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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오르는 마음

근심을 털어내고 걸음을 늦춰 나를 찾아가는 시간
최예선 지음
앤의서재

2022년 12월 25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1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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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071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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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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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다음 여정을 오를 때면, 나는 이곳으로 간다!
조계산 송광사부터 삼각산 길상사까지⸳⸳⸳
삶이 흔들리고 소란스러울 때 찾는 호젓한 산사 17

오랫동안 근대 시공간과 미술의 다양한 장면들을 탐구해 온 예술 칼럼니스트 최예선 작가가 이번에는 역사, 건축, 고미술, 차⸳⸳⸳ 그 모든 걸 아우르는 공간으로 일컬어지는 곳, 절집으로 향했다. 청량한 숲과 바람소리, 물소리에 감응하고,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며 유장한 세월을 담아낸 불전과 불화의 장엄함에 감탄하며 숱한 절집을 오르던 작가는 이내 깨닫는다. 절집이 이토록 아름다운 건 비단 불세계의 깊은 미의식과 철학 때문만이 아니라고. 수백,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이곳을 오른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와 선한 마음 때문이라고.

이 책에는 시간과 사연을 품고 곱게 늙어가는 절집 열일곱 곳을 넓고 깊게 순례하며 발견한 사려 깊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주불전에 자리한 불상이 품은 각기 다른 사연들, 부처님 손 모양에 담긴 저마다의 의미, 절집은 스러져도 그 자리에 남아 오래전 역사를 더듬어보게 하는 석탑, 간절한 기도를 감싸 안으며 장엄의 세계로 이끄는 불화⸳⸳⸳ 무엇보다 절집을 더욱 온전하게 만들어준 절집을 오른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
과거부터 이어져 온 적층의 시간들, 소소한 듯 보이지만 곱씹을수록 가슴 깊이 스미는 예술 칼럼니스트의 절집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걸음을 늦추고 귀를 기울이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느새 나의 내면을 응시하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근심을 털어내고 결국은 내 마음을 살피고 헤아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을 시작하며.

1부. 포행 - 뜻을 구하는 마음
布行. 좌선하는 중간에 잠시 걷는 일. 걷는 것도 참선하듯이 해야 한다.

떠나올 때에야 비로소 나는 그곳에 있네
_조계산 송광사 불일암
기르고 차리고 공양하며 닦는 마음
_백암산 백양사 천진암
강화도의 장경판이 어쩌다 해인사로 갔을까
_가야산 해인사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습니까
_청량산 청량사
힘차게 삶을 붙잡는 일에 대하여
_팔공산 은해사 운부암
오랫동안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_달마산 미황사 도솔암

2부. 친견 - 깊이 바라보는 마음
親見. 친히 보고 직접 보는 것. 마음을 다해 바라본다면 우리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곱게 늙은 절집이 품은 장엄한 두 세계
_천등산 봉정사, 도산서원
끽다거, 차 한잔 들고 가시게
_만덕산 백련사, 두륜산 대흥사 일지암
끝없이 방랑하는 도시
_경주 폐사지 산책
할매 부처가 부르는 노래
_경주 남산 순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곳, 적멸보궁에 오르다
_영축산 통도사
어디로든 가게 되고, 누구라도 만나게 된다
_통도사 암자 순례


3부. 합장 -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
合掌. 두 손바닥을 마주하며 합하는 것. 마음의 경건함과 한결같음을 나타낸다.

