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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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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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은 육상처럼 앞지르는 운동이 아닌데
청진/ 수육/ 환/ 아름과 다름을 쓰다/ 왜 이 집에 왔니/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포드 이후/ 너를 태우고 녀석이 불을 핥으려 한다/ 뜸/ 선/ 시와 입술/ 왜 잠수교가 잠길 때 당신이 솟나요/ 연육/ 미더덕은 아름다움을 더 달라는 것처럼/ 페이스트리
2부 귤을 밟고 사랑이 칸칸이 불 밝히도록
비누/ 한정식/ 어제도 쌀떡이 걸려 있었다/ 일흔/ 귀뚜라미/ 둘/ 우리의 벌어진 이름은 울음에서 왔다/ 소보로/ 북/ 물수제비/ 여름 하면 두꺼비가 쏟아져내리지/ 지붕/ 엄마가 잘 때 할머니가 비쳐서 좋다/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3부 자다가 일어나 우는 내 안의 송아지를 사랑해
비인기 종목에 진심인 편/ 송아지/ 몸무게/ 바이킹/ 그런 나라에서는 오렌지가 잘 익을 것이다/ 경주 사는 김대성은/ 노랑/ 등/ 초록/ 사이 새/ 보라/ 우리는 기온이 낮을수록 용감해진다/ 얼얼/ 자유형
발문| 미친 말들의 슬픈 속도-박연준(시인)
그때 나는 빵을 물면 밀밭을 보았고
그때 나는 소금을 핥고 동해로 퍼졌고
그때 나는 시를 읽고 미간이 뚫렸다
그때부터 존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 그때의 네가 창을 흔든다
그때 살던 사람은 이제 흉부에 살고
그래서 가끔 양치를 하다 가슴을 쥔다
그럴 때 나는 사람을 넘어 존재가 된다
_「소보로」 부분
가장 투명한 부위로 시가 되는 것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미래가 빛나서
눈 밟는 소리에 개들은 심장이 커지고
그건 낯선 이가 오고 있는 간격이니까
대문은 집의 입술, 벨을 누를 때
세계는 온다 날갯짓을 대신하여
_「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부분
늙은 엄마는 찜통 속에 삼겹살을 넣고 월계수 잎을 골고루 흩뿌려둔다 저녁이 오면 찜통을 열고 들여다본다 다 됐네 칼을 닦고 도마를 펼치고 김이 나는 고기를 조용히 쥔다 색을 다 뺀 무지개를 툭툭 썰어서 간장에 찍은 뒤 씹어 삼킨다 죽은 사람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 것, 입속에서 일곱 색이 번들거린다
_「수육」 전문
연의 아름다움은 바람도 얼레도 꽁수도 아니고 높은 것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나를 배고 엄마는 클래식만 들었다 지금도 소나타가 들리면 나의 왼손가락은 이슬을 털고 비둘기로 솟아오른다 나는 반쯤 자유 반쯤 미래 절반은 새엄마 내가 행복해야 당신의 흑발이 자라난다고 거대한 유칼립투스 아래에 누워 잘 지내고 있다고 전화를 건다 사랑은? 사랑은 옆에 잠들었어요
_「청진」 부분
너는 불이니 꽃이니 죽고 싶을 때마다 끝 모를 숲을 홀로 걸었다 너는 숲이다 낮인데 밤이다 물불과 술이다 서슴지 않고 어디서든 자유를 찾는 것 사람들은 그것을 리듬이라고 한다 빛을 먹고 푸르게 타는 걸 식물이라고
_「아름과 다름을 쓰다」 부분
한 학자는 나방을 침묵의 귀족, 밤의 방패, 어둠의 담요라고 명명하는데 그는 평생 나방을 관찰하고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통 나방이 빛을 좋아해서 광원에 매달린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나방은 빛을 혐오합니다 그들은 우아하고 진중할 뿐이죠 어둠의 입장에서는 빛이 밤의 구멍이고 그 요란한 빛의 구덩이를 메우기 위해 그들은 온몸을 던집니다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위해 존재의 품위와 부드러운 꿈결을 위해 침묵을 위해 다친 마음과 벌어진 입을 위해 그들은 기꺼이 저 먼 시간을 날아가 밤의 상처에 날개를 덮는 거지요
