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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을유세계문학전집 112
요시야 노부코 지음 | 정수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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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7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05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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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15MB)
ISBN 9788932422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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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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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소설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요시야 노부코의 걸작

소녀 소설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는 요시야 노부코의 『물망초』가 을유세계문학전집 112번째 도서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근대 일본을 배경으로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들이 겪는 성 차별과 억압, 이를 극복하며 자아를 성장해 가는 과정이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름답게 묘사된 것이 특징이다. 십 대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거나 상상해 봤을 법한 에피소드가 잔잔하게 펼쳐져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왜 근현대 일본 여성 독자들이 요시야 노부코의 작품에 열광했는지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서문
프롤로그
학급 분류
세 유형
어느 날 그녀들
마키코의 집
요코의 집
블랙 탱고
가즈에의 집
선물
아버지와 아이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선물 교환
가즈에의 생각
여름 계획
수영 합숙
범칙자
벌칙 당번
비 오는 날
전화 목소리
거칠어지는 마음
마약
금단의 열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아이
집의 등불


해설-여자아이들의 세계가 온다
판본 소개
요시야 노부코 연보

어둑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흑장미를 닮은 마키코를 가만히 바라보던 요코는 작은 면 레이스 손수건을 꺼내 마키코의 뺨 부근을 닦아 주었다.
“미안해, 아까부터 내 맘대로 끌고 다녀서. 약간 땀이 났지?”
그때--, 마키코는 상냥하게 땀을 닦아 주는 요코의 손수건에서 풍기는 짙은 향수 냄새를 느꼈다.
“물망초 향수야, 마음에 드니? 이 향기…….”
마키코는 말이 없었다. 이럴 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평소에 연습해 본 적이 없어서 뭐라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만약 네가 이 냄새를 좋아한다면, 나는 언제든 이 향수만 쓸 거야.” - 40쪽

요코가 제멋대로 잉크스탠드를 바꿔치기해 간 바람에 멋진 캔디 상자가 자신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가즈에는, 마키코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때마침 마키코를 맞닥뜨려 심장 박동이 매우 빨라져 있었다. 청순하고 성실한 자세로 단순하게 살던 가즈에였기에, 이런 미묘한 우정 문제에도 금세 진지해져서 고민을 하거나 외곬으로 생각하곤 했다. - 79쪽

그런--, 여학생 신분에 크게 벗어난 행동을 대담하게 하는 요코가 마키코에게는 아름답게 비쳤다. 요코는 자기보다 나이도 훨씬 많고 세상 경험도 많아서 일본이 아닌 어딘가의, 예를 들면 바그다드의 여왕처럼, 인도의 왕자가 바친 세상 어느 곳이나 꿰뚫어 볼 수 있는 수정 구슬이나, 죽은 자를 되살리는 금사과나, 급할 때 비행기처럼 하늘을 날아 도망칠 수 있는 양탄자나, 그런 멋진 보물을 지닌 대단히 신비로운 왕녀처럼 보였다. 요코--. 마키코의 눈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신통력을 가진 여왕이었다. - 144쪽

소녀의 문법으로 드러낸
아름다고 서정적인 여성의 욕망

근대 자본주의에서 군국주의로 접어드는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사춘기 소녀들만의 특별한 연대감을 서정적으로 그려 낸 이 작품은 소녀 소설의 대가로 평가받는 요시야 노부코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고등여학교라는 작고 유쾌한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소녀들 간의 로맨틱한 관계, 우정, 질투와 번민 등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도 당시 여성이 겪어야 했던 억압과 사회적 편견 또한 가감 없이 보여 주어 일종의 사회 소설적인 측면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인 마키코는 동급생인 요코, 가즈에와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클레오파트라’라고 불리며 학교에서 여왕으로 군림하는 요코는 마키코에게는 꿈의 세계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반면 로봇이라 불리며 규칙에 순응하고 가정에 충실한 가즈에는 마키코가 마주하는 현실 세계를 대표한다. 따라서 이들이 겪는 삼각관계는 단순한 연애의 한 형태가 아닌, 꿈과 현실이 부딪치며 생기는 갈등과 마찰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자아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성장통을 세 소녀 사이의 관계 변화를 통해 담담히 묘사하고 있다. 마키코와 요코, 가즈에는 서로 다른 세 유형의 동급생이면서도 하나의 공동체고 셋은 하나의 소녀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어느 한쪽만을 선택해 밀어붙이며 살아가는 것만이 진리는 아니었음을 깨달으며 스스로 자의식을 찾아가는 소녀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려 냈다.
『물망초』가 이처럼 소녀 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넘어서 당시 여성들의 욕구를 명확히 대변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요시야 노부코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아도 상당히 진보적인 사상을 가졌기 때문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점점 더 사회 분위기가 경직되어 가던 일본에서 노부코는 눈에 띄는 이방인이자 어떤 면에서는 항상 이슈를 몰고 다니는 셀럽이었다. 당시로서는 여성에게 흔치 않던 숏 컷에 서양식 패션과 당당한 표정, 결혼하지 않고 좋아하는 여성과 단둘이 사는 동성애적 사생활, 카메라나 영사기, 커피 같은 하이칼라 취미며 신주쿠의 저택과 가마쿠라의 별장 등 저자의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이 대중들의 화젯거리였다. 그러다 보니 당시 남성 작가, 평론가, 기자들은 노부코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1920년대에 남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성과 결혼 생활을 즐기며 “저는 남편이 필요 없는 사람이에요”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니는 성공한 여성 작가였던 노부코는 남성 중심 사회를 깨부수는 일종의 칼이었다. 문단의 권위 있는 남성들은 그런 노부코를 무시하는 것으로 위협에 맞섰다. 당대 비평의 신으로 불리던 평론가 고바야시 히데오는 요시야 노부코를 두고 “달달한 말투로 아이들을 현혹하는 작가”라면서 그녀를 향한 독자들의 열광을 어린이의 치기로 치부해 버리기도 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직전, 전체주의 사상이 일본을 지배하기 시작하던 시절 요시야 노부코는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당당하게 맞선 작가 중 한 명이었다. 『물망초』는 이처럼 당대의 엄혹한 현실에 반해 남성적 세계관을 여성적 세계관으로 대치하고 여성적 연대감을 호소하는 작품으로, 노부코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 가운데 하나다.

