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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취향

김학찬 지음
교유서가

2023년 01월 12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2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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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2247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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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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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존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사소한 취향이 있다니까.”

웃다 보면 아파지는, 달콤하다 싶다가 뒷맛이 매운,
중독성 강한 김학찬만의 취향

우리 소설판에 보기 드문 허슬 플레이 작가가 출현한 느낌이다.
_이기호(소설가)

단언컨대 김학찬은 이 세계에 대한 도저한 환멸을 웃음이라는 이질적인 요소와 융합시킬 수 있는, 그야말로 내러티브 실험에 능숙한 작가이다.
_이만영(문학평론가)
우리집 강아지
시니어 마스크
고양이를 찾
화목야학
프러포즈
입이 없는 고양이 헬로, 키티
공공의 이익
엄마의 아들
그곳에 가면 더 많은 것들이
중세소설

해설 | 웃음의 비의(秘意) | 이만영
작가의 말

모든 형들은 개새끼다. 나는 동생이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형을 개로 만들면 아버지도 개가 되고, 나도 개일 수밖에 없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_9쪽(「우리집 강아지」)

문학은, 아직까지 죽지 않았어! 대학은, 그래도 교육하는 곳이야! 하면 폼나지 않겠습니까. 다 같이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여야 멀찍이 구경만 하던 사람도 한판 낄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꼬셔서 자리에 앉혀야지요. 인싸끼리만 해먹으면 오래 못 갑니다. _74쪽(「시니어 마스크」)

착하다는 말도 이상합니다. 어떤 사람이 착한 사람입니까. 어떤 고양이가 착한 고양이입니까. 어떻게 생긴 고양이가 귀여운 고양이고, 어떻게 생긴 고양이가 못생긴 고양이입니까. 적응을 잘했으니 착한 고양이입니까. _93쪽(「고양이를 찾」)

형편이 어렵다는 말을 한번 바꿔봅시다. 가족 중 누군가를 위해서는 아닐까요. 여기 나오는 아주머니들의 절반은 장녀입니다. 야학과 장녀가 연관이 있다니, 신기하지요? _121쪽(「화목야학」)

취향은 존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사소한 취향이 있다니까. 그렇게 알고 있다니까.
그것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_137쪽(「프러포즈」)

주인이 잃어버렸거나 버린 동물을 누군가에게 연결해주는 앱이 있다. 잃어버린 동물보다 버린 동물이 더 많아 보였다. 유기해놓고 들어와서 보고 있는 주인도 있을까. 보고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갔다. 출퇴근 시간에 주로 봤다. _189쪽(「입이 없는 고양이 헬로, 키티」)

현역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고 했다. 공익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평생 놀림거리가 된다고 해도, 차라리 현역으로 가겠다는 공익은 아무도 없었다. 한국 사회에서 남자로 살기 어렵다는 사람에게 그럼 여자로 태어날래? 하면 잠시 가만히 있다가 웃으며 고개를 젓는 것과 같았다. _217쪽(「공공의 이익」)

무공해 채소는 비닐하우스에서 나온 게 좋아요. 비닐은 외부의 더러운 공기를 차단하고 햇볕은 통과시켜요. 태양 에너지는 고스란히 받고 외부의 공기는 최대한 막았으니 매연 따위가 앉을 틈이 없어요. _232쪽(「엄마의 아들」)

정신을 차려보니 처음 보는 방이라면,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절대 열리지 않는 방이라면, 당신은 그곳을 뭐라고 여기겠는가. 그래, 이곳에 초대받은 사람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어떻게든 다른 세계를 상상해내야 한다. 당신을 위한 모든 철저한 배려가 준비되어 있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대신, 해야 할 것은 오직 하나. 나는, 당신에게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다. 나는 내 역할에 충실하고, 당신은 당신 일에 충실할 것. 이것이 어항의 유일한 규칙이다. _258쪽(「그곳에 가면 더 많은 것들이」)

중세인들은 컴퓨터를 두려워했습니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만, 자신들이 제작한 것 따위에 공포를 느기다니 자의식 과잉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자의식 부족이라고 여겨야 할까요. _283쪽(「중세소설」)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 작가 김학찬의 첫번째 소설집 『사소한 취향』이 출간되었다. “현실세계를 진단하고 이를 재기발랄한 이야기로 재창조해내는 귀한 재주를 가진 신예”라는 평을 받은 김학찬은 특유의 경쾌하고 위트 있는 문장으로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별나게 만들어내고, 평범한 일상을 헤집어 감춰진 현실의 핵심을 드러내는 소설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사소한 취향』은 작가의 이런 익살과 유희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이 세계에 대한 환멸과 비애와 분노가 묵직하게 담겨 있다. “경건한 마음으로” “작가의 최선을 갈아 넣은”(「작가의 말」) 열 편의 소설에는 ‘사소한’ 인물들이 ‘사소한’ 농담으로 ‘사소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듯하지만 단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 사소함들은 견고한 기성의 세계 안에서 꿈틀대며 때로는 헤집어놓고 때로는 들이받기도 한다.
김학찬 소설의 익살 섞인 말들과 자유분방한 이야기는 ‘사소한’ 듯 보이지만 현실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내며, ‘거대한’ 틀과 형식과 제도에 꼭 들어맞는 부품으로서의 삶을 거부한다. “성채처럼 단단한 기성의 세계 위로 자기 몸을 기꺼이 던지는 소설들, 그 상처와 웃음의 기록이 김학찬의 『사소한 취향』이다.”(이기호)


본 소설은 깨끗하게 손을 씻은 후 경건한 마음으로 제조되었습니다. 개봉 후 하루에 한 편씩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일 년간 복용하세요. 제품 특성상 유통기한이 지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선도 유지를 위해 작가의 최선을 갈아 넣었으나 인체에는 무해합니다. 소설읽는 고운마음, 사서읽는 밝은마음.
_「작가의 말」에서


