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도우리 지음
한겨레출판사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2년 11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0월 21일 출간

(개의 리뷰)
( 0% 의 구매자)
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7.75MB)
ISBN 9791160409260
지원기기 교보eBook App, PC e서재, 리더기, 웹뷰어
교보eBook App 듣기(TTS) 가능
TTS 란?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입니다.
  • 전자책의 편집 상태에 따라 본문의 흐름과 다르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습니다.
  • 전자책 화면에 표기된 주석 등을 모두 읽어 줍니다.
  • 이미지 형태로 제작된 전자책 (예 : ZIP 파일)은 TTS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 '교보 ebook' 앱을 최신 버전으로 설치해야 이용 가능합니다. (Android v3. 0.26, iOS v3.0.09,PC v1.2 버전 이상)

소득공제
소장
정가 : 12,000원

쿠폰적용가 10,800

10% 할인 | 5%P 적립

이 상품은 배송되지 않는 디지털 상품이며,
교보eBook앱이나 웹뷰어에서 바로 이용가능합니다.

카드&결제 혜택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416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만성 번아웃의 시대. 퇴근 후 씻지도 않은 채 건조한 얼굴로 방바닥에 앉아 핸드폰 액정 위로 무의미한 스크롤을 하던 어느 날, 우리는 이런 생각을 떠올리고 만 것이다. ‘오늘은 진짜 책상에 앉으려고 했는데…. 넷플릭스 명작 시리즈라도 볼까? 근데 뭔가에 감명받을 기력이 없어…. 지금 이런 생각 중에도 이불에서 나올 생각 안 하고 이딴 월간 운세나 보고 있는데, 문화생활은 대체 언제 하냐고. 중독이다, 중독.’(9쪽) 그런데 가만, 어쩌면 중독된 이 삶 자체가 우리의 문화인 것은 아닐까?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프로 중독러’인 도우리가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여 써낸, 생생한 중독기이자 참신한 사회 보고서이다. 저자는 자신의 삶 속에서 지금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중독’라는 문화 트렌드를 새로이 포착해내며, 21세기 중독 필수템이 되어버린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안읽씹, 사주 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라는 9가지 문화 트렌드를 각각 비평·분석한다. 문화를 ‘여가 시간을 할애하는 대상’으로 정의한다면, 습관적으로 얼마나 얻었는지 확인하는 인스타그램 ‘좋아요’도, 불안할 때마다 찾는 사주 유튜브도, 스트레스가 심하면 어김없이 입에 갖다 대는 불닭볶음면에 맥주 한 캔도 모두 중독 문화의 요소인 셈이다.

한편, 책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의 제목이 말해주듯, 환상적 욕망을 좇는 가난한 도시의 청년들은 이런 중독을 향한 사랑을 끊어내려야 끊을 수가 없다. 중독 문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하지만, 일시적이고 즉각적으로 문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분명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중독은 “자기 위로이면서 자해”(8쪽)이다. 도우리는 중독 문화를 입체적으로 논하며, 오늘날 청년이 중독에 기대어 성실하게 엉망인 삶을 살아낼 수밖에 없는 혼란한 사회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뻐근한 공감을 느끼며 독자 역시 글 안팎으로 어딘가 익숙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책에 아낌없는 추천의 글을 보내준 문화인류학자 김현미와 양다솔 작가, 박참새 작가는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니 이 책은 도우리의 중독기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모든 경우가 그렇지 않다 해도 어쨌든 그건 우리가 서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중독’이라는 말은 그런 위치를 드러내기에 적합했다. (중략) 내가 다루고자 하는 문화 주제들과, 몇 언론이나 소비 시장에서 언급하는 문화 트렌드는 상당수 겹친다. 다만 나는 중독된 자로서, 문화를 중독의 언어로 쓰고자 했다.”_11~12쪽
추천의 글
들어가며: 자기 위로이면서 자해인 것

1장 [ 갓생 ] … 어른 되기 어려워진 시대에 어른 되는 법
2장 [ 배민맛 ] … 현대인의 필수 MSG
3장 [ 방꾸미기 ] …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다는 달콤한 말
4장 [ 랜선 사수 ] … 그 많던 사수는 누가 옮겼을까
5장 [ 중고 거래 ] … 명품 가방부터 판매자의 노동력, 이웃까지 팝니다/삽니다
6장 [ 안읽씹 ] … 톡포비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넘어
7장 [ 사주 풀이 ] … 나를 위로해줄 대안 종교의 시대가 도래했노라
8장 [ 데이트 앱 ] … 우리의 욕망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9장 [ #좋아요 ] … #외로움 #중독 #사회

