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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두시의나무

2023년 01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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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8.13MB)
ISBN 979119628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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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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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천재적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대담하고 특이하면서 독창적인 에세이 《아픈 것에 관하여》(1930)와 작가의 어머니 줄리아 스티븐의 19세기 간병 지침서 《병실 노트》(1883)를 합본했다. 이 놀랍고도 전례 없는 문학적 재회로 우리는 아픈 사람과 간병하는 사람의 세계를 동시에 만나게 된다. 《아픈 것에 관하여》는 병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여유롭고 우아하게 풀어내고 있으며, 1883년 출간된 후 오랜 세월 잊혀왔던 《병실 노트》는 세세한 간병 요령을 명확하고 유머러스하게 소개한다. 평생 몸과 마음을 앓으면서도 자신의 문학을 지켜낸 버지니아와 ‘모든 여성은 간호사’라는 나이팅게일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헌신한 줄리아. 정작 버지니아는 줄리아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어머니의 간병을 받지 못했지만, 다른 듯하면서도 묘하게 닮은 모녀의 글을 읽노라면 두 사람은 아픈 자의 일상과 존엄에 대해 각자의 목소리로 서로 영원한 대화를 이어가는 듯하다.
옮기고 나서 | 공경희
편집자의 말 | 잰 프리먼

1부 아픈 것에 관하여 | 버지니아 울프
《아픈 것에 관하여》를 소개하며 | 헤르미온 리

2부 병실 노트 | 줄리아 스티븐
《병실 노트》를 소개하며 | 마크 핫세

맺는말 | 리타 샤론

침실에서 열이나 우울의 공격에 맞서 육체가 이 육체를 노예로 삼은 정신과 벌이는 대규모 전쟁들은 무시된다.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런 것들을 정면으로 응시하려면 사자 조련사의 용기가, 탄탄한 철학이, 대지의 중심에 뿌리 내린 이성이 필요할 것이다.
_《아픈 것에 관하여》 중에서

질병에 아이 같은 솔직함이 있다고 고백해보자(병은 대단히 고백적이니). 이런저런 말을 하고, 건강할 때는 체면 때문에 신중하게 감추던 진실을 툭 내뱉는다.
_《아픈 것에 관하여》 중에서

항상 동정을 받으면, 항상 동반자가 있으면, 항상 이해받으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_《아픈 것에 관하여》 중에서

아프면 이런 가식은 중단된다. 당장 침대를 요구하거나, 의자에서 쿠션들 사이에 깊이 파묻혀 앉아 발을 바닥에서 들어올린다. 우리는 직립 부대원 노릇을 그만두고 탈영병이 된다.
_《아픈 것에 관하여》 중에서

유독 매력적이거나 흥미로운 이력의 소유자들만 친절히 간호받는다면 힘들어질 것이다. 교육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모든 간병인은 환자를 ‘케이스’로 보고 모든 타인, 인정 없는 친구,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 할 것 없이 똑같이 상냥하게 보살펴야 한다.
_《병실 노트》 중에서

힘든 일이 생기고 그걸 병자가 모르는 게 중요하다면, 간병인들은 최선을 다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질문을 받으면 ‘자유롭게 거짓말을 해야’ 한다.
_《병실 노트》 중에서

목욕과 물기를 닦는 과정은 조용히 진행되어야 한다. 씻기는 이들의 쓸데없는 말이 병자에게 상처가 된다. “됐어요”, “아, 여기 있네요”, “잠깐 기다려요”라는 말은 거슬리고 목욕이 주는 상쾌함을 빼앗는다.
_《병실 노트》 중에서

고통받는 이를 지켜보고 함께 고생한 사람들은 죽음이 왔다는 사실을 알면 처음에는 안도한다. 하지만 망자를 단장하는 끔찍하고 비현실적인 수의 때문에 평화로운 분위기가 깨진다. 머리 주변에 장식 구멍이 난 흰 리넨 띠 대신 보드라운 비단 손수건을 놔둔다면, 살아 있는 동안에 입던 따뜻한 색의 가운을 수의로 입힌다면, 마지막 시간이 고통스러운 인상을 남기지 않으련만.
_《병실 노트》 중에서

“두 글의 유사성은 버지니아 울프가 글에서 표현하는 어머니를 향한 갈망의 원천을 암시하기도 한다.” _잰 프리먼(이 책의 원서 편집자)

“《병실 노트》는 버지니아가 타고난 글쓰기 소질을 부친 못지않게 모친에게서도 물려받았다는 명확한 증거다.” _위니프레드 홀트비(버지니아 울프의 첫 전기 작가)

“죽음 너머로 따뜻한 손길과 생각을 건넬 수 있는 것, 이것이 글이 가진 힘이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 어머니와 딸이 한 세기를 훌쩍 넘는 시간을 지나 이 책에서 만났다.” _공경희(옮긴이)

