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중자아
2022년 12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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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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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2022년. 중국과 한국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기는커녕, 중국혐오가 시대정신이 되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영향력이 커진 만큼 중국에 대한 혐오와 비난도 함께 늘어났다. 이런 상황을 개탄하면서 중국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인물들이 뭉쳤다. 2019년부터 연구공동체 우리실험자들에서 ‘차이나 리터러시’라는 이름으로 공부 모임을 꾸려온 이들이다. 중국철학, 중국문학, 국제관계학 등 다양한 중국 관련 전공 연구자들이 포함된 ‘차이나 리터러시’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전공과 관점에서 중국혐오라는 문제를 들여다본다.
이소연 <혐오의 시대, 중국을 말한다>
한중 수교에서 중국혐오까지
중국은 비정상 국가다?
국가와 ‘국민’을 구분할 수 있을까?
- I’m not Chinese 나는 중국인이 아니에요
중국은 싫지만, 마라탕은 먹고 싶어
후기: 욕망과 집착으로 쓰는 글
기픈옹달 <착짱전설 – 혐오의 중국철학>
착짱전설
성덕공자
낭만노자
민주법가
독재유가
호로제국
씹선비족
환상실학
마라중철
후기
에레혼 <혐중의 다양한 결>
속 편한 이세계
네 스스로의 혐오를 알라
그곳에 사람이 산다
혐오를 증언해주세요
실용적인 중국, 순수한 중국학
후기
강애리 <혐중 정서 해방 일지>
들어가며
그럼 중국이 좋아?
갑. 분. 혐중?
혐중 정서가 보여주는 것들
나가며: 혐중으로부터의 해방은 가능한가
후기
외모가 중국인들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한국인들이, 특히 중국인과 한국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서양인에게 ‘I’m not Chinese’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족주의와 결합한 신식민주의적 유사인종주의. 한국인은 스스로 중국인과 구별하여 민족적 우월감을 느끼고자 하며, 이 우월감을 다른 국가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으려 한다. 백인들이 우월감을 느끼며 아시아인을 차별하듯, 한국인은 우월감을 느끼며 중국인을 차별하고 혐오한다.
_ 이소연, <혐오의 시대, 중국을 말한다> 중에서
입맛은 말보다 솔직하다. 중국이 싫다고 비난과 조롱을 퍼부어도 마라탕을 찾는 입맛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솔직한 입맛은 문화적 영향력도 대변한다. 이제 우리는 우리를 사로잡는 강렬한 중독성의 기호를 ‘마라 맛’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마라 맛’의 중독성은 때로 불쾌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영향력과 중독성에서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불쾌감은 커진다. 내가 오랫동안 경멸해왔던 대상에게서 느낀 영향력과 중독성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_ 이소연, <혐오의 시대, 중국을 말한다> 중에서
‘착짱죽짱’론은 중국에 대한 이중적 관점을 담고 있다. 현대 중국은 혐오하나 전통 중국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국가 중국은 두렵지만 문화 중국은 익숙하다. ‘착짱죽짱’론에 드리운 욕망, 현대-국가 중국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리는 것은 옳지도 않을뿐더러 불가능하다. 현대-국가 중국은 외면하기에는 너무 가깝고 크다. 앞으로도 혐오는 만연하겠지만 혐오만으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여럿 닥칠 것이다.
_ 기픈옹달, <착짱전설> 중에서
중국에 대한 혐오는 중국을 배척하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떼어놓고자 하는 끈질긴 시도. 때로는 너무 가깝기 때문에, 징글징글한 까닭에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혐오하기도 한다. 요컨대 중국에 대한 혐오는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도 있겠으나 친연성에서 발생하는 것도 있다는 말씀. 동족혐오라는 말도 있지 않나. 독재라는 열쇠말을 놓고 보면 두 나라는 그렇게 징글징글하게 가깝다.
_ 기픈옹달, <독재유가> 중에서
‘두유 노우 김치’는 이 폐쇄성의 다른 표현이다. 문명국이 우리의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그러나 중국이 김치를 맛보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김치공정이니, 한복공정이니 하는 식의 논의는 피억압자의 문명론을 벗어나지 못한다. 중국이 우리의 것을 빼앗아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부들부들.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20세기적 계몽주의자의 문명론조차 끼어들 여지가 없다. K 컬처가 선진문명이라면 저들에게도 김치 맛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 시진핑의 밥상에 김치를 올리고, 인민복을 벗기고 한복을 입히자. 왜 이런 상상을 하지 못하는가?
_ 기픈옹달, <씹선비족> 중에서
“중국은 세세하게 이해하기에 지나치게 방대하다.” 이 말은 중국 공부가 어렵다는 푸념에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그리고 이 말은 중국에 대해 아주 작은 부분만 이해해도 무방하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무기가 된다. 게다가 현 시점 한국에서는 선입견이 가미된 중국 해석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혐오는 맥락을 소거하고 디테일에서 멀어질 때 더욱 공고해지는 법. 반중 감정이 최고조인 지금은 중국을 겉핥기식으로 훑는 일도 지탄을 받기 좋다.
_ 에레혼, <그곳에 사람이 산다> 중에서
해외에서 생활하는 이들이라면 위 사례와 유사한 상황에 종종 직면한다. 어떤 이는 체류 국가의 ‘국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강요당하거나, 자국에 대한 한국인의 혐오를 고백하라는 외국인을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이런 상황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다.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했을 때 말을 건 사람은 실망한 기색을 가감없이 내비치기도 한다.
