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의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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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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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미야베 미유키(출간기념 인터뷰에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일본 현대문단의 거장
미야베 미유키 작가 생활 30여 년 만의 첫 도전!
선득하고도 따뜻한 카리스마를 담은 본격 SF 소설집
오랜 시간 가장 애틋한 친구로서 또 가족으로서 함께한 노후 로봇과의 이별을 담은 표제작 〈안녕의 의식〉을 비롯해 〈전투원〉 〈보완관의 내일〉 등 총 8편의 단편을 담은 소설집. 미스터리소설과 괴담, 판타지, 시대소설에 무게중심을 두어온 ‘미미 여사’가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야심 차게 완성한 첫 SF 소설집이라는 소식만으로도 출간 즉시 큰 주목을 받았다. 대안가족, 아동학대, 무차별 살상사건, 노인문제, 감시사회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작가 특유의 풍성한 SF적 상상력과 섬세한 표현, 성찰적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격찬을 받으며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의회 추천도서로도 선정되었다. ⟪안녕의 의식⟫의 책장을 넘기는 순간, 긴 여운을 부르는 짧은 소설의 매혹에 빠져들 것이다.
다쓰조는 적잖이 두려웠다.
치매가 시작됐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혼자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동했다 하는 방범 카메라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치매가 시작됐나.
아내를 먼저 보내고 혼자 산 지 삼 년을 넘겼다. 나름대로 건강하게,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시의 노인복지 센터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아직 ‘어르신 지원 도우미’는 필요 없다고 거절해왔다.
치매가 시작된 건가.
줄곧 혼자 지내니까, 스스로의 감각 말고는 잣대가 없으니까,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산책 가기가 무서워졌다. 동네 방범 카메라를 기록한 수첩은 찢어서 버렸다. 외출하고, 기록하고, 새로 생긴 방범 카메라를 발견하거나, 기록해둔 카메라가 그새 사라진 걸 알아채거나 하면 진정 절망할 것 같았다.
집에 틀어박혀 있자니 처마를 단조롭게 때리는 장맛비 소리가 독거의 적적함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다쓰조는 그저 우두커니 앉아 며칠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식재료가 다 떨어졌다. 영양실조가 되기 싫으면 장이라도 봐야 한다.
토요일이었다. 신문에 섞여 들어온 광고지를 보니, 녹지 공원을 지나 새로 개점한 슈퍼마켓이 주말 포인트 환원 세일과 산지 직송 특판 행사를 한단다.
- 나가볼까.
갈 때는 녹지 공원을 가로지르면 지름길이고, 돌아올 때 짐이 무거우면 택시를 타면 된다. 그렇지, 슈퍼마켓 점원, 택시 운전기사와 이야기를 해보자. 대화가 제대로 되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거다.
방범 카메라는 이제 신경쓰지 말자. _〈전투원〉에서
“굉장히 오래된 물건을 갖고 계셨네요. 가족분 취미라든가?”
세상에는 중고 로봇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는 ‘앤티크 로봇’이라는 표현도 있다.
“하먼은, 줄곧 우리 곁에서 일해줬어요.”
수더분한 목소리로 앳된 여자애는 대답했다. 그런가요, 실례했습니다, 하고 나는 형식적으로 응대했다.
하먼. 이 물건의 제조회사명이다. 주식회사 하먼. 범용 작업 로봇의 여명기에는 선두를 달렸던 국책 기업이지만, 이미 오래전에 동업종 대기업에 흡수 합병되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오 년 전까지 ‘하먼&모리타 상회’라는 간호로봇 전용 판매ㆍ렌털 회사가 있었는데, 그것이 그 잔해였는지도 모른다. 글로벌리즘에 먹혀 쪼개지고 분해되어 뱉어내진 하먼의 마지막 한 조각.
어쨌거나 제조원보다 장수한 제조물을, 여자애는 회사 이름으로 부른다. 혼다 회사의 로봇을 혼다라고 부르는 것처럼 쌀쌀맞게 들리지만, 오래된 타입의 기체機体라면 이런 예는 많다. 옛날에는 로봇이 흉부에 큼직한 제조원 로고를 달고 있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이다. 마치 명찰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대로 개체의 이름으로 정착해버린다.
여자애는 하먼을 ‘사용했다’가 아니라, 하먼이 ‘일해줬다’라고 말했다. 지금 (내 감각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고 경계하는 것도 줄곧 친숙했던 늙은 로봇이 여기서 앞으로 어떤 취급을 받게 될지 걱정하는 탓이리라.
작업 로봇에 대한 사용자의 감정 이입 - 의인화는 지극히 흔한 현상이다. 가정용의 경우는 바람직한 일로, 로봇과 사용자 사이에 어느 정도 의인화라는 ‘양해’가 없으면 로봇이 노동력으로서 인간의 일상생활 속에 정착하기 어렵다. _〈안녕의 의식〉에서
일상 속 결락의 틈에서 시작되는 미야베 미유키의 전방위적 상상력의 향연!
“부지런히 움직이는 로봇청소기에게 아버지가 다정하게 격려를 보내시더라고요.
그 모습에서 〈안녕의 의식〉이 탄생했지요.”