_「어제도 쌀떡이 걸려 있었다」 부분
울음에서 왔다 우리의 벌어진 이름은
삐약이라든가 야옹이라든가 은사시나무라든가
엄마- 하고 입 벌리는 무덤 앞이라든가
문자를 버리면 휘발유처럼 번지는 땀띠
엄마를 묻고 할매랑 떡을 씹는다
(…)
동백유로 그 아이의 머리를 빗겼지
국숫발 같은 흑발을 차르륵 흘리며
걔는 늘 그렇게 혼자 차분했다
그래서 내가 걔 아픈 건 하나도 몰랐다
이것이 엄마가 소리처럼 흩어진 이유
_「우리의 벌어진 이름은 울음에서 왔다」 부분
고소한 콩물이 윗입술을 흠뻑 스칠 때 엄마가 웃으며 앞니로 면발을 끊는다 나도 너처럼, 뭐라고? 나도, 나도 너처럼, 엄마랑 나란히 국수 말아먹고 싶다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등불을 켜야지 예민하게 코끝을 국화에 처박고 싶어 다음 생엔 꽃집 같은 거 하고 싶다고 겁 없이 살 때 소나기 그칠 때 구름이 뚫릴 때 엄마랑 샛노란 빛의 입자를 후루룩 삼키며
_「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부분
“불쑥 떠오르는 얼굴에 전부를 걸어요”
사랑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매일 사랑하는 사람의 유골을 반죽에 섞고
언덕이 부풀 때까지 기다렸어요
물려받은 빵집이거든요
무르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
사람이 강물이죠 눈빛이 일렁이죠
사랑은 사람 속에서 흐르고 굴러야 사랑인 거죠
(…)
나는 안쪽에서 부푸는 사랑만 봐요
불쑥 떠오르는 얼굴에 전부를 걸어요
오븐을 열면 누렁개가 튀어나오고
빵은 언제나 틀 밖으로 넘치는 거니까
빵집 문을 활짝 열고 강가로 가요
당신의 개가 기쁨으로 앞서 달릴 때
해질녘은 허기조차 아름다워서
우리는 금빛으로 물든 눈에 손을 씻다가
흐르는 강물에서 기다란 바게트를 꺼내요
_「페이스트리」 부분
안쪽에서 부푸는 것, 틀을 넘치며 태어나는 것, 기쁨으로 앞서 달리는 것, 금빛으로 물든 눈에 손을 씻는 것. 고명재 시세계 속 사랑의 속성들이다. 그리하여 빵처럼 말랑하고 부드럽고 향긋해지는 것. 반죽에 “사랑하는 사람의 유골”을 섞는다는 것이 인상적인데, 떠나간 존재들에 대한 애틋한 숙고는 이 시를 비롯해 시집 전반에 별처럼 박혀 있고, 그들에 대해 생각하기를 피하거나 멈추지 않는 것, 오히려 전부를 거는 것으로 시 속 화자들은 “매일” 사랑을 배워간다. 상실과 허무의 그림자를 거두어낸 자리에서 만나는 말갛고 환한 볕 안에서 사랑은 되살아나고(「환」), 시인은 그 사랑을 쥐고 조금 더 용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이 시를 써나간다. “엄마가 잘 때 할머니가 비쳐서 좋다 떠난 사람이 캄캄하게 보고 싶어서/ 가슴속의 복숭아를 반으로 가르는/ 과육의 슬픔도 과도도 향기도 모두가 좋다”(「엄마가 잘 때 할머니가 비쳐서 좋다」)고, 오롯한 사랑의 주체가 되어 써나간다.
“우리는 함께 사랑으로 시간을 뚫었다”
사랑은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
“연의 아름다움은 바람도 얼레도 꽁수도 아니고 높은 것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서시 「청진」의 첫 구절이다. 발문을 쓴 박연준 시인은 이 구절의 ‘연’을 ‘시’로 바꿔 읽어보자 제안한다. “얼레를 풀어 시가 바람을 타고 솟아오르도록 놓아주면서 우리 스스로 놓여나는 일”(박연준)이 시 쓰기와 시 읽기의 아름다움이 아닐지. 사랑을 쥐고 종종 높은 것에 연결돼 있는 느낌을 소중히 여기는 이 시인은 귀로 시를 쓰는 사람이기도 하다. “누가 울 때 그는 캄캄한 이국(異國)입니다/ 누가 울 때 살은 벗겨집니다/ 누가 울 때 그 사람은 꽃이 됩니다/ 꽃다발을 가슴에 안아야겠지요”(「그런 나라에서는 오렌지가 잘 익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을 타자화하거나, 입으로 속단해 말하는 일을 삼가고 귀에 들어온 것을 은은히 섬겨 시로 구축하는 것 역시 사랑의 한 방식일 것이다. “어둠의 입장에서는 빛이 밤의 구멍이고 그 요란한 빛의 구덩이를 메우기 위해 (…)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위해 존재의 품위와 부드러운 꿈결을 위해 침묵을 위해”(「어제도 쌀떡이 걸려 있었다」) 온몸을 던지는 나방처럼 말이다.
