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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는 로봇이다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들
안온 미니픽션
안온북스

2022년 12월 19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2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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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3.79MB)
ISBN 9791192638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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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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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속에 담겨 있는 옛이야기를 지금의 관점으로 다시 쓴 미니픽션 앤솔러지 《바리는 로봇이다》가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바리데기, 인어공주, 라푼젤, 손톱 먹은 쥐, 헨젤과 그레텔, 아랑설화, 성냥팔이 소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었으며, 우리가 어린 시절 귀로 들었고, 시간이 지나서 글과 영상으로 만나왔던 여덟 편의 옛이야기가 강성은, 김미월, 김유담, 김현, 박서련, 배예람, 오한기, 조예은 소설가를 통과하여 새롭게 탄생해 한 권의 소설집으로 묶였다. 《바리는 로봇이다》에는 오랜 시간 살아남은 이야기 특유의 통찰과 옛이야기의 관습을 통렬하게 뒤집는 반전이 함께 존재한다. 말하고 읽으며 쓰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한 이야기는 늘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갱신되어야 비로소 지금 여기에 필요한 이야기가 된다. 좋은 이야기는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타인을 살피게 한다. 《바리는 로봇이다》는 옛이야기를 다시 탄생시킴으로써 좋은 이야기가 가진 힘을 한 번 더 발휘한다. 그리하여 선물처럼 이곳에서부터 다시 전해질 것이다.
바리는 로봇이다 박서련 7
스위밍 김현 41
탑 안의 여자들 69
속초 도수치료 후기 103
새그물을 뒤집어쓴 엘제 127
헨젤과 그레텔의 거처 159
아랑은 참참참 193
빛을 가져오는 사람 219

나는…….
긴 고민 끝에 바리는 말했다. 무엇이 되고, 되지 못하고는 당장 답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였다. 그렇지만 하나만은 확실했다. 매우 사소한 희망이고, 그럼에도 불가능했지만, 분명히 원하는 것 하나가 바리에게도 있었다.
나이를 먹고 싶어요
-박서련, 〈바리는 로봇이다〉에서

무엇보다 수영은 디바 아몬과 대화하며 프리 다이빙을 배워 해저를 유영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할 수 있다면 더 멀리 더 깊이 나아가고 싶었다.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며 다른 생명의 박동에 감응하는 ‘수영’이길 바랐다. 그러므로 디바 아몬에 관한 모든 허구는 사실이었다.
-김현, 〈스위밍〉에서

여자는 초인종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창밖으로는 더 이상 하늘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온통 반질반질한 고층 빌딩의 창뿐이었죠. 노쇠한 몸을 일으킨 여자는 한 발 한 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러다 딱 한 층이 남았을 때, 여자는 자신의 기다란 머리카락에 발이 걸려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1층으로 굴러떨어진 그는 간신히 일어서, 문을 열었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이곳에 있었군요.”
-조예은, 〈탑 안의 여자들〉에서

선생님이잖아요.
도수치료사가 씩 웃었다.
네?
내가 되물었다.
본인이시라고요.
도수치료사가 침대에 엎드려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저라고요?
내가 되물었다.
네, 당신이요.
-오한기, 〈속초 도수치료 후기〉에서

바람 한 점 없는 밤, 사방이 고요했습니다. 그때 언덕 꼭대기의 떡갈나무 밑에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것이 한쪽 팔을 들자 방울 소리가 났습니다. 그것이 한쪽 다리를 들자 또 방울 소리가 났습니다. 그림자는 키득거리며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그것은 새그물을 뒤집어쓴 여자, 엘제였습니다.
“그래, 나쁘지 않아.”
-김미월, 〈새그물을 뒤집어쓴 엘제〉에서

꽃 한 송이가 꽂힌 화병을 올려둔 우드서랍장이 놓여 있는 벽. 그레텔은 화병을 바닥으로 내려두었다. 마음 같아선 꽃을 바닥에 냅다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아침마다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꽃 한 송이에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화병을 치우자 드러난 흰 벽을 손톱으로 살살 긁어보았다. 했는데, 했는데, 했는데. 목소리는 분명 그 안에서 들려왔다.
-배예람, 〈헨젤과 그레텔의 거처〉에서

여느 밀양 아이들처럼 나도 매년 5월 초에 열리는 축제 기간이 되면 괜히 들뜨곤 했다. 밀양강 다리 위에서 올려다보는 불꽃놀이와 야시장 나들이를 특히 좋아했다. 그러니까 딱 그만큼, 객으로 적당히 즐기는 게 좋았다. 한복을 입고 어깨띠를 두른 채로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며 억지웃음을 짓는 아랑 규수라니, 두고두고 비웃음거리가 될 게 빤했다. 굳이 자처해서 흑역사를 추가할 건 없지 않나.
-김유담, 〈아랑은 참참참〉에서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기이해하는 동시에 두려워했다. 그것은 유령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또 그것은 천사일지도 악마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사람들을 홀리게 만들어 젠가는 족쇄를 채우고 지옥으로 끌고 갈지도 모른다고 했다. 어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더 열심히 기도했고 천국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더 열심히 기도했다. 어둠 에서 소녀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거나 어둠 속에서 소녀를 만나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 떠도는 이야기 중어디서부터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강성은, 〈빛을 가져오는 사람〉에서

