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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리 매킨타이어 지음 | 노윤기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2년 12월 01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1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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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2.78MB)
ISBN 979116812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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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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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실의 시대에 과학 부정론자들과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20년 가까이 연구해온 철학자는 어느 날 문득 다음과 같은 의문에 사로잡힌다. ‘그러고 보니 정작 나는 왜 그들과 직접 만나서 대화해볼 생각을 못 했을까?’ 그는 지난하지만 뜻깊은 모험을 거치며 과학의 진실과 가치를 공유하는 방법과 도구를 실험해보고, 과학 부정론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몸소 깨닫는다. 바로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존중과 배려가 가득한 자세로 그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 그것만이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인류와 지구를 구해줄 유일한 해결책이니 말이다.
머리말

1 평평한 지구 학회에서 배운 것
2 과학 부정론이란 무엇인가?
3 남의 생각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 다가올 미래가 아닌 눈앞의 현실, 기후변화
5 탄광 속의 카나리아
6 유전자변형생물체: 진보 성향의 과학 부정론자도 존재할까?
7 진실을 무기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
8 코로나바이러스와 앞으로의 세상

맺음말
감사의 말
후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고백건대, 2018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 등록 테이블에서 흰 가운을 입고 미소로 참석자들을 응대하는 젊은 여성에게서 출입증을 건네받아 목에 거는 순간 잠시 멈칫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아는 체할까 걱정되었고 그가 사진을 찍지나 않을까 우려되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가능성은 없잖은가? 나는 지난 15년 동안 연구실만을 오가며 과학 부정론을 연구한 사람이다. 플란넬 셔츠와 배지를 착용한 나는 그들의 일원으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다. 그 복장은 앞으로 스물네 시간 이상 잠복할 한 과학철학자에게 유용한 ‘투명 망토’가 되어줄 터였다.
그리고 스물네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상황을 보고 적절히 처신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어깨에 손을 대는 느낌이 들어 돌아보니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하는 게 아닌가. 그의 셔츠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나사(NASA)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리 선생님, 반가워요. 우리 단체에는 어떻게 가입하게 되셨나요?” (11~12쪽)

드디어 내가 거의 쓰러질 뻔한 질문이 던져졌다. 정말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냉정함을 유지해왔고 지난밤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냉정함을 잃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그 질문은 옆에 대여섯 살쯤 돼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를 둔 어느 남자가 던졌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 딸이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성인이고 많은 일들을 감당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신념 때문에 고통받고 있어요.” 이 말을 듣자 내 마음도 몹시 아팠다. 학회에서 아이들을 몇 명 보기는 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그제야 느꼈다. 남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자신들도 모두 둥근 지구론자들이었지만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평평한 지구를 믿게 되었다. 그들이 한 차례 세계관을 바꿨다면 이를 되돌리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컬트 집단에서 자랐다면 어떤 기회가 있었을까? 과학을 믿지 않고 날마다 음모론에 빠져 지내는 가정에서 성장했다면? 저 작은 소녀 역시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연사의 대답을 기다리는 내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먼저 청중은 자신의 신념을 굳게 지키는 어린 소녀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러고 나서 연사는 얼굴에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이들은 순종을 보여주는 최선의 존재들입니다.” 그는 수업 시간에 평평한 지구 이야기를 하면 교사가 주의를 줄 테니 교사가 없는 놀이터에 나가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라고 조언했다. “어떤 아이들은 기꺼이 배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처럼 별난 생각을 하는 사람은 1퍼센트도 안 돼 보였다. 내가 만일 손을 들고 목청껏 “엉터리 같은 소리!”라고 외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72~73쪽)

