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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폭설 위에 몇 개의 이가 또 빠지다

문학동네시인선 178
정화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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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06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08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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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4.28MB)
ISBN 9788954688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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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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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 178번으로 정화진 시인의 세번째 시집을 펴낸다.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해 시집 『장마는 아이들을 눈뜨게 하고』(1990),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1994)를 펴낸 시인이 28년 만에 묶는 시집이다. 사반세기 넘는 긴 시간의 침묵을 깨고 돌아온 정화진 시인은, 이전 시집들에서 몇 가지 모티프를 이어오되 훨씬 더 확장된 시공간을 무대 삼아 새로운 시세계를 펼쳐 보인다. “우리를 자신의 내면 공간 안으로 끌어들여 한 인간의 유년기를 동시 체험하게 한다. (…) 진정한 초월은 존재의 근원에 대한 성찰을 계속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하재봉)라는 평을 받은 첫 시집 속 단발머리 여자아이와 ‘우산리’의 풍경, 평론가 황현산이 “강의 하구는 그 욕망의 무덤들이다. 파도를 타고 한 번 출렁인 욕망은 다른 파도에 그 욕망을 넘겨준다. 파도가 그렇게 출렁이고 ‘분묘이장공고’가 그렇게 펄럭인다. 그러나 그 욕망의 파도 아래에는 시들지도 않고 떨어진 ‘동백’도, 그 순결한 욕망도 함께 가라앉아 있다”라고 쓴 두번째 시집 표제시 속 ‘강’ ‘파도’ ‘분묘이장공고’ ‘동백’의 이미지들은 정화진 시의 화자가 나이들고 그를 둘러싼 세계의 성분이 달라지는 것과 함께 변화하였다.
세번째 시집에서 도드라지는 변화는 단연 화자의 시선이다. 시의 주체로서의 ‘나’ 혹은 ‘나’의 주관적 진술, 고백적 어조가 대폭 줄고 그 자리에 수많은 ‘너’ ‘그대’ ‘그녀’가 등장한다. 화자의 내부에서 외부로, 인간계에서 그 너머로, 더불어 ‘지금 이곳’에 붙박이지 않은 채 대상을 호명하고 두루 살피고 말을 건네는 59편의 시편들은, 시인의 시세계가 훨씬 더 다층적ㆍ다차원적인 데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일견 전보다 두려움 없이 자유로워진 듯 보이기도 하는데, 성취로서의 자유라기보다는 무력감과 상실감을 감내한 자의, 그것을 바탕으로 타자의 존재를 숭고하게 바라보게 된 자의 연민과 겸양의 태도에 가깝게 느껴진다.
시인의 말

1부 베란다 창에 거꾸로 매달려 안녕, 인사하던
너는 길이 어두워 꽃을 보지 못했구나/ 간이의자/ 거기, 계시는 거죠?/ 그대, 울지 말아요/ 은화식물들/ 온몸에 바늘을 꽂고 사막 그늘로 묵묵히 걸어간 사람들/ 벚나무 아래/ 백공천창/ 부서진 노래 언덕/ 섬세한 입들에서 폭언이 장마처럼 우거질 때/ 바람의 옷/ 불법체류자들-말의 낯선 풍경들/ 북풍과 함께/ 삼월의 나뭇가지

2부 어떻게 이 아이를 데려가야 할까요?
달이 뜬다/ 눈사람/ 무릎 위의 고양이/ 양상추만 바삭바삭/ 두번째 눈꺼풀/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어/ 숲을 불러와주세요/ 고양이와 폴란드 여행/ 여행자들 가방/ 너에게 강을 빌려주었더니/ 도꼬마리 꽃 예쁘네, 나를 부르시지만 않았다면/ 어둠 속 장미/ 쇼윈도/ 깃털 아래-아이 탄생하다

3부 그가 준 육포 조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때 문득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주유소 불빛/ 해변의 묘지/ 섬세한 지층/ 잠든 말이 잠든 마음을 흔든다/ 꽃피리떼/ 비나이다 비나이다-거리의 아이들에게/ 물속 관에 가서 눕다/ 그해 팔월 그리고 칠석/ 물의 말/ 꽃 피는 아이/ 새장 속의 육포 조각/ 회색 뱀에 관한 추억/ 나비 또 나비

4부 벌통으로 쓰일 책이었단 말이지
정밀의 책/ 육포에 대하여/ 색채가 끝나는 시간, 모든 육체의 자리들이 상승한다 그리고/ 마음은 복사꽃밭 같아서/ 햇살이 참 따뜻하고 좋다고 중얼거리다가/ 고요 정원/ 바다는 쇠물닭을 몰고 온다/ 바리데기/ 가뭄/ 길/ 단풍잎은 촛불처럼/ 불안의 서식지/ 또 길을 잃다-이연주 생각/ 상상 극장 인부였던 목탄의 시/ 견고한 숲/ 우수/ [겨울 정원]

