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오늘도 짓는 생활

농사를 짓고 글도 짓습니다.
남설희 지음
아무책방

2023년 01월 05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2월 07일 출간

(개의 리뷰)
( 0% 의 구매자)
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3.65MB)
ISBN 9791197890635
지원기기 교보eBook App, PC e서재, 리더기, 웹뷰어
교보eBook App 듣기(TTS) 가능
TTS 란?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입니다.
  • 전자책의 편집 상태에 따라 본문의 흐름과 다르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습니다.
  • 전자책 화면에 표기된 주석 등을 모두 읽어 줍니다.
  • 이미지 형태로 제작된 전자책 (예 : ZIP 파일)은 TTS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 '교보 ebook' 앱을 최신 버전으로 설치해야 이용 가능합니다. (Android v3. 0.26, iOS v3.0.09,PC v1.2 버전 이상)

소득공제
소장
정가 : 9,000원

쿠폰적용가 8,100

10% 할인 | 5%P 적립

이 상품은 배송되지 않는 디지털 상품이며,
교보eBook앱이나 웹뷰어에서 바로 이용가능합니다.

카드&결제 혜택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416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저자는 대학교 졸업 후 농사짓는 부모님을 도우며 마음속으로는 오래도록 작가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들에서 삶을 배웠던 저자는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에서 산문 부문 장원을 받고 등단하게 되었으며 그 기회로 서울문화재단 ‘첫 책 발간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꿈에 그리던 첫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써왔던 글들에 한 신문에 써왔던 고정 칼럼을 더했습니다.
저자에게 글은 늘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밭에서 일을 할 때면 영원히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았고 모든 빛나는 것들에 열등감을 느꼈습니다. 일이 끝나면 동굴 같은 방 안에 스스로 갇혀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지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지나갔고 계절도 어김없이 변했습니다. 그나마 일기는 살아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괴로우면 괴로운 일을 적었고 슬프면 슬픈 일을 적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지만 겨우 몇 줄이 저자를 키웠습니다.
언젠가 저자의 큰 당숙 할머니가 집 앞 가로등 때문에 들깨가 자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빛 때문에 들깨가 자라지 않는다니. 너무 환한 빛도 때로는 독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짙은 그늘과 어둠 속에서, 일기장에 적은 일상의 조각들이 수필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봄에는 고추를 심고 여름엔 고추를 따고 가을엔 들깨를 베고 겨울엔 땅이 얼기 전에 비닐을 벗깁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가 일하면서 느꼈던 많은 사유들을 독자와 공감해보기를 바라봅니다.
“땅이 얼고 작물이 자라지 않는 긴 겨울이지만, 저 멀리 봄”을 느끼게 해주는 작지만 작은 희망을 전하는 〈오늘도 짓는 생활〉은 30대 작가 지망생이 전하는 생생한 농촌 에세이.
불안과 걱정으로 만들어진 그림자가 누군가에겐 시원한 쉼터가 되기를 바랍니다. 삶의 팔 할은 ‘잉여’일지라도 끝내 ‘가능’을 말하는 사람. 저자는 오늘도 농사를 짓고 글을 짓습니다.

〈오늘도 짓는 생활〉은 아무나 책을 읽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으며, 모두가 꿈꾸는 세상을 만드는 아무책방의 두 번째 책입니다.
작가의 말


그림자와 그늘
소원에도 색깔이 있다면
부침개 부치는 날
고추모 시집가는 날
내 인생에도 부스터가 있다면
그 밭에는 도라지꽃이 필까?
현수막
1번지
나의 MBTI
조카와 보내는 시간
복토

여름
버섯과 곰팡이
반짝이는 팔찌 하나
라디오를 듣다
책장 파먹기
엄마의 맛
나누는 마음
설순이 반찬통
이국 아닌 이국
가짜 마음
고추줄 매기

가을
일기장
아빠의 지게
구두와 운동화
산이 관찰기
일 안 되는 날
가짜 뉴스
밤에 자란다
익어가다
근육통

겨울
들에서 삶을 배우다
기도
걷다 보면
오래 보다
칠전팔기 운전면허 합격기
직접 보아야 알 수 있는
파생소비
보통날
와립 인간

다시 봄
어느새 살며시

쉬운 마음으로 작가가 되고 싶었다. 어떤 글을 쓰고 싶다는 각오도 없었다. 그때그때 순간을 모면하는 글만 써왔다. 이제야 조금 무엇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지만 확신은 없다. 이쪽도 저쪽도 선택할 수 없는 나는 매일 흔들린다. 그럴수록 나의 그림자는 점점 깊어졌다. 빛을 향한 열등감은 사실 동경이었다.
(...)
깊은 그림자는 짙은 그늘이 된다. 농로에 흘러내린 산 그림자를 보며 어둠이 되기보다 그늘이 되자 생각해본다. 내 불안과 걱정으로 만들어진 그림자가 누군가에겐 시원한 쉼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 17쪽, 「그림자와 그늘」에서

