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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듀나 지음
퍼플레인(갈매나무)

2022년 09월 14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08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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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0.72MB)
ISBN 979119184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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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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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 나아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가 된 듀나가 미스터리 단편집으로 돌아왔다. 총 8편으로 이루어진 이번 단편집에서는 그가 그간 써온 미스터리 작품들과 이번 단편집을 위해 새롭게 쓴 작품들을 함께 담았다.

SF 작가로만 알려진 듀나의 새로운 면모, 하지만 알고 보면 듀나 문학을 이루는 중요한 근간인 미스터리 장르를 전면에 드러낸 첫 책이다. SF를 잠시 미뤄두고, 범인의 고백과 형사의 수사, 밀실 트릭과 연쇄 살인, 피와 시체, 의심과 추리, 반전이 뒤얽히는 미스터리의 세계가 펼쳐진다. 애거서 크리스티, 존 딕슨 카, 엘러리 퀸 등 미스터리 거장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듀나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한 이야기들은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장르 팬들과 듀나 문학을 즐겨온 독자들 모두에게 매력적이고도 신선한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성호 삼촌의 범죄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돼지 먹이
콩알이를 지켜라!
누가 춘배를 죽였지?
그건 너의 피였어
햄릿 사건

작가의 말 - 하지만 저는 미스터리 작가인데요
추천의 말

“사람이 지하실 안에서 죽었어. 한쪽은 계단이고 반대쪽은 화장실이야. 지하실엔 창문 두 개가 있는데 방범창에 막혀 못 나가고 화장실에도 창문이 있긴 하지만 사람이 나가기엔 너무 작아. 그런데 계단 위에 있는 문은 안에서 자물쇠 두 개로 잠겼거든? 살인범은 어떻게 나갔을까?”
퀴즈를 낸 뒤에 그는 늘 잊었다는 듯 이렇게 덧붙이곤 했다고 한다.
“아, 그리고 용의자는 서울대 출신이야. 아주 수재야, 수재.”
── 37쪽(성호 삼촌의 범죄)
그때 네 생각이 났어.
정확히 말하면 세쿼이아 생각이 났지.
기억나? 우리가 대전 할아버지 집에서 같이 살았을 때 말이야. 우리 둘 다 초등학교, 그러니까 국민학교에 다녔을 때. 네가 2학년 때 같은 반 애한테 얻어맞고 돌아와 엉엉 울면서 이랬었잖아. “그 녀석을 세쿼이아 가지에 매달았으면 좋겠어!” 난 정말 그 말을 잊지 못하겠거든? 우선 세쿼이아라는 나무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들었어. 난 너 같은 책벌레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난 그런 분노를 ‘세쿼이아 가지에 매단다’라는 비현실적인 상상으로 표출하는 게 신기하기 짝이 없었어.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몰랐단 말이야.
아무래도 이 사건은 세쿼이아였어.
── 45쪽(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내 생각에 세상 물정을 충분히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거 같아. 다들 각자 자기 우물 속에서 사는 거야. 어떤 우물은 다른 우물보다 조금 크겠지만.
── 46쪽(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사고 때문에 누군가의 생일 파티가 흐지부지 끝났는지, 스태프 한 명이 나에게 케이크 조각을 하나 주어서 그걸 점심 대신 먹으며 형사들이 부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말린 라임을 얹은 레몬 머랭 케이크인데, 내가 이 나라에 와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다.
── 116쪽(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노인은 이제 커다란 손으로 네 얼굴을 어루만지기 시작해. 손은 애무하듯 목을 타고 가슴과 배로 내려가. 표적을 확인하자 노인은 오른손을 내밀어. 부하 중 한 명이 번뜩이는 긴 칼을 가져와. 노인은 징그럽게 웃어대며 네 몸에 올라타고는 칼로 네 가슴과 배를 찔러대. 흔들리던 의자는 결국 다리가 부러져 뒤로 나자빠지고 피투성이가 된 너와 노인의 몸은 교미하는 짐승들처럼 하나로 뒤엉켜.
── 161쪽(돼지 먹이)

갑자기 강렬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건 혜정이 평생 경험한 감정 중 가장 모성애에 가까운 것이었다. 콩알이를 지켜야 해. 무슨 일을 저지르더라도.
── 173쪽(콩알이를 지켜라!)