해설|주체 없는 생성으로서의 시학
노태맹(시인)

넌 왜 기웃대니?
멍든 눈자위를 하고
붉은 입술을 달고 가면을 쓴 채
왜 울고 있니? 미래야
길이 어두워 꽃을 보지 못했구나
_「너는 길이 어두워 꽃을 보지 못했구나」에서

어디까지 왔는가 그대여, 벚꽃 핀다고 아이가 전하고
창밖은 목련, 폭발하고 있다
동백과 목련 사이, 꽃 핀 자리, 생은 무겁거나 검거나 아프다
_「벚나무 아래」에서

그대여, 떠나고 싶다. 이곳의 일상은 낯설고 아프고 걷기조차 어렵다. 그만 우리 모두 발을 버리기로 하자. 수직 벽 아래로 뛰어내리자. 구르자. 오, 자유, 또 뛰어내리자. 오, 자유, 자유로움들아, 그대여, 우리 날마다 뛰어내리며 구르는 연습을 하자. 내일은 바람의 옷을 사러 바다 시장에 가지도 말자. 모두 발을 버리고 뛰어내리자.
오, 자유, 자유, 자유로움들아, 바람의 옷인 물고기들아, 함께 뛰어내리며 날자. 높이 날아오르자.
_「바람의 옷」에서

너무 섬세해서 첫 얼음 얼듯
살얼음 낀 일상을 내딛는 여자들
섬세함이 파르스름한 새벽 공기같이
창틀에 다가와 설 때
눈꺼풀들 떨린다
아리고 아픈 떨림들, 그녀들
어둠은 단단한 시선을 풀고
회랑 밖으로 스멀스멀
_「두번째 눈꺼풀」에서

자른 어둠을 켜켜로 쌓아두자. 튀니지 여인들이여!
재스민 향기 위에 그 어둠을 다시 엎어보는 거지. 한 송이 장미가 부식된 버터 칼 옆, 올리브나무 안에 붉게 피어오르도록
어둠을 한 겹 또 벗겨내보는 거지
_「어둠 속 장미」에서

슬픔이 투명한 빛 또는 형광의 줄무늬 물고기 같은 것임을 문득 느꼈을 때 내 가슴지느러미는 다 상한 뒤인 것 같았다
잔혹한 사월이 끌고 가는 강은 검고도 붉다
우리는 생의 어디까지 밀려갈 것인가
_「그때 문득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에서

자신의 책만 읽는 붕붕붕
눈먼 몽상가인 그는
햇빛의 말을 오래 읽은 그는
이제 샘가에서 오래오래 서성인다
샘아, 샘아, 목이 마르다
내 책은 햇볕 속에 펼쳐져
녹아 흐르고 있다
붕붕붕 눈이 마르는구나
햇빛은 언제나 강하고 섬세하고 난폭한 게야
아- 아- 앞이 보이지 않는다
내 정밀의 책, 이제 읽을 수가 없구나
벌떼야, 이 책이 달콤하지 않았느냐
_「정밀의 책」에서

숲으로 가는 길은 멀기도 하지
이곳은 덥고 메마른 곳이구나
쑥부쟁이 민들레야
서재에 이끼부터 키워놓고 너희를 불러줄게
그래 우리 모두 시선을 돌려보자
생의 진창을 건너왔다고 말하지 말자
피비린내나는 삶이라 기록하지 않을게
물을 뿌려줄게
_「숲을 불러와주세요」에서

얘야, 갈 곳 없는 공원 뒷길 이층 카페에서 만나자.
바삭거리는 밀웜과 양상추와 에픽테토스의 지팡이로
기우뚱 세월을 견뎌보자꾸나.
양상추만 바삭바삭 아삭거리며 시간을 재촉하지 않니?
우리 대화나 나눌까.
_「양상추만 바삭바삭」에서