나가며: 쓰기에 대한 쓰기들

그날의 투두리스트를 좀 순조롭게 지워 나간다 싶으면 ‘나 갓생 시작인가?’ 했다가도, 결국 저녁부터 밤늦게까지 유튜브만 보다 잠들 때면 ‘내일부터 진짜 갓생 산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이 말을 할수록 어쩐지 갓생과 거리가 더 멀어지는 거 같아서, 실은 저주문을 외우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_19쪽

이런 만성적 번아웃의 시대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미라클이고, 매일매일 루틴을 지키는 건 신의 경지가 될 수밖에 없다. 통근하느라 길바닥에 시간과 체력을 버리거나, 가사 노동과 육아 혹은 간병을 병행해야 하거나, ‘건강’한 몸이 아니라면 더더욱 노동 로봇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삶은 너무 비인간적이라는 점에서도 갓생이라고 불리는 걸지도 모른다._37쪽

어쩌면 나는 ‘자본 없는 자본주의 인간’일지 모른다. (중략)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그렇게 나쁜지도 모르겠다. 배민맛이 좀 찜찜해서 그렇지, 장 보고 요리하는 시간을 이만큼 아껴주는 걸 따지면 계속 맛봐도 상관없을 것 같다. 그렇게 아낀 시간들로 못다 한 일을 하고, 경력을 쌓고, 돈을 좀 벌면 그때 가서 대안적인 삶 좀 챙겨도 되지 않을까? 과장 좀 보태, 배민맛은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일지도 모른다. 배민맛, 불닭앤카스맛, 스벅맛, 마늘주사맛, 편의점맛, 레토르트맛이 없었다면 도시 노동자로 생존할 수나 있었을까?_48쪽

패션은 길거리에 널려 있지만, 인테리어라는 건 누군가의 집에 초대되고 나서야 볼 수 있는 내밀한 광경이다. 그때만 해도 가장 잘 꾸민 집에 대한 상상력은 드라마 속 재벌 집까지였다. (중략) 국민 대다수의 상상력도 나와 비슷했을 거다. 이걸 오늘의집이 바꿨다. 예를 들면, 플랫폼 내에서 클릭 한 번만으로 낯선 사람들의 집 사진을 몇만 장 이상으로, 그것도 커튼이나 조명 하나하나의 가격까지 클로즈업해서 끊임없이 볼 수 있게 됐다._64~65쪽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어느 정도 손볼 수 있다. 누구나 집을 살 수는 없어도, 누구나 예쁜 집에 사는 건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으니까._71쪽

이케아는 ‘체인징 룸 제너레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인테리어를 자주 바꾸는 세대라는 뜻으로, 2년마다 한 번씩 세련된 저가 가구로 집을 단장하는 유행에서 유래했다. 이를 통해 이케아는 가구를 소모품으로 프레이밍하는 데 성공했다. 가구란 신혼 때 맞춰 평생 쓰거나, 자식에게까지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샀던 위 세대와는 아예 다른 사고방식인 것이다. (중략) 이렇다보니 “가구가 옷 가격이라 부담 없어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진다. 하지만 그 저렴한 가격에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붙어 있다._74~75쪽

인테리어는 주거 개념의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방 이미지들에선 주거의 질에 대한 이야기는 지워져 있다. 아무리 좁은 원룸이어도 넓어 보이게, 로망대로 실현하는 노하우 수준에서만 이야기된다. 평수나 환기 시설이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집이 넘치고,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치안 비용을 여성 개인만 감당하는 문제 같은 건 러그나 포스터 뒤편에 그대로 가려져 있다. 가난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론 눈에 보이지 않게 됐다._84쪽

사수가 없는 게 얼마나 당연하면 스스로 사수가 되라는 이 책이 주직의 직무 유기가 아닌 ‘선물’이 되는 걸까? 대체 누가 내 사수들을 랜선으로 옮긴 걸까? 오프라인 현실부터 짚어보자. 신문지 접기 게임처럼, 오프라인 사무실은 사수들이 발 디딜 자리가 해마다 성큼성큼 좁아져왔다. (중략) 신입부터 뽑아 육성하는 공채 티오도 점점 줄어들다 못해 바늘귀 수준이 됐다. 공무원조차 호봉제가 폐지되는 건 시간문제가 되고 있다. 조직 내 중간 직급이 없다며 개탄하는 말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탓에 이제 들리지도 않는다. 문명의 단위도 12진법이 아니라 11진법으로 바뀌었다.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기 싫어서 11개월씩만 계약하는 짓을 비꼰 거 맞다._90쪽

