 평등하고 정확한 언어를 돌려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무엇을 들어야 하는가”
혐오의 언어가 빠른 속도로 증식하는 것에 비하면 저항의 언어는 늘 순탄하지 못하다. 내가 말하는 ‘저항의 언어’는 정확한 언어에 가깝다. 정확하게 말하려고 애쓴다는 것은 정확하게 보려는 것, 정확하게 인식하려는 것, 권력이 정해준 언어에 의구심을 품는다는 뜻이다. (…)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쓰는 게 아니라, 화두를 던지기 위해 쓴다. 권력의 말을 부수는 저항의 말이 더 많이 울리길 원한다. 고통을 통과한 언어가 아름다움을 운반하기를. 그 아름다움이 기울어진 정의의 저울을 균형 있게 바꿔놓기를. 이 세계의 모든 고통받는 타자들이 관계의 대칭에 의해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의 주체가 될 수 있기를.
- ‘작가의 말’ 중에서 -
작가의 말

고통 : 이름이 없어 더욱 고통스럽다
노동 : 노동이 ‘죗값’이 아님에도
시간 : 시간은 돈이 아니다
나이 듦 : 늙음이 낡음이 될 때
색깔 : 우리가 인간을 색깔로 말하지 않는다면
억울함 : 억울함은 어떻게 번역되어야 하는가
망언 : 망언이 권력을 얻을 때
증언 : 망언에 맞서기
광주/여성/증언 : 역사도 경력도 되지 못한 목소리들
세대 : 세대를 호명하는 말은 과연 세대를 가리키는가
인권 : 인권은 취향 문제가 아니고, 차별은 의견이 아니다
퀴어 : 특정 장소, 몸만 허락하는 정치
혐오 : 문화적 입마개 씌우기
여성 : 최선을 다해 모욕하라
여성 노동자 : 여성 노동자의 언어를 복원하기
피해 : 누가 ‘피해호소인’인가
동물 : 인간적인 것은 옳은가
몸 : 비장애 신체성의 권력
지방 : 변방에서 살아가기
권력 : 권력의 무지, 무지의 권력
아름다움 : 공정은 아름다움과 연대한다

차별의 언어는 이처럼 촘촘하고 일상적이다. 언어는 일상의 감옥이며 해방구이고, 나와 타인을 공격하는 창인 동시에 방패, 연대의 끈이 될 수도 있고 배척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또한 무엇을 들어야 하는가. 한 사회의 문해력은 다양한 관계들의 뒤섞임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존재들에 대한 인식이 서로의 언어를 끌어안으며 세계를 확장시킬 것이다.
- 9쪽, 작가의 말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가진 모순은 《고통받는 몸》에서 일레인 스캐리(Elaine Scarry)가 한 문장으로 잘 정리했다. “예술가들이 너무나 성공적으로 괴로움을 표현한 탓에 예술가 집단이 가장 진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로 여겨지고, 그래서 도움이 절박하게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서 의도치 않게 관심을 빼앗을 위험”이 항상 도사린다. 즉, 고통의 표현은 때로 그 고통을 권력으로 바꾼다. 창작을 통해 고통을 다루기보다 창작을 하는 나의 고통에 대해 더욱 열심히 말하는 창작자들이 실로 많다.
- 12쪽, 고통

‘할머니’는 그야말로 ‘힙’한 키워드다. 시장은 빠르게 움직인다. 할머니와 밀레니얼의 합성어인 ‘할매니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할머니들의 패션과 입맛 등은 할매 감성이라 불리며 하나의 스타일이 되었다. 할머니에 대한 환호에는 젊은 여성들의 미래에 대한 소망이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의미 있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에 대한 문화적 소비를 마냥 긍정하긴 어렵다. 시장에서 소비되는 감성과는 달리 실제 많은 할머니들의 삶은 빈곤하기 때문이다. 빈곤의 여성화(Feminization of Poverty)는 빈곤의 할머니화가 되었다. 미래에 ‘~한 할머니’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현재의 여성 노인 빈곤에 대한 불안을 보여준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소망에는 역설적으로 가난과 질병, 고독에 대한 두려움이 포함되어 있다.
- 73쪽, 나이 듦

