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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도시

최인기 지음
나름북스

2022년 11월 28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05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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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9.12MB)
ISBN 9791186036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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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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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마지막으로 거리를 선택한 사람, 노점상들의 삶과 투쟁의 기록. 노점상 대다수가 자신의 노동력으로 손수레와 포장마차를 이용해 거리에서 장사하는 도시 빈민이며 불법이라는 굴레와 단속의 압박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한다. 이들은 서민의 정취를 자극하는 풍물 혹은 탈세와 비위생의 온상이라는 이중적 시선을 받으면서 치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길에서 쉽게 마주치는 노점상이 언제부터 존재했고 몇 명이나 되는지 분명한 기록이 없던 것처럼 이들이 어떻게 살며 장사하며 싸웠는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30여 년 동안 빈민운동가로 활동한 저자는 노점상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과 공존하는 도시를 위해 역사, 문화, 사회, 법률 측면에서 노점상을 분석하고 현황과 문제를 살펴보는 한편 노점상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방안을 두루 서술했다.

이를 위해 노점상의 탄생과 1960~1980년대의 상황, 노점상이 단체를 건설해 생존권을 찾아 나선 역사를 살펴본다. 이때 이덕인 열사, 최옥란 열사 등 희생된 사람들을 소개하며 기억과 추모를 제안한다.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노점상의 현실을 반영하는 미디어들, 언론에 비친 노점상과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노점상을 분석하는 한편, 노점상 관련 법률과 정책을 점검하며 대안을 모색한다. 서울시 노점관리대책의 문제점, 노점상 특별법 제안 등 구체적인 방안도 담겼다. 더불어 세계 각국 노점상 현황과 정책도 정리했다. 노점상뿐만 아니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장애인, 공간을 점유하며 저항하고 있는 철거민 등 도시에서 소외되고 내몰린 사람들이 어떤 고난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해함으로써 이들이 권리를 위해 싸우는 동시대의 시민이자 우리 이웃이라는 점이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책을 펴내며

1장 노점상의 노露는 이슬이다
1. 노점상은 누구인가
2. 삼국시대 보부상과 조선의 난전
3. 해방 전후 노점상과 오일장
4. 양연수 씨와 1960~70년대 노점상
5. 1980년대 군부독재와 노점상
6. 노점상 단체의 결성과 6.13대회

2장 거리에서 쓰러져간 사람들
1. 1989년 거제도 노점상 이재식
2. 1995년 서초구 장애인 노점상 최정환
3. 1995년 인천 아암도 장애인 노점상 이덕인
4. 1999년 대전역 근처 노점상 윤창영
5. 2002년 청계천 장애인 노점상 최옥란
6. 2007년 고양시 붕어빵 노점상 이근재
7. 2017년 삼양동 갈치 노점상 박단순

3장 나쁜 사람에게는 맵고, 착한 사람에게는 달콤하게
1. 대중문화 속 노점상
2. 언론에 비춰진 노점상
3. 노점상은 어디에나 있다
4. 여성 노점상들이 나선다

4장 노점상은 잡상인이 아니다
1. 노점상과 법
2. 노점관리대책의 전개 과정
3. 노점관리대책의 실체와 문제점
4. 노점상 총량제의 결과는?
5. 노점상 문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
6. 노점상 정책을 위한 방향
7. 노점상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
8. 노점상과 더불어 사는 도시를 위해

5장 세계의 노점상을 엿보다
1. 저항하는 노점상, 인도와 네팔
2. 노점상과 상생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3. 동남아시아의 노점상: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4. 엄격한 규제의 중화권 노점상: 중국, 홍콩, 대만
5. 노점상 정책에 따라 줄어드는 일본의 야타이
6. 플리마켓에서 푸드카 체인까지, 프랑스 노점상
7. 미국의 노점상 허가제와 부작용
8. 세계의 노점상 정책이 시사하는 것

참고자료

많은 사람이 ‘길 노路’로 알고 있는데 노점상의 ‘노’는 ‘이슬 노露’다. 그러니까 노점상露店商이란 이슬을 맞으며 고달프게 장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거리에서 이슬을 맞고 사는 사람들도 이슬 노露자를 쓴 노숙인露宿人이다. 16