인생의 다음 여정을 오를 때면 늙은 절집으로 가자
_봉황산 부석사
어디선가 본 듯한, 다시 보아도 그리운
_영귀산 운주사
정조와 김홍도, 사찰을 짓다
_화산 용주사
죽을힘을 다해 자신의 길을 찾고 있는 그대에게
_덕숭산 수덕사 환희대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
_삼각산 길상사

부록. 절집에 가면 만나는 것들

절집 오르는 길에는 나처럼 걷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황사에는 낙조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았고,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구경하러 온 어린이들이 많았다. 운부암 가는 길에는 망중한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초파일의 길상사는 촬영 나온 프로 사진가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틈에서도 몸가짐을 조심히 하며 절집을 거닐고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절집의 포용력과 좋은 기운들은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절집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이야기들은 그 마음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_6쪽

참선을 중시하는 수행 불교가 널리 퍼지면서 사찰이 도심을 떠나 산속으로 옮겨가게 되었고 탁발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씨를 뿌려 먹을 것을 기르고 손질하여 한 끼 음식을 차리는 일은 단순히 허기를 면하는 수단이 아니라 수행의 일부가 되었다. 하루의 노동과 하루의 공양을 수행으로 삼게 되었으니, 공양의 도구인 발우도 수행자의 삶을 말하는 귀한 물건으로 취급받았다. 발우는 스승이 입적하면 문하들에게 전해졌고, 이는 스승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의미였다.
_46~48쪽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 절문 앞에 탑이 하나 서있는 걸 보았다. 탑엔 ‘이뭣고’라고 적혀있다. 스님의 근엄한 호통처럼 느껴져서 나는 그만 등이 서늘해졌다. ‘이뭣고’는 ‘이 무엇인가.’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짊어지고 살아가는 궁극적인 질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_53쪽

나는 산사 하면 해인사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 그 이유도 역시 건축이다. 경사지에 단차를 두고 네 개의 공간이 배치된 가람 구조를 온몸으로 경험하면서 걷다 보면, 몸이 상승하면서 감정도 함께 고양되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장경판전의 압도적인 규모와 단순함에는 설명할 수 없는 힘과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사찰에서는 불전만큼이나 문과 계단도 살펴야 할 요소다. 문과 계단은 공간의 위계를 정립하는 건축언어다. 높은 경사지에 자리한 해인사는 계단과 문이 이 감각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경사를 올라 문을 통과하면서 다음 단계의 불전으로 향하는 것이다.
_58쪽

우리는 신라의 석탑, 통일신라의 석불, 고려의 불상과 불화를 불교미술의 최고봉으로 친다. 그렇지만 교세가 척박하던 조선시대에도 불교미술의 흐름이 존재했다. 조선의 부처는 석굴암 본존불처럼 이상세계를 향해 아득하게 바라보는 차갑고 이성적인 얼굴이 아니라, 인간적인 얼굴, 다정함이 한껏 묻어나는 얼굴을 하고 있다. 반듯하게 앉아 참선의 모범을 보여야 할 부처의 등은 한껏 구부정하며 심한 거북목이 되었다.
부처가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있는 이유는 불단 앞에 앉아보면 알게 된다. 불자들이 올려다볼 때 부처님의 인간적인 얼굴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조선의 부처님은 저 홀로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하기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소원과 희망에 기꺼이 공감하며 귀를 기울이고 있다.
_116쪽

우리가 서있는 이 장소가 지나간 시대를 얼마나 깊이 품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적층의 시간이 더욱 가치 있게 다가온다. 인간이 차곡차곡 쌓은 것들과 태고의 시절부터 크게 다르지 않을 산천의 풍경이 합쳐지면서 수행하고 기도하는 하나의 공간, 절집이 탄생한다. 그때 아름다움과 사랑과 평화도 함께 태어난다.
_282쪽

승려를 부르는 ‘비구’는 걸식하는 자라는 뜻이다. 자기 수행의 끝을 향해 가는 사람의 이름치곤 너무 비천하다. 그렇지만 그 또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가장 단순한 지시어다. 가장 낮은 이름으로 가장 높은 존재에 이르는 길은 철저히 혼자가 되는 길이다. 그런데 그 길에는 혼자인 각자들이 있다. 길에서 만나 함께 도를 향해 가는 사람들을 ‘도반(道伴)’이라고 한다. 도반은 나누는 존재이며 더하는 존재, 함께 끝까지 가는 사람들이다. 도반이 있어 길을 걷는 우리가 쓰러지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우리는 같은 질문을 품고 인생을 살아가는 각각의 탑이다.
_353쪽

