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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 스미스 지음 | 김재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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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3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1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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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2.00MB)
ISBN 9788937472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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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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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타임스》의 문예 부록인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선정 “현재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뽑힌 앨리 스미스의 ‘계절 4부작’ 한국어판이 마침내 완간되었다. 계절 4부작은 브렉시트 이후 격변하는 영국 사회의 현재를 담기 위해 앨리 스미스가 펭귄 출판사와 기획한 야심 찬 프로젝트로, 브렉시트 찬반 국민 투표가 실시된 2016년 첫 권인 『가을』이 출간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한창인 2021년 여름 완간되었다. 순환하는 계절이라는 영원불멸한 자연의 시간 속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시급한 현안이 담긴, 각각 독립적인 장편 소설을 집필해 제목에 해당하는 계절에 출간한다는 것이 스미스의 아이디어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토픽이 바뀌고 중대한 이슈가 또 다른 이슈로 대체되는 SNS 시대에 소설이라는 장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가의 제안에 펭귄 출판사에는 ‘계절 4부작 팀’이 꾸려졌고, 원고 입수부터 편집과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총력전을 방불케 한 작업이 오 년에 걸쳐 계속되었다. 이 같은 노고가 아깝지 않게 계절 4부작 시리즈는 “최초의 포스트 브렉시트 소설”로 자리매김했고, 마지막 작품 『여름』은 최고의 정치 소설에 수여되는 조지 오웰 상을 받았으며, 『가을』은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네 권의 책 모두 앨리 스미스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유수의 언론들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영국에서는 그야말로 문학적 현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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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 447

리처드는 검표기에 교통 카드를 넣는다. 여기서 기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의 이름을 입력한다.
그는 기차에 오른다.
기차 안에서 한나절을 보낸다.
기차가 종착역에 닿기 한 시간쯤 전, 그는 차창 밖으로 어떤 하늘 아래 어떤 산을 보게 될 테고 대신 그곳에서 내리기로 마음먹을 것이다. 마음 내키는 대로, 차표에 인쇄되지 않은 곳에서 내리는 그를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39~40쪽)

특히 요즘 시류에 대해 잘 모를 때마다 그는 상상 속의 딸에게 묻는다. 예를 들면, #metoo 같은 것.
자신도 관련되어 있다는 뜻이에요. 그의 상상 속 딸이 그에게 말해 줬다. 아빠도요.
그리고 그녀는 웃었다.
해시태그가 뭐니? 그는 그녀에게 물었었다.
약 이십 년간 딸은 그의 머릿속에서 열한 살쯤이었다. 딸에게, 어쨌든 지금까지, 성인의 삶을 허락하지 않은 게 가부장적 처사임을, 옳지 못한 일임을 그도 잘 안다.(생각건대 그렇게 느끼거나, 할 수만 있다면 그럴 아버지가 절대로 자기만은 아니리라.)
해시태그는 해시 브라운과는 아주 다른 거예요. 그의 상상 속 딸이 말했다. 먹으려고 하지 마세요. 피우지도 말고요. (42쪽)

진정하세요, 엄마. 쌍둥이가 말했다. 리처드 아저씨. 제발요. 엄마가 도널드 트럼프 이야기를 꺼내도록 부추기지 말아 주세요.
트럼프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데. 리처드가 말했다.
확실히, 절대로 아니지. 패디가 말했다. 나르시시스트 선동가가 원할지 모를 일은 죽어도 하지 말자고.
정말, 꼭이에요, 리처드 아저씨. 쌍둥이가 말했다.
그리고 기후 변화, 우파 득세, 이민자 위기, 브렉시트, 윈드러시, 그렌펠, 아일랜드 국경 얘기도 하지 마세요.
너 농담이지? 리처드가 말했다. 그럼 네 엄마를 열받게 할 일이 하나도 안 남는데?
이민자 위기라고 하지 마. 패디가 말했다. 내가 백만번은 말했어. 그냥 사람들이야. 한 명의 개인이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세상을 건너오는 거야. 곱하기 6천만을 하면, 그 모든 개인이 나날이 악화되는 역경을 무릅쓰고 세상을 건너오는 거지. 이민자 위기라니. 저도 이민자의 아
들이면서. (97쪽)