“몇 학번이세요?”라는 질문은 이러한 한국 사회의 모순을 잘 반영한다. 학번을 묻는 습관은 한국 사회의 연령주의가 학력주의와 결합하여 나타난 결과다. 학력 자본을 가진 사람이 나이를 직접적으로 묻지 않고 에둘러 묻는 완곡어법이다. 표면적으로는 완곡한 어법이지만, 이러한 질문을 주고받아도 되는 계층의 언어를 습득한 자신의 위치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질문이다. 그러면서 조심해야 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학번을 물어도 되는 ‘좁은 세계’에 산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류의 언어는 빠르게 체화된다. ‘요즘 대학 안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고졸은 없는데’, ‘나는 특성화고 나온 사람을 한 번도 못 봤어’라는 말들은 비대졸자의 보이지 않음을 정상화한다.
- 162쪽, 세대

‘20대 남성’에 대한 선거 분석은 왜 권력형 성폭력이 줄줄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직장 내 성폭력은 표면상으로는 한 명의 행동이지만 실제로는 조직적이다. 그렇기에 ‘젠더 갈등’은 없다. ‘젠더 갈등’은 성차별을 은폐하는 권력의 언어다. 언젠가부터 언론은 마땅히 ‘성차별’이라고 명명해야 할 상황에서 ‘젠더 갈등’ 혹은 ‘반페미니즘’이라고 두루뭉술 표현한다. ‘젠더 갈라치기’라는 표현도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젠더 억압에 가깝다. 억압과 차별이라는 개념을 갈등이나 갈라치기로 표현하여 오직 양성의 대립 구도만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만든다. 가상의 적대를 통해 기득권 남성들은 계속 자리를 유지한다. 그리고 수많은 고통들이 투명해진다.
- 208쪽, 혐오

어떻게 지식은 폭력의 도구가 되는가. 누구의 고통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지식은 저항의 도구가 될 수도, 폭력적 흉기가 될 수도 있다. 강남순의 글은 “공인으로서 그가 한국 사회에서 이루어왔던 소중한 일들을 지켜내고, 아직 이루지 못한 남아 있는 일들을 남아 있는 사람들이 이어서 해나가야 한다”며 “한국의 정치사에서 여러 가지 소중한 업적을 남긴 한 사람의 죽음 앞에 나는 애도한다”며 박원순의 공적 업적을 강조하며 마무리된다. 그의 글 어디에서도 피해자가 느꼈을 마음에 대한 일말의 관심을 찾아볼 수 없다. 가해자의 변명이 피해자의 증언을 압도할 때 폭력은 합리화된다. 가해자에 대한 제삼자들의 연민이 피해자의 고통을 소외시킬 때 2차 가해가 발생한다. 예의 있는 애도의 말들은 피해자의 서사를 지우며 박원순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채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그 말 없음은 권력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더욱 말할 권리를 주었다.
- 265쪽, 피해

‘민중은 개돼지’ 발언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일명 ‘개 사과’ 사건 역시 사람을 짐승 취급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그렇다면 동물에게는 그래도 되는가. 그리고 이 질문은 현재 폭력을 경험하는 인간의 입장을 설명하는 데 혹시 방해가 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근본적으로 동물에게도 그러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인간이 겪는 수많은 차별과 폭력을 우리는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비인간 생명에게는 ‘그래도 되는’ 폭력이 존재할 때, 인간은 지속적으로 ‘진짜 인간’을 구별하려고 할 것이다. 인간중심주의는 동물과의 대비를 통해 누가 인간인지를 구체화하기 때문이다.
- 283쪽, 동물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황장수는 안준호가 받은 어머니의 편지를 빼앗아 읽으며 틀린 맞춤법을 조롱한다. 월급이 5만 원 올라 기뻐하는 저임금 노동자가 아들에게 보내는 지극히 사적인 편지에 적힌, 사소한 맞춤법 오류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정확하지 않은 맞춤법은 교육 수준과 경제적 상황까지 포괄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쓰인다. 극 중 악역인 황장수는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준호를 놀린다. 역대 정치인들은 맞춤법 오류와 비문 모음집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숱하게 틀린 문법을 곳곳에 남겼다. 공적 행보에서 모국어 맞춤법을 틀려도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임금 노동자의 맞춤법 오류는 놀림거리가 된다.
- 333쪽, 권력