과학 부정론자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의 내용 가운데 마찬가지로 불필요하거나 적어도 수정 가능한 부분이 있을까? 내가 2018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서 대화를 나눈 평평한 지구론자들이 자신의 신념으로 완전히 동기부여가 되어 있던 이유가 그 이론이 그들에게 그렇게 이해됐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그들의 마음에 나 있는 몇몇 구멍을 막아줬기 때문이라면? 평평한 지구론은 그들에게 응원할 팀을 제공했고 그들의 불만감을 충족시켜주었다. 또한 아마도 그들이 사회와 ‘보편적’ 신념으로부터 소외된 상황에 대해 더 기분 좋아지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 동조하며 자신들이 옳다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누군가가 그 집단에 속하고자 한다면 아마도 그들 신념의 내용은 그에 합류하기 위해 자동으로 딸려 나올 것이다. 증거를 가지고 과학 부정론자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어떤 의미에서 증거가 그들의 신념과 관계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신념의 내용이 그것이 제공하는 사회적 정체성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121쪽)

모두가 알고 있듯 모든 과학은 반론에 열려 있다. 사실로 판명될 수 있는 대립가설도 언제나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정설이 정당성을 훼손당하지는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인간이 초래했다는 증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기후변화에 대한 증거가 오늘날 99.9999퍼센트 신뢰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한 로이터의 기사를 기억하는가? 압도적 증거를 눈앞에 두고도 대안 이론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주류 이론을 믿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남극에 줄무늬 유니콘이 있을까? 그곳에 가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안단 말인가? 하지만 이는 또다시 평평한 지구 논쟁으로 회귀하는 상황이다. 방대한 양의 과학적 증거와 합의를 거부하는 것은 회의론이 아니라 부정론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화석연료 이해관계자들과 보수 정치인들이 과학적 논증에서 심각한 오류라도 발견했다는 듯 작은 의구심을 그토록 효과적으로 이용하도록 내버려두었을까? 이런 상황을 되돌릴 때가 되었다. 기후변화 부정론자에 대한 치료제는 그들의 재정적, 이념적 부패 행각의 전반적인 본질을 폭로하는 것이며, 진화와 백신과 지구 모양에 대한 다른 날조된 부정론 운동에서 사용된 논쟁적 전략과의 유사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185~186쪽)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든 개인 차원에서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우리가 서로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과학 부정론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서 개인적인 면대면 만남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신뢰와 존중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이 대인관계를 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정체성, 가치, 개인적 감정 등이 모두 믿음을 형성하는 데 관여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가질지 결정하는 일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기후변화 문제를 통해, 우리는 전 지구적 해결책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경로가 기후변화 부정론자들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하여 신념을 바꿔놓는 일이 아닐 수도 있음을 확인했다. 그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이슈에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을 기울인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처방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이나 가치관을 바꾸고자 한다면 그에게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이 아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들은 자신들이 본 적 있는 장소에 관심을 가진다. 사람들의 관심사를 펜실베이니아 석탄 광부나 몰디브 어부에게까지 확대할 수 있다면 이것이 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어떤 단계에서는 누군가의 신념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그들이 관심을 갖는 대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여전히 대화가 훌륭한 방안이라 해도, 이를 위한 이상적인 논쟁 전략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사일로 안에만 머무른다면 문제는 더욱 악화되기만 할 것이다. (240~241쪽)