_미야베 미유키(출간기념 인터뷰에서)
〈엄마의 법률〉
학대받은 아이와 그 부모를 구제하는 ‘마더법’에 따라 친부모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양부모 슬하에서 자란 주인공 후타바. 그런데 양부모가 사망하자 열여섯 살의 후타바는 ‘그랜드 홈’이라는 시설에 맡겨진다. 후타바는 또 한 번 구제될 수 있을 것인가.
〈전투원〉
일선에서 은퇴 후, 산책이 하루 일과의 전부가 된 노인 다쓰조.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병에 걸린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산책중에 기묘한 광경을 목격한다. 동네 방범 카메라 위치가 자꾸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나와 나〉
어느 날 40대의 주인공 나는 30년 전 나와 조우한다.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뽑았을 뿐이라는데 10대의 내가 타임슬립을 해서 온 것이다. “근데 나 아줌마처럼 된다고?”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기세의 소녀. 나는 뭐랄까 심히 당혹스럽다.
〈안녕의 의식〉
근미래의 일본, 주인공 나는 로봇 기사이나, 오늘은 로봇 폐기 수속 창고에 접수 당번을 서게 되었다. 기계에 지나지 않는 로봇에 가족 혹은 친구와 같은 애정을 느끼는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일이다 보니 기사들 사이에서는 카운슬링 코너라고 부르기도 한다. 창구를 찾아온 앳된 소녀. 노후 로봇 하먼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은 모양이다.
〈별에 소원을〉
“우리는 본래 고유한 물질적 형체를 지니지 않는 정신 생명체이지만 저마다 다른 개인이라 사실은 ‘당신’들과 똑같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게 운석이 아니라 비행접시라며, 곧바로 외계인이 공격해온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사실일까?
〈성흔〉
수감중인 소년 A는 언제부턴가 인터넷상에서 인간 이상의 존재가 되어 있었다. 부모에게 학대받는 불우한 환경, 비행, 범죄, 복수, 구원 등을 키워드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소년소녀가 팬카페에 모여 소년 A를 추앙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소년 A는 죽음으로써 자유로워졌고 다시 태어나 초월적 존재가 되었다는 도시전설이 유행하는데…….
〈바다 신의 후예〉
19세기 말, 과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안했던 사체로부터 새로운 생명 ‘죽은 자’를 만들어내는 시술은 박사의 사후 은밀히 유출되어 전 유럽에프랑 퍼졌고, 그 결과 죽은 자들이 최신 기술로 일상 노동에서 전장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보급된 세계를 맞게 되었다.
〈보안관의 내일〉
‘회귀자’는 되살아난 사자다. 사망한 특정 개인을 꼭 닮은 의체에 고인의 인격 모듈을 이식한 인공지능을 탑재해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죽었던 인간이 되살아나 세상에 돌아온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더 타운’은 그러한 회귀자들의 마을이다. 그리고 나는 더 타운을 지키는 보안관이다.
작가정보
宮部みゆき
1960년 일본 도쿄의 서민가 고토 구 후카가와에서 태어나 자랐다. 학교를 졸업하고 법률사무소를 다니던 스물세 살에 소설 창작을 시작해, 1987년 단편 〈우리 이웃의 범죄〉로 제26회 올요미모노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1989년 첫 책 《퍼펙트 블루》를 발표한 이래, 《마술은 속삭인다》(1989)로 제2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을, 《용은 잠들다》(1992)로 제4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후카가와 본가의 이상한 책자》(1992)로 제13회 요시카와에이지문학신인상을, 《화차》(1993)로 제6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가모우 저택 사건》(1997)으로 제18회 일본 SF대상을, 《이유》(1999)로 제120회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모방범》(2001)으로 마이니치출판대상특별상과 제6회 시바료타로상, 제52회 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상을 동시 수상했다. 계속해서 《이름 없는 독》(2006)으로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추리소설, 시대소설, 게임소설, 미스터리, SF, 호러 등 장르를 넘나들며 평단의 찬사와 함께 독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벚꽃 다시 벚꽃》 《세상의 봄》 《안주》 《낙원》 《희망장》 등이 있고, 2012년 국내에서 영화화된 《화차》 외에도 《대답은 필요 없어》 《스나크 사냥》 《모방범》 《이유》 《고구레 사진관》 《솔로몬의 위증》 등 다수 작품이 영화화되거나 드라마화되었다.
작가는 현재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大澤在昌, 교고쿠 나쓰히코京極夏彦와 함께 세 사람의 성을 딴 사무실 ‘다이쿄쿠구大極宮’에 소속해 왕성한 집필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일본에 거주하며 프랑스어와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마스다 미리의 《여탕에서 생긴 일》 《엄마라는 여자》, 아리카와 히로의 《현청접대과》, 도쿠나가 케이의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델핀 드 비강의 《실화를 바탕으로》, 카트린 아를레의 《지푸라기 여자》 등 다수가 있다.
작가의 말
“10년 전, 새롭게 준비하는 SF 앤솔러지 잡지 〈NOVA〉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그때까지의 ‘어쩐지 SF’가 아니라, ‘제대로 SF’인 작품을 쓰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NOVA〉를 비롯해 이곳저곳에 발표한 결과물을 한데 모아 단행본으로 묶은 책이 ⟪안녕의 의식⟫입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가 변화한 지점과 머무른 지점 등이 오롯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의 체성분검사랄까 그 결과를 보는 것 같아 기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작품집이 되었습니다.” _미야베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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