일머리라는 게 우리가 보통 말하는 ‘뇌’일 수 없다. 일머리가 ‘공부 머리’와 구분되는 개념인 것처럼, 일이란 게 단지 수능 인터넷 강의 듣듯 지식만 쌓는다고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든 인수인계서가 아무리 잘 정리돼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 달달 외워서 따라 해내기만 하면 순조롭게 일이 풀리는 게 아니란 걸 안다. 일머리에는 일터에서 사람들과 부대낄 ‘일몸’ 그리고 그 일몸들 간의 적절한 ‘관계’가 필요하다. 오피스 사수는 멸종하고 랜선 사수만 증식하는 시대에는 일몸들이 뻗을 자리가 사라지고, 일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_99~100쪽

우리는 꽤 전지전능해졌다. 안부를 굳이 묻지 않아도 중학교 동창이 자신과 똑 닮은 파트너를 만났고, 결혼식은 언제 올렸고, 아이 이름은 뭘로 지었는지까지 안다. (중략) 우리들의 이야기와 관계는 나날이 손쉬워지고 있다. 어째 편리해질수록 톡포비아 증세는 악화된다. 카톡의 편리함이 오히려 ‘톡’의 지분을 점점 앗아간다. 관심 들여 대화해야 할 수 있던 것을 너무 쉽게 알려주니까 말이다. 안부를 묻고, 표정과 몸짓으로도 마음을 전하고, 공감을 표현하는 대화의 너무 많은 기능을 메신저 플랫폼에 외주를 줘버렸다. 웃음과 감사의 뜻은 이모티콘이 탬버린으로 엉덩이도 때려주거나 헤드스핀이나 프리즈 같은 고난도 비보잉 춤까지 춰주며 대신해준다._139~140쪽

콜포비아나 톡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세대로 지목된다. 그것은 단지 면대면 대화를 꺼리거나 사회화가 덜 된 미숙한 탓이라기보다,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초연결 노동과 갑질,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되는 청년의 현실과도 이어진 문제다._147쪽

사주나 신점은 K-심리 상담이라고도 불린다. (중략) 날 보자마자 내 인생에 대해 단정지어주고, 장점과 단점을 적절히 적절히 섞어 짚어주며 단짠단짠 고자극 재미를 선사해주며, 맛대가리 없고 안 예쁜 알약 대신 구체적으로 몇 년도부터 풀릴지 약속해준다. 다소 부적절한 구석이 있지만, 인생이 나쁘게 흘러가는 상황에는 나쁜 방법도 적절한 법이다._159~160쪽

오늘날 대안 종교의 융성은 어떤 격변의 토양 위에 있는 것일까? MZ세대의 또 다른 이름은 N포세대다. 포기의 목록에는 대표적으로 (가부장 중심적인) ‘연애, 취직, 내 집 마련, 결혼, 출산’이 꼽힌다. 이 항목들은 정상 생애주기의 이정표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이런 통과의례를 거쳐 ‘어른’이라는 사회의 일원이 되었는데 지금은 그럴 기회를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갖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장에 관한 전통적인 내러티브가 희미해져가고 비혼 공동체를 꾸리는 소식이 더 들려오고 있지만, 제도와 정치, 문화는 아직 간극이 크다. 하지만 대안 종교는 개인 맞춤형으로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준다._161~162쪽

우리는 영원히 실향민 신세다. 종교, 국가, 지역, 가족 내 역할, 섹슈얼리티, 평생 직장처럼 인류가 오랫동안 뿌리내려온 정체성의 기반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건 자유라기보다 의미의 상실이라는 고통을 주는 쪽에 가깝다고들 말한다. 이런 정체성을 개인들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 문제를 대부분 소비를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중략) 그리고 이 정체성 소비의 핵심은 ‘이미지’다. 인스타그래머블 이미지는 단지 세련되고 특이한 비주얼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규정해주는 역할을 한다._205~206쪽