“아프면 말들이 신비스러운 힘을 갖는가 보다.”
: ‘아픈 사람’ 버지니아 울프의 《아픈 것에 관하여》

《아픈 것에 관하여》의 집필은 버지니아 울프가 1925년 8월 19일 한 파티에서 기절하면서 시작됐다. 그 전까지 순탄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몇 편의 작품을 출간하고, 다음 소설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비타 색빌웨스트와의 매혹적인 관계에도 접어든 상태였다. 이때 쓰러진 이후로 수개월의 병치레가 이어졌다. 회복할 무렵에는 다시 풍진에 걸렸고, 지긋지긋한 두통, 두통으로 혼수상태, 의사의 집필 금지, 구토증 등으로 아픈 시간이 계속됐다.
이런 갖가지 증상에 시달리던 작가의 이 짧은 에세이는 그럼에도 전혀 우울하거나 어둡지 않다. ‘누워서’ 하루를 보내는 작가의 사유는 멀쩡히 ‘서서’ 다니는 사람들보다 놀랍게도 훨씬 더 자유롭고 여유로워 독자의 시선을 오래도록 붙잡는다. 이 에세이는 글쓰기, 독서, 셰익스피어, 하늘, 바다, 구름, 새, 꽃 등의 소재들을 즉흥적으로 넘나들며 제목 이상의 주제를 다룬다.
‘누워서’ 산다는 것은 어떤 걸까? 아파서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한창 일하느라 바쁜 ‘근로자 부대’로부터 뒤처진 낙오자 신세가 되기 일쑤다. 하지만 작가는 이로 인해 자연과 세상이 속삭이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어 보통 사람들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할 시간이 생긴다고 썼다. ‘누워서’ 보는 변모하는 구름, 흔들리는 커튼처럼 작가의 글도 변화무쌍하다. 여기에는 질병뿐 아니라 언어, 종교, 고독, 독서, 연애, 문학 논쟁, 작업 중인 위대한 소설도 숨어 있다. 작가는 마치 질병을 통해 다른 우주 전체를 창조하는 듯하다.

“간병인에게 누구를 보살피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야 한다.”
: ‘간병하는 사람’ 줄리아 스티븐의 《병실 노트》

버지니아 울프의 어머니 줄리아 스티븐의 1883년 에세이 《병실 노트》를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해 소개한다.
줄리아 스티븐은 인생 초년부터 환자 곁을 지키는 생활을 했다. 언니들이 결혼하고 열여섯 살인 그녀가 어머니의 간병인이자 치료법을 찾아다니는 여정의 동행자가 되었다. 줄리아의 남편이자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인 레슬리 스티븐의 말에 따르면 집안 식구들 또한 여기저기서 줄리아를 찾는 통에 결혼식조차 미뤄야 했다.
그녀가 《병실 노트》를 쓰게 된 건 숙명처럼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에세이에는 19세기 가정에서 아픈 사람을 돌보는 요령이 세세하게 적혀 있는데 그야말로 구체적이고 실용적이고 명확한 서술로 가득하다. 병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침구를 정리하는 법, 목욕 시 옷을 벗기는 순서, 음식을 조리하는 법, 옷 입히는 법, 심지어 환자가 사망한 후 간병인이 처신하는 법까지 간병인으로서 갖추면 좋을 환자에 대한 태도와 배려, 관심, 시선이 잘 담겨 있다. 불빛 한 가닥, 작은 소음과 외풍, 침대 속 부스러기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 환자를 어떻게 괴롭히는지, 이에 대해 간병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꼼꼼히 적었다.
그중 인상적인 부분은 환자를 케이스(case)로 보는 관점이다. 줄리아 스티븐은 환자 개인이 아닌 ‘케이스’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간호 본능인 것 같다고 강조한다. 간병인에게 누구를 보살피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모든 간병인은 모든 타인, 인정 없는 친구,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 할 것 없이 똑같이 상냥하게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이상적인 성실함을 그대로 실천한 19세기 여성의 삶과 정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영문학자, 편집자, 의사의 각양각색 해설로
한층 깊어지는 오래된 텍스트로의 여행

옥스퍼드 영문학과 명예교수 헤르미온 리가 《아픈 것에 관하여》에 대해, 「울프 연구 연감」의 창립 편집자 마크 핫세가 《병실 노트》에 대해 쓴 해설을 각 글에 덧붙였다. 헤르미온 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작품을 독창적이고 광범위하게 전하며, 이 짧은 에세이의 문학성, 작가의 숨은 의도, 출간을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생생히 전달한다.