1960년대 남대문시장은 그야말로 사람들이 뒤섞여 힘깨나 쓰는 사람이 노점상 자리를 차지하는 무법천지였다고 한다. 그 시기 박정희 정권에 의해 본격적으로 재벌 중심 수출주도형 공업화가 전개되었다. 저곡가 정책과 농축산물 수입 개방에 따른 파탄으로, 농사를 지어선 자식을 키워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농민들이 대거 도시로 몰려들었다. 중학교도 마치지 않은 양연수 씨도 가난을 안고 이촌 향도 행렬에 합류했다. 34

그런데 전두환 정권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거리는 항상 집회로 끓어오르는 판에 이곳 사람들의 하루는 논쟁으로 시작해 논쟁으로 끝나는 거야. 그래서 점점 염증을 느끼게 됐어. 그러다 어떤 지식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어. ‘당신 출신 계급으로 가시오. 자기 계급을 주체적으로 일구어내는 것이 운동의 시작이오.’ 머리를 탁 치는 느낌이더라고. 처음엔 거리를 돌아다니며 노점상을 만나 설득했지. 47

황규남 씨에 따르면 남편의 얼굴은 이미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산송장 같았다고 한다. 말없이 사라졌던 남편은 오후 12시 40분경 휘발유를 담은 사이다병을 들고 나타났다. 그리곤 휘발유를 몸에 끼얹고 자신의 몸에 불을 댕겼다. 신현읍사무소 직원들이 멍하니 보는 사이 3도에 이르는 치명적인 화상을 입었다. 거제 기독병원, 마산 고려병원, 부산대병원 등을 찾아갔으나 모두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진료를 포기한다. 이재식 씨가 남긴 유서에는 “이 몸 불살라 노태우 정권에 경고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68

‘가난’과 ‘장애’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동정, 봉사, 그리고 영웅담이었다. 이들이 얼마나 살기 어렵고 비참한지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이는 가난과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는 아름다운 이웃의 미담으로 이어졌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보다 ‘힘들어도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거나 ‘가난과 장애 문제는 불굴의 투지로 극복하자’는 식이 되었다. 하지만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지 못하는 시혜와 동정, 봉사는 가난과 장애를 바라보는 오래된 관습일 뿐이며 문제 해결을 오히려 더디게 한다. 최정환 열사가 돌아가신 시절, ‘장애인고용촉진법’에 300인 이상 기업체는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2% 이상 고용하게 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벌금을 선택해, 이 법 시행 2년 만에 거둬들인 벌금이 400억 원에 달했다. 81~82

아버지의 소망은 가난과 장애로 힘겨웠던 아들 이덕인이 무시당하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죽음이 닥칠 줄 모르고 망루에 오른 이덕인은 사건이 벌어진 그날도 공무원 시험 응시 자격을 잃을까 걱정하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장애인이었지만, 가난한 사람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여기고, 자신은 물론 모든 사람이 존엄하다는 것을 일상과 투쟁에서 보여준 사람이다. 108~109

도시빈민이 언론에 크게 다뤄지는 경우는 역설적이게도 과격하게 대응했을 때다. 그래야만 언론은 ‘시위의 과격성’에 주목해 이를 보도한다. 이때 도시 재개발사업에 따른 빈민들의 생존권 문제는 사회적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와 농민이 목숨을 끊고, 총파업이 벌어지고, 격한 도심 시위가 이뤄져야 관심을 가지는 언론 보도가 도시 빈민의 생존권 투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상파 방송 보도도 이런 관행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시청자는 ‘저 사람들이 왜 화염병을 던지고 가스통을 터뜨리는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184