감독의 작은 눈이 뿔테 안경 너머에서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몇 분 전에 했던 “선배님이 출연하신 영화 봤습니다” 어쩌구가 몽땅 연기였다는 걸 알겠다. 난 삼십사 년 전 실종사건의 증인으로 불려온 거야. 어디까지가 계획된 걸까? 조카가 제작자로 합류할 때부터? 아니지, 그때는 내가 한국에 올 거라는 건 아무도 몰랐을 텐데. 지금 이 자리는 수많은 우연이 운 좋게 겹쳐진 결과인 걸까.
── 204쪽(누가 춘배를 죽였지?)

슬슬 경찰도 저와 장수의 관계를 눈치챈 것 같았습니다. 등 뒤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와 “호모 새끼”라는 말이 들려왔어요. 그 사람들은 제가 그들이 상상하는 ‘호모 새끼’의 스테레오타이프에 맞추려고 일부러 메이크업도 했다는 걸 눈치챘을까요. 저에게 그건 전투화장이었습니다.
── 223쪽(그건 너의 피였어)

자, 여러분에게는 두 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던 고귀한 왕자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아버지를 죽이고 숙부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려던 미치광이 살인마의 이야기입니다.
── 249쪽(햄릿 사건)

“하지만 저는 미스터리 작가인데요?”
장르의 마에스트로가 펼치는 미스터리의 세계

‘듀나’라는 이름은 이제 한 장르를 대표하는 커다란 이름이 되었다. 그는 한국 SF 문학에서─이경희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적색거성’과도 같은 존재감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소설들이 발하는 빛은 다른 많은 한국 SF 작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듀나 작가 본인이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에서 썼듯, 하나의 장르는 단일한 장르로서 온전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겹쳐 있는 여러 개의 소용돌이처럼 서로 영향을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중첩되어 존재한다. 이는 장르를 쓰는 작가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장르가 단일한 장르로서만 존재할 수 없듯, 작가 또한 단일한 장르 작가로 존재할 수 없다.

“곧 미스터리 단편집이 나올 예정입니다. SF, 판타지가 섞이지 않은 책이에요. 언젠가 하고 싶었던 일이죠. 저는 기질적으로 미스터리 작가니까요.” ─ 《우리는 SF를 좋아해》(민음사, 2022) 중에서

SF소설을 주로 써왔지만, 그는 “기질적으로” 미스터리 작가이다. 그가 쓴 SF소설들의 기저에는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있어왔다. 그래서 SF와 판타지를 걷어내고 미스터리만을 담아낸 이번 단편집은 어찌 보면 듀나 문학의 정수를 더 선명하게 만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곽재식 작가의 말처럼, 듀나는 이미 “한국 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거장”이고, 이 책에서는 그러한 거장이 자신의 소설 쓰기의 근간이 된 미스터리에 오롯이 집중할 때 얼마나 탁월하게 그 장르를 다룰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현대적이고 동시대적인 미스터리
과거의 위대한 유산과 뛰어난 최신의 감각이 만날 때

19세기 말 에드거 앨런 포가 고전 미스터리의 원형을 구축한 이후로 미스터리 장르는 긴 시간 동안 미스터리 장르만의 미학과 관습을 쌓아왔다. 이러한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듀나는 이번 단편집에서 거장 작가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고전적인 장치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용하면서 21세기 한국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이식해 세부를 덧붙여나간다. 아주 오래된 유산으로 만드는 가장 새로운 미스터리. 동시대와 공명하는 지점들을 만들어내는 정교한 솜씨가 돋보인다.
표제작인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회적 현상, ‘영화계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과 ‘미투 운동’을 작품 내에 끌어들인다. 〈콩알이를 지켜라!〉에서 다뤄지는 남성 소설가들의 만행은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그리고 현실에서 횡행하는 불법 촬영 범죄를 연상시킨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의 풍경, 즉 마스크를 써야 하는 사회적 상황에서 전개되는 〈콩알이를 지켜라!〉는 기시감에 머물지 않고 현실감을 증폭하기도 한다.