즉시 나는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네가 취하는 입장이 백신 거부자와 뭐가 달라? 백신도 ‘부자연’스럽기는 매한가지잖아. ‘안전하다고 확증’할 수 없지. 백신도 반대하는 거야?” 나는 그가 백신 거부자들에 대해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는 어제의 입장에 설명이 더해지기를 바랐다.
그는 좋은 질문이라면서도 우리는 언제나 혜택과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백신에는 개인적인 위험이 존재한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물론 공적인 위험도 존재한다. 다른 사람들까지 아프게 만들 수 있다. 만일 백신에 혜택이 없다면 아무도 접종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백신에는 혜택이 있고 그것은 위험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가 이제 핵심을 찌를 준비가 되었다는 듯 말했다. “GMO를 먹지 않으면 위험이 없어져. 난 유기농식품을 사 먹을 정도의 능력은 있어. 만약에 너무 가난해서 생존을 위해 GMO를 먹어야 한다면 아마도 그렇게 하겠지. 하지만 나는 GMO를 안 먹는다고 해서 문제 될 게 없어.”
“하지만 테드.” 나는 그의 말에 끼어들었다. “그건 크나큰 특권에서 나온 지위 아니야? 동아시아에는 굶주린 아이들이 많고, 어떤 애들은 황금쌀을 못 구해서 비타민A 결핍증으로 시력을 잃기도 해. 그건 몬산토에서 만든 게 아니야. 대학 연구의 결과물이지. 하지만 그린피스는 여전히 그걸 반대해. 내가 너와 그 아이들 사이의 점들을 연결해볼게. 넌 GMO를 지지하지 않고 그게 너에게 이로워. 하지만 유기농식품만 사고 그린피스에 후원금을 보내는 너 같은 사람만 있으면 아시아에 있는 그 아이들은 굶주리고 눈이 멀겠지. 그래서 GMO 반대에 문제 될 게 있다는 거야. 너에게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네가 아까 얘기한 백신 거부 이슈와 비슷해. GMO 지지를 반대하는 것만으로 너는 공적인 해를 일으키고 있어.” (297~298쪽)

코로나19 위기는 또한 돈의 엄청난 중요성을 매우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경제적 고려는100년 만에 인류의 건강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한 대상에 맞서 공중보건상의 결정을 내릴 때 중차대한 영향을 미쳤다. 경기둔화가 예방 가능한 수십만 명의 사망보다 더 나쁜 것이 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치료제가 질병보다 나쁠 수는 없다”라는 구호를 듣는다. 트럼프가 ‘미국 재개방’을 자꾸만 외치는 것은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집에 머무르고 경기가 둔화된다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은 물론 자신이 대표하는 부유층의 이익에도 좋지 않으리라는 생각에서 나온 노골적 대응이라 볼 수 있다. 트럼프의 측근인 댄 패트릭 텍사스 부지사는 나이 든 미국인들이 국가 경제를 위해 자원해서 죽는 것도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일 우리가 기꺼이 그렇게 한다면, 경제적 고통과 실직과 낮은 GDP를 견디는 것보다 수십만 명의 목숨을 희생하는 쪽을 택하기로 결정한다면, 나는 미국인들이 IPCC의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배출량을 낮추는 데 필요한 생활 방식과 소비 습관을 바꾸는 일종의 최소한의 자기희생을 기꺼이 감내하리라는 희망을 버릴 것이다. (335~336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과 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 2018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 참석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만나다
*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석탄 광부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만들다
* 기후위기를 실시간으로 체감 중인 몰디브로 직접 떠나 현지인의 삶을 조사하다
* GMO(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명하는 친구들과 토론하다

★ 〈스켑틱〉 발행인 마이클 셔머 추천
★ 2022 노틸러스 북 어워드 과학·우주론 부문 금상
★ 2021 인디 북 어워드 정치·사회과학 부문 은상
★ 2021 넥스트 빅 아이디어 클럽 최고의 논픽션 선정

