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분한 노리개

... 억압, 차별, 불평등,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에 악착같이 정착하려는 이방인과 갓 도착한 이민자들의 현실...

Roberto Arlt 지음 | 김성욱 옮김

별밭 출판사 2023년 01월 1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격분한 노리개>는 각자도생하는 환경의 사회에서 엿볼 수 있는 존엄성과 비열함을 아무런 거르기 없이 보여 준다. 1920~30년대 당시 아르헨티나 사회의 기득권과 '지성인' 세력이 누리고 외면하는 부조리한 사회에서, 없는 자들이 겪는 고통 그리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담겨있다.

목차

지은이/옮긴이 소개 - 알리는 글 - 1장 구름 좇던 시절 - 2장 쳇 바퀴 같은 삶 - 3장 격분한 노리개 - 4장 유다 이스가리옷 - 뜻풀이

책 속으로

...화사한 색채의 그림이 찍힌 지폐는 의미가 더 깊어 보였고, 손바닥에서 서로 부딪치는 니켈 동전들의 소리는 경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랬다. 부당하게 번 돈이 더 값지고, 더 은밀한 기쁨을 주는 듯하였고, 더할 나위 없이 상징성이 있어 보였고, 미소를 잔뜩 머금고 찬사와 도발적인 장난질을 우리 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뼈 빠지게 일해서 손에 쥐는 비참하고 한 맺힌 돈이 아니라, 바람 같은 돈, 요정들이 가져다주는 돈, 날건달스럽고 무희 같은 돈, 근사한 술잔치를 열게 하는 숙성된 포도주 냄새나는 돈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척박한 환경에, 구름으로 뒤덮인 평원에 그리고 눈이 아프게 푸르고 딱딱한 하늘 아래에 어머니 홀로 서 있는 듯했다. 내가 걸음마도 하지 못하는 아기였을 때, 고생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나를 보듬고 당신의 가슴으로 내 무릎을 데우고, 힘겹게 길가를 오가며 연약한 당신의 몸으로 나를 위해 사람들에게 구걸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젖을 먹일 때 당신의 메마른 입에서 뜨거운 흐느낌이 새어 나왔고, 굶주린 당신의 입 대신 내 입에 빵조각을 넣어 주셨으며, 수많은 밤 내 울음소리에 눈물 적시며 누더기 차림의 보잘것없고 슬픈 당신은 온몸으로 내가 다시 잠들 수 있는 요람을 만들어 주셨다...

출판사 서평

<격분한 노리개>는 각자도생하는 환경의 사회에서 엿볼 수 있는 존엄성과 비열함을 아무런 거르기 없이 보여 준다. 1920~30년대 당시 아르헨티나 사회의 기득권과 '지성인' 세력이 누리고 외면하는 부조리한 사회에서, 없는 자들이 겪는 고통 그리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담겨있다. 이러한 알뜨의 작품을 향한 기득권의 공격과 멸시는 가혹하고, 집요하고, 조직적이었다. 그의 문체가 거칠고, 투박하고, 천박하고, 자극적이고, 서민적이고, 반사회적이며 비윤리적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러나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점은 알뜨의 작품에 당시 다른 아르헨티나 문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생동감이 넘쳤다. 그의 '이단아'적인 성향은 아르헨티나 사회의 새로운 사회적 현실을 잉태하고 있었다. 훗날 그의 작품의 가치는 재해석되었고 오늘날 로베르또 알뜨는 아르헨티나 근대문학의 시대를 연 인물로 꼽힌다.

작가정보

저자(글) Roberto Arlt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서 소년 시절에 가출하여 잡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신문기자, 작가 활동을 펼쳤다. 1926년 그의 첫 소설 가 세상에 나오자 기득권 세력의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훗날 그의 작품들은 재해석되고 문학의 가치를 인정 받아 오늘날 아르헨티나 근대문학의 시대를 연 인물로 꼽힌다.

번역 김성욱

아르헨티나에서 대학 졸업 후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 국립고등학교에서 교사를 재직하다가 1998년 귀국하여 2020년까지 주한외국공관에서 행정보좌관으로 재직하였다. 현재 방송프로그램 번역, 영화제 번역 및 감수, 에스빠냐어 지도, 중남미 문학 번역에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