생계 방편으로 거리에서 장사하더라도 노점상이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역 현안에 의견을 낼 권리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촌 연세로의 가로수와 노점상을 살리며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역의 미래에 관한 정책에서 노점상은 항상 배제의 대상이다. 오래된 도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주변 노점상과 공존하고 어울리는 특색 있는 거리를 계획했다면 좋았을 텐데 당시 사업은 무조건 강남 거리를 재현하려고 했다. 천만다행으로 한 블록 지난 신촌 로터리 떡볶이들은 지금도 건재하다. 이곳은 방앗간에서 금방 뽑은 떡을 곧바로 양념에 버무려 낸다. 192

노점상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불법’이라는 말부터 꺼낸다. 보행권을 해치고 위생에 취약하며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도 한다. 아무리 노점상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려 해도 부정적 인식이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리고 이를 외면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노점상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201

2006년 서울시 주도로 결성된 ‘동대문운동장 발전협의회’도 언급해야 할 사건이다. 동대문 축구장 안 일부 상인을 대표로 선임하고 협치를 강조한 이 협의회는 가장 저급하게 운영된 사례라고 할 만한다. 당시 서울시와 협상을 추진한 상인 대표는 여러 개의 노점 좌판을 차지하고 있거나 자리를 매매해 사적 이득을 취하던 사람들이다. 서울시는 이들을 발전협의회에 참가시켜 상당 기간 묵인, 방조하는 방식으로 동대문풍물벼룩시장을 운영 관리했다. (...) 서울시는 ‘동대문풍물벼룩시장 철거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설’ 사업을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이용했던 것이다. 221~222

2021년 봄, 정부는 총 564만 명의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에게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했다. 소득 감소 등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 근로 빈곤층 80만 가구에 한시 생계지원금 50만 원을 지급하고,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리하는 약 4만 개의 노점상에 대해 사업자 등록을 전제로 50만 원씩 지원한다는 방안이었다. 여기서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리하는’ 4만 명가량의 노점상이란 점포 임대료와 도로점용료 등을 내는 사람을 말하는데 이 숫자는 불분명할뿐더러 객관적이지도 않다. 서울시에서 자체 집계한 노점 숫자가 2021년 6,000개 미만인데 ‘허가받은 노점상 4만 명’ 운운은 비약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2021년 7월에 ‘소득안정지원자금’을 신청한 노점상은 600여 명뿐이었다. 일회성인 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과 건강보험료의 부담을 떠안을 수 있는 노점상이 몇 명이나 될지 생각해본다면 이런 지원 방침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알 수 있다. 241

노점상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래된 상거래 가운데 하나이고 현실에서 수많은 상인이 노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점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불법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어 범죄화함으로써 노점상의 기본권은 부당하게 침해되어 왔다. 따라서 실재하는 수많은 노점상 상거래 행위자를 불법의 낙인으로부터 구제하고 거리 질서 유지라는 공익적 요소와 생존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포함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253~254

저항하는 순간에 형성되는 공동체성이 일상에서도 발현될 필요가 있다. 노점상, 가난한 이웃과 저항하는 사람들끼리 일체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 되어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말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누군가를 돕고 싶어도 그러기 어렵다. 일반화할 수 없지만 작은 물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게 가난한 이들의 현실이다. 그래서 맥락 없이 ‘자발적 가난’을 미화하는 것도 위험하다. 가난을 둘러싼 문제를 은폐하고 개별화할 여지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중심에 놓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면서 드러내놓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이익을 좇는 태도를 버리고 상호 연대에 기초한 협력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280