이 시집을 잘 표현하는 시구 가운데 “우리는 함께 사랑으로 시간을 뚫었다”(「연육」)를 빼놓을 수는 없으리라. 과거-현재-미래라는 선형적인 시간감각을 벗어난 자리에 뚫(리)거나 (치)솟는 사랑의 이미지들이 힘있게 자리하며 시인이 그리는 진실한 생의 시간을 예감하게 한다.
그때 나는 빵을 물면 밀밭을 보았고
그때 나는 소금을 핥고 동해로 퍼졌고
그때 나는 시를 읽고 미간이 뚫렸다
그때부터 존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 그때의 네가 창을 흔든다
그때 살던 사람은 이제 흉부에 살고
그래서 가끔 양치를 하다 가슴을 쥔다
그럴 때 나는 사람을 넘어 존재가 된다
_「소보로」 부분
반지하가 차오르며 쥐들이 달리고
아이들은 신이 나서 양말을 던지고
나는 복사뼈를 깨트려서 나누어주리
새들이 물고 멀리까지 날 수 있도록
음악과 귀로 종달새로 껍질을 뚫고
너희 집 앞에 치솟는 복숭아나무가 되리
_「왜 잠수교가 잠길 때 당신이 솟나요」 부분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등불을 켜야지 예민하게 코끝을 국화에 처박고 싶어 다음 생엔 꽃집 같은 거 하고 싶다고 겁 없이 살 때 소나기 그칠 때 구름이 뚫릴 때 엄마랑 샛노란 빛의 입자를 후루룩 삼키며
_「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부분
“눈귀코로 사랑이 바글대고 있는데/ 솟고 싶다 헤엄치고 싶다”(「시와 입술」) 쓰는 시인. 무엇 하나 누구 하나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너른 품으로 삶과 죽음을 단정히 안는 그의 사랑은 잔잔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앞서 인용한 시에서처럼 그의 사랑은 사람 속에서 흐르고 구르는 것, 역동적이고 생기 있으며 얼마든지 크고 강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힘이 센 다정함, 이토록 용감한 사랑의 세계가 새로운 독자를 기다린다. 사랑 속에서 우리 몸의 가장 연하고 투명한 부위를 맞댈 때, 가만히 눈을 감고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되새길 때 터져나오는 빛이 이 시집에 담긴 시들과 독자들이 마주했을 때 설핏 드리워지기를 기대한다.
◎고명재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첫 시집이 나왔습니다! 출간 소회부터 여쭙고 싶어요.
너무너무 행복해요! 울렁울렁 신나요! 첫눈을 보는 것처럼 마음의 창이 활짝 열려서 기쁘고 기쁠 뿐이에요. 쌀알 한 톨만큼의 후회도 아쉬움도 없어요. 만들어주신 분들의 지극한 사랑 덕분이에요. 정말 많은 분들의 손길을 거쳐 시집이 태어났는데요. 그 많은 손과 애정어린 정성이 너무 감사해서 ‘드디어 태어났구나! 아유 예뻐라’ 이런 마음뿐이에요. 말랑말랑한 아기가 태어난 것처럼요. 저는 책을 만드는 일이 이렇게 아름다운 일이란 걸 처음 경험해봤어요. 책이야말로 공동체의 산물, 그 자체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기뻐요. ‘나의 첫 시집’이라서가 아니라 ‘함께 만든 첫 시집’이라서. 정말 시집이 너무너무 예뻐 보여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사랑이 와요. 귀기울이면 그게 모두 새소리예요.
Q2. 죽음과 사랑의 시가 많다고 느껴집니다. 어둡고 무겁기보다는 말갛고 깊은 느낌으로요. 상실과 부재 그다음에 가능한 어떤 초월적인 세계를 엿본 것도 같습니다. 아마도 시 속의 화자가 너무나 열심히, 온 마음으로 그 대상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불쑥 떠오르는 얼굴에 전부를 걸어요"라는 시구가 작가님을 잘 드러내지 않을까 짐작도 해보고요. 작가님께서 보시기에 이 시집엔 무엇이 담겨 있나요?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기억하는 마음. 도시락에 밥을 꾹꾹 눌러 담는 마음.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는 손끝의 마음. 죽은 사람들의 아름답고 빛나던 마음. 그들의 품위. 부드러운 몸짓. 보고 싶은 마음. 볼 수 없지만 용감하게 살고 싶은 마음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용감하게 애도를 하고 싶었어요. 감히 밝게, 환하게, 사랑을 쥐고 빛으로 가득한 장례를 치르고 싶었어요. 그래서 쓰다보니 자꾸만 사랑시가 나왔고 말갛고 밝게 그린 죽음이 나왔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계속 보고 싶으니까요. 길 걷다가도 펑, 울며 환해졌어요. 내 안에 ‘받은 사랑’이 이렇게나 많아서 곡진하게 슬픈 거구나 싶었어요. 차곡차곡 제가 받은 그 사랑을 초를 켜듯 써보고 싶었어요. 죽어도 계속되는 게 있잖아요. 살아도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텅 빈 채로 향기롭고 가득한 것. 저를 키워준 사람들의 빛나는 사랑을 자꾸자꾸 말하고 싶었어요.