게임을 종료했다. 대신 노트북을 켜고 한글 문서를 클릭했다. 여전히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완벽한 문장은 떠오르지 않았고 써야 할 갈피도 잡지 못했다. 그래도 써보기로 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완벽이 아니라 지금 시작하는 것이다.
첫 문장을 쓴다.
- 39쪽, 「내 인생에도 부스터가 있다면」에서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 쌓여 있다. 그것들을 떠올리니 다시 머리가 무거워진다. 당장 해야 할 목록 같은 건 몇 번이고 적어보았다. 결심은 그때뿐이다. 지금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눕는 것이다. 무거운 머리를 눕히는 것. 누워 있어도 장아찌 돌에 눌린 기분이다
- 60쪽, 「조카와 보내는 시간」에서

그때 나는 20대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닌 나는 이렇게 돌이나 줍다가 끝나는 게 아닐까.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앞서나가는데 나는 구석기 시대처럼 돌을 줍는다. 하지만 나는 집을 나갈 용기도 꿈을 포기할 용기도 없었다. 그렇게 내 마음은 단단한 돌이 되었다.
(…)
바위는 처음부터 쉽게 부서지진 않았을 것이다. 아주 길고 긴 시간의 힘이 바위를 흙으로 만들었다.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언젠가 단단한 내 마음의 바위도 돌이 되고 자갈이 될 것이다. 그 자갈은 모래가 되고 모래는 흙이 되어 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나를 잡아주는 복토가 되길 바라며 고추모를 잡고 흙을 덮는다
- 66쪽, 「복토」에서

버섯은 신기하다. 썩어버린 나무에서 자리를 잡고 자란다. 부패되고 썩은 것을 양분 삼아 자신을 피운다. 기특하다. 그동안 나 자신은 부패하고 썩어서 더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존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버섯은 자란다. 곰팡이가 되지 않고 썩은 것을 삭히고 품어 자란다. 어쩌면 나는 삭히는 시간이 부족했는지 모른다. 버섯이 되자, 지금 이 기분을 양분 삼아 앞으로 나아가자.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에서 힘이 났다
- 70쪽, 「버섯과 곰팡이」에서

세상을 가졌던 것 같은 기쁨은 지나간 계절처럼 금세 사라졌다. 하늘을 보니 집에 두고 온 팔찌가 생각났다. 마음이 무겁다. 욕심의 무게다. 어쩌면 지옥은 죽어서가 아니라 사는 동안 느끼는 죄책감이 아닐까. 이 욕심을 마음에 새기며 반성해야겠다. 하늘은 크리스털 팔찌처럼 반짝거린다.
- 77쪽, 「반짝이는 팔찌 하나」에서

오늘은 고추밭에서 줄을 매는데 마음에 꽂히는 사연을 들었다. 어느 중년 가장 사연에 또래 여성분이 보낸 답장이다. 여자분은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중년 가장에게 여러 조언을 하시며 마지막에 “끙끙 앓다가 죽느니 한번 해보세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말이 부싯돌처럼 내 가슴에 꽝 부딪히면서 반짝 빛났다. 그동안 생각에만 묻어놓고 표현하지 못했던 나의 행동들이 떠올랐다. 특히 가족에게 더욱 그랬다. 그래놓고 무턱대고 억울해하고 서운해했다. 서늘했던 내 마음에 훈기가 돈다.
- 79쪽, 「라디오를 듣다」에서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었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나를 주저앉혔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나에게 많은 핑계를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내 마음을 돌보지 않는 사이 욕심이 진짜 내 마음인 양 자랐다. 나는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것뿐이었다. 가짜 마음을 뽑고 나니 진짜 마음이 보였다. 풀을 뽑고 나니 훤한 두둑이 보였다.
- 112쪽, 「가짜 마음」에서