음. 바깥 날씨가 되게 이상해. 안에 있어서 아쉬워할 것도 없어, 패드. 내가 기억하기론 손에 꼽을 만큼 최악의 봄이야. 두 주 전만 해도 여기까지 눈이 쌓였거든. 영하 7도에다가. 그런데 지금 좀 봐. 29도야.
틀렸어. 그녀가 말한다. 내가 기억하기론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다운 봄이야. 초목들이 더 못 기다리고 터져 나왔어. 그렇게 춥더니. 이렇게 푸르러. (103쪽)

어떻게 생겼어? 브릿이 말했다.
여학생처럼. 샌드라가 말했다. 버스에서 늘 보는.
샌드라는 자기 사무실로 그들을 데려가 컴퓨터에서 CCTV 화면을 보여 주었다. 샌드라의 사무실은 일반 사무실처럼 정말로 근사했다. 샌드라는 오츠의 사무실도 살짝 보여 줬는데, 아주 널찍하고 가구도 굉장히 좋았다.
CCTV를 돌려 보니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작은 소녀의 머리끝이 보였다. 마치 마땅히 거기 있어야 할 사람처럼 소녀는 그냥 걸어 다녔다. 아무도 멈춰 세우지 않았다. 문이 잠겨 있으면 소녀는 다른 무슨 이유로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하도 평범하고 단순해서 막상 보고 나니 미스터리도 아니었다. (187쪽)

네 잘못은 아니야. 네가 다른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미치게 만드는 일자리를 택한 거니까.
난 월급이 나오는 일자리를 택했을 뿐이야. 그녀가 말했다. 네 월급보다 많아. 아니, 네가 일을 하던 때보다 많지. 진짜 일자리거든. 보안은 결과를 갖다주지.
(그건 비열한 짓이었다. 조시는 인터넷 배송 창고에서 일하다 5월에 실직했다.)
보안이라. 조시가 말했다. 넌 그걸 그렇게 부르는구나. 난 환상의 유지라고 부르겠어. (207쪽)

어떤 때 나는 안 보여요. 소녀가 말한다. 어떤 가게나 식당, 차표 사는 줄이나 슈퍼마켓, 심지어 역 같은 데서 정보를 물어보며 크게 말을 하고 있는데도 그래요. 사람들이 그냥 날 건너뛰고 바라보거든요. 특히 백인들 중 어린 사람들, 그리고 흑인이나 혼혈인들은 마치 거기 없다는 듯 건너뛰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255쪽)

하지만 시간의 공장이란 비밀스러운 장소지. 이것도 찰스 디킨스야. 때로 행운이 찾아오거든. 약간의 도움과 약간의 운으로 우리는 역사가 지정해 준 그것 또는 아무것도 아닌 것 이상의 것이 되지.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오로지 다른 사람들의 은혜와 노력 덕분이야. 최소한 나는 그래. 도움을 준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를. 잠들기 전에 나는 기도해. 그리고 나 자신도 많은 이들에게 그런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기를. (332~333쪽)

겨울에는 예수 공현 대축일이 있다. 봄이 주는 선물은 다르다.
죽은 신들이 부활하는 달.
프랑스 혁명력에서는 3월의 마지막 날들이 제르미날이 된다. 근원으로, 씨앗으로, 만물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달. 아마 그래서 졸라는 희망 없는 희망에 대한 소설에 이처럼 혁명적인 제목을 붙였을지 모른다.
위대한 연결체인 봄의 혼란한, 마지막 달 4월.
꽃 피는 덤불이며 나무를 지나칠 때, 어찌 듣지 않을 수 있을까. 시간의 공장 안에서 윙윙 발동을 걸며 어느새 새 생명이 솟아나는 소리를. (444~445쪽)

