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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

구마 겐고 지음 | 이정환 옮김
나무생각

2023년 01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1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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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92.68MB)
ISBN 979116218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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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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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상자로부터의 해방, 지는 건축, 새로운 공공성 등
미래 건축 방식을 끊임없이 모색해 온 구마 겐고!
관계와 지속을 추구한 그의 새로운 건축 철학을 통해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본다.

"구마 겐고는 그 중심에 아이디어가 제대로 있고
거기로부터 디자인을 파생시켜 나간다. 그러니까 이야기가 빠르다.
이런 건축가가 또 있을까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구마 겐고는 선의 건축가다. 선으로 조형하는 것만이 아니다.
선으로 사람을 잇고, 띄엄띄엄 떨어진 세계를 연결한다.
약하디약한 그 긴 선을 따라가는데 힘이 난다.” -아즈마 히로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장예모 감독이 제작한 개회식 홍보 영상 첫 부분에 등장한 ‘대나무집’, 그리고 2021년 생중계로 마주한 도쿄올림픽 국립경기장에서 우리는 어떤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사위를 압도할 만큼 웅장하거나 견고하지 않지만, 바람이 통하고 온기와 숨결이 느껴지며, 건물이 서 있는 그 자리에 가장 편안하게 들어앉아 사방으로 길을 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두 건축물을 설계한 사람이 바로 ‘지는 건축’, ‘삼저주의’로 유명한 건축가 구마 겐고다. 관계와 연결을 끊고 자본주의 경제를 뒷받침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지금까지의 건축과 결별하고 작고, 낮고, 느린 건축으로 새로운 공공성을 추구해 온 구마 겐고의 건축 철학과 30년간의 발자취, 구마 겐고가 직접 뽑은 55편의 작품을 생생한 사진으로 함께 만나보자.

거대한 볼륨, 닫힌 상자를 열고 해체하다
하이데거는 “건축은 탑이 아니라 다리”라고 정의했다. 탑은 고독하게 존재하지만 다리는 두 장소를 연결해 주는 것이다. 구마 겐고 또한 하이데거의 이 말에 큰 영향을 받았고, 1990년대 이후 유행처럼 번지던 ‘볼륨 놀이’를 비판하며 닫힌 볼륨을 열고 해체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그래서 그가 설계한 집들은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계, 이편과 저편을 연결하는 다리이자 터널이며, 구멍과 같다. 볼륨을 해체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처마 같은 외부 공간을 주역으로 삼고, 건물 한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바람 길을 내고,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터널을 만들고, 중앙광장을 만들어 사방에서 오가며 교류하게 한다. 콘크리트로 완성된 폐쇄적인 상자 안에 틀어박히는 행위는 구마 겐고 자신이 숨이 막혀 견딜 수 없단다.
상품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폐쇄된 상자에 종속된 인류는 얼마나 불행한가. 구마 겐고는 20세기 고도성장기에는 ‘물체’의 생산이 사회를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21세기에 물체의 생산은 환경을 파괴하고 또 다른 착취와 불공정을 낳을 뿐이라며, 닫힌 상자로부터의 해방을 거듭 피력하고 실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그가 30년간 무수한 시행착오와 도전을 통해 연마한 ‘방법’들이다. 콘크리트나 철 같은 공업적 소재가 아니라 나무, 세라믹, 유리 등의 약한 재료들도 거침없이 사용한다. 깨지거나 썩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두려움은 없다. 건축도 사람처럼 태어나고, 나이 들고, 죽어서 썩기 마련이니까. 볼륨을 해체하고 작은 입자로 부수길 거듭하다 양자적 단위로서의 해체와 연결로도 이어지는 것이 구마 겐고의 방법이다.

건축가는 장거리 주자처럼 달려야 한다
《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에는 공업화 시대와 탈공업화 시대의 경계를 타넘으면서도 구마 겐고가 지치지 않고 장거리 주자처럼 비슷한 속도로 꾸준히 달려올 수 있었던 비밀이 담겨 있다. 건축가로서의 첫 걸음을 시작한 1986년부터 최근의 생각과 활동까지를 총 네 기간으로 나눈 뒤, 그의 생각들이 어떻게 변화되고 발전되어 왔는지, 삼저주의를 표방하던 그의 사상이 어떻게 작품으로 실현되고 완성되었는지를 세세히 보여주고 있다. 이례적으로 그가 직접 선별하여 수록한 55개의 작업물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한마디로 구마 겐고의 집대성이다.
구마 겐고는 건축을 신용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하나씩 정성스럽게 신용이라는 벽돌을 쌓아 올리지 않으면 일이 들어오지 않는다. 갑자기 점프를 하기는 어렵다. 그러자면 지속적으로 벽돌을 쌓아 올릴 수 있는 장거리 주자 같은 체력과 주력(走力), 정신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마 겐고가 제1기부터 꾸준히 실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삼륜차’라는 방법이다.
첫 번째 바퀴는 대형 프로젝트다. 두 번째 바퀴는 작은 파빌리온 같은 소형 프로젝트다. 건축사무실을 열고 작업을 하다 보면 대형 프로젝트를 주로 맡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마 겐고에게는 작은 파빌리온이나 설치물에 대한 비중도 크다. 여러 사람의 이해가 얽히지 않고 자신이 창조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 세계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바퀴는 글을 쓰는 행위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건축은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바퀴다. 이 세 개의 바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균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어떤 작품들이 탄생했는지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들어가며
경계 건축가 ㆍ 지방과 세계의 연결 ㆍ 삼륜차