21세기에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다니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길래 저러는 걸까?
“지구는 사실 평평하다.” “기후변화는 사기에 불과하다.” “백신은 몸에 해롭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세상에 넘쳐나는 가운데, 보고 싶은 것만 보게끔 하는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을 통해 황당한 주장을 접하고 가짜 전문가에게 설득당하며 음모론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탈진실의 시대에 과학적 태도로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20년 가까이 깊이 연구하며 《포스트트루스》 《과학적 태도》 등의 책을 집필한 철학자 리 매킨타이어는 독자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과학을 부정하고 이성적 대화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반박하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하나요? 이들을 올바른 신념으로 인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실을 믿지 않는 이들의 생각을 바꿔서 진실을 인정하게 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들에 언제나 그들을 일대일로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누라고 조언한 저자는 어느 날 문득 다음과 같은 의문에 사로잡힌다. ‘그러고 보니 정작 나는 왜 그들과 직접 만나서 대화해볼 생각을 못 했을까?’ 그리하여 저자는 2018년 11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크라운 플라자 호텔에서 개최된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그때의 복잡한 심정은 오래전 아리스타르코스나 코페르니쿠스가 정말로 지구가 둥근지 스스로에게 되묻던 때의 외로운 마음에 비할 정도였다.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과학 부정론을 연구한 내가 지금은 지구상에서(아니… 세상에서) 가장 눈총받는 과학 부정론자들 무리에 섞여 앉아 있으니, 한편으로는 야수의 배 속에 들어와 앉아 있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하필 평평한 지구론부터 시작했을까? 최악 가운데서도 최악을 고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른 과학 부정론자들마저 불편하게 여기는 유형의 과학 부정론자들을 가장 먼저 대면하는 편이 재밌을 것 같았다. (본문 중에서)

평평한 지구론자를 시작으로 저자는 기후변화 부정론자, 백신 거부자, GMO 반대자 등 다양한 과학 부정론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험에 나선다. 과학 부정론자들의 논리 속 맹점을 찾아서 지적하는 편이 나을까? 실제로 만나보면 그들은 과학 부정론자가 아니라 회의론자일지도 모른다. 증거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논거가 부족한지 보여주면 어떨까? 이 책은 이런 저자의 문제의식들을 토대로 몇 년간 벌인 대화 도전의 여정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평평한 지구론자부터 기후위기 시대의 석탄 광부, GMO에 저항하는 오랜 친구까지
과학 부정론자들과 함께한 대화 도전의 여정
저자는 과학 부정론자들과의 대화 실험에 임하는 한편으로, 과학 부정론자에 대응하는 법을 논하는 연구들 또한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2019년 6월에 〈네이처 인간 행동〉에 실린 필리프 슈미트와 코넬리아 베슈의 기념비적 논문은 과학 부정론자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두 가지 접근법을 시도했는데, 첫 번째는 전문가가 과학적인 사실을 알려주는 내용 반박(content rebuttal)이었고, 두 번째는 과학 부정론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논증 오류에 대한 기술 반박(technique rebuttal)이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접근법은 과학 부정론에 깊이 경도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로 유효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이미 과학 부정론에 깊이 빠져든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으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러한 이론과 주장을 시험해보기 위해 책과 문헌이 가득한 연구실을 벗어나 현실에서 살아 숨 쉬는 과학 부정론자들을 직접 찾아 나선다.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 참석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만나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석탄 광부들과 모이는 자리를 만들며, 몰디브에 가서 기후위기를 실시간으로 체감 중인 현지인의 삶을 조사하고, GMO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명하는 오랜 친구들과 논쟁을 벌인다.
하지만 이 대화 도전의 여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저자의 뜻대로 일이 술술 풀린 적이라곤 거의 없었으며 언제나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히고 좌절을 맛보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곤 했다. 일례로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증거를 토대로 한 과학적 논쟁에는 실상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증거가 아니라 정체성이었다. 어떤 이념이나 신념을 믿느냐보다 경험적으로 어떤 편에 속하게 되었는지, 어떤 정체성을 선택했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을 설명해주는 식으로는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이 부정당할 상황임을 직감했을 때 더 강하게 저항하는 한편 상대 논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더구나 실제로 맞닥뜨려 보니 기후변화 부정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과는 별개로, 개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기후위기를 둘러싸고 상반된 상황에 처해 있는 두 집단(몰디브인과 석탄 광부)만 봐도 그렇다. 기후위기는 머지않아 섬이 가라앉을 위험에 직면한 몰디브인에게는 다가올 미래가 아닌 눈앞의 현실이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진위 여부를 다투며 소모적인 논쟁을 벌인다. 저자가 직접 만난 몰디브 소년은 “몰디브 바깥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죠”라는 말을 남겼다. 반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과정에서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석탄 광부들은 어떤 입장일까? 예상 외로 저자가 만난 석탄 광부들은 대부분 기후위기의 존재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송두리째 바꿔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불안과 우려를 표했다.
한편 저자는 과학 부정론이 정치적 우파의 전유물이라고 속단해버리는 흐름에도 의구심을 표한다. 과연 좌파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견지할까? 그 주장을 반증하는 사례가 GMO에 저항하는 진보적 환경론자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고 직접 대화에 나선다. GMO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GMO가 안전하다는 과학적 합의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의심하고, 몬산토 같은 부패한 생명공학 회사가 농업 산업을 지배하기 위해 GMO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번에는 2018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서 얻은 교훈들을 거름 삼아 GMO 반대자들과 진지한 일대일 대화를 나눠 보기로 마음먹고 GMO를 의심하는 오랜 친구들과 심층 토론을 벌였다. 과연 그 대화는 어떻게 끝났을까? 저자는 그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을까?