록다운과 혐오, 차별의 시대
우리 앞에 활짝 문을 열어젖히는 소설

‘계절 4부작’의 세 번째 작품인 『봄』은 정신적 지주이자 예술적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패디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긴 영화감독 리처드, 이민자 추방 센터에 마법처럼 침투해 재소자 처우를 개선한 열두 살 난민 소녀 플로렌스, 우연히 플로렌스와 함께 스코틀랜드행 기차에 오른 추방 센터의 감시관 브리터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장을 뚫고 나올 듯이 맹렬한 헤이트 스피치로 시작되는 『봄』은 앞선 두 작품보다 한층 어둡고 분노에 차 있으며, 절망적인 분위기이다. 여전히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과 트럼프 이후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중점적으로 다루는 테마는, 기후 위기까지 더해져 점점 더 심각해지는 난민 문제와 사회를 양극단으로 분열시키는 소셜 미디어이다.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 낸 쓰레기 더미 위에도 다시 초록의 싹은 트는 법.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계절의 리듬,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는 시간 속에 앨리 스미스는 치유와 희망의 내러티브를 구축한다. 시간을 초월해 인간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며 타인에 대한 이해의 물길을 터주는 예술, 그리고 젊은 세대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봄』에도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물어 마법 같은 화합으로 이끄는 어린 여성(플로렌스)이 등장한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플로렌스의 대척점에 선, 시스템의 악한 부분에 복무하는 또다른 젊은 여성(브리터니)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타인에 대한 이해와 인간성 회복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여전히, 앨리 스미스가 숭배의 마음을 바치는 예술과 예술가들이 있다. 언제나 그렇듯 스미스는 여성 예술가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번에는 사진가이자 화가인 터시타 딘과 허구의 인물 퍼트리셔 힐이 등장한다. 터시타 딘의 사진 작업과 거대한 구름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앨리 스미스는 고착된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바라볼 것을 제안하고, 패디를 통해 난민과 이민자들을 타자화하지 않고 우리 자신으로 대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곳곳에 포진한 앨리 스미스 특유의 날카로운 위트와 언어유희로 더욱 풍성해진다. 다양한 레퍼런스로 무장한 스미스의 언어유희는 서사에 역사적 문화적 겹과 깊이를 더하고, 간간이 터져 나오는 웃음으로 독자를 무장 해제시킨다. 그렇기에 전망이 부재하다시피 한 암울한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결코 절망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술관에서 구름 그림을 보고 나온 리처드의 눈에 런던 하늘의 구름과 거리 풍경이 새롭게 다가왔듯, 오늘날 한국의 현실을 사는 독자들은 『봄』에서 숨을 고르고 다시 발을 내디딜 작은 힘을 얻을 것이다. 계절 4부작의 모든 작품에 제사로 인용한 셰익스피어는 작가가 암호처럼 심어 놓은 희망의 씨앗이 아닐까. “이방인 같아요. 그런데 들고 있는 것은 끝만 푸른, 시든 나뭇가지고요. 거기에 ‘이 희망 속에서 나는 살아간다.(in hac spe vivo.)’라고 붙여 놓았네요.”(『페리클레스』 중에서) 세계 각국이 국경의 벽을 높이며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대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록다운으로 극단의 고립을 경험한 우리 앞에 『봄』은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공존과 연대의 세계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그것만이 기후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라고.