제1기 1986-1991
뒤죽박죽의 배후 ㆍ 경계인과 반금욕주의 ㆍ 장식이 아니라 남루한 것에 매료되다 ㆍ 남루한 기하학

직접 고른 55작품|01-03
01. 열 가지 스타일의 집 ㆍ 02. 이즈의 후로고야 ㆍ 03. M2

제2기 1992-2000
건축은 죄악이다 ㆍ 건축의 소거 ㆍ 소거에서 정원으로 ㆍ 디지털 형태가 아닌 체험으로 ㆍ 타우트에게 배운 관계와 물질 ㆍ 뉴욕에서 만난 일본 ㆍ 버블경제 붕괴로 만난 작은 장소 ㆍ 기술자와의 대화로 가능한 일들 ㆍ 옥외에 눈뜨게 해준 도호쿠 ㆍ 저비용이야말로 건축의 테마

직접 고른 55작품|04-13
04. 기로산전망대 ㆍ 05. 오토매틱 가든 ㆍ 06. 물/유리 ㆍ 07. 베네치아 비엔날레95 일본관 전시장 구성 ㆍ 08. 모리부타이 미야기현 도요마마치 전통예능전승관 ㆍ 09. 2005년 일본국제박람회 기본 구상 ㆍ 10. 기타카미강ㆍ운하 교류관 물의 동굴 ㆍ 11. 나카가와마치 바토 히로시게미술관 ㆍ 12. 돌미술관 ㆍ 13. 반오브젝트

제3기 2001-2015
목조건축으로 대규모 장소와 연결되다 ㆍ 중국에서 자각한 노이즈 ㆍ 냉전 건축에서 미중 대립 건축으로 ㆍ 건축가와 고양이의 관계 ㆍ 구멍을 뚫어 생명을 불어넣는다

직접 고른 55작품|14-41
14. 대나무집 ㆍ 15. One오모테산도 ㆍ 16. 지는 건축 ㆍ 17. 무라이 마사나리 기념미술관 ㆍ 18. 오리베의 다실 ㆍ 19. 로터스 하우스 ㆍ 20. Krug×Kuma ㆍ 21. 쵸쿠라광장 ㆍ 22. 티 하우스 ㆍ 23. 카사 엄브렐러 ㆍ 24. 워터 브랜치 하우스 ㆍ 25. 네즈미술관 ㆍ 26. GC프로소뮤지엄 리서치 센터 ㆍ 27. 글라스/우드 하우스 ㆍ 28. 세라믹 클라우드 ㆍ 29. 유스하라 나무다리 박물관 ㆍ 30. 메무 메도우스 ㆍ 31. 스타벅스 커피 다자이후 덴만구 오모테산도점 ㆍ 32. 아오레나가오카 ㆍ 33. 아사쿠사 문화관광센터 ㆍ 34. 800년 후의 호죠안 ㆍ 35. 마르세유현대미술센터 ㆍ 36. 브장송예술문화센터 ㆍ 37. 가부키자 ㆍ 38. 서니힐즈 재팬 ㆍ 39. 다리우스 미요 음악원 ㆍ 40. 다이와 유비쿼터스 학술연구관 ㆍ 41. 중국미술학원 민예박물관

제4기 2016-2022
나만의 방법을 발견하다 ㆍ 아오야마와 숲 ㆍ 절단이 아닌 관계와 지속 ㆍ 나무라는 방법 ㆍ 입자에서 양자로 ㆍ 코퍼레이티브 하우스에서 셰어하우스로 ㆍ 아틀리에에서 연구실로 ㆍ 그래픽, 랜드스케이프, 패브릭 ㆍ 지방의 네트워크