‘쑥부쟁이 민들레’와 ‘아이’를 향한 화자의 시선이 은은하게 밴 사랑으로 다정하다. 삶의 신산함을 섣불리 말하지 않고, 동시에 쉽게 희망을 말하지 않는 화자를 짐작할 수 있다. ‘나’의 실존에 골몰하지 않고 인간과 자연과 사물을 아울러 ‘존재함’ 자체가 끊임없이 발생시키는 우연적인 것들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화자 역시 짐작할 수 있다. 시인 노태맹이 해설에서 화이트헤드를 빌려 쓴 가상 인터뷰와 같이 “생성은 연속적이고 보편적인 흐름이 아니라 불연속적이고 우발적인” 것이며 “이미지의 발생과 그 과정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물을 뿌린 뒤에 무엇이 어떻게 자라날지, 세월을 견디고 대화를 나눈 이후에 어떤 일들이 가능할지 알 수 없지만 무언가의 생성을 도모하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시집 전반에 배음처럼 깔린 ‘생성의 힘’과 그에 대한 탐구는 주로 ‘여성’과 ‘자연’에서 길어올려진다. “베란다 창에/ 거꾸로 매달려 안녕, 인사하던/ 그녀, 그녀들”. “세계의 크기보다 더 아픈, 소리 없는 비명 속에, 생을 일찍 마친, 마치고 있는, 마치고 말, 오래된 그녀들, 오늘의 그녀들, 미래의 그녀들 생각을” 시인은 오랜 시간 끊임없이 해왔으리라.(「삼월의 나뭇가지」) “너무 섬세해서 첫 얼음 얼듯/ 살얼음 낀 일상을 내딛는 여자들//(…)// 파들대는 저 섬세함을 어쩌나/ 겹쳐진 아픔들을, 두번째 눈꺼풀들을” 내내 염려했으리라.(「두번째 눈꺼풀」) 이는 “유령이 출몰하는 시간, 낮게” 핀 “은화식물들”의 세계(「은화식물들」)와 닿아 있고, “동백과 목련 사이, 꽃 핀 자리”의 시간적 낙차는 “생은 무겁거나 검거나 아”픈 것임을 다시금 확인시켰을 것이다.(「벚나무 아래」) “날개 위에 노래를 얹어두고 우리는 슬픔의 그늘 아래 앉”았기에(「섬세한 입들에서 폭언이 장마처럼 우거질 때」) “잠든 말이 잠든 마음을 흔”드는 것을 예민하게 감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잠든 말이 잠든 마음을 흔든다」)

그래 그래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황소야 무거운 황소야 저 나뭇가지 좀 보아
날개가 돋아나려나봐
붕대를 풀고 날아오르는 저 희고 흰 나비떼 좀 보렴
그래, 나비 또 나비야
그런데 말이지
그게 문제야 넌 아니?
_「나비 또 나비」에서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순간이 해방의 순간만은 아님을 시인은 “그게 문제야 넌 아니?”라는 마지막 한 문장으로 보여준다. 익숙한 은유와 재현 또한 하나의 억압으로 생각한다면, 우리가 쉽게 타자화하고 규정지었던 관계들이 새로운 이미지의 공간으로 창조될 수 있을 터다.

또다른 공간
생의 뒤뜰
고요와 명징함들이 지키고 있는 어떤 환한 곳의 정결함들
그곳에의 현혹이 결국 나를 어떤 공백, 어떤 텅 빈 곳의 환함으로 잇닿게 하는
생이 끌고 가는 가장 본래적인 힘인 고독에의 접근
피붙이처럼 따라다니는 그 무수한 공백들
고요들
_「고요 생활」에서

그녀들 말의 향기로 저 복사꽃 핀 산자락이 색채가 끝난 시간들 또는 육체들이 상승한 자리 위에 얹힐 때, 인간의 마음은 분홍의 꽃밭 같아져서 말마저 잊고 향기로 가득 세상을 채우리라
_「마음은 복사꽃밭 같아서」

이처럼 오랜 숙고 끝에 돌아온 시인이 손에 쥔 건 결의나 야심이 아닌 ‘정결함’과 ‘공백들’, ‘고요들’이다. 그는 회백색 ‘겨울 정원’에 구근식물을 심고 “근본적인 무력감에 기대보려” 베르그송을 읽었다. “사랑과 죽음과 무지와 맹목”을 잃지 않았고 마침내 “무력함의 정원에 첫 스노드롭 꽃대”가 솟는 것(「[겨울 정원]」)으로 시집은 마무리된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시인이 이번 시집을 기점으로 찬찬히 펼쳐 보일 새로운 풍경의 정원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순정하고 아름다운, 그 소녀 소년들, 청년들께, 그대들께, 아침마다 다시 피어날 이슬 묻은 나팔꽃 다발을, 이 시집을, 드린다.”(「시인의 말」에서)