요시야 노부코의 걸작이자
소녀 소설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

노부코의 작풍은 일찍부터 소설의 한 장르로 명명될 정도로 독자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소박한 공동체 안에서 여성으로서 스스로 세상과 맞서며 자기만의 자아를 형성해 가는 이야기는 당시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억압받던 많은 여성 독자에게 큰 위로였다. 이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소녀들의 바이블이라 불리기도 했다. 요시야 노부코의 소녀 소설은 문학적 다양성 측면에서도 강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성이 더는 남성 중심 사회나 국가 시스템의 도구가 아닌 주체자로 목소리를 내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성의 내면에 깃든 욕망을 왜곡시키지 않고 오롯이 표현했던 노부코를 향해 남성 위주의 기성 문단은 그녀를 단순히 통속성이 강한 작가로 치부했다. 하지만 그런 평가와 상관없이 대다수 독자는 요시야 노부코의 작품을 원했고 그 인기는 한동안 사회 현상이 될 정도였다. 이제 막 근대화에 접어들어 사회 변모를 꾀하고 있던 당시 일본에서 오로지 글만으로 생계를 꾸려 나갔을 뿐만 아니라 문화계의 아이콘으로 활동한 노부코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종의 ‘사건’이었다.
소녀 소설이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가 된 요시야 노부코는 만년에 역사 소설까지 집필의 영역을 확대했다. 저자는 당시 남성 위주의 시각에서 역사적 사건을 묘사하던 그간의 소설과 달리 여성 시각에서 새롭게 바라본 대하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처럼 노부코는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문학 세계를 넓혀 나갔으나 역시 저자의 문학적 원류는 등단하던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집필해 온 소녀 소설이었다. 『물망초』는 그런 노부코 문학 세계의 정점에 이른 작품 가운데 하나로 오늘날에도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줄거리

학급 내에서 걸출한 개인주의자로 평가받는 마키코는 병으로 이삼 일 쉬는 동안 밀린 수업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모범생으로 정평이 난 가즈에에게 노트를 빌린다. 그때 동급생들 사이에서 여왕이라 불리며 군림하던 요코가 마키코에게 자신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동안 요코와 아무런 친분도 없었던 마키코는 당황한 채 잘 모르겠다고 말하고 돌아선다. 하지만 그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마키코로부터 요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 아버지는 단호한 표정으로 생일 파티에 참석하라고 엄명을 내리는데…….

작가정보

吉屋信子
1896년 1월 12일 니가타현 공무원이던 아버지 유이치와 어머니 마사의 외동딸로 태어난 요시야 노부코는 남존여비 사상을 답습했던 어머니와 어렸을 적부터 마찰이 심했다. 1908년 도치기고등여학교에 입학한 노부코는 현모양처의 육성이라는 당시 여학교의 교육 목적에도 반감을 품었다. 하지만 그해 학교 강연회에서 사상가 니토베 이나조가 “여성도 현모양처가 되기보다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완성이 중요하다”고 한 말에 감명받는다. 이때부터 노부코는 오빠들의 서가에서 문학 작품을 꺼내 읽고 문학을 동경했다. 이즈음 『소녀세계(少女世界)』와 『소녀계(少女界)』 같은 소녀들을 위한 전문 잡지에 짧은 글과 시를 투고했으며 1910년에 『소녀계』 현상 공모에서 「울지 않는 북」이 1등으로 당선된다. 1911년부터는 『문장세계(文章世界)』, 『신초(新潮)』 같은 중앙 문예지에도 투고하기 시작했으며, 1916년 『소녀화보(少女?報)』에 보낸 〈꽃 이야기〉의 제1화 「은방울꽃」이 채택되어 실린 후 잇달아 「달맞이꽃」, 「들국화」, 「애기동백」, 「수선화」 등을 연재해 호평을 받는다. 〈꽃 이야기〉로 ‘소녀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요시야 노부코는 1919년 「오사카아사히신문」 주최 장편 소설 공모에 『지상 끝까지』가 1등으로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소설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후 각종 신문 지면과 잡지에 의욕적으로 작품을 발표하며 그녀만의 작품 세계를 완성해 나간다.
주요 작품으로 『바다 끝까지』, 『장미왕관』, 『실락의 사람들』, 『하늘 저편에』, 『그녀의 길』, 『이상적인 남편』, 『여자의 우정』, 『하나의 정조』, 『추억의 장미』, 『애정의 가치』, 『쌍안경』, 『남자의 보상』, 『여자의 계단』, 『남편의 정조』, 『도쿠가와의 부인들』, 『여인 헤이케』 등이 있다.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디자인 오사무 전집 『만년』 『신햄릿』 『판도라의 상자』 『인간실격』,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미야자와 겐지 『봄과 아수라』, 일본 산문선 『슬픈 인간』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모기소녀』, 『날마다 고독한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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