직접 고른 55작품|42-55
42. 쥬바코 ㆍ 43. 포틀랜드 일본정원 문화촌 ㆍ 44. V&A 던디 ㆍ 45. 더 익스체인지 ㆍ 46. 메이지진구 박물관 ㆍ 47. 국립경기장 ㆍ 48. 점ㆍ선ㆍ면 ㆍ 49. 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 ㆍ 50. 가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 & 무사시노 레이와 신사 ㆍ 51. 히사오 & 히로코 타키 플라자 ㆍ 52.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ㆍ 53. 그리너블 히루젠 ㆍ 54. 사카이마치의 작은 건축 거리 만들기 ㆍ 55. 미나미산리쿠쵸의 부흥 프로젝트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비롯한 모든 건축 스타일을 비웃었던 뉴욕 시절의 나였지만 유일하게 호감을 느꼈던 사람은 로스앤젤레스를 거점으로 삼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프랭크 게리(Frank Owen Gehry)였다. 그의 건축이 한마디로 남루했기 때문이다. 울퉁불퉁한 함석지붕이나 가격이 싼 얇은 합판을 당당하게 사용한 그의 건축은 정말 멋지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남루해서 호감이 갔다. 마치 남루함을 무기로 삼아 모더니즘 건축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였다. 모더니즘 건축은 공업화 시대의 제복이었기 때문에 공업 제품의 반짝이는 광택과 매끈한 질감, 정확하게 들어맞는 빈틈없는 정밀도, 그런 것들이 아름다움의 토대를 이루고 있었다. 게리의 남루함은 공업화 시대의 광택과 매끈한 질감, 정밀도를 비웃는 듯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모더니즘 이전 시대로의 향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게리의 남루함은 그 이후의 건축을 예감하는 것처럼 보였다. _본문 40~41쪽 중에서

건축은 한계가 있는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여 한계가 있는 소중한 토지 위에 건물을 세우는 것이니까 그 자체로 범죄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느꼈다. 일찍이 아돌프 로스(Adolf Loos)는 ‘장식은 죄악’이라고 선언했는데, 나는 ‘건축은 죄악’이라고 통감했다. 그러나 오사카만국박람회의 건축들에서는 그런 죄의식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죄의식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그 죄의식으로부터 쥐어짠 듯한 건축을 만들 수 있을까. _본문 61쪽 중에서

나는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나무 상자나 이노우에 저택에 놓여 있던 의자와 조명기구 같은 타우트가 디자인한 공예품에는 흥미가 있었지만 그날까지 타우트의 건축에 마음이 끌린 적은 없었다. 철이나 유리로 제작한 파빌리온의, 소재에 대한 그 집념에는 나를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지만 형태라는 점에서 보면 르코르뷔지에나 미스 반데어로에의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날카로움은 없고 뭔가 둔탁하고 무거운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휴가별장’에는 애당초 ‘형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휴가별장’은 기존 벼랑의 급경사면에 세워진 목조 주택 지하의 틈새를 살려 증축한 것인데, 거기에는 작은 인테리어와 바다를 향하여 뚫려 있는 입구밖에 없어서 ‘형태’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타우트는 그런 악조건을 역이용하여 바다와 인간 사이에 신비한 ‘관계’를 만들어냈다. ‘형태’라면 사진에 담을 수 있지만 ‘관계’는 담을 수 없다. 나는 타우트가 만든 ‘휴가별장’이라는 장소에 잠시 멈추어 서서 처음으로 ‘관계’ 안에 나의 신체를 대입해 보고 그 ‘관계’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_본문 75~76쪽 중에서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한정된 도면과 모형으로 승부를 겨루는 공모전이라는 게임 안에서 ‘관계’의 미묘함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건축물이 그 장소에 완성되고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에 부각되는 것은 ‘관계’다. ‘관계’가 멋지게 디자인되면 건축물과 강하게 연결될 수 있고, 건축과 그 장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나가 될 수 있다. _본문 294쪽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구마 겐고

??吾
1954년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났다.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이며, 작고, 낮고, 느린 삼저주의로 안도 다다오 이후 일본 건축의 한 축을 받치고 있다. 1979년 도쿄대학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 객원연구원을 거쳐 1990년에 구마겐고건축도시설계사무소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20여 개 국가에서 다양한 건축물을 설계했다. 1997년 ‘모리부타이 도요마마치 전통예능전승관’으로 일본건축학회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에 ‘물/유리’로 미국건축가협회 듀퐁 베네딕투스상을 받았다. 2001년 ‘돌미술관’으로 국제석재건축상을 수상, 2002년 ‘히로시게미술관’을 비롯한 목재 건축으로 ‘스피릿오브네이처 국제목재건축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네즈미술관’으로 마이니치예술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대표작으로 ‘산토리미술관’, ‘대나무집’, ‘아오레나가오카’, ‘브장송예술문화센터’, ‘국립경기장’,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나, 건축가 구마 겐고》 《삼저주의》 《작은 건축》《나의 장소》 등이 있다.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와 인터컬트 일본어학교를 졸업했다. 리아트 통역 과장을 거쳐, 현재 일본어 전문 번역가 및 동양철학, 종교학 연구가, 역학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작은 건축》 《연결하는 건축》 《삼저주의》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지적자본론》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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