◎정화진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28년 만에 세번째 시집을 출간하셨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주 오랜만에 출간하는 시집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참으로 긴 세월이 지나갔네요. 다시 독자들 앞에 서는 일이 두렵기도 하고 많이 설레기도 합니다. 긴 시간 동안 압축되었던 시어의 무게로 독자들을 힘들게 하지나 않을까 염려됩니다.
첫 시집을 내고 이듬해 늦은 결혼을 하여 세 아이를 둔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은 이제 모두 성년이 되었네요. 십여 년은 출산과 육아에 따른 노동 속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그 무렵 지방 소도시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남편이 직장을 접고 작은 국어학원을 열었어요. 저도 학생들과 고대철학사를 함께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그 철학 공부의 즐거움에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Q2. 시집에 등장하는 ‘그대’라는 대상은 다양한 층위에서 변주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중첩되고 이어지는 동안, 그 겹쳐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만난 순정한 이들이 모두 ‘그대’입니다. 너, 당신, 우리, 사랑하는 사람들, 예고 없이 등장하는 유령들, 모두를 아우르는, 각각의 호명입니다.
‘그대’는 성장하고 생성중인 사랑의 말이기도 합니다.
아프고, 상처받고, 우울하고 행복한, 어두운 길 위에 서 있는 아이들, 사람들, 나무들, 식물들 뭇짐승들, 모두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싶은 어여쁜 존재들의 총칭입니다.

Q3. 바다, 바람, 꽃, 나무 등 인간을 둘러싼, 혹은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용되는 자연계의 요소들이 시집에 자주 등장합니다. 화자가 느끼는 억압을 다소나마 해제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유한하고 한정된 인간의 삶을 다른 방식으로 마주하게 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부연해주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현실이 일상화되는 시기입니다. 자연계의 사물들이 저에게는 가상현실의 존재들처럼 각각의 고유한 존재 양식들로 다가왔습니다. 그 존재들이 어떻게 변모를 거듭하는지에 대한 탐색 또는 사유의 흔적들이 제 시가 접근한 세계이고, 시 창작에 숨통을 열어준 또하나의 물줄기이기도 합니다. 비근한 예를 든다면 지구의 지각판 이동이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많은 소금을 얻게 하듯이 저의 시에서 바다에 대한 고체 이미지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차마고도 붉은 소금밭에서 어린 여성의 쉼없는 노동에서 느낀 큰 아픔이 「길」이라는 시로 육화되었고, 바다의 고체성을 강화시킨 흔적입니다. 소금의 이동 수단이 된 당나귀의 노동까지 더불어 연민의 정서가 함께했습니다.
그 객체들, 사물들, 자연물들이 소우주를 형성하고 저의 시 안에서 아직 거듭 생성중에 있습니다. 인간의 유한성과 맞닿아 있으나 또다른 존재 양식인 사물들의 세계이기도 하지요. 화자가 느끼는 여러 억압으로부터 해방 공간은 도시적 삶의 황폐함과는 다른 대자연적 요소이지만, 그 자연계의 요소들에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객체들’에 대한 탐색을 위해 계속 공부할 예정입니다.

Q4. 이 시집에서 특별히 아끼는 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 이유도요.

육아 노동에 심하게 노출된 시기에 쓴 시입니다. 신체 해체의 경험, 아니 수면 부족의 그 궁핍함 속에서…… 호호,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요? 누적된 피로의 결과물인 꿀잠, 낮잠은 존재를 해체시키고 해방시키는 지경에 이르게 하지요. 그때 쓴 시가 시집을 묶는 과정에 저에게 좀 유쾌한 시라고 느껴졌습니다. 또한 바다 이미지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던 몽환적 시이기도 한 오래된 시, 봄날의 시, 「햇살이 참 따뜻하고 좋다고 중얼거리다가」입니다.

Q5. 마지막으로, 『끝없는 폭설 위에 몇 개의 이가 또 빠지다』를 읽을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주세요.

제목이 좀 엽기적이죠.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목탄이 쓴 상상 극장의 시가 개봉했습니다.
극장이 너무 어둡죠. 천천히 자리에 앉아주셔요.
귀기울여 존재들의 말을 들어주실래요.
다음 기회엔
유쾌하고 신나는 익살과 환희의 말들을 되직하게 섞고 곁들여
독자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화진

1959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1986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장마는 아이들을 눈뜨게 하고』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가 있다.

작가의 말

십수 년 저쪽의 무너지는 협곡과 일상의, 미래의, 피 묻은 붉은 협곡 사이를 잇는 다리를 놓으려고 늦은 새벽 등불을 켜곤 했다.

거미줄로 엮은 일야교(一夜橋), 아침이면 무너지고 없는 다리 아래로
그 잿빛 강물 위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갔다.

오랫동안 숱한 사랑의 꽃다발을, 몸짓을, 문장을 보내주는 그대들께 눈짓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던 이 무정함.

다시 지어 입을 환희의 문장들, 채색 기둥 위에 빛나는 햇살과 고대 철학을 함께 공부하던 질풍노도의 빛나던 눈동자들, 그 눈부심이 없었다면 어두운 시의 자리로 돌아오기조차 어려웠으리라.

순정하고 아름다운, 그 소녀 소년들, 청년들께, 그대들께, 아침마다 다시 피어날 이슬 묻은 나팔꽃 다발을, 이 시집을, 드린다.

2022년 8월
정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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