‘좋아요’는 의외로 좋다는 감각과 멀다. ‘좋아요’는 초조하고 압도되고 과하게 쾌락적이고 우울하고 곁눈질하고 수치스럽고 음침하고 외롭지만 더욱 혼자가 되고 싶은, 갉아 먹히는 감정에 더욱 가깝다._212쪽

★김현미, 양다솔, 박참새 강력 추천!★
☆〈한겨레21〉 르포작가 공모전 수상 작가☆

“내 자리를 더듬어 보면, 분명 차가웠다”
환상을 걷어내고 핍진하게 그려낸 청춘의 ‘겨울’

청춘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흔히 봄에 비유된다. 햇빛을 머금은 씨앗에서 꽃과 새순이 피어나듯 청년은 모든 가능성으로 가득한 푸릇한 존재로 비쳐진다. 특권과도 같은 그 뜨겁고 푸르른 ‘젊음’을 알차게 누리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직무유기’와 맞먹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열정을 상실한 젊은 세대, 뭐든지 쉽게 포기하는 청년, 조직이나 사회 규범에 녹아들지 못하고 혼자 부유하는 2030 젊은이들은 그 자체로 ‘문제적’이다.
하지만 도우리는 과감히 그 청춘이라는 은유를 비틀고 찢는다. 애초에 “봄의 상징처럼 눈부시고 푸르른 모습만이 청년이 아니라고”, “청춘인 우리는 단일하게 푸르지 않다”(12쪽)고 말이다. 오히려 기회와 가능성을 빼앗긴 채 불평등한 사회와 궁핍한 현실에 아등바등 홀로 맞서는 게 오늘날 청춘의 모습에 가깝다. 청년의 현실과 동떨어져 덧씌워지는 허황된 기대를 문제 제기하며, 저자는 자신 역시 ‘자본 없는 자본주의 인간’이자 ‘사수 없는 노동자’, ‘집 없는 심미주의자’로서 사회가 제시하는 ‘정상적인’ 삶의 지표를 따르는 것은 마치 환상을 욕망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과연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푸르지 않은 청춘도, 중독 그 자체도 아니다. 바로 청춘 주변의 차디찬 사회적 토양이다. 앞선 비유를 빌려, 청년 역시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기 위해 햇빛이 필요하지만, 정작 오늘날 청년 위에 드리워진 것은 그늘뿐이다.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각 장의 중독 문화 분석을 토대로 사회의 그림자를 주목한다. 구체적으로, 경제적 불평등·빈부격차·젠더 이슈·주거 빈곤·인력난·과도한 효율 만능주의·파편화 등 중독 이면의 다층적인 사회 내 문제 구조들이다. 이처럼 사회·경제적으로 낙오되고 방치되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중독 문화는 한 줄기 빛처럼 환상적 욕망을 이룰, 쉽고도 유일한 해결책이 될 뿐이다. 도우리는 자신을 포함해 ‘겨울’을 살고 있는 청춘-여성 청년, 아픈 청년, 빈곤한 청년과 퀴어한 청년-을 두루 호명하며, 청춘의 겨울을 담아낸 이 책이 지금의 다양한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사회적 상상력을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꺼이 지금의 “문화 생태계를 ‘오염’시키기를”(13쪽) 바라는 마음으로.

“그럴 때 내가 존재하는 시공간의 계절을 감각하는 건 도움이 됐다. 눈을 감고 가만히 내 자리를 더듬어 보면, 분명 차가웠다. 그리고 가끔 참지 못하고 가쁜 숨을 내쉬는 또래들에게, 나처럼 희뿌연 입김이 보였다. 미리 주제를 설계하기보다 그 입김의 소리와 형상들을 따라가다 보니 갓생·배민맛·방꾸미기·랜선 사수·중고 거래·사주·안읽씹·데이트앱·좋아요라는 주제가 갈무리됐다”_13쪽