이런 순간을 마주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나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혐오를 증폭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리라. 거짓말까지 하면서 한국의 중국 인식이 긍정적이라는 발언을 하지는 않지만, 한국에도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달하고자 한다.
_에레혼, <혐오를 증언해주세요> 중에서
이밖에 중국을 평가하는 여러 방식에 있어서도 우리는 서구의 잣대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소프트 파워 지표를 보면, 다양한 정치체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별국가가 가지고 있는 매력의 평가 기준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꼽고 있으며, 선거라는 제도적 장치 밖에서 민의를 반영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나조차도, ‘보편’이라고 상정되어 있는 잣대를 의심 없이 중국에 들이댄 바 있고, 여전히 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학계, 언론, 그리고 나아가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적용되는 문제이다.
_ 강애리, <혐중 정서가 보여주는 것들> 중에서
사실 관용과 연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애초에 이런 혐중의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개인과 국가라는 어려운 관계 설정에서 감히 관용과 연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일이다. 오히려 소극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덮어놓고 눈을 감아버리는 태도를 버리는 것.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 여기서 더욱 중요한 부분은 내가, 내가 속한 한국이,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지 그 기준에 대한 생각이다. 나의 마지노선은 어디이며, 상대방이 어느 선을 넘었을 때, ‘네가 한 짓은 무례한 일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런 태도를 원한다.
_ 강애리, <혐중으로부터의 해방은 가능한가> 중에서
2022년은 한중 수교 30년을 맞는 해이다. 1992년 한국은 자국의 이익을 증대한다는 명분으로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한국전쟁과 분단을 경험한 한국인들에게 한중 수교는 냉전 종식과 함께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하게 한 사건이었다. 많은 이들이 정치적 이념보다 경제적 이익이 새로운 시대의 논리와 질서로 부상하였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수교 이후 30년 동안 한국과 중국 모두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했고, 경제와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하게 교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은 수교 30주년인 2022년을 맞았다. 2022년 한중 관계는 발전은커녕 제자리걸음보다 못한 상태이다. 우리 사회에는 ‘중국혐오’라는 이름으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비하와 멸시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혐오가 시대정신이 되었다’는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이 책은 이런 배경에서 기획되었다. 중국 관련 공부와 연구를 계속해 나가는 이들은 이 중국혐오의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을까?
중국혐오의 시대는 중국에 대해 다수의 의견과는 다른 말을 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 이전에 다수의 시각과 다른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기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다. 이는 중국에 거주하거나, 중국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저자들은 그 사실을 실감했으며 누군가에게 ‘친중’이라고 여겨지던 자신들도 중국혐오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혐중 자아’라는 제목은 그런 깨달음에서 비롯된 제목이다.
중국은 이 책의 저자들에게 연구와 공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그런 중국이 누군가에게 ‘혐오스러운 중국’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이 책을 기획하고 쓰기 시작했다. 중국을 모르기에 혐오하는가, 아니면 혐오하기에 모르는가, 하는 문제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다만 우리는 이 책에 실린 글을 읽으며 ‘혐중 자아’를 발견할 뿐이다. 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듯, 계몽은 혐오에 저항하는 힘이 되기 어렵다. 대신 우리가 혐오 안에서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소연
서양철학을 주로 공부하지만, 가끔은 서당 개가 되어 동료들의 중국 지식을 엿듣느라 쏠쏠한 재미를 느낀다. 동쪽 변방 오랑캐의 후예답게 자주 다채로운 대륙의 이야기에 매료된다. 타인의 삶에서 욕망을 포착하는 일에 능숙한 사마천과 희망도 절망도 따르지 않는 루쉰의 문장을 좋아한다. ‘혐오’와 ‘중국’ 둘 다에 관심이 있다.
저자(글) 기픈옹달
독립연구자로 줄곧 제도권 바깥에서 공부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거쳐 지금은 우리실험자들에서 활동하고 있다. 글과 강의로 밥벌이를 하는 인문노동자이기도 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고등학교와 도서관 등을 오가며 중국철학을 일상에 가까운 언어로 소개하고 있다. 고전 연구자로 중국 고전을 공부한다. 장자와 루쉰을 애정하며 <논어>와 <사기>의 문장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옛 고전의 문장을 오늘날의 말로 옮기는 데 관심이 많다.
저자(글) 에레혼
중국 고전문학, 그중에서도 소설과 문학 비평을 공부한다. ‘고전문학에서는 현 시점과 먼 시기를 택하는 것이 이롭다’는 학계의 흉흉한 소문을 무시한 채, 명나라와 청나라 문학을 관심 분야로 택했다. 코로나 창궐 이후 중국에서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고전의 쓸모에 대해 괜스레 고민 중.
저자(글) 강애리
중국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하고 있다. 4년 전 중국에 건너올 때만 해도 중국이 무엇을 말하고 생각하는지를 연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박사과정을 현지에서 한다고 해도 ‘젓가락으로 장(醬)을 찍어 먹는 격으로 중국을 알게 되겠구나, 비법을 배워도 장은 평생 못 담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산 장맛을 구별하는 경지 정도를 현재 박사과정의 목표로 두고, 지금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국가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지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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