“손에 꼽을 만큼 최악의 봄이야.”
“틀렸어.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다운 봄이야.
그렇게 춥더니. 이렇게 푸르러.”
한때 잘나갔던 늙은 영화감독 리처드는 슬픔에 잠겨 있다. 멘토이자 예술적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패디의 죽음 때문이다. 아일랜드 노동계급 출신인 패디는 영국으로 와서 문제적 드라마들을 집필해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이다. 젊은 시절 우연히 패디의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후로 리처드는 그녀라는 창을 통해 세상과 예술을 볼 정도로 철저히 그녀에게 의존적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기 암의 고통에 시달리는 그녀를 찾아가, 최근에 들어온 작업 의뢰를 놓고 조언을 구했을 정도다. 패디는 일찍이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리처드의 재능을 알아보고 직업적으로 독려했을 뿐 아니라 아주 짧게는 연인 사이였으며, 리처드가 이혼 후 어린 딸을 만나지 못하는 걸 알고 함께하고픈 공간에 ‘상상 속 딸’을 데리고 가 보라고, 그리고 딸의 시점에서 엽서를 써서 자신에게 보내 보라고 권유하기도 하는 등 그에게 지지대 같은 역할을 해 준 존재다. 리처드는 장례식에서 특별히 패디를 기리고 싶어 하지만 그녀의 아들들에게 거절당한다. 머릿속에서 언제나 열한 살에 머물러 있는 딸은 그에게 ‘진짜 추모가 될 만한 일을 하라.’고 하고, 그는 그 말에 충동적으로 스코틀랜드행 열차를 탄다.

브리터니는 영국 정부가 이민자 추방 센터의 운영을 위탁한 보안 업체의 직원으로, 수감자 관리 업무를 한다. 그녀 자신 역시 이민자 출신에 유색 인종이지만 자신의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가책이나 회의는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센터에 희한한 소문이 돌고 있다. 웬 교복 차림의 여자아이가 철통같은 보안을 유유히 뚫고 들어가 최고 책임자를 만나 재소자들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고, 정말로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소문에 반신반의하던 브리터니는 출근길에 교복 차림의 소녀를 만나는데, 자신의 이름이 플로렌스라고 밝힌 소녀는 오래된 사진엽서 속 장소에 찾아가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소녀가 문제의 인물임을 직감한 브리터니는 소녀를 따라 스코틀랜드행 기차에 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스코틀랜드의 기차역에서 두 사람은 선로에 누워 소동을 벌이는 리처드를 만나고, 플로렌스의 기지로 리처드는 경찰에 입건되는 사태를 모면한다. 이 세 사람에 기차역 앞 커피 트럭의 수상한 여인까지 합류하고, 엽서 속 장소로 향하는 여정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SNS의 시대에 소설과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시대를 살아남는 방법들이 있어요, 더블딕 씨. 그중 하나는 이야기가 되어 나오는 형태라고 난 생각해요.”(36쪽)

소설 속에서 젊은 리처드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패디가 한 저 말은, SNS 시대에 작가로서 소설을 쓰는 앨리 스미스의 자기 선언으로 읽힌다. 원래도 실험적 형식의 서사를 추구하던 작가이지만 『봄』은 유독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SNS에서 유통되는 언어들을 그대로 ‘복붙’한 것 같은 페이지, 소셜 미디어 서비스 업체의 광고 글을 마치 네거티브 인화한 듯 비틀린 언어로 패러디한 페이지, 이제는 인터넷 뉴스 댓글 창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숨 가쁘게 이어지는 페이지, 전설, 민담, 존재하지 않는 소설과 존재하지 않는 시나리오의 발췌문, 그리고 시점과 시간과 공간을 종횡무진 바꿔가며 서술되는 주인공들과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세련된 기법으로 유기적인 콜라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 소설이 세태의 스케치에 그치지 않는 것은 파격적 형식을 아우르며 시대를 조망하는 작가의 시선 때문이다. 앞선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앨리 스미스는 양극단으로 치닫는 이 혼돈의 시대에 (비록 대척점에 서 있다 할지라도)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직접 대면할 것을 강건하고도 유머러스한 목소리로 주문하고, 오늘 이곳을 사는 우리에게 절실한 위안을 건넨다. 이 모든 혼란을 하나로 통합해 주는 봄은 기후 위기의 시대에도 매년 찾아올 테고, “시간의 공장 안에서 윙윙 발동을 걸며” 새 생명은 어김없이 다시 태어날 테고, 그렇게 우리는 다음 세대에 희망을 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가질 유일한 윤리적 태도일 것이다.