“나는 자본 없는 자본주의 인간이 아닐까?”
욕망과 불안,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내가 갖고 싶은 옷의 가격은 내 옷 서너 벌을 팔 때 가격과 같다는 것. 이 가격 차이를 메꾸다 보니 결국 중고 거래에서 번 돈보다 쓴 돈이 더 컸다. 그래서 내 되팔기에는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 내 근로소득 수준에서 의류비로 지출할 수 있는 한계. (중략) 문화에 대한 취향은 단지 사적인 게 아니고 계급이 첨예하게 구별되는 장이라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중고 거래 앱을 구경하는 게 고통이 되었던 이유다. 내가 결코 걸치지 못할 우아하고 빛나는 천 쪼가리들은 나의 가난을 훤히 비췄다.”_123쪽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의 1장 〈갓생〉은 신조어 ‘갓생’이 신(god)의 경지에 오른 충만한 삶을 표방하면서도 비로소 타인의 인정이 있어야만 완성되는 모순을 지적하며 시작한다. 과도한 생산성을 강조하고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을 따라 전시되는 갓생을 경계함과 동시에, 진정한 삶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고찰 대신 행복을 볼모로 잡는 자본주의 산업의 꼬드김만이 넘쳐나는 세태를 비판한다. 이와 같은 극강의 효율 추구는 식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2장 〈배민맛〉에서는 가짜 리뷰 서비스와 배달 노동자 처우 문제 등 배달 앱 플랫폼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기계처럼 일하느라 배달 앱 없이는 성립하기 어려워진, 현대 도시인의 바쁘고 척박해진 식생활을 분석한다. 배달 앱이 반쪽짜리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한다면, 오늘의집 등 인테리어 쇼핑 앱은 주거 불평등에 대한 반쪽짜리 해결책을 제시한다. 3장 〈방꾸미기〉에서는 집을 사기 어려워진 시대에 인테리어 사치재만은 점점 더 쉽고 빠르게 소비되는 현상을 포착한다.
이와 같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우리는 조그만 핸드폰으로 음식, 가구뿐 아니라 사람도 살 수 있게 됐다. 4장 〈랜선 사수〉에서는 노동 현장에서 일을 가르쳐줄 사수를 만나지 못하는 신입 노동자들이 따로 돈을 내고 ‘온라인 사수’를 찾아 나서는 현상을 통해 노동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개인이 발품 팔아 일을 배우도록 내모는 현실을 꼬집는다. 이처럼 개인에게 다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끊임없이 ‘노오력’하기를 요구하는 자본주의의 입김은 노동 시장뿐 아니라 중고품 시장에서도 유효하다. 5장 〈중고 거래〉에서는 판매자가 물건 상세 사진 촬영부터 구매자를 응대하는 감정 노동, 물건 포장과 택배 배송까지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기이한 구조를 비판하는 동시에 중고 거래 앱을 통해 알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지평, 물질만능주의와 지역 간 경제·문화적 불평등을 설명한다. 6장 〈안읽씹〉에서는 콜포비아에 이은 ‘톡포비아’ 현상 안팎을 들여다보며 인터넷 내에서 과도하게 연결되는 세상에서 진정한 대화란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거리를 던진다.
한편, 저자는 화두를 확장해 사회 내 만연한 불확실성과 불안 속에서 개인이 무엇에 마음을 기대어 살아가는지 짚어낸다. 7장 〈사주 풀이〉에서는 명쾌하게 미래를 알려주고 나름의 원리와 이유를 설명해주는 신점이나 사주, 타로가 특히 젊은 세대에게 ‘K-심리 상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8장 〈데이트 앱〉과 9장 〈#좋아요〉는 공통적으로, 개인의 요동치는 외로움과 불만족스러운 현실 그리고 온라인에서 비대해진 자아 사이의 괴리를 꼬집으며, 관심을 받고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 욕망의 실타래를 풀어낸다.

“우리가 손을 내밀어준다. 계속 한번 살아 보자고”
중독, 그 너머의 삶을 상상하며

“이 책에 나의 너무 많은 것을 투사해 버렸다”(225쪽)는 저자 자신의 고백처럼, 도우리는 모두가 공감할 일상의 사사로운 풍경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비밀로 숨기고 싶을 군색하고 은밀한 감정 구석구석까지 꿰뚫는다. 그렇게 명징한 통찰에 흠칫하다가도 명랑한 언어로 쓰인 저자의 명쾌한 진단들에서 희망과 용기를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큰 매력이다. 도우리는 얼룩지고 울퉁불퉁한 자리를 똑바로 응시하되 욕망을 쉽게 매듭짓거나 단념하지 않는다. 오히려 차가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조금 더 따뜻한 자리를 함께 만들자고, 그곳에서 계속해서 다채롭게 소망하고 원하고 시도하고 살아가자고 말한다. 더 나은 미래로 꿋꿋하게 이어지는 도우리의 시선이 책을 뚫고 나와 세상의 엉망을 감각하며 살아가는 모든 독자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중독, 그 너머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기를.