“《아픈 것에 관하여》는 울프의 영웅적인 인내심과 용기를 드러낸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육체와 정신의 고통을 모아서 새로운 종류의 글로 전달한다.” _헤르미온 리(옥스퍼드 대학교 영문학과 명예교수)

마크 핫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줄리아 스티븐의 삶을 소개한다. 또 줄리아 스티븐의 삶과 글의 맥락에서 버지니아 울프와 그녀의 글들, 《아픈 것에 관하여》를 함께 조명한다. 핫세는 줄리아의 글에서 버지니아의 글쓰기 특징인 위트와 관찰력이 엿보인다고 말한다. 19세기 후반의 여성 줄리아가 침대 속 부스러기의 출처를 설명하지 못하는 지식인들을 가볍게 조롱하는 부분에서는 딸 버지니아의 페미니스트 코미디가 엿보인다고도 설명한다.

“《병실 노트》는 오늘날의 간병인들을 위한 지침서이자, 20세기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명의 전기에 매혹적인 문건이다.” _마크 핫세(「울프 연구 연감」의 창립 편집자)

이 책의 말미에는 내과의이자 문학비평가인 리타 샤론의 맺는말을 실었다. 샤론은 두 에세이의 요지를 구체화하고, 의사로서 또 문학비평가로서 두 글을 흥미롭게 비교한다. 그러면서 《병실 노트》를 읽고 《아픈 것에 관하여》를 읽으니 자신이 환자를 진료하면서 이루려고 애썼던 내적 균형을 다시 얻게 된다고 말한다.

“언젠가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이 아플 날이 올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주치의, 간병인, 치료사가 이 두 글을 같이 읽기를 바랄 것이다.” _리타 샤론(내과의, 문학비평가)

영문학자, 편집자, 의사가 쓴 세 편의 해설은 안타깝게도 짧은 시간만을 함께한 모녀의 이야기를 애틋하게 연결 혹은 교차시킨다. 버지니아 울프는 열세 살에 어머니를 잃고 최초로 정신 이상 상태를 보였다고 한다. 평생토록 아팠던 이 천재적 작가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진실한 간병인이던 어머니의 간병은 받지 못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두 사람이 같은 생에서 미처 나누지 못한 대화를 이토록 매력적인 두 텍스트를 통해 다시금 이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두 편의 에세이는 독자에게도 모녀를 훌륭하게 연결해주며 특별한 독서의 시간을 선사한다. 예를 들면 줄리아 스티븐은 아파서 모든 것에 예민한 병자에게 되도록 ‘진실’을 털어놓는 쪽을 선호한다. 그래야 병자가 재앙을 상상하며 더 큰 괴로움을 겪지 않게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상황이 요구하면 간병인에게 ‘자유롭게 거짓말’하라고 조언한다. 이 대목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일화가 겹친다. 버지니아도 거짓말 전략을 구사하는 재능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1906년 남자 형제인 토비가 죽었을 때, 죽은 토비와 똑같이 장티푸스를 앓는 친구에게 버지니아는 ‘큰 변화는 없다’고, 토비가 ‘나아지고 있다’고, 간병인들이 양고기를 못 먹게 한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1906년 이미 시작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첫 소설 《댈러웨이 부인》에는 《병실 노트》에 설명된 간단하고 현실적인 간호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작가정보

Virginia Woolf, 1882~1941
20세기 천재적인 문학가로 꼽힌다. 역작에 《댈러웨이 부인》(1925), 《등대로》(1927), 《올랜도》(1928), 《자기만의 방》(1929), 《파도》(1931) 등이 있다. 페미니스트이자 핵심적인 모더니스트로 블룸즈버리 그룹의 주요 멤버였으며 남편 레너드 울프와 출판사 ‘호가스 프레스’를 설립해서 운영했다. 《아픈 것에 관하여》는 1925년 신경쇠약을 경험한 직후 침대에서 쓴 에세이로 1930년에 작가가 직접 조판한 250부를 호가스 프레스에서 출간했다.

Julia Stephen, 1846~1895
버지니아 울프의 어머니로 잉글랜드에서 당시 문학 및 예술계의 본거지였던 두 이모의 집들을 자주 방문하며 그곳을 찾은 화가들, 작가들, 철학자들 속에서 성장했다. 저명한 사진작가인 이모 줄리아 마거릿 카메론이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기도 했다. 1878년 레슬리 스티븐과 재혼해 버지니아를 포함한 사남매를 낳았으며 성인이 된 후 내내 숙련된 간병인 역할을 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1883년 《병실 노트》를 출간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시간의 모래밭》,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벨 자》, 《파이 이야기》, 《감염체》, 《교수와 광인》, 《호밀밭의 파수꾼》, 《아들과 연인》, 《복제인간》, 《우리는 사랑일까》, 《행복의 추구》,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길리아드》, 《자기만의 방》 등 다수가 있다. 저서로 북 에세이 《아직도 거기, 머물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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