경쾌함과 세련됨, 그리고 긴 여운을 갖춘 이야기들
듀나와 함께 즐기는 미스터리 피크닉

발달된 과학기술은 과학수사의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 전반, 일상의 세세한 곳곳에 빈틈없이 투입되어 있다. 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곳을 연결하는 디지털 기술은 미스터리한 사건이 개연성 있게 둥지를 틀 자리, 미스터리 소설이 성립할 공백을 더욱 좁혔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미스터리에 이끌린다.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상태, 그것이 귀해질수록 미스터리는 더욱 매혹적인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바야흐로 우리는 새로운 미스터리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에 담긴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건의 전말을 빠짐없이 제시하거나, 진상을 완전히 다 보여주지 않는다. 범인의 정체부터 트릭, 범행 동기 등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부분의 미스터리 소설과는 다르다. 미완으로 남은 이야기는 그 자체로 쉬이 잊히지 않는 여운을 준다.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에서 강우혁이 침묵으로 남긴 사연, 그리고 ‘피’의 의미를 우리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범인의 정체와 범행에 쓰인 트릭이 밝혀지는 〈성호 삼촌의 범죄〉에서도 성호 삼촌을 결정적으로 화나게 만들었던 정상만의 말 한마디는 끝내 알지 못한다. 〈콩알이를 지켜라!〉에서도 은비가 진석의 작업실을 찾아가 상의한 일이 무엇인지 작품 내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이처럼 일부러 숨겨둔 구석이 있는 이야기는 그 구석 덕분에 현실성과 입체감을 얻는다.

나는 그가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 모른다. 삼촌은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아무리 보채도 내가 들을 수 있는 대답은 똑같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 어떤 여자도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고.
─ 〈성호 삼촌의 범죄〉, 21p.

우리가 미스터리에 미혹되는 것은 그것이 규명되지 않은 채 미지에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완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 우리는 끌린다. 추리 소설은 미스터리를 이성과 논리로 파헤치고 밝혀내며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전달하지만, 현실에서는 사건이 종결되더라도 모든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기란 어렵다. 미완으로 남은 진실이 있다는 점이 이 단편들에 기이한 현실감을 부여하고 긴 여운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몇 번이고 되읽으며 새롭게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야. 강우혁은 자기가 시체를 겹겹으로 쌓아가며 연출한 쇼가 무슨 의미인지 공식적으로 밝힐 생각이 없었다는 것. 침묵. 침묵. 침묵.
─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85p.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는 소설가 듀나의 문학 세계 저변에 깔린 미스터리를 전면에 들어올린 결과물이다. 본인은 그저 미스터리 고전의 패스티시만을 쓸 뿐이라고 말하지만, 이처럼 장르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마음껏 활용하며, 동시에 최신의 감각을 갱신해가는 작가는 드물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경쾌한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이면서도, 영화적인 서술과 장치가 돋보이는 세련된 소설들이다. 새로운 이야기, 그러면서도 탄탄한 토대를 지녀 믿고 즐길 만한 픽션을 찾는 독자라면, 이 단편집이 반갑지 않을 수 없겠다. 한편으로 장르 작가들에게는, 곽재식 작가의 추천사처럼, 책꽂이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작품집이다. 장르를 넘나드는 토끼와 함께 떠나는 미스터리 피크닉에 여러분 모두를 초대한다.

한국 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거장이 쓴 수작이 모여 있는 책이라, 역시 책꽂이에 꽂아둘 만하다.
─ 소설가 곽재식

작가정보

저자(글) 듀나

DJUNA

소설가이자 영화비평가.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평형추》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민트의 세계》 《대리전》 《태평양 횡단 특급》 등의 소설을 썼으며,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가능한 꿈의 공간들》 등의 논픽션을 썼다. 《평형추》는 2021년 SF어워드에서 장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작가의 말

(…) 여전히 전 진지한 미스터리 작가가 아닙니다. 줄리언 시먼스가 싫어했던 부류, 그러니까 과거 미스터리 고전의 패스티시만을 쓰는 사람이지요. 단지 전 그게 그렇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르문학이 한 방향으로만 진화해야 한다고도, 장르에 대한 진지함이 의무라고도 믿지 않으니까요. 제가 애거서 크리스티, 존 딕슨 카, 엘러리 퀸, 대실 해밋, 헨리 슬래서, 해리 케멜먼,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살았던 곳에서 잠시 피크닉을 즐겼다고 해서 그게 그렇게 구박받을 일일까요? 저와 여러분이 그 피크닉을 즐겼다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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