아름다운 대상에 대한 소유가 아니라 대상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 끊임없이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아름다움과 정의로움을 향한 가장 기본적인 실천이다. 아름다움은 분배되어야 한다. 가장 윤리적인 것이 가장 전위적이다. 윤리가 낡음이 되어갈수록 끈질기게 윤리를 고민해야 한다. 아름다움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느냐, 분배와 돌봄으로 여기느냐에 따라 아름다움의 의미는 다른 방향으로 향할 것이다. 인간이 품은 모방 욕구는 아름다움을 복제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무엇을 복제할 것인가. 권력화된 아름다움인가 분배하는 아름다움인가. 아름다움과 선함에 대한 동경이 나 이외의 타자와 동등하게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결될 수는 없을까.
- 362쪽, 아름다움

“고통을 통과한 언어가 아름다움을 운반하기를”

우리 인생을 관통하는 커다란 두 축 ‘고통’과 ‘아름다움’
고통에서 아름다움으로 가기 위한 ‘노동’ ‘시간’ ‘세대’ …
꼭 짚고 가야 할 단계적 화두들

고통 → 노동 → 시간 → 나이 듦
‘고통’부터 ‘나이 듦’의 파트에선 권력이 빼앗아간 개개인의 가치들을 이야기한다. 가장 먼저는 “이름이 없어 더욱 고통스러운 ‘고통’”에 대해 말하며 우리 사회가 괴로움에도 ‘위계’를 만들어왔음을 알린다. 문학작품에서 다르게 대우받는 ‘창작의 고통’과 ‘출산의 고통’, ‘먼저 물어봐주고 알아봐주는 고통’과 ‘말하려 해도 청자가 없는 고통’을 비교하며 세상에 이러한 고초도 있음을 말하는 일 자체가 ‘운동’임을 강조한다. 이어서 왜 어떤 노동은 ‘공부 못한 죗값’ 취급을 받고, 어떤 노동은 ‘불철주야 지켜져야 하는 노동’이 되어야 하는지, 모든 노동이 ‘첨단’인 것이 아니고 여전히 ‘손발 노동’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육체 노동은 경시받고 인격이 드러나지 않는 집단 숫자로 표현되는지 날카롭게 짚는다. ‘배달노동자’의 노동으로 마무리된 파트는 이어서 공평하지 않은 ‘시간’으로 이어진다. 새벽배송과 총알배송으로 시작하며 누구의 시간으로 누가 돈을 버는지, 권위를 가진 몸과 권위를 얻지 못한 몸의 시간이 어떻게 다르게 흐르는지 촘촘히 살핀다. ‘시간’은 ‘나이 듦’으로 이어져 재산의 유무에 따라 1인의 인격으로 대우받는 노인과 1인 미만의 인격으로 대우받는 노인이 나누어지는 현실을 비판한다. 그리고 ‘이러이러한 노인이 되고 싶다’라는 표현 속에 어떠한 ‘나이 듦’이 소외되는지, 존중받는 늙음의 보조 도구가 ‘돈’인 세상에서 ‘여성의 빈곤화’가 어떻게 가속화되는지 뜯어본다.

색깔 → 억울함 → 망언 → 증언 → 광주/여성/증언 → 세대
앞서 개인적 차원의 빼앗긴 가치를 다뤘다면 ‘색깔’부터 ‘세대’ 파트에선 권력이 조직화되고 정치화되는 과정을 다룬다. ‘색깔’에서는 인간이 색을 이용해 권력을 얻어온 과정을, ‘억울함’에서는 권력이 억울함을 오역하고 나아가 억울함에 대한 공감 없는 사회가 폭력을 양산해온 과정을 증명한다. 망언과 증언, 광주/여성/증언으로 이어지는 세 파트에서는 연이어 자극적인 말을 만들어내는 ‘망언’이 사회에 꼭 필요한 ‘증언’을 어떻게 방해하고 정치가 되는지, 증언은 이에 맞서 무슨 수단과 방법을 통해 세상에 증거를 남기려 하는지 살핀다. 또한 “살아서 증언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세계에서 사라진 이후에 증언을 이어가는 활동이 남은 사람들의 과제”라는 점을 밝히며, 진실의 고리를 잇기 위한 ‘연대’를 강조한다. 이어서 ‘세대’에서는 ‘과연 세대를 호명하는 말은 세대를 가리키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80년대 대학진학률이 20~38%를 오감에도 학번으로 나이를 묻는 것이 보편화되었던 것, 90년대 대학생을 가리키는 ‘X세대’라는 말과 지금의 ‘MZ세대’라는 말에 담긴 권력과 소외를 밝히며, 계층의 언어가 세대의 언어로 둔갑해가는 과정을 조목조목 나열한다.