압도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숲, 간절한 마음과 기도, 한 잔의 차를 나누는 온기⸳⸳⸳
예술 칼럼니스트가 발견한 ‘이 절집’만의 아름다움

아름다움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하게 되는 곳이자
의젓한 아름다움을 보고 나면 세상을 견뎌낼 힘을 갖게 되는 곳.
나는 이런 장소가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고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부석사는 인생의 그다음 여정을 오르기 위해서
반드시 가야 할 곳인 양 마음속에 넣어두었다.
_본문 중에서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할 때, 걱정과 근심으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직면했을 때⸳⸳⸳ 그럴 때면 찾게 되는 곳이 있는가.
‘산사’는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그다음 여정을 오르기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죽을힘을 다해 자신의 길을 찾았던 일엽스님이 머물렀던 수덕사, 소설가 신경숙이 책에서 “능선 뒤의 능선 또 능선 뒤의 능선이 펼쳐지는 그 의젓한 아름다움을 보고 오면 한 계절은 사람들 속에서 시달릴 힘이 생긴다.”고 말한 부석사,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던 법정스님의 자취가 남아 있는 송광사와 길상사, 효가 평생의 화두였던 조선임금 정조가 효치와 효행을 불교 세계관으로 구현하고자 지은 절 용주사⸳⸳⸳. 절집은 불자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고 따르며 기도하는 공간이자, 어떠한 상황에서도 선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곳이다. 작가는 이러한 마음들이 절집을 더욱 온전하고 숭고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단지 불교문화유산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사찰기행이 아니다. 절집이 간직한 역사적 배경 뒤에 숨은 이야기, 즉 절집을 세우고 꾸미고 지켜온 사람들의 마음을 곰곰 헤아리며 결국은 나 자신을 응시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삶이 흔들리고 소란한 당신에게, 인생의 다음 여정을 오를 준비를 하는 당신에게 ‘이 책’이, 그리고 ‘이곳’이 다정한 도반이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명산에 자리한 오래된 종교 공간 정도로 뭉뚱그려 생각해 온 절집’이 저마다의 사연과 특색을 지닌 ‘그 절집만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곳’으로 다가오게 된다.
오래전 해인사로 이운된 대장경판 이야기와 해인사만의 공간 미학, 송광사의 후박나무를 통해 알게 된 드라마 같은 식물의 세계,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용주사 「삼세불회도」의 수수께끼, 떠 있는 돌이 주인인 절 부석사에 숨어있는 이야기, 다산 정약용과 한 승려가 차로 교유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백련사⸳⸳⸳. 저마다의 사연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절집 이야기를 전해주는 저자의 사려 깊은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절집 한가운데에 서있는 양 감정이 일어나고 고요해지고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예술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읽어주는 절집의 건축물과 불화, 불상은 각 시대마다 미의 기준과 불교가 불자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달랐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최예선

예술 칼럼니스트

예술과 건축을 향하던 시선이 절집에 머무른 건 어쩌면 필연인지 모른다. 절집은 역사, 건축, 고미술, 차????? 그 모든 걸 아우르는 온전한 세계이기에. 하지만 절집을 오르다 보니 절집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곳을 오르는 사람들의 마음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절집을 더 온전한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을. 시간과 사연을 품고 곱게 늙어가는 절집 이야기, 그리고 절집만큼 오랜 세월 그곳을 올랐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내 마음에만 담고 있기 아쉬워 이 책에 꾹꾹 눌러 담았다.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건축전문지와 문화교양지에서 에디터로 일했다. 이후 프랑스 리옹2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오랫동안 근대라는 시공간을 탐구하면서 『모던의 시대, 우리 집』 『길모퉁이 오래된 집』 『오후 세 시 그곳으로부터』 『청춘남녀 백 년 전 세상을 탐하다』를 썼으며, 미술 에세이로 『밤의 화가들』이 있다. 미술의 다양한 장면을 이야기하는 「아트콜렉티브 소격」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yesun_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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