영구적인 판매시설이 아닌 곳, 특정 인도나 공유지, 사유지에 자리를 마련해 포장마차 등으로 옮겨 다니며 장사하는 사람. 너무 익숙해서 간과했던 거리의 노점상에 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함께 살기를 모색한다. 노점상은 열심히 생계를 꾸리는 이웃 시민이자 빈곤한 사회적 약자이지만, 노점상의 삶과 미래에 관한 사회적 인식은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이다. 행정기관이 무리한 통제를 가하고 관리 대상으로 삼으려 할 때도 1980년대 이래 노점상은 스스로 조직하고 단속에 맞서 저항하며 사회 변화에 동참해왔다. 이 책은 첫 장에서 도시의 변화 발전과 더불어 노점상의 역사, 노점상 단체의 역사를 훑어본다. 군부독재에 저항하며 세력화하기 시작한 노점상 투쟁의 기록은 곧 민중운동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어서 1989년부터 2017년까지의 노점상 열사들의 죽음을 파헤쳤다. 1989년 마차를 빼앗아간 공무원들 앞에서 분신하고 “이 몸 불살라 노태우 정권에 경고한다”는 유언을 남긴 거제도 노점상 이재식, 장애인 시설을 전전하다 겨우 시작한 리어카 노점을 빼앗기고 1995년 분신한 서초구 장애인 노점상 최정환, 인천 아암도 노점상 행정대집행을 막으려 망루에서 농성하다 구타당하고 묶인 시신이 되어 바다에 떠오른 이덕인, 1999년 단속에 완강하게 저항하며 주변 노점상들을 돕다가 표적 단속된 후 몸에 불을 붙인 대전역 노점상 윤창영, 중증 장애인으로서 기초생활수급제도의 문제를 알리려 농성하다 2002년 세상을 떠난 최옥란, 본격적인 노점 관리가 시작된 2007년 막무가내 단속을 당하고 세상을 등진 고양시 붕어빵 노점상 이근재, 2017년 단속반에게 당하던 도중 쇼크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진 갈치 노점상 할머니 박단순 등 이제껏 조명받지 못한 여러 희생의 면면은 쓰리도록 닮았다.

청계천 복원과 디자인도시 서울을 위해 사라진 노점상들
규제와 관리 대신 생존권을 보장할 제도가 필요하다

“전국 4만5,000곳 노점상에게 최고 50만 원을 지급하겠다”라며 소모적인 찬반 논쟁을 부추긴 정부의 4차 재난지원금(소득안정지원자금) 지급 계획은 1%인 515곳 지급으로 결국 ‘엉터리 통계’라는 빈축을 샀다. 부랴부랴 사업등록 요건을 폐지하고도 9,319명이 지급받는 데 그쳤다. 정부 관계자가 “노점상에 관한 기초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없다”고 인정할 만큼 정부와 사회는 사회적 약자인 노점상을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관리 통제할 대상으로만 삼았다. 그러나 노점상을 불법으로 몰아붙이며 부정하고 외면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엄연한 사회 구성원인 이들과 함께 살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 이 책의 기조다. 이를 위해 저자는 도로법, 식품위생법, 소득세법 등 노점상과 관계된 법률을 검토하고 비현실적 조항이나 지자체별 일관성 없는 법 적용을 지적한다.

특히 2002년 이명박 시장 시기의 청계천 복원 사업 이후부터 2006년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서울’을 거쳐 박원순 시장으로 계승된 서울시의 노점관리대책은 여러 파행과 갈등을 낳았다. 환경 미화와 잘 짜인 도시 경관을 명목으로 노점상은 ‘정비’ 대상으로 전락했고 2009년 서울 전 지역 노점상이 강제 이주 대상이 되었다. 박원순 시장 시기인 2017년 ‘상생’을 내세워 나온 ‘노점상 가이드라인’ 이후엔 시에서 지원하는 푸드카 야시장이 관광 명소가 되는 한편 허가받지 않은 포장마차가 단속으로 내팽개쳐지는 두 가지 풍경이 공존하고 있다. 좌판 크기, 품목, 영업시간, 운영기간, 거주지와 재산 등 엄격한 규제가 중심이 된 노점관리대책과 이에 따른 단속으로 서울시 노점 숫자는 2016년 7,718곳에서 2021년 9월 기준 5,873곳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노점 증가를 막기 위해 서울의 각 구청은 예산 수억 원을 들여 단속을 벌였고, 이를 전국의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하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에서 언제든 노점상, 빈민의 희생이 발생할 위험은 지난 30년과 마찬가지로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규제 수단으로만 작용하는 현행법 대신 노점상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 책은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노점상의 노동을 권리로 보장할 것, 사회적 약자인 노점상에 대한 복지 지원, 노점상을 문제 해결의 한 주체로 인정할 것,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점상 당사자의 노력, 활발한 노점상 운동, 가난한 사람들과 민주 시민과 노점상의 연대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이윤만을 좇으며 경쟁으로 치닫는 불평등한 사회에선 안정적인 삶을 기대할 수 없고 노점상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실재하는 수많은 노점상 상거래 행위자를 불법의 낙인으로부터 구제하고, 거리 질서 유지라는 공익적 요소와 생존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포함한다는 취지로 ‘노점상 생계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제안했다.