■ 새 이야기의 가능성

《바리는 로봇이다》에 실린 작품들은 2022년 한 해 동안 ‘웹진 안온’에서 “다시 쓰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다. 통상적인 단편보다 짧은 형식으로, 안데르손이나 그림 형제 혹은 우리 옛 설화와 같이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색다른 시각으로 패러디하려는 시도였다. 어떤 이야기를 비틀고 재구성할 수 있다는 건 그 이야기의 힘이 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덟 명의 작가가 고른 이야기는 모두 오랜 기간 우리 곁에 살아남은 강인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그것을 새로 쓴다는 건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는 데 주저함은 없다. 이야기를 짓는 사람들은 이야기가 되는 ‘가능성’만을 가늠하는 존재이므로. 그리고 지금을 사는 우리이게는 지금의 이야기가 필요하니까.
도전의 결과물은 하나같이 흥미롭다. 효녀담으로 전승되었던 ‘바리데기 신화’의 주인공 바리는 로봇이 되었다. 지금 시대 직장인으로 사는 ‘인어’에게 더는 왕자가 불필요하다. 라푼젤과 마녀는 탑이라는 둘만의 공간에서 다시 조우하게 되었다. 어떤 도수치료는 그 옛날 손톱을 먹은 쥐처럼 그 사람의 분신을 만들어야만 완벽해진다. 남편에 의해 새그물에 갇힌 엘제는 그물을 하나하나 뜯으며 새 삶을 다짐한다. 임차인이 되어 집을 구해야만 하는 헨젤과 그레텔 앞에 나타난 건 현대판 과자집이다. 아랑설화는 2022년 밀양의 고3 수험생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된다. 성냥팔이 소녀는 연약한 소녀가 아닌 신비한 힘을 가진 공동체가 되었다. 모든 이야기의 끝에는 작가가 붙인 짧은 메모가 있다.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기다란 선을 이어야 하는 독자에게 소중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듯 옛이야기는 《바리는 로봇이다》에 모인 작가들에 의해 새 이야기가 ‘되었다’.

■ 옛날 옛날, 새날 새날의 이야기들: 작품 소개

표제작 《바리는 로봇이다》는 박서련 작가 특유의 온기 있는 상상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바리는 이제는 할머니가 된 유명 배우의 주문으로 만들어진다. 그녀는 자신의 열다섯 살 시절과 똑같은 모습을 원했고 바리는 그렇게 만들어졌지만, 곧바로 버림받는다. 바리는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전쟁에 휘말리고 그렇게 긴 여행은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기록된다.
김현 작가의 《스위밍》은 ‘인어공주’의 재해석이자 재구성이라 할 수 있다. 출판사에 다니는 수영은 어쩔 수 없는 일정에 몰려 급히 책을 만든다. 그것은 인공지능에 기반한 3D 가상 인간, ‘디바 아몬’의 삶을 다룬 책이었고 AI가 쓴 가상 인간에 대한 첫 책이었다. 수영은 이윽고 ‘스위밍’이 되어 지금보다 더 광활한 어떤 세계로 뛰어든다.
조예은 작가의 《탑 안의 여자들》은 동화 라푼젤을 다시 쓴 소설이다. 마녀는 본래 마녀가 아닌, 전당포 주인이었다. 그녀는 도박에 중독된 이들에게 담보를 받아 돈을 빌려주었다. 어느 날 어린 여자아이를 품에 안은 남자가 여자를 찾아온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아이와 돈을 바꿔 내어주고 아이는 담보로 남는다. 여기서 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속초 도수치료 후기》는 오한기 작가의 개성을 짧고 강렬하게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한때 소설가였지만 이제는 파워블로거로 활동 중인 ‘나’는 속초 가족여행 중에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을 겪는다. 급히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마침 해외 유명 작가도 다시 찾을 정도로 도수치료로 알려진 정형외과가 속초에 있다.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도수치료사는 찾는다.
김미월 작가의 《새그물을 뒤집어쓴 엘제》에서 엘제는 보다 너른 세상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본래 이야기에서 헛똑똑이에 불과했던 엘제는 이 작품에서 눈에 보이는 것들에 호기심을 갖고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의구심을 표한다. 남편은 그런 엘제에게 새그물을 뒤집어씌우지만, 엘제에게 새그물의 방울 소리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배예람 작가의 《헨젤과 그레텔의 거처》는 지금 우리에게 과자집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하겠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갑자기 거처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김헨젤과 김그레텔 남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광고에 이끌려 골목을 헤매다 한 집을 발견한다. 거기에는 남매가 꿈꾸던 달콤 살벌한 안락이 이어진다.
김유담 작가의 《아랑은 참참참》은 아랑설화의 고장인 밀양을 배경으로 지금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남다른 가정사와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나’는 담임으로부터 아랑 규수 선발 대회에 나가라는 제안을 받는다. 수시모집 원서에 넣을 실적을 위해서이지만, 나에게 그런 대회는 구시대적으로만 느껴진다.
책의 마지막 작품은 강성은 작가의 《빛을 가져오는 사람》이다. 최초의 성냥 이름은 ‘루시퍼’였다고 한다. 작품은 루시퍼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과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그린다. 성냥불 하나에 의지해야만 했던 소년 소녀는 어느덧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들은 세상에 빛을 가져올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강성은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Lo-fi》,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장편소설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등을 썼다.

저자(글) 김유담

소설집 《탬버린》, 《돌보는 마음》, 장편소설 《이완의 자세》, 《커튼콜은 사양할게요》 등을 썼다.

저자(글) 김현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낮의 해변에서 혼자》, 산문집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등을 썼고 소설집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캐스팅》 등에 작품을 발표했다.

저자(글) 배예람

안전가옥 앤솔러지 《대스타》에 수록된 〈스타 이즈 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좀비즈 어웨이》를 썼으며 《왜가리 클럽》, 《호러》에 작품을 발표했다.

저자(글) 오한기

소설집 《의인법》, 《바게트 소년병》, 장편소설 《홍학이 된 사나이》, 《나는 자급자족한다》, 《가정법》, 중편소설 《인간만세》, 《산책하기 좋은 날》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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