계속 매어줘야 했다. 마음은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라는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내 마음의 크기를 몰랐다. 그동안 내가 나를 돌보지 않는 사이 마음은 다시 주저앉았다. 항상 같은 곳만 또 다치는 것처럼 마음도 그렇다.
- 117쪽, 「고추줄 매기」에서

언제부터인가 일기장 끝에 나는 ‘가능’이라고 적었다. 나는 가능해. 나는 글을 쓰는 게 가능하고 내일 아침 일어나서 운동하는 것도 가능해. 사실 나는 아직도 이 가능을 제대로 실천한 적이 없다. 나의 결심은 내게 늘 실망을 주지만 예전만큼 우울하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
올해 내 일기는 작년과 다를 바 없었다. 봄에는 고추를 심고 여름엔 고추를 따고 가을엔 들깨를 베고 겨울엔 땅이 얼기 전에 비닐을 벗길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조금씩 작년과 다름을 느낀다. 그건 일기를 통해 나를 위로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지만 겨우 몇 줄이 나를 키운다.
- 122쪽, 「일기장」에서

언제나 자신의 발끝만 보고 걸으셨던 아빠. 이제 자신의 발끝이 아닌 저 노을을 바라보며 앞을 향해 걸으실 수 있도록 아빠의 짐을 내 지게로 옮겨야겠다. 일을 마저 하기 위해 어깨로 지게를 들썩이며 힘을 내본다.
- 132쪽, 「아빠의 지게」에서

매일 구두를 신고 출근하는 동생에게 언제쯤이면 구두가 익숙해지는지 물었다. “신다 보면.” 동생은 신다 보면 익숙해진다고 했다. 그 한마디에 늘 쉽게 내던진 나의 삶, 나의 꿈이 보였다. 편한 것만 익숙한 나. 글쓰기도 그럴 것이다. 쓰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이번만큼은 이 고통을 끌어 안아봐야겠다. 익숙해질 때까지. 오늘 신은 구두가 앞으로 내 발에 익숙해질 때까지 나의 글쓰기도, 나의 삶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 137쪽, 「구두와 운동화」에서

졸음을 이기지 못한 해는 어느새 큰 산 아래로 들어갔다. 밤이 점점 여물어간다. 들깨도 벼도 날아가는 새도 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빨리 빛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다. 하지만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밤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라기 위해서는, 여물기 위해서는 기꺼이 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밤의 세계로 걸어갔다. 어둡고 불투명하고 보이지 않는 불안 속으로.
- 157쪽, 「밤에 자란다」에서

갈색 고추에 시선이 간다. 그늘진 고춧잎 사이로 보니 검은색처럼 보이기도 하고 보라색처럼 보이기도 한다. 익어가는 중이다. 풋고추가 홍고추가 되기까지 색은 서서히 변한다. 푸른 것이 익으면 붉은 것이 된다. 신기하다. 물고기가 새로 변하는 것처럼 교차점이 없어 보이는데 푸른 것이 익으면 붉은 것이 된다. 고추만이 아니다. 모든 자연이 그렇다. 나는 갈색 고추를 보며 고통의 색깔은 이런 색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
나는 어느 정도 익었을까. 껍질이 두꺼운 나는 빨리 익지 못할 것이다. 아직 여물지 못한 심지가 느껴진다. 고집 센 고추를 수확하며 익어가는 나의 색을 생각해본다.
- 161쪽, 「익어가다」에서

글도 마찬가지다. 오래전부터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나는 아직 글의 근육이 잡히지 않았다. 꾸준히 근력을 길러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근육이 필요하다. 날아오는 공을 쉽게 받아치고 무거운 짐을 쉽게 들 수 있는 근육처럼 글도 그래야 한다. 근육을 길러야지. 운동처럼 매일 조금씩 꾸준히.
- 168쪽, 「근육통」에서

꿈을 포기 못 한 나는 또래보다 많이 늦었다. 아까운 청춘을 집 안에서만 보냈고 아직도 부모님께 의탁하며 산다. 모아놓은 돈도 없고 재작년 겨울, 겨우 등단 딱지 하나 건졌지만 삶은 등단 전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모든 하루가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었다. 정상만 바라보면 그곳은 굉장히 높아 보여 내가 갈 수 없는 곳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걷다 보면 그곳에 간다.
- 182쪽, 「걷다 보면」에서