겨울에는 예수 공현 대축일이 있다. 봄이 주는 선물은 다르다.
죽은 신들이 부활하는 달.
프랑스 혁명력에서는 3월의 마지막 날들이 제르미날이 된다. 근원으로, 씨앗으로, 만물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달. 아마 그래서 졸라는 희망 없는 희망에 대한 소설에 이처럼 혁명적인 제목을 붙였을지 모른다.
위대한 연결체인 봄의 혼란한, 마지막 달 4월.
꽃 피는 덤불이며 나무를 지나칠 때, 어찌 듣지 않을 수 있을까. 시간의 공장 안에서 윙윙 발동을 걸며 어느새 새 생명이 솟아나는 소리를. (444~445쪽)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

이 현기증 나는 순간, 소설은 시의적절한 동시에 심오할 수 있는가? 오늘날 시의성은 빠른 속도를 요한다. 책이 나올 때쯤 담론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가 있기 일쑤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경이로운 작가 앨리 스미스는 이 법칙을 누구보다도 제대로 깨뜨린다. 『봄』은 오늘 아침의 미친 트윗만큼이나 생생하면서도 『율리시스』만큼이나 영속적이고도 중대한 작품이다.
《뉴욕 타임스 북리뷰》

앨리 스미스는 거장의 경지에 이른 이야기꾼이다. 『봄』은 정치적인 소설이지만, 스미스는 엘리트들의 권모술수보다는 정치 사회적인 사건들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소설 속에 그려지는 믿기 힘든 우정을 통해 작가가 전면에 내세우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가치다. 음미하기를. 《이브닝 스탠더드》

세상의 불의에 대한 앨리 스미스의 노골적인 공격과 예술에 대한 열정의 표현을 나는 사랑한다. 그녀는 아웃사이더들에게 자연스레 이끌리고, 상실과 애도를 제대로 이해한다. 그녀는 나이 든 사람들과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에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명민한 젊은이들에게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 나는 스미스의 영리한 언어유희, 삶을 드높일 사랑과 품위의 가능성에 대한 그녀의 고집, 그리고 인간의 마음과 비통함을 동시에 노래하는 그녀의 빼어난 문학을 사랑한다. 《NPR》

정치와 미학, 시의성과 영원성 사이를 유연하게 오간다. 장난기 넘치는 구조에 쾌활한 스타일. 빛나는 새 소설이다. 《보스턴 글로브》

놀라운 성취, 그리고 모든 계절을 위한 책. 《인디펜던트》

앨리 스미스는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더 타임스》

지금까지 작가의 최고 작품. 앨리 스미스는 우리 시대의 버지니아 울프다. 《옵서버》

작가정보

Ali Smith
앨리 스미스는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에서 태어나 현재 잉글랜드의 케임브리지에서 살고 있다. 스미스는 18권의 책을 썼으며, 이 작품들은 40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스미스의 소설들은 맨부커상과 베일리스 여성 문학상 최종 후보에 각각 네 차례와 두 차례 올랐으며, 2015년에 『둘 다 되는 법(How to be both)』이 베일리스 여성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골드스미스상과 코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계절 4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여름』으로 2021년 가장 뛰어난 정치 소설에 수여하는 오웰상을 수상했다. 2022년 앨리 스미스는 오스트리아에서 수여하는 유럽 문학상을 수상했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며 출판 기획 및 번역을 하고 있다. 『밤에 우리 영혼은』, 『푸른 밤』, 앨리 스미스의 『가을』, 『여름』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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