Q3. 빵이나 떡, 수육 등 먹을 것과 관련된 시편도 눈에 띕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한 거 같아요! 저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그래요. 저희 집은 온갖 요식업을 해왔고 동생은 동네에서 작은 베이커리를 하고 있답니다. 매일매일 갓 구운 바게트를 꺼내고 치아바타를 척척 쌓고 어깨를 주무르죠. 그러니 안 보고 싶어도 집안 왼편에는 빵, 베란다에도 빵, 냉동실에도 빵. 그런데 참 신기한 게 빵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밝은 힘이 있더라고요. 과연 ‘서양의 쌀밥’이라 부를 만해요. 어머니 아버지는 반찬가게를 수십 년째 하고 있어요. 반찬가게는 ‘한식의 절정’이에요. 매일 보는 게 멸치, 순두부, 더덕, 갈치, 수육, 달래, 냉이, 파김치, 녹두전이거든요. 온갖 생명의 반찬화(?)를 보고 있으면 눈부시게 아름답고 슬퍼져요. 또 할머니와 함께 먹은 숱한 음식들. 비구니들의 사랑을 받으며 크기도 했어요(명재, 떡 먹을래?). 그 아름다운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자꾸 빵과 떡과 찬이 튀어나오나봐요. 곡물처럼 밝은 말을 쓰고 싶어요.
Q4. 이 시집에서 특별히 아끼는 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 이유도요.
콩국수를 먹는 내용의 시,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를 좋아해요. 왜냐하면 저는 엄마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엄마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며, 가장 귀한 연인이며, 저의 세부, 그리고 삶의 궁극이에요. 엄마는 몸이 아프기도 했었고 매우 혹독한 시간을 지나 살아냈어요.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기.’ 저는 엄마에게 이 놀라운 태도를 배웠어요. 그런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삶으로 시로 얼굴로 손길로 물질로 마음으로,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이 시는 순전히 엄마를 위한 시예요. 어느 여름날 엄마 가게에서 엄마를 데리고 나와 콩국수를 같이 먹으러 갔던 날의 기록이에요. 가게니, 매상이니, 다 치워버리고 둘이서 콩국수 가게로 도망치듯 달려갔는데 그때 얼마나 속이 시원하고 행복했는지. 뭔가 엄마와 함께 자유를 ‘쟁취’한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엄마랑 후루룩 면발을 먹고 있는데 나 지금, 눈부신 사랑을 지나고 있구나. 환한 음식을 먹으며 그렇게 생각했어요.
Q5. 이 시집으로 작가님을 처음 만나게 될 독자분들께 인사 한말씀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첫 시집을 통해 인사를 드리게 되어서 무척 반가워요. 저는 늘 시집을 사는 입장이었는데 독자분들께 인사를 드린다는 게 얼떨떨하고 신기해요! 시집은 참 이상한 책인 것 같아요. 저는 시집 사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요. 가만히 시집을 보고 있으면 ‘책의 최소단위’라든가 ‘책의 최장거리’ 같은 엉뚱한 개념들이 떠오르고는 해요. 시집은 때로 가장 작은 책이기도 하고, 가장 길게 울리는 노래이기도 하고,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늪이기도 했어요. 그 모든 모험이 항상 ‘다르게 아름다워서’ 자꾸만 손이 가나봐요. 그런 시집을 집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요. 이 책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니까. 독자분들이 읽으시고 마음 안쪽에 사랑의 볼이 빵빵하게 부풀면 좋겠어요!
작가의 말
어느 여름날, 나를 키우던 아픈 사람이
앞머리를 쓸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온 세상이 멸하고 다 무너져내려도
풀 한 포기 서 있으면 있는 거란다.
있는 거란다. 사랑과 마음과 진리의 열차가
변치 않고 그대로 있는 거란다.
2022년 12월
고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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