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긴 저자는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우며 작가의 꿈을 꿉니다. 뚜렷한 직업도 없고 인간관계도 좁지만, 오늘도 밭골의 비닐을 갈고 한 땀 한 땀 글을 짓습니다. 한때는 쉬운 마음으로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떤 글을 쓰고 싶다는 각오도 없었습니다. 빛을 향한 열등감은 사실 동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깊은 그림자가 짙은 그늘이 되는 것처럼, 어둠이 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시원한 쉼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글을 씁니다. 지금 필요한 건 완벽이 아니라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첫 문장을 씁니다. 달에 대고 상앗빛 소원을 빕니다. 무탈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바람에도 뙤약볕에도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결혼하는 게 뭐 그리 좋다고 마냥 웃던 막내처럼 고추모도 바람 따라 기분 좋게 재잘재잘 웃습니다. 뜨끈뜨끈한 아지랑이가 등에서 피어오릅니다.

여름
크리스털 팔찌처럼 반짝거리는 여름, 온종일 고추를 따고 상자에 담아 유통센터에 보내고 다시 고추를 땁니다. 뜨거운 태양이 한소끔 꺼진 저녁, 고양이들과 노는 것이 유일한 낙입니다. 봄에 미처 따지 못한 버섯이 참나무 밑동에서 인사합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데 오늘따라 반갑습니다. 버섯이 되자, 지금 이 기분을 양분 삼아 앞으로 나아가자.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에서 힘이 납니다. 고추밭에서 줄을 매다 라디오에서 들은 “끙끙 앓다가 죽느니 한번 해보세요.”라는 말에 부싯돌처럼 가슴이 반짝 빛납니다. 서늘했던 마음에 훈기가 돕니다. 기분 좋게 고추줄을 잡아당깁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나를 주저앉혔습니다. 그렇게 내 마음을 돌보지 않는 사이 욕심이 진짜 내 마음인 양 자랐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것뿐이었습니다. 가짜 마음을 뽑고 나니 진짜 마음이 보입니다. 풀을 뽑고 나니 훤한 두둑이 보입니다. 아직 한낮입니다.

가을
10년째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처음엔 하루를 허투루 흘려보내는 게 아까워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기장은 잿빛이었지만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일기장 끝에 ‘가능’이라고 적었습니다. ‘나는 가능해. 나는 글을 쓰는 게 가능하고 내일 아침 일어나서 운동하는 것도 가능해.’ 결심은 늘 실망을 주지만 예전만큼 우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우울한 것이 많지만 감사한 것들이 주변에 있습니다. 그날 예쁜 구름을 봐서 감사하고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엄마에게도 감사합니다. 또 매일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을 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글을 쓸 수 있어 감사합니다.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지만 겨우 몇 줄이 나를 키웁니다. 언제나 비슷했던 날들과 조금 다른 오늘. 오후엔 어떤 일상이 나를 키우게 할지 상상해봅니다. 고통을 끌어안고 익숙해지기를 기다립니다. 쓰고 싶은 글이 많습니다.

겨울
들녘의 푸른 열기는 한소끔 식었습니다. 찬기를 머금은 바람은 빗자루질하듯 차례차례 겨울 들녘을 쓸고 있습니다. 이제는 겨울 들녘처럼 한소끔 꺼진 나의 청춘. 아직도 갈대처럼 많이 흔들립니다. 하지만 이제 쓰러져도 다시 서는 법을 조금 압니다. 기다리는 법을 알고, 시간의 힘을 압니다. 휑해진 콩밭을 보았습니다. 이제 내 마음을 추수할 차례입니다. 들에서 삶을 배웁니다. 깊고 맑은 환희심이 내 마음을 채웁니다. 꿈을 포기 못 해 또래보다 많이 늦었습니다. 아까운 청춘을 집 안에서만 보냈고 아직도 부모님께 의탁하며 삽니다. 재작년 겨울, 겨우 등단 딱지 하나 건졌지만 삶은 등단 전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도 모든 하루가 무의미했던 것은 아닙니다. 정상만 바라보면 그곳은 굉장히 높아 보여 갈 수 없는 곳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걷다 보면 그곳에 갑니다. 그 마음을 응원하는 듯, 고양이도 볕이 보이는 곳에 앉아 볕을 쬐며 야옹거립니다.

다시 봄
어느새 살며시 봄이 왔습니다. 작년과 같은 계절이지만 조금은 성숙해진 봄의 이야기입니다. 시장에서 ‘철학’ 하나를 사고 시장 끝 생선 가게를 지나 떡 가게에 갑니다. 찹쌀떡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떠오르니까 먹고 싶어집니다. 그것에 이유나 동기 같은 건 없습니다. 그럴 때가 있습니다. 굳이 모든 것에 이유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요. 한 계절이 지나면 또 한 계절이 오듯이, 우리의 삶도 계속됩니다.