그래도 우리는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
하나뿐인 지구에서 한 번뿐인 인생을 더불어 잘 살고 싶다면!
뼛속까지 과학 부정론에 깊이 빠져들어 있는 사람들을 대할 때 이론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이 바로 ‘신뢰를 구축하는 단계’다. 과학 부정론자였다가 전향한 이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자신을 믿어준 단 한 사람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고백한다. 다시 말해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작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학 부정론자의 입장을 존중하고 기본적인 신뢰를 표하며 따뜻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잘못된 정보를 교정해주려는 집요한 노력이 필요하다. 공감, 존중, 경청이야말로 우리가 서로의 믿음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하는 유일한 덕목이다.

내가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서 아무도 전향시키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직접 그곳에 가기로 마음먹은 건 옳은 선택이었지만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였어야 했다. 그리고 한 번 이상을 방문했어야 했고, 그들과 더 많이 어울렸어야 했다. 심리학 문헌들이 반박하기 위해 사실과 논증 전략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그토록 제한된 성공만 보여준 것도 당연했다. 이것들은 실험 환경에서 보통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일회성 만남으로 도출된 결론이다. 물론, 이것도 유효할 수 있지만 더 풍부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것들을 직접 사용했다면 얼마나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만일 우리가 상당한 수준의 신뢰를 쌓으려고 노력했다면?
나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과학 부정론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경우 기후변화나 백신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과정에서 전망이 매우 암울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가능한 것 가운데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과학의 진실과 가치를 위한 험난한 과정을 통해 과학 부정론자들을 무시하고 그들과 교류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만 상대하려는 선택을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자신 또한 과학 부정론자들과 어울리기 위해 여러 차례 여행을 다녀온 후 무시와 좌절로 인한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과학 부정론자와의 대화 시도에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사람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권한다.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존중과 배려가 가득한 자세로 그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자. 그것만이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인류와 지구를 구해줄 유일한 해결책이니 말이다.

작가정보

Lee McIntyre
보스턴대학교 철학과 과학사 센터 연구원이자 하버드 평생 교육원(Harvard Extension School) 윤리학 강사. 웨슬리언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미시간대학교 앤아버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콜게이트대학교, 터프츠실험대학, 시먼스대학 등에서 철학을 가르쳤고, 하버드대학교 양적 사회과학 연구소 전무이사를 역임했으며, 하버드대학교 예술과학부 총장에 대한 자문역과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연구부서 부편집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보스턴글로브〉 등에 기고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포스트트루스》 《과학적 태도: 과학 부정론과 사기와 유사 과학으로부터 과학을 수호하기(The Scientific Attitude: Defending Science from Denial, Fraud, and Pseudoscience)》 등이 있다.

건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공기업에 근무하며 국제관계와 기업홍보 업무를 보았다. 지식을 익히고 전달하는 번역가의 업에 매료되어 바른번역 글밥 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가 되었다. 옮긴 책으로는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옥스퍼드 튜토리얼》 《단순한 삶의 철학》 《남자의 미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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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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