치열한 거리의 이웃과 함께 살기 위해
가난한 도시에서 차별 없는 사회로

첨단 과학과 신기술로 오로지 경제 발전을 거듭하는 듯 보이는 도시 안에서 다수의 사람은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위소득 50% 이하 인구 비율을 집계한 한국의 상대빈곤율은 16.7%로 국민 6명 중 1명에 해당하며 OECD국가 중 4번째로 높다.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더 심각해서 44.7%로 1위이고 이는 OECE국가 평균의 3배에 달한다. 그리고 빈곤한 사람들이 최후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 노점상이다. 도시연구소와 빈곤사회연대가 실시한 노점 운영 가구 대상 경제상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월 평균 가구 총소득은 182만2,000원이었고 집을 소유한 가구는 38.7%였다. 전체 월평균 가구소득(2021년 4분기)이 464만2,311원, 전국 평균 자가 점유 비율(2020년)이 57.3%임을 고려할 때 이는 노점상이 가난한 이들임을 증명하는 지표다.

가난은 단순한 소득을 넘어 주거환경, 문화, 심리적 측면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노점상은 이러한 현실 외에도 단속과 사회적 편견이라는 고통까지 떠안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나 코로나19의 확산과 같은 변수 때문에 더욱 생계를 꾸리기 어렵다. 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대물림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민이 영원히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해도 이들은 먹고살기 위해 도시에 스며들어 내내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평범한 시민, 우리 지역 주민으로 살아가지만, 배제를 기반으로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사회와 행정에 가로막힐 때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 된다. 그러니 노점상, 도시 빈민은 차별 없는 사회를 바라는 우리 모두가 연대할 이웃 시민이자 동료다.

처음부터 거리는 보행의 의미를 넘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곳이었고 소통하며 삶을 나누던 장소였다. 이제 도시와 공간은 권력과 돈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많은 사람에게 제약을 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30년 경력의 빈민운동가인 저자는 그간의 저작에서 노점상, 철거민, 장애인, 도시 빈민 등 소외된 이웃의 이야기를 애정 어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저자는 노점상의 모든 것을 다룬 이번 책을 “무인도에서 유리병에 글을 담아 띄워 보내는 절박한 심정으로” 세상에 내놓는다고 했다. 매일 싸우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노점상과 빈민운동가들에게 방패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도 담았다.

작가정보

저자(글) 최인기

1989년 청년단체의 문을 두드리며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노점상 단체에서 30여 년간 활동한 빈민운동가로, 현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수석부위원장과 빈민해방실천연대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가보안법과 집시법으로 여러 차례 구속과 수배생활을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현장을 지키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이유는 ‘더불어 사는 사회, 차별 없는 사회’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지은 책으로 『그곳에 사람이 있다』, 『가난의 시대』,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진집으로 『청계천 사람들』, 『노량진 수산시장』이 있다. 가난을 주제로 한 글과 사진 작업, 전시와 출판을 계속하며 ‘기록하는 빈민운동가’로 불리길 원한다.

작가의 말

일상 시기 노점상은 시민과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얼굴로 존재하지만, 삶의 공간에서 상품으로 전락하고 배제당하는 공통된 모순을 자각할 때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 됩니다. 세상 사람에게 이들도 이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도시의 정책을 결정하거나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굴곡진 이들의 삶을 살펴보고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세상살이와 코로나 바이러스에 고통받는 이들에게도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매일 싸우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노점상에게 방패가 되는 자료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무인도에서 유리병에 글을 담아 띄워 보내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글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힘든 여건에도 함께 길을 가는 빈민운동가 여러분의 애정 어린 충고를 기대합니다. ‘저항’도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그들의 무릎이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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