이 책은 충북 음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글도 짓고 있는, 30대 작가 지망생의 일기장 같은 책입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계절이 바뀌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 같은 알싸함이 느껴집니다. 조금은 쓸쓸하고, 또 조금은 서글픕니다. 하지만 쓰러진 고추를 세우고 말뚝에 줄을 감아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걸 보면, 우리의 마음도 함께 추슬러지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책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곳에 간다고. 그 옆에서 골골거리는 고양이와 산책을 재촉하는 강아지가 책에 훈기를 불어넣습니다. 봄에는 고추를 심고 여름엔 고추를 따고 가을엔 들깨를 베고 겨울엔 땅이 얼기 전에 비닐을 벗깁니다. 일기장 끝에 ‘가능’이라고 적는 것처럼, 독자들의 마음에도 이루지 못한 저마다의 ‘가능‘을 떠올려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남설희

2019년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 산문 부문 장원을 수상하며 〈에세이문학〉을 통해 등단. 2020년 서울문화재단 ‘첫 책 발간 지원사업’에 선정. 처음 펴내는 이 책으로 조금은 ‘작가’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이 상품의 총서

Klover리뷰 (0)

Klover리뷰 안내
Klover(Kyobo-lover)는 교보를 애용해 주시는 고객님들이 남겨주신 평점과 감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보문고의 리뷰 서비스입니다.
1.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평점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 오디오북, 동영상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됩니다.
  •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은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 운영 원칙 안내
Klover리뷰를 통한 리뷰를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공간인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부탁합니다. 일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에 해당하는 Klover 리뷰는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 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문장수집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 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 입니다. 교보eBook 앱에서 도서 열람 후 문장 하이라이트 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 수집 등록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문장수집 등록 시 제공됩니다.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sam 이용권 구매 상품/오디오북·동영상 상품/주문취소/환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교보eBook 첫 방문을 환영 합니다!

    신규가입 혜택 지급이 완료 되었습니다.

    바로 사용 가능한 교보e캐시 1,000원 (유효기간 7일)
    지금 바로 교보eBook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보세요!

    교보e캐시 1,000원
    TOP
    신간 알림 안내
    오늘도 짓는 생활 웹툰 신간 알림이 신청되었습니다.
    신간 알림 안내
    오늘도 짓는 생활 웹툰 신간 알림이 취소되었습니다.
    리뷰작성
    •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최초1회)
    • 리워드 제외 상품 : 마이 > 라이브러리 > Klover리뷰 > 리워드 안내 참고
    • 콘텐츠 다운로드 또는 바로보기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
    감성 태그

    가장 와 닿는 하나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사진 첨부(선택) 0 / 5

    총 5MB 이하로 jpg,jpeg,png 파일만 업로드 가능합니다.

    신고/차단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신고 내용은 이용약관 및 정책에 의해 처리됩니다.

    허위 신고일 경우, 신고자의 서비스 활동이 제한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어 신중하게 신고해주세요.


    이 글을 작성한 작성자의 모든 글은 블라인드 처리 됩니다.

    문장수집 작성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eBook 문장수집은 웹에서 직접 타이핑 가능하나, 모바일 앱에서 도서를 열람하여 문장을 드래그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P.
    오늘도 짓는 생활
    농사를 짓고 글도 짓습니다.
    저자 모두보기
    저자(글)
    낭독자 모두보기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프리미엄 이용권입니다.
    선물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결제완료
    e캐시 원 결제 계속 하시겠습니까?
    교보 e캐시 간편 결제
    sam 열람권 선물하기
    • 보유 권수 / 선물할 권수
      0권 / 1
    • 받는사람 이름
      받는사람 휴대전화
    • 구매한 이용권의 대한 잔여권수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 열람권은 1인당 1권씩 선물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이 ‘미등록’ 상태일 경우에만 ‘열람권 선물내역’화면에서 선물취소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의 등록유효기간은 14일 입니다.
      (상대방이 기한내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소멸됩니다.)
    • 무제한 이용권일 경우 열람권 선물이 불가합니다.
    이 상품의 총서 전체보기
    네이버 책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네이버 책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
    구글북액션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구글북액션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