인권 → 퀴어 → 혐오 → 여성 → 여성 노동자 → 피해
‘인권’부터 ‘피해’ 파트에서는 조직화, 정치화된 권력이 어떠한 잔혹성으로 인권을 파괴하는지 다룬다. “누군가의 인권은 어떻게 나중이 되어왔나?”라는 굵직하고도 중요한 질문이 ‘퀴어’ ‘혐오’ ‘여성’ ‘여성 노동자’ ‘피해’라는 화두를 이끈다. 특정 장소와 몸만 허락하는 정치는 차별과 혐오의 언어를 만들고, 우리에게 다양하고 자유로운 문화를 방해하는 ‘입마개’를 씌운다. 그뿐만 아니라 “왕자 낳은 후궁” “엄마 리더십” “권력의 시녀” “효자 상품” 같은 여성혐오/여성을 소외시키는 표현들이 매일같이 양산된다. ‘여성 노동자’에서는 여성의 ‘노동’이 집에서의 가사노동이나 특정 보조역할을 하는 ‘도우미’로 한정되어온 역사와, 페미니즘이 여성의 ‘노동’에 대한 인식을 올바로 자리 잡도록 했음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불균형의 문제들을 언급한다. 대표적으로 ‘청소 노동’이 그러하다. 이라영 작가는 “여성, 청소하다” “여성, 청소되다” “여성이 청소할 것이다”라는 소주제를 연달아 풀어내며 여성의 노동이 나이 들어갈수록 무언가를 ‘청소하는’ 것에 한정되고, 고용시장에서 빠르게 ‘청소되는’ 것을 지적한다.

동물 → 몸 → 지방 → 권력 → 아름다움
그다음으로 ‘동물’부터 ‘아름다움’ 파트에선 이 책이 설파하고자 하는 근원적 감수성이라고 할 수 있는 ‘분배와 돌봄의 감수성’을 말한다. ‘동물’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다움이 아니라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선 생각”이라고 말하며 동물권을 힘주어 말하고, 나아가 ‘동물 취급을 받는’ 약자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말 속에 누가 포함되는지” 우리는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몸’에서는 비장애인들이 무심코 사용하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들, 그 언어의 배경이 된 “눈치 보지 않는 몸”의 권력을 말한다. ‘몸’ 다음의 파트는 수도권(머리)의 팔다리 역할을 하는 ‘지방’이다. 왜 수도권은 머리로 비유되고, 지방은 머리의 명령을 받는 팔다리로 비유될까? 실제로 지방은 머리를 위해 쓰레기를 모으고 에너지를 생산한다. 지방을 ‘(팔다리) 외곽’으로 단순 처리해버리는 수도권 중심의 사고가 ‘지방 언어’ 또한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움’에서는 앞선 화두에서 이야기한 갈등과 문제를 해결할 근원적인 개념이 등장한다. 바로 “아름다움은 분배와 돌봄”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품은 아름다움과 선에 대한 동경이 나 이외의 타자와 동등하게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이 될 때 착취와 차별, 혐오로 “기울어진 저울”이 바로잡힐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라영

예술사회학 연구자. 예술과 정치, 그리고 먹을 것을 고민한다. 지은 책으로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타락한 저항》, 《정치적인 식탁》, 《폭력의 진부함》,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가 있다. 《비거닝》에 공저자로, 《우리는 다 태워버릴 것이다》에 공역자로, 연극 〈식사〉에 공동창작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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