익살과 유희로 가득 찬 이야기
그 속에 감춰진 환멸과 비애

『사소한 취향』은 김학찬 특유의 말장난과 익살과 유희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이 세계에 대한 환멸과 비애가 깊숙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 소설집의 표제로 활용된 ‘사소한’이라는 수식어는 그 세계의 비의(秘意)를 감추고 있는 하나의 트릭이다. 또한 작품을 통해 유발된 ‘웃음’은 그저 쉽게 휘발되는 웃음에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웃음을 이야기의 축조 기술로 설정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웃음에 내재되어 있는 세계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의식이다. 김학찬의 변화무쌍한 ‘구라’를 떠받치는 힘은 그 속에 은폐되어 있는 정치 사회적 시선에 있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텍스트 표면에 드러난 유머 위를 미끄러져 거기에 내재된 비의로 빠져들게 된다.
김학찬은 동생 괴롭히는 맛에 사는 형과 그런 형에게 복수를 꿈꾸는 소심한 동생을 통해서 승자독식의 경쟁 사회를 돌려 깐다. “모든 형들은 개새끼다”라는 농담 같은 유쾌한 도발로 시작하는 「우리집 강아지」는 쌍둥이 형제간 갈등을 카인과 아벨, 즉 신의 특권을 누리는 자와 그러지 못하는 자라는 신화적 도식으로 유쾌하게 재해석해낸다. ‘나’는 형을 ‘개새끼’라 명명하지만, 실상 ‘나’ 또한 형을 무한한 경쟁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새끼’이기는 매한가지다.
「엄마의 아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들의 삶을 통제해 ‘성공’적으로 대학에 진학시킨 엄마는 김치 담그기와 자녀 교육을 연계해 강좌를 진행한다. 과연 그 김치의 맛은 ‘성공’적이었을까? 재미없는 남자가 되어버린 아들과 마찬가지로 모양만 그럴듯한 무미(無味)한 김치가 담가질 것이 뻔하다.


사소한 것들의 연대
“나도 사소한 취향이 있다니까”

작가는 사회로부터 무시되고 배제당한 존재들에 대한 관심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어느 날 집앞에 유기된 고양이를 집에 들이게 된 사연(「고양이를 찾」)이나, 가난하게 대학 생활을 보내던 선배와 직장 상사가 떠넘긴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된 이야기(「입이 없는 고양이 헬로, 키티」) 등을 통해서 세계 ‘바깥’으로 내몰린 존재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특히 「입이 없는 고양이 헬로, 키티」에 등장하는 종이짝처럼 나풀거리며 쓰러진 선배는 주인공 ‘나’와 등치된다. 아프다고, 슬프다고, 고통스럽다고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을 작가는 ‘입이 없는 키티’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또한 거대한 시스템 안에 이들 인물들을 자주 가둔다. 강사 자리를 잃고 교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쓴 소설로 지원금을 받은 신진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 「시니어 마스크」에서는 ‘대학’과 ‘대한민국예술원’이 있고, 「그곳에 가면 더 많은 것들이」에서는 세 소설가를 가둔 폐가를 속이 훤히 보이는 ‘어항’으로 부르기도 한다. 「엄마의 아들」에서 온전히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엄마의 아들로 만든 ‘엄마의 요리’ 또한 그러하고, 「고양이를 찾」에서 나오는 버려지고 유기된, 혹은 도망간 고양이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김학찬은 이 단단하고 거대한 질서 속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작가는 이렇게 질문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처음 보는 방이라면,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절대 열리지 않는 방이라면, 당신은 그곳을 뭐라고 여기겠는가” 하고…. 그러고는 “어떻게든 다른 세계를 상상해내야 한다”(「그곳에 가면 더 많은 것들이」)고 말한다.

다 같이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여야 멀찍이 구경만 하던 사람도 한판 낄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꼬셔서 자리에 앉혀야지요. 인싸끼리만 해먹으면 오래 못 갑니다. _74쪽(「시니어 마스크」)

작가는 오히려 ‘한판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이며’ 타인들과 연대하길 꿈꾼다. 이렇듯 김학찬의 소설은 ‘거대한’ 틀과 형식에 꼭 들어맞는 부품으로서의 삶을 거부한다. 그리고 그 단단한 시스템 안에 익살 섞인 말들과 자유분방한 이야기와 ‘사소한 취향’들을 가득 담아놓는다. 그래서 “이 세계의 불온한 시스템을 문제 삼고, ‘쓸모없는 자’들의 ‘쓸모’를 다시 사유하게” 한다. 우리 모두 사소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인터뷰 원고는 인천공항 출국장 무빙벨트 근처 쓰레기통에 있으니 보고 싶으면, 알아서 찾아가라고 했다. 취향은 존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사소한 취향이 있다니까. _168쪽(「프러포즈」)


경쾌하고 위트 있는 문장을 고유의 무기로 삼아, 이 세계의 불온한 시스템을 문제 삼고, ‘쓸모없는 자’들의 ‘쓸모’를 다시 사유하게 하며, 소설의 본질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고 있다는 것,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김학찬을 희귀한 작가로 호명할 수 있는 것이다.
_이만영(문학평론가)

작가정보

작가의 말

본 소설은 깨끗하게 손을 씻은 후 경건한 마음으로 제조되었습니다.
개봉 후 하루에 한 편씩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일 년간 복용하세요.
제품 특성상 유통기한이 지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선도 유지를 위해 작가의 최선을 갈아 넣었으나 인체에는 무해합니다. 소설읽는 고운마음, 사서읽는 밝은마음.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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