“내 욕망은 번번이 검열되었고 나 자신조차 해석하려들기 바빴다. 데이트 앱이라는 플랫폼은 문제적이나 결국 핵심은 아니다. 나는 내 욕망이 제멋대로 들끓고 주제넘게 굴도록 둬보고 싶다. 때로, 나는 계속 다양한 방식으로 외로울 것이고 나의 친밀성은 대체로 너무 차갑거나 후덥지근하거나 미세먼지와 모래바람이 몰아칠 것이다. (중략) 그랬거나 그러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몸을 기울이다 문득 전혀 낯선 세계에 도달하면 잠시 어색해하다가, 옆의 다른 존재들과 함께 기꺼이 크게 숨을 들이쉬리라.”_192쪽

작가정보

저자(글) 도우리

칼럼니스트. 왼손잡이였다가 오른손잡이로, 도복순으로 불릴 뻔했다가 도우리라는 이름으로, 화학공학과였다가 철학과 전공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쓰는 사람일 것이라는 믿음은 잃어본 적이 없다.
건축물의 기둥을 뜻하는 라틴어 ‘columna’에서 유래한 칼럼(column)은 장소가 장르의 이름이 된 것이다. 그렇게 쓰는 이들이 거주하기보다 머물다 갈 뿐인 텍스트-자리에 매료되어 프리랜서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한겨레21〉, 〈닷페이스〉, 〈미디어스〉 등의 매체에서 글을 썼다. 지금은 이야기의 기둥 조각들을 재배열하는, 건축물도 특정 구조물도 아닌 장으로서의 잡문 쓰기에 관심이 있다.

이 상품의 총서

Klover리뷰 (0)

Klover리뷰 안내
Klover(Kyobo-lover)는 교보를 애용해 주시는 고객님들이 남겨주신 평점과 감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보문고의 리뷰 서비스입니다.
1.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평점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 오디오북, 동영상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됩니다.
  •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은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 운영 원칙 안내
Klover리뷰를 통한 리뷰를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공간인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부탁합니다. 일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에 해당하는 Klover 리뷰는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 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문장수집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 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 입니다. 교보eBook 앱에서 도서 열람 후 문장 하이라이트 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 수집 등록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문장수집 등록 시 제공됩니다.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sam 이용권 구매 상품/오디오북·동영상 상품/주문취소/환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교보eBook 첫 방문을 환영 합니다!

    신규가입 혜택 지급이 완료 되었습니다.

    바로 사용 가능한 교보e캐시 1,000원 (유효기간 7일)
    지금 바로 교보eBook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보세요!

    교보e캐시 1,000원
    TOP
    신간 알림 안내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웹툰 신간 알림이 신청되었습니다.
    신간 알림 안내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웹툰 신간 알림이 취소되었습니다.
    리뷰작성
    •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최초1회)
    • 리워드 제외 상품 : 마이 > 라이브러리 > Klover리뷰 > 리워드 안내 참고
    • 콘텐츠 다운로드 또는 바로보기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
    감성 태그

    가장 와 닿는 하나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사진 첨부(선택) 0 / 5

    총 5MB 이하로 jpg,jpeg,png 파일만 업로드 가능합니다.

    신고/차단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신고 내용은 이용약관 및 정책에 의해 처리됩니다.

    허위 신고일 경우, 신고자의 서비스 활동이 제한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어 신중하게 신고해주세요.


    이 글을 작성한 작성자의 모든 글은 블라인드 처리 됩니다.

    문장수집 작성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eBook 문장수집은 웹에서 직접 타이핑 가능하나, 모바일 앱에서 도서를 열람하여 문장을 드래그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P.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저자 모두보기
    저자(글)
    낭독자 모두보기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프리미엄 이용권입니다.
    선물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결제완료
    e캐시 원 결제 계속 하시겠습니까?
    교보 e캐시 간편 결제
    sam 열람권 선물하기
    • 보유 권수 / 선물할 권수
      0권 / 1
    • 받는사람 이름
      받는사람 휴대전화
    • 구매한 이용권의 대한 잔여권수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 열람권은 1인당 1권씩 선물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이 ‘미등록’ 상태일 경우에만 ‘열람권 선물내역’화면에서 선물취소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의 등록유효기간은 14일 입니다.
      (상대방이 기한내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소멸됩니다.)
    • 무제한 이용권일 경우 열람권 선물이 불가합니다.
    이 상품의 총서 전체보기
    네이버 책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네이버